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라선 열차와 사라진 아이들
디파 아나파라 지음, 한정아 옮김 / 북로드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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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2021년 에드거 상 수상작.

작가 디파 아나파라의 데뷔작으로 뭄바이와 델리 등에서 저널리스트로 일하던 당시의 경험과 인도에서 나고 자란 기억을 바탕으로 쓴 소설이라고 한다. 아무래도 자신의 경험이 녹아나고 있기 때문에 현실감 있게 씌어진것이 아닌가도 싶다.


같은 학교를 다니던 바하두르가 실종되었다. 아무리 빈민가이고 부모는 돈벌기에 급급했다고는 하지만(물론 아버지는 술주정뱅이) 어떻게 아이가 없어졌는지 며칠이 되도록 인식하지 못했을까. 경찰들은 아이들의 실종신고를 무시했고, 오히려 이 빈민가를 불도저로 쓸어버리겠다고 한다. 자이는 평소 "경찰 순찰대"나 "범죄의 도시"를 즐겨보는 편이다. 마을을 지키기 위해 아동 연속 실종사건을 해결하기로 맘 먹는다. 단짝친구인 파리와 파이즈와 의기투합하여 탐정단을 꾸리고 자신이 주도를 하려고 했지만 어째 파리에게 자꾸만 밀리는 형세다. 계속해서 아이들이 실종되는 가운데 자이의 누나 루누도 실종되게 된다.


책을 읽다보니 카스트라는 인도의 계급 제도도 떠오르고 (현재도 그렇게 심하게 나누고 있는지는 잘 모르지만), 간간히 전해지는 범죄기사도 생각이 났다. 그리고 예전에 읽었던 < 넌 네가 얼마나 행복한 아이인지 아니 >라는 책도 떠올랐다. 미처 보호받지 못한 아이들을 대상으로 일어나는 범죄들. 왜 우리는 아이들이 피해자가 되지 않게 외출을 단속해야만 하는가. 맘놓고 생활할 수 있는 그런 세상을 만들어 주지 못하는 현실이 참 씁쓸하게만 다가온다.


작가의 말중에 보면 현재도 하루에 180명이나 되는 어린이가 실종되고 있다고 한다. 유괴범이 체포되거나 혹은 잔혹한 범행이 세간에 알려져야만 비로소 뉴스에 나온다고 한다. 빈민가에서 신고된 일을 가볍게 묵살해버리는 경찰들도 보면 그 말을 이해할 수도 있다. 작가는 "그 아이들이 통계수치로 전락할 수 있다는 생각에 맞서기 위해서 이 소설을 썼다. 숫자 뒤에 숨겨진 그 아이들의 얼굴을 기억하기 위해서 이 책을 썼다(p.413, 414)"고 밝히고 있다. 다른 나라뿐만이 아니라 우리나라에도 연일 아이들을 학대하는 일에 대해서 분개해도 여전히 그런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 사건이 일어날 때만 분개하는 것이 아니고 적극적으로 우리가 지켜보는게 중요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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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스마요
김성대 지음 / &(앤드)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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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대 시인의 첫소설이다. 시인이 쓴 소설이라고 해서 긴장을 무지했다. 시에도 약하고, 단편에도 약한 뼛속까지 공대생이니 말이다. 어쩌면 내가 만들어 놓은 틀안에서 위안을 삼으며 가려보지 않을까 해서 도전한건데, 역시 나에게는 조금은 힘들지만, 그래도 색다른 소설이였다. 사실 초반에는 장편소설인지 아니면 단편소설인지 혼란스러웠다. 역시나 내 특기를 발휘했지 뭔가. 게다가 함축적인 것 같은 언어들로 인해서 적잖이 힘든건 사실이다. 어쩌면 작가가 시인이라는 사실 때문에 내가 스스로 만들어 놓은 틀을 부수지 못했던 것 같기도 하다. 살짝 책의 정보를 찾아본 뒤에 그제서야 이야기의 흐름을 탈 수 있었으니, 이 괜한 고정관념을 깨부서야 할텐데 말이다.

어느날 갑자기 해변에 떠오른 두개의 알, 그리고 사라진 연인. 아마도 두 가지 상황이 번갈아 나왔기 때문에 단편집인가라는 착각을 했는지도 모르겠다. 세상은 점점 이름 모를 바이러스가 출몰을 하고 세계는 종말로 향해 가고 있으면서도, 사라진 연인은 아무리 해도 연락이 닿지 않는다. 태양이 부풀어 오르면서 가까이 있는 행성을 다 잡아 먹으며 생을 마감할때, 태양을 중심으로 하는 태양계가 사라지며 세상의 종말이 올것이라는, 지극히 과학적(?)인 생각을 하면서 잠깐 내 스스로 유리벽을 세우기도 했다. 어쩌면 태양이 삶을 다하기 전에 외계 생명체가 지구를 공격해온다면 이런 종말을 맞을수도 있을수도 있겠다 싶다.

사실 처음 이 책 제목을 만났을때, 어떤 제목일까 했는데.. 문득 참치마요가 생각났는데.. 역시 아는게 없으니 보이지 않았다. 소말리아에서 세번째로 큰 도시라고 한다. 첫장 제목에 "키스마요 해변"이라는 말을 보면서도 실제 지명이라 생각하지 못했으니.. 아무래도 내가 쌓아둔 벽은 너무나도 높은가보다. "무한은 그렇게 시작된다. 수없이 다시 시작해야 하는 이별로부터" 이별은 아니어도 이 책과 나도 그렇게 무한히 다시 시작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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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련병에게 쓰는 편지 - 훈련병 아들에게 쓴 엄마의 사랑 통신
곰신맘 지음 / 위시라이프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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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아들은 없지만, 남자친구를 군대에 보낸 여자친구입장도 아니고, 아들을 군대에 보낸 엄마의 이야기라 맘이 끌렸다. 만약에 여자들도 의무적으로 군대에 가게 된다면 딸을 그리는 내맘도 별반 다르지 않을테니까 말이다. 얼마전까지 군대에 보냈다가 올초에 제대해서 복학한 아들을 둔 지인의 언니도 훈련소에 있을때 TV에 등장하는 아이돌 남자아이들이 그렇게도 볼 수가 없었다고 한다. 괜한 심술을 엉뚱한 이들에게 부린것만 같지만, 그래도 어느정도 이해할것도 같다.

몇해전 장교로 근무하던 아들이 갑작스레 군대서 어떤 이유로 사망했는지 정확한 사유도 듣지 못한채 가슴에 묻은 한 어머니를 알게되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군대란 곳은 친구들이 그냥 훌쩍 입대를 했다가, 몇번 휴가를 나오고 나면 제대하는 그런 곳인지 알았었다. 하지만 그 분을 알게 되었을때, 군대에 가는 젊은이들이 그저 "나라를 지켜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쓰던 어린날의 위문편지의 똑같은 멘트를 받아서는 안될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요즘에는 인터넷으로도 충분히 편지를 쓸수 있고, 예전보다는 꽤 자유로워 진 것 같지만 어찌 그곳에서 묵묵히 훈련을 받는 젊은이들과 군대를 보낸 부모님의 마음을 감히 알겠다고 하겠는가.

어머니의 사랑이 듬뿍 담겨있는 편지를 읽으며 흐뭇했고, 그리고 군대에 간 모든 젊은이들과 그 가족들에게 "나라를 지켜주셔서 감사합니다"라는 말보다는 정말로 진심으로 감사한 마음을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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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령생활기록부 케이 미스터리 k_mystery
나혁진 지음 / 몽실북스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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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오는 어느날, 술에 취한 영풍. 저기 저편에서 후드를 쓴 사람이 넘어진 영풍에게 괜찮냐며 도와주려한다. 고맙다는 인사를 하려는 찰나, 복부를 관통하는 통증. 정신을 차렸을 때, 통증은 사라졌다. 꿈이었을까. 그런데 아래를 내려다보니, 내가 명치부근에서 피를 흘린채 쓰러져 있다. 뭐지.. 영풍은 유령이 되고 말았다. 가끔 이렇게 유령이 되는 이야기들을 본적이 있다. 아주 오래전 영화 "사랑과 영혼"도 그랬고, "식스센스"도 그 축에 들어가나? 얼마나 당혹스러웠을까. 아무렇지도 않게 툭 털고 일어났는데, 죽어있는 내 모습을 본다면. 준비도 없이 내 죽음을 받아들여야 한다면 정말로 억울할것만 같다. 갑작스레 이별을 하게된 가족들의 황망함은 또 어찌 말로 할 수 있을까.

이 소설의 출간전 연재를 읽었을 때 꼬마 아이가 나왔었다. 10살 어린나이에 유령이 된 아이에게 어떤 사연이 있었나 궁금했는데, 참 안타까운 사연이었다. 35살 영풍도 자신의 죽음과 현실을 받아들이기 힘들었을텐데 그 10살 아이는 얼마나 견디기 힘들었을까. 학교를 가고 합창연습을 하고, 늦지 않게 집으로 향하는 아무도 알아봐주지 않는 아이가 참으로 안쓰러웠다.

단편인듯 장편 소설인 이 이야기는 영풍이 "자신이 왜 유령이 되었나?"라는 질문에 답을 찾아 가는 가운데 다른 일들을 해결하는 사건집과도 같다. 그 답을 함께 찾으면서 "죽으면 누구나 유령이 되는 것이 아니었다"라는 말의 의미를 알 것 같았다. 언젠가 갑작스런 사고로 떠난 친척을 바라보며 내 가족은 작별인사를 하고 떠나가길 바랬던 적이 있다. 내가 내 죽음을 바라보지 않길, 그리고 작별인사를 하고 가족들과 이별을 하는 것이 얼마나 큰 행복인지를 깨닫게 되는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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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한 숨결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96
유즈키 유코 지음, 민경욱 옮김 / 비채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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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한테 꼭 갚아주고 싶었어"

이 말때문에 어떤 복수에 관련된 이야기인줄만 알았다. 그래서 어떠너 복수에 관련된 이야기라고 생각했는데. 그런데 다 읽고 나서 왜 이 말이 나온건가 생각해봤는데, 알 수가 없었다. 그런데 리뷰를 쓰다가 뜻을 알게되었다. 아무리 추리장르소설에 눈이 멀었다고 '갚아주고 싶은것'은 복수밖에 없는 것이었는지...

해리성 이인증을 앓고 있는 후미에. 집안일과 육아에 지쳐가고 있었다. 그때, 만나게 된 동창 사업가 가나코. 그녀는 과거에 왕따를 당하던 자신에게 따듯한 위로의 말을 해주었던 후미에를 잊지 못했다고 했단다. 우연하게 만난 가나코에게 자신의 사업을 도와주길 바란다. 그리고 또 다른 이야기, 한 남자가 사망했다. 사망한후 발견되서 이미 부패가 진행중이었다. 아마도 이 사건이 후미에의 이야기와 어디선가 연결이 되겠지 하면서 이야기에 집중하게 된다. 도대체 어떤 일이 벌어졌던 것일까.

이 제목의 원제는 < 네펜테스의 달콤한 숨결 >이라고 한다. 네펜테스라는 벌레잡이통풀과의 식물이다. 벌레들을 유인해서 잡아먹는 식충식물. 원제를 보면 생소한 "네펜테스"라는 말때문에 짐작도 못할것 같은데(나만 그런가), 모양이 익숙한 이 식물의 정체를 알고 나면 이 이야기에 가장 어울리는 제목임에는 틀림없다. 인간들은 왜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 타인을 이용하는 것일까. 남을 궁지로 몰아넣고 세상을 포기하게 만들고는 또 다른 먹잇감을 찾는 이는 과연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 것일까.

이 소설은 정신없이 읽어나가는 재미를 주다가, 결말에 이르러서는 질문을 던져준다. 사회의 이면에 감춰진 네펜테스와 같은 일들. 어째 예전보다 요즘에는 이런 경우가 더 많이 생기는 것만 같다. 범인을 찾아가는 형사들의 집요함이 빛났다. 언젠가 실제로 CCTV를 분석하며 사건을 해결하는 형사들의 이야기의 방송을 본적이 있어서 더 현실감이 살아난다.

작가는 그동안 남성 위주 조지을 배경으로 작품을 집필해 오다가 여성이 주인공인, 여성 서사를 쓰고 싶어 이 이야기를 썼다고 하는데, 아쉽게 난 이 작품으로 작가를 처음 만났다. 작가의 다른 작품도 궁금해질 만큼 이 이야기를 꽤 치밀하며 시간가는 줄도 모르고 빠져들게 하는 매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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