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 멈추면 나는 요가를 한다 바통 4
김이설 외 지음 / 은행나무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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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가를 주제로 한 각양각색의 여섯작가의 앤솔로지. 단편집에 좀 약한 편이지만, 이렇게 여러 작가들이 한 주제를 가지고 다양한 이야기를 쓴 앤솔로지에 요즘 매력을 느끼고 있다. 다양한 문체들과 다양한 장르를 이 한권에서 만날 수 있으니 말이다. 이 책은 「요가 하는 여자」, 「가만히 바라보면」, 「요가 고양이」, 「빌어먹을 세상의 요가」, 「핸즈오프」, 「시간을 멈추는 소녀」 6편의 이야기로 구성된 작품이다.

「요가 하는 여자」에서는 같은 라인에 사는 소윤엄마를 따라 요가를 배우러 간 유나 엄마의 이야기이다.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체력이 떨어지는 것을 느꼈다. 운동을 해볼까 생각하고 있었는데 소윤엄마의 적극적인 권유로 요가를 시작하게 되었다. 하지만 자신이 생각하던 것과는 달랐다. 그만두려 했지만 소윤엄마가 조금 더 해보자며 자신을 극구 말렸다. 아이들도 잘 아는 사이이기도 하지만 소윤엄마는 꽤 활동적이다. 딸아이가 초등학생때 반아이들의 학부모와도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싶었다. 프리랜서라는 직업을 가지고 있어서 비교적 가능하리라 생각했는데, 그리 오래하지 못했다. 그나마 저학년일때까지만 함께 하다가 스스로 아웃사이더가 되었다. 성격상 맞지 않는것 같았다. 유나 엄마를 보니 꼭 나를 보는 것 같더라. 그리고 알게된 진실... 완전 뒷통수를 맞았다. 요 근래에 뒷통수 맞는 일이 있었다. 아직도 가끔 씁쓸해지는데, 그래서 유나 엄마의 마음을 어느정도 이해가 되었다.

「빌어먹을 세상의 요가」 "나"는 안식년을 맞아 요가를 하면서 몸과 마음을 소중하게 돌보고자 하는 계획이 있었다. 하지만 층간 소음에 그리고 그전에는 몰랐던 일에 휩쓸리고 만다. 아무래도 요가는 조용한 가운데 마음을 집중하며 해야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그런데, 너무나도 정신을 흐트려 놓는 일이 생겼다. 사소한 오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정작 오해를 하게끔 만들어 놓는 집에서 불란을 키우는 꼴이었다. 살아가면서 그런 경우를 많이 만나는 것만 같다. 불란은 자신이 만들어놓고 괜히 성내는 사람들을 가끔 본다. 아니 여전히 본다. 많은 사람들이 어우러져 살아가니 다 좋을 수는 없겠지만 본인이 과연 그런 사람이라는 것을 알까.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행동을 보고 불쾌해 한다는 것을 정말 모르는 것일까. 이 글을 읽으면서 혹시 나는 그런 사람이 아닐까도 생각해 본다.

한때 요가가 유행이던 때가 있었는데, 그때는 영상을 보며 쫓아해볼까 하는 정도였다. 해야할 일도 많고, 시간을 내는 것도 그렇고 비싼 수강료도 부담이었고 했는데, 이제는 나이가 들다 보니 활동량이 많은 것은 엄두가 안난다. 이 책을 읽으면서 요가를 하면 명상도 하면서 좋을것 같다는 생각을 하기는 하는데, 이제 내 몸이 너무 뻣뻣해진건 아닐까 걱정된다. 그래도 간단한 동작이라도 흉내내 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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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사 부스지마 최후의 사건 스토리콜렉터 97
나카야마 시치리 지음, 김윤수 옮김 / 북로드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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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 최악의 형사와 사상 최악의 범죄자가 있다. 사상 최악의 형사는 음.. 좀 재수없다. 물론 선천적인 통찰력과 뛰어난 머리를 가지고 있어서 사건을 해결하기는 하겠지만, 무던히 노력해야지만 쫓아갈 수 있는 사람 입장에서 보면 좀 재수없다. 발품 팔아 사건을 해결하는게 아니라 조금만 조사를 하면 선후관계에 용의자를 지목하니 말이다. 어쩜 부스지마의 캐릭터가 바로 그것이었을테니, 얼마나 작가가 잘 표현 하는 것일까. 사상 최악의 범죄자는 아마도 요리조리 잘 피해 도망가는 범죄자일테다. 도망을 잘 가는건 아니고 법망을 피해서 죄를 지었지만 벌할 수 없는 그냥 맘같아서 콧잔등이라도 쥐어박았으면 좋겠는데 말이다.

사무실 밀집 지역에서 총에 맞아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한다. 출판사 로비에서 일어나는 연쇄 폭파 사건도 있다. 그런데, 사건을 파헤치다 보면 꼭 돋달하는 사람이 바로 "교수"라 불뤼는 사람이다. 그는 절대로 범죄를 교사하지를 않는다. 방법들을 가르쳐주며 범죄로 사람들은 이끈다. 글쎄 이런 것도 가스라이팅의 한 종류라고 봐야 하나? 좋은 방향으로 이끌지는 못할 망정 사람들을 범죄로 이끌다니 말이다.

이 소설은 5개의 사건으로 구성되어 있는 미스터리 연작 단편집이다. 하지만 각 사건들의 배후에는 '교수'라는 사람이 있고, 그를 집요하게 쫓는 형사 부스지마가 있다. 그래서 전혀 단편집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형사물에 등장하는 사건들은 평상시에 접하기 힘든 것들도 많은데, 이 작품에서 등장하는 이야기들은 흔히 일어날 수 있는 일들이라서 더 사실감 있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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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히 신혼여행이라고 했다 - 어디로 튈 지 모르는 두잇부부의 대책없는 신혼봉사!
김현영.홍석남 지음 / 키효북스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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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 이 책 제목을 보고는 '무척 저돌적인데'라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생각했던 것과는 다른 아주 보람찬 세계일주 여행이 아니던가. 사실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1년여동안 여행을 다녀오는 것은 보통 용기가 아니면 안될 것 같다. 우선 비용이 걱정이 되고, 1년동안의 경력단절에다가 다시 일을 시작할 수 있을까라는 막막함에 선뜻 실행할 수 없는 일일 것이다. 어쩌면 관련된 직업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조금 더 쉽게 용기낼 수 있는 일이 아닐까. 그래도 여행 하는 가운데 봉사활동을 곁들인다는 이 두잇부부가 참으로 괜찮은 사람들이다라는 생각을 했다.

특히나 아프리카에서는 공책값이 너무 비싼 정도를 넘어 사치품에 해당한다는 사실이 너무나도 충격적이다. 그래서 아이들은 공책 한권이 생기다 보면 그 공책이 다 닳고 닳을 때까지 쓴다고 한다. 우리집엔 있는 공책도 안쓰고 연습장에, 그림낙서에.. 정말 반성 해야 한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공책을 사주기 위한 모금을 했고, 상상외로 많이 모인 돈으로 공책은 물론 텅텅빈 보육원 곳간을 꽉꽉 채워주게 되었다. 아마도 그들은 이 여행중인 이방인들을 절대로 잊지 못할 것 같다. 그런데, 이런 봉사가 돈이 들어가는 줄은 몰랐다. 그야말로 봉사인데.. 식사제공을 해줄지언정 돈을 받는다고?? 하지만 숙직과 안전을 관리해주는 조건이 따른다고 하니 장기간 여행할때 이용하는 방법 또한 좋은 것 같다. 좋은 일도 하고 타지에서 일정기간 살아보는 경험도 갖고 말이다.

그런데 이 유쾌한 부부에게 한가지 실망했던 점이 있었으니, 왜 세계여행을 하고 아내가 바뀌기를 기대했을까. 여행을 마치고 아내가 좀 더 부지런하고, 요리도 더 잘하고, 열악한 환경도 묵묵히 견딜수 있는 사람이 좋았으면 그런 사람하고 결혼했으면 될 일이지 말이다. 또한 아내는 왜 여행자의 신분으로 체크아웃시간까지 어떻게 잠을 잘수 있을까. 나는 조바심에 절대로 할 수 없는 행동이다. 뭐, 내가 이해할 수 없어도 이 부부가 행복하고 보람되면 그만이지만 말이다. 코로나가 막 터질 즈음에서 한국에 돌아왔다고 한다. 아마도 지금은 이 부부같은 여행은 그림의 떡이 아닐지.. 하지만 언젠가 다시 세계여행을 할 수 있게 되면.. 이 부부 같지는 않더라도 관광만은 위한 여행보다 뭔가 특별한 여행을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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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이 제철입니다
박길영 지음 / 온유서가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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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인생의 황금기인 20대를 대부분 시험을 준비하는 데 보냈다. 하지만 결국은 시험에 실패하고 농사를 짓게 되었다고 한다. 과연 20대에 무언가 이룬게 없이 보내버리면 실패한 것일까. 20대일때가 인생의 절정기인가? 20대때 무언가를 결정하고 진로를 결정하지 않으면 실패한 인생이 되지 않는가? "No"라고 당당하게 대답을 하고싶다. 우리는 초중고를 거치고 또 수능을 통해 대학을 진학하고라는 공식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마치 대학생이 되어야 그리고 취업을 해야 제대로 된 인생을 산다고 착각하는 것 같다. 그야말로 이 제목처럼 인생에는 한 번도 '제철'이 아닌때가 없었다. 다만 자기 스스로가 느끼지 못했을 뿐이다.

저자는 밭두렁에 옥수수를 심어 보니 참 손이 덜가 편하다고 생각했다. 혼자서도 알아서 잘 크고 실한 옥수수 열매를 맺으니 얼마나 좋은가, 그런데 왜 이렇게 쉬운 작물을 사람들이 키우지 않는건가 농사 선배님께 물어봤다고 한다. 옥수수를 조금만 키우면 손이 안가지만 밭 전체에 심기 시작하면, 차원이 달라진다고 한다.

작은 성공이 모든 성공을 보장하지 않음에도 그 차이를 망각한 채 작은 지식으로 세상 전체를 이해 한다고 말하는 경우가 있다.(p.138)

가끔 조언을 한다고 일장연설을 하는 사람들을 본다. 실제의 경험담으로 조언을 한다면야 좋겠지만 어설픈 경험, 혹은 글로만 배운 얕은지식으로 남을 참 난감하게 만들기도 한다. 또한 작은 규모로는 꽤 괜찮았지만 큰 규모로 만들게 되면, 어떤 변수가 생길지 모르기 때문에 항상 겸손할 필요가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가끔 체력이 예전만 못하다는 생각을 한다. 40년을 넘게 몸을 써왔으니 이제 여기저기 고장이 날때도 되었다. 하지만, 과거의 나보다 현재의 내가 조금은 더 영글었다고 생각한다. 인생이란 지금 당장 풀리지 않는 일이 있다고 해서 당장 막을 내리는 것이 아닌것 같다. 한때는 한도 끝도 없이 바닥을 친다고 생각을 했던 적이 있다. 하지만 절대로 바닥만 치라는 법은 없다고 생각한다. 절대로 희망이라는 것을 잃지 않았으면 좋겠다.

씨앗을 뿌리지 않으면 아무것도 자라지 않는 것처럼, 농사도 인생도 해보기 전까진 모르는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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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형사들 - 사라진 기와 케이 미스터리 k_mystery
정명섭 지음 / 몽실북스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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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는 어떤 방식으로든 재미난 이야기를 독자들에게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것이 저의 방식으로 역사를 이야기로 만드는 것입니다.(p.290, 작가의 말 中) 작가의 생각이 이러할진데 어찌 이야기가 재미 없을수 있을까 싶다. 작가는 역사, 추리, 종말, 좀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장르와 소재를 넘나들며 작품을 발표하고 있다. 이제는 작가 이름 자체가 브랜드로 자리잡은 것이 아닌가 싶다.

좌포청의 이종원, 우포청의 육중창, 묘한 경쟁관계인 두 포청의 군관들이 뭉쳤다. 비록 첫만남은 용의자를 쫓다가, 잠입수사를 하다가 티격태격 만난 사이지만 그들의 활약은 손발이 꽤 척척 맞는다. 물론 처음부터 잘 맞았던 것은 아니고(두사람의 티카타카가 유쾌하다), 육중창은 꽤 안정적으로 보이는데, 이종원은 참 허당끼 넘친다라는 생각을 했었지만 기우였다. "권력을 가진 자가 부당하게 그 힘을 사용할 때 죄 없는 사람들이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어. 우리가 할 일은 그걸 막는 일이야(p.214)"라는 생각을 가진 군관들이라면 어떤 사건이든 안심하고 맡길수 있지 않을까.

그들에게 맡겨진 첫 임무는 사라진 의열당 기와를 찾는 것이다. 의열당은 정조 임금의 할머니이신 영빈마마의 위패를 모신 사당이다. 의열당의 기와는 다른 기와와는 달리 궁궐에서 사용되는 기와이다. 도대체 누가 훔쳐간 것일까. 그들은 협공을 통해 사라진 기와를 찾는다. 하지만, 부제로까지 설정된 "사라진 기와"편이 이대로 마무리 되나라는 의구심이 생길 무렵 등장한 정약용으로 인해 사건은 여기에서 끝나지 않았음을 독자는 직감하게 된다. 휴우~ 이대로 끝나버렸으면 아쉬울뻔했다.

사실 정명섭 작가의 매력은 실제 역사 속 인물들을 등장시키면서 극의 사실감을 극대화 한다는 것이다. 마치 실제로 일어난 일이 아닐지 의심을 할 만큼 그 사실감은 대단하다. 그만큼 많은 자료들을 조사하며 글을 쓰기 때문이리라. 그런데 이 소설을 읽으면서 또 하나 놀라운 사실 하나. 이종원과 육중창도 실존했던 인물이라고 한다. 다산은 우리가 역사를 배울때부터 익히 들어온 유명한 인물이지만, 이런 군관까지 실존인물들을 기반으로 새로운 생명력을 불어넣다니 이 소설에 어찌 빠져들지 않을수가 있을까.

이 <조선의 형사들>을 읽으면서 사실감에 착각하지 마시라. 여기는 2021년 대한민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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