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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문디 언덕에서 우리는
김혜나 지음 / 은행나무 / 2021년 8월
평점 :
처음 이 책을 만났을때 이 요염한 표지 때문에 아주 격렬한 로맨스 소설일꺼라 생각했다. 다행하게도 한 이웃님의 리뷰의 첫머리를 보고, 로맨스 소설이 아니라 성장소설이라는 이야기를 알고 시작했다. 도대체 무슨 상상을 하고 이런 응큼한...
이 소설은 큰 두 줄기이다. 인도에 메이와 한국에서 살던 윤희. 다른 글씨체로 씌여 있기에 혹여 다른 인물일까. 어떤 관계가 있을까 의문점이 있기도 했다. 또한 큰 두 줄기 속에서 또다시 두서없는 시간속 이야기에서 왜 메이가 방황하는지에 대해서 서서히 이해해가며 그녀와 동화되어 갈수가 있었던 것 같다.
어렸을 적부터 무심했던 아버지, 한번도 따듯한 눈길을 받아보지 못했음을 알게 되었음에 그녀는 아마도 자존감이라는 것을 잃어 갔는지도 모르겠다. 그것이 비단 아버지만은 아니었겠지만, 그래서 자신에게 살가웠던 고모의 자살이나 사촌언니와의 관계속에서도 그녀는 움츠러 들기만했었다. 그리고 아파했던 요한과의 연애는 설레였었지만, 여전히 그녀에게 상처를 남길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아무도 없는 타국에서 상처를 보듬기 위해 인도로 요가 수련을 떠난다. 하지만 그곳에서도 그녀는 여전히 굴곡진 자신의 삶과 마주하게 된다.
한때 < 아프니까 청춘이다 >이라는 책이 인기몰이를 했었다. 물론 나는 그 책을 읽어보지 않아서 내용은 잘 모른다. 하지만 "아프니까 청춘이다"라는 말에는 공감한다. 물론 아프지 않는 청춘이기를 바라겠지만서도 살면서 어찌 아프지 않겠는가. 그 아픔은 청춘에게도 중년에게도 그리고 노년에게도 다른 종류로 다가온다. 나도 메이처럼 2, 30대때 여러가지 이유로 혼란을 겪었었던 것 같다. 각자의 나름대로.. 그리고 지나보니 그 혼란스럽던 때를 용케 견디며 지내온 내가 대견스럽기도 하다.
"좋은 거니 올바른 거니 하는 것들은 하나도 모르겠어. 나는 그냥 알고 싶을 뿐이야, 나에 대해서, 삶에 대해서, 존재에 대해서, 관계에 대해서, 진실에 대해서.... 그 알 수 없는 것들, 풀 수 없는 의문의 해답을 알고 싶고, 풀고 싶어. 나에게는 이 삶이 빠져나올 수 없는 미궁인 것 같아"(p.83)
길을 잃고 방황하는, 그리고 여전히 길을 찾으려고 하는 메이에게서 나의 2,30대가 투영되는 것만 같은 이야기이다. 정답은 아니겠지만 내가 찾은 답은 시간이 흐르면 알게 된다는 것이다. 그러니 포기하지 말라고, 용기내라고, 명확한 답을 주지 못해 미안하다고.. 이 소설이 이렇게 애잔하게 될지는 첫장을 넘기기 전에는 미처 몰랐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