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제주도로 퇴근한다
신재현 지음 / 처음북스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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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제주도를 좋아한다. 제주도로 여행 가는 것을 좋아한다. 그래서 아마도 이 제목을 보고서 부러웠다. 아침에 출근하고 저녁에 여행가는 삶이란 어떨까. 뒤에 제주살이를 못 본건 인정^^ 하지만 제주에 살게 된다면, 아침엔 출근하고 퇴근하며 여행가는 그런 삶을 살지 않을까.

서울 교직 생활을 뒤로한 채 제주도로 이주를 선택한 선생님이다. 방학때마다 찾던 제주는 그의 서울에서의 각박한 삶에 숨통을 틔워 주곤 했다. 제주에서 다시 임용고시를 보고 직장을 잡고 시작한 제주살이 4년차, 정말 부럽다. 사실 지인도 제주로 이주한지 5년쯤 되는 것 같다. 그때 들은 이야기들을 여기서도 확인할 수 있으니 이주계획이 있는 사람들이 밟는 절차는 다 같은것 같다. 제주에는 전세나, 월세보다는 "연세"라는 제도가 있다는 것을 예전에 들어서 그리 낯설지 않았다. 아마도 이주민들이 많다 보니 이런 제도가 생기지 않았을까. 또한 인터넷 쇼핑몰에서도 다른 지역에 비해 추가되는 배송료 탓에 중고물품거래가 활성화 되어 있다고 한다. 또한 제주도는 귤이 흔해 일손이 부족해 수확하지 못해 버려지는 귤이 많아 관공서나 상점에 귤을 가져갈 수 있도록 박스채 가져다 놓는다고 한다. "귤을 사서 먹으면 아직 제주 도민이 아니다.(p.207)"라는 말이 있을 정도란다. 아무래도 제주가서 살아야 할 것 같다.

오랜세월 살아온 생활무대를 벗어나 새로운 지역으로 이사한다는 것은 참 용기가 필요할 것 같다. 아예 제주로의 이주는 아니더라도 제주에서 한달정도 살아보고픈 꿈은 있다. 제주를 여행할때 짧은 기간동안에 많이 보기 위해 정말로 전투적으로 다녔던 기억밖에는 없다. 하지만 긴 시간 여유를 가지고 찬찬히 둘러보고픈 섬이기는 하다. 책한권 들고 풍경좋은 카페에서 커피한잔과 함께 독서를 즐기다가 가끔 멋진 풍경에 취해보고싶다. 너무 좋을것 같다. 제주로 퇴근하는 그 기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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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마주치지 않았을 순간들
송인석 지음 / 이노북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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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백신을 맞은 사람들에 한해서 2주 격리를 제외하고 해외 여행이 조금씩 시작하고 있다. 그렇다고 아직 안심할 단계는 아니다. 펜더믹을 선언했을때 단합해서 조금만 시기를 기다렸다면 이 사태가 그리 오래 가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우리집은 아픈 엄마때문에 먼거리 여행은 힘들어서 어차피 움직이지 않을거라 그런 생각을 했었다. 사실 코로나 때문에 사회적 거리를 유지하든 위드 코로나를 맞이 하여 백신 미접종으로 다중시설 이용에 제약을 받더라도 나는 별로 상관하지 않는다. 우리집은 당분간 이 상태를 유지할테니 말이다.

저자는 군대에서 모은 돈으로 세계여행을 시작했다. 그때는 이런 사태가 올 줄 미처 알지 못했던 때였다. 여행중에 코로나 사태를 맞이 하게 되었고, 부득이하게 조지아에서 7개월 동안 강제 고립되기도 했었고, 동양인을 바라보는 곱지 않은 시선들을 느끼기도 했었다. 아마도 장기간의 여행이라 세부적인 계획은 세우지 않았기에 한 곳에서 장기간 고립되더라도 계획을 수정하는 정도였으리라 짐작된다. 만약 짧은 기간동안 여행이 예상치 못한 사태를 맞이했으면, 다른 방도가 또 있었으려나?

배낭하나 들러메고 시작하는 여행은 어쩌면 젊은사람들의 특권일것 같다. 물론 중년의 나이여도 혹은 더 많아도 못할 것은 없지만, 나는 캠핑도 즐거워했었는데, 이제는 여행을 가려해도 화장실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는 곳은 가고 싶지 않다. 여행에 관해서는 나는 너무 늙었나보다. 예전에는 제주 올레길도 몇시간씩 걸었지만, 이제는 버스를 타고, 걷고 이런 것이 싫으니 큰일났다.

지금은 여러가지 사정으로 장기간의 여행은 어렵겠지만, 조금더 나이들고, 은퇴를 하게된다면, 그리고 코로나가 물러가게 되면 나도 나만의 "어쩌면 마주치지 않았을 순간들"을 찾는, 정말로 휴식같은 여행을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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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 뷰티 (완역판)
애나 슈얼 지음, 이미영 옮김 / 레인보우퍼블릭북스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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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관점이 아닌 동물의 관점으로 쓰인 소설이다. 블랙 뷰티의 시선으로 자신의 일생에 대해 서술한다. 이 책이 출간되었을때 인기도 인기지만 특히 동물 애호 운동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고 하던데, 매우 공감할 수 있는 말이었다.

내가 4살이 될 때까지 주인님은 나를 팔지 않았다. 완전히 클때까지 소년은 남자처럼 일해선 안되고, 망아지는 말처럼 일해선 안된다면서(p.17)

이 글을 읽으면서 동물뿐 아니라 아이들을 대하는 마음에 대해서 생각하게 되었다. 동물들을 인간 마음대로 유행에 따라 꼬리를 자르거나, 고개를 바짝들게 하기 위해서 "제지 고삐"를 사용한다. 그들에게 자신의 몸에 붙은 파리조차 쫓아낼수 없도록, 그리고 엄청난 스트레스로 건강을 해칠수도 있는 고삐등을 통해 자신의 욕망만을 채우려 한다. 어찌 세상은 변하지 않을까. 예전에 비해 많이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현재도 마취도 없이 단미하거나, 인간의 취향에 맞게 교배를 하지 않는가. 또한 아이들에게도 무모한 일을 시키는 일들은 여전히 일어나고 있다. 아마도 이 책을 읽기 전에 오은영 박사님이 출현하는 프로를 살짝 봤던게 내내 머리속에서 떠나지 않았던 탓일지도 모르겠다. 공부는 해야 한다는 것을 알지만, 하기 싫은 감정 때문에 뾰로통한 얼굴로 공부를 하고 있는 아이를 보고 부모는 그렇게 하려거든 하지 말라고 하면서 골이 깊어져 가는 상황이었다. 그 때 오은영 박사님이 해주던 말이 바로 "감정은 그 사람의 것"이라는 거다. 우리는 흔히들 남의 감정을 지배하려고 하는 듯하다. 그게 말 못하는 동물들에게는 더욱 심한 것 같다. 블랙뷰티의 시선을 쫓아가다보면 충분이 그런 상황을 여러번 마주하게 된다.

자신들이 원하는 만큼 얼마든지 오랫동안 빨리 걸을 수 있다고 생각해. 조랑말이 지칠 수 있다거나 감정을 지녔다고는 절대 생각하지 않아.(p.53)

동물들을 다룰때만 그럴까. 때론 어떤 이들은 나를 제외하고는 다른 이들은 감정을 지녔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내 이익을 위해서라면 다른 사람의 감정따위는 중요하지 않는 사람들도 종종 본다. 물론, 본인은 못 느끼고 나만 억울하다는 사람들도 많겠지만 말이다.

참 생각이 많아지게 하는 책이었다. 여러모로 각박해지는 세상에 꼭 읽어야 하는 소설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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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무극장 폴앤니나 소설 시리즈 5
홍예진 지음 / 폴앤니나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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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장의 유령이 배우의 몸을 빌려 연기를 한다. 그렇게 선택된 배우는 스타가 된다. 매우 흥미있는 소재이다. 하지만, 소문만 무성했지 실제 소설에서도 유령이 배우의 몸 속으로 들어가 공연을 하는 이야기는 없었다. 그래도 유령은 등장했다. 신출내기 아트 디렉터인 지은의 눈에 보였던 유령 차인석. 새롭게 파인아트센터에서 올리려는 뮤지컬의 주인공을 맡게 되는 발라드 가수 상원에게는 가슴 지피는 뜨거운 무언가가 없다고 그에게는 들어가지 않겠다고 한다. 아마 유령 인석이 이야기를 하는 걸로 봐서는 정말로 소문처럼 배우의 몸을 빌려 연기를 하고 있나보다. 그는 왜 이 곳을 떠나지 못하고 있는 것일까. 인석도 자신이 왜 여기에 있는지 자세한 것은 모르는 것 같다.

이야기는 파인아트센터에서 한유라는 인물을 중심으로 한 뮤지컬을 올리려고 하는 윤희와 주인공 역을 맡은 상원, 아트디렉터인 지은과 여러 인물들이 혼잡해 있는 현재와 연출가 지망생인 수찬, 배우 지망생인 인석, 극작가 지망생인 영임의 과거 이야기가 오고가며 진행된다. 영임의 얼굴에 미소가 피고 ,이내 두 사람의 목소리가 포개졌다(p.50). 병원에서 돌아오는 동안 영임은 아무것도 물으려 하지 않았다.(p.51) 과거와 현재 속에서 연이어 등장하는 인물 영임. 과거와 현재를 연결해주는 이는 바로 영임이었다. 그래서 독자들은 두 이야기가 연결되어 있음을 짐작하게 된다.

대체적으로 이 소설은 세대를 거듭하면서 이어진 인연때문에 좀 혼란스러웠다. 빠른 속도로 과거와 현재를 오고가는 덕에 큰 이야기 줄기를 잡는 것도 조금은 힘들었다. 하지만 인석이 여기를 떠나지 못했던 이유를 알게 될즈음에서 마음 한 구석이 아려오게 된다. 아픈 과거속에 해방을 맞이하고 한국전쟁을 겪는 가운데, 또 얼마나 많은 젊은이들이 꿈을 버려야 했고, 목숨을 잃어야만 했는가. 어쩌면 그 미련들이 인석이라는 유령으로 남았는지도 모르겠다. 소나무 극장을 꿈꾸던 세 젊은이들의 이야기가 파인아트센터에서 뒤늦게라도 펼쳐졌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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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물어도, 예스
메리 베스 킨 지음, 조은아 옮김 / 황금시간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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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일이 없었다면 삶은 더 충만하고 행복했을까? 40년에 걸친 두 이웃의 비극과 처절한 사랑

이 구절을 보더라도 충분히 이 소설은 뭔가 허락하지 않은 비극적인 그러나 아름다운 로맨스이지 않을까 생각했다. 하지만 이 소설 속에는 더 커다랑 감동이 숨어 있는 이야기이다.

신입 경찰인 프랜시스 글리슨과 브라이언 스탠호프는 잠시 근무를 같이 했던 동료였다가 길럼에 이웃으로 만나게 된다. 프랜시스와 레나는 딸 내털리, 사라, 케이티를 낳았고, 브라이언과 앤은 피터를 두었다. 레나는 남편과도 아는 사이이기도 하고 이웃이기에 그리고 육아를 함께하는 엄마로서 앤과 친해지려 하지만 앤은 어딘지 모르게 신경이 날카롭다. 피터와 케이티는 친하게 지내며 풋풋한 사랑을 싹트지만 앤은 케이티를 별로 탐탁지 않아한다. 그러던 어느날 피터와 케이티는 한밤중에 만나고 집으로 들어오다 어른들하게 들키게 되고 격앙된 앤이 브라이언의 총으로 프랜시스를 쏘게 된다. 앤은 체포되고 브라이언은 피터와 동생이 있는 퀸즈로 떠나고 프랜시스가 얼굴에 입은 총상으로 수술과 재활을 반복하게 된다.

어긋날것만 같았던 케이티와 피터가 다시 만나게 되면서 이 두가족은 인연은 계속된다. 사실 가해자와 피해자가 존재하는 이 가족들에게 케이티와 피터의 사랑은 꽤 험난할것만 같았다. 아무래도 사고방식의 차이였을수도 있지만 이를 극복해 가는 과정은 꽤나 성숙해 보인다. 또한, 케이티와 피터의 관점뿐 아니라 프랜시스와 앤의 과거 이야기도 곁들여 있어 훨씬 더 그들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된다. 어쩌면 앤의 상황을 조금 더 관심을 가졌더라면 이런 비극을 막지 않았을까라는 생각도 해보았고, 그런 비극적인 사건이 있었기에 그들의 관계가 더욱더 견고해지고 또 감동적으로 그려진게 아닐까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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