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당신이 살았으면 좋겠다 - 40년차 간호사가 기록한, 인생의 마지막 순간에 반짝이는 마음들
전지은 지음 / 라곰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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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한국에서 간호사 일을 시작했다가 미국에서도 일을 이어나갔다. 햇수로 41년. 어떤 일을 40여년을 한다는 것은 참 대단하다. 게다가 그녀는 중환자 간호사 겸 상담가 역할을 하는 케이스 매니저로 일하면서 만난이들의 이야기를 쓴 책이다. 케이스 매니저(Case Manager)는 일반 간호사와는 달리 환자의 증상 치료뿐만 아니라 환자의 전체적인 상담가와 같은 역할을 하는 특별 간호사라고 한다. 우리나라에는 없는 제도다 보니 처음 프롤로그를 읽으면서 좀 생소했는데, 이 책을 읽어나가면서는 그다지 거리감은 없었다.

60년을 함께 살았던 노부부, 자신의 의지와 달리 할아버지의 의지로 고통스러운 연명치료를 해 온 할머니는 아픔속에서도 할아버지의 마음을 이해했다. 뒤늦게야 할아버지는 이 모든게 자신의 욕심이었음을 깨닫고, 사랑의 미련을 내려놓으며 "그래도 당신이 살았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p.8,9) 아무래도 이 일화때문에 제목을 이렇게 정하셨는듯 싶다. 삶과 죽음앞에서 이렇게 애잔한 마음이 또 어디 있겠는가. 남겨지는 사람들의 심정으로는 그래도 함께 살기를 바라는 마음이 크지 않았을까. 가끔 내가 이런 경우에 놓이게 된다면, 가족들의 불필요한 연명치료는 안해주기를 바란다. 어쩌면 그것은 내 이기심일수도 있겠지만, 나도 남겨지는 입장에서는 힘들겠지. 참 난감스럽다.

저자가 일하는 병원에서 한국인 환자를 만나면 그녀는 적극 나선다고 한다. 영어도 잘 하지 못하는데 생소하기만할 병원 용어가지 맞닥뜨리면 얼마나 낯설까라는 생각해서라고 한다. 어느날 자궁경부암과 폐암이 상당히 진행된 할머니 환자를 만났다. 한국전쟁이 끝나고 미군병사였던 남편을 만나 미국으로 왔는데 그 이후로 한국 가족들과 연락을 끊겼다고 한다. 자식도 없이 살았던 노부부, 치매로 요양원에 있는 할아버지를 걱정하는 할머니는 자신에게 무슨일이 있으면 저자에게 와줄수 있냐구 묻는다. "혼자인 건 참 무서워!"(p.69)라는 할머니는 결국은 저자의 연락처를 잃어 버려 혼자서 그렇게 세상을 등졌다. 조금만 더 일찍 연락을 해볼걸 하는 저자의 후회가 전해져 오는듯했다.

세상에는 저마다의 사연이 담긴 많은 이야기들이 있다. 하지만 여기 중환자실에서 만나는 이야기들은 마음이 아프면서도 또 나를 돌아보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어떤 삶을 살아야 하는지, 내게 주어진 것들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느낄수 있는 기회를 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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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맛 모모푸쿠 - 뉴욕을 사로잡은 스타 셰프 데이비드 장이 들려주는 성공하는 문화와 놀랍도록 솔직한 행운의 뒷이야기
데이비드 장 지음, 이용재 옮김 / 푸른숲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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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미국에서 꽤 유명한 스타쉐프라고 한다. 그러나 그보다 더 눈에 띄는 것은 한인 2세대 교포라는 사실이다. 이게 또, 외국에서 성공한 한국계라면 절반은 감동을 먹고 들어가게 되는게 아닌가도 싶다. 표현이 너무 저렴했나? 하지만 나는 저자를 잘 모른다. 한창 요리프로그램에 유행처럼 여기저기 등장하고 유명한 쉐프들이 티비를 장악해도 관심이 없는 내 입장에서는 국내도 아니고 외국 요리사를 어찌 알겠는가. 그래도 식구들도 저자의 이름을 듣고, 들어본적 있다라고 하는 것을 보니 정말 유명한 사람이긴 한가보다. 전혀 내겐 기본 정보도 없는 저자에게 드는 느낌은 괴짜 같다는 것이다. 교포 2세대이긴 하지만 온전히 한국인도 그렇다고 미국인도 아닌 입장이기 때문에 그 속에서 인정받기 위한 것이었는지 아니면 우리와는 또 다른 분위기의 사회였기때문인지는 모르겠다.

그는 일본식 라멘을 재해석한 "모모푸쿠 누들 바"를 여는 것을 시작으로 끊임없이 도전하며 레스토랑을 성공시킨다. 물론 모든 일에 오르막길만은 있지는 않다. 차례를 보더라도 1부는 오르막길로, 2부는 내리막길, 그리고 다시 오르막길로 표현하면서 그간의 이야기들을 끌어내고 있다. "언더그라운드 음식이 오버그라운드로 올라올 수 있다"는 신념을 가지고 있다. 어쩌면 도전하는 사람들에게는 충분한 성공이라는 목적지에 도달할 수 있는 것인가보다.

그는 2010년과 2012년에 "타임"지 선정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100'에 이름을 올리는 것은 물론 여러 상과 다양한 인물상으로 뽑히기도 했다. 2009년에는 모모푸쿠 코가 메쉐린 가이드의 별 2개를 수상했다고 하는데, 미국에 가게 되면 그 레스토랑을 가서 음식을 맛볼 수 있을까. 사실 지금 펜더믹 상황에서 모모푸쿠 레스토랑이 전부 문을 닫았다고 하는데, 기회가 된다면 그의 음식을 맛보고 싶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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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본 없는 월드 클래스 안전가옥 쇼-트 9
류연웅 지음 / 안전가옥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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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블랙코미디라는 이름이 붙은 이야기들은 거의 보지 않는다. 블랙코미디라 함은 어두운 느낌을 주는 잔혹하고 통렬한 풍자를 내용으로 하는 희극이라고 하던데, 읽고나도 무엇을 풍자하는 건지, 무슨 내용인지를 잘 모르는 것이 다반사라 좋아하는 작가가 쓴데도 안 읽는 쪽을 택하는 편이었다. 하지만 이 이야기는 어떤 것을 풍자했는지는 잘은 몰라도 재밌게 읽긴했다.

미디어콘텐츠 학과의 [미디어 제작 실습], 마치 대학때 강의를 듣는듯한 느낌의 강의 계획서까지 첨부되어 있다. 조를 짜서 인물 다큐멘터리를 만들어야 하는 수업이다. 채연은 조장을 맡아, 스스로 과제헌터라고 밝히며 인당 50만원을 입금하면 혼자서 다 하겠다. A를 받지 못하면 200배로 환불해 주겠다는 메세지를 보낸다. 그녀는 예전에 만든 60분짜리 다큐멘터리가 있었고, 이번이 막학기라 아마도 B학점이 나오면 그야말로 먹튀를 하려는 심산인가보다. 그런데, 난감해진다. 이번학기부터 수업 방식을 다르게 해서 조에서 원하는 인물 다큐멘터리가 아니라 다른 조가 선정한 인물을 제비뽑기로 선정하여 제작하는 것이었다. 제비뽑기는 불공정하다 항변해 보지만, 교수는 "모두에게 불공정하기에 모두에게 공정하다네."(p.12)라며 일갈한다.

어느날 갑자기 축구선수가 된 김덕배. 그야말로 한국인이 아니면 모르는 한일 축구전. 다른 나라들에게는 져도 일본만은 안된다는 그 경기에서 김덕배는 데뷔골이자 결승골을 넣고 월드 클래스급의 선수가 된다. 하지만 재능은 있었는지는 몰라도 근본이 없었던 김덕배는 1년도 안되서 은퇴를 하고 종적을 감추었는데, 바로 그 김덕배가 채연이 만들어야할 다큐멘터리의 주인공이다. 더군다나 채연은 김덕배라는 선수를 알지 못하자, 50만원의 돈을 입금하지 못하면 자그만치 200배인 1억을 물어내야 한다고 조원들은 압박을 가하기 시작했다. 이 난감한 상황을 채연은 어떻게 헤쳐나가게 될까.

이 소설의 다른 묘미는 작가가 달아놓은 주석이다. 간혹 복선들을 알아채지 못하고 지나가기 일쑤인데, 하나하나 작가는 "복선입니다. 기억하세요"라는가, "진짜입니다. 검색해보세요"라는 말들을 달아놓음으로써 흥미를 고조시킨다. 본문 중간중간 "10쪽을 다시 보고 올 독자분들을 위한 텀"이라고 적어놓아 실제로 작가가 이야기를 해주고, 기다려주는 느낌을 줘서 참으로 유쾌하게 읽을수 있는 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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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모자를 쓴 여자 새소설 9
권정현 지음 / 자음과모음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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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이 오지 않았다. 낮에 마신 커피때문인지..그러나 민은 창문 밖에서 집을 훔쳐보는 검은 맥고모자를 쓴 여인을 발견했다. 참으로 무례하다. 베란다 문을 닫아 버렸다. 그리고 집안을 둘러본다. 동수와 함께 자는 검은 고양이 까망이. 제법 커버린 강아지 무지, 그리고 코를 골지는 않지만 깊은 잠에 빠진 남편. 평화로워 보이는 것 같지만 그 내면은 그러하지 못하다.

사실, 민은 사고로 아이를 잃었다. 은수를 유모차에 태우고 인적드문 약수터에서 잠시 화장실을 다녀온 사이, 유모차에서 떨어져 은수는 숨을 거뒀다. 분명 누군가 아이를 해쳤다는 민의 이야기는 묵살당했다. 그리고 나서 우연찮게 추운 겨울에 교회앞에 놓여져 있던 동수를 만나게 된다. 그렇게 동수는 부부의 아들이 된다. 하지만 그 후부터 기괴한 일들이 벌어지게 된다. 강아지 무지를 공격하는 고양이 까망이. 그리고 낯선 동수, 누군가 지켜보는 시선.

자식은 죽으면 가슴에 묻는다는 말이 있다. 얼마나 애간장이 끓는 일인지는 모르겠지만(아직 경험이 없어서) 그래서 일까. 민의 심리상태가 살얼음판을 걷고 있는 느낌이 드는 건 말이다. 한밤중 자신의 집을 쳐다보는 여성을 찾기 위해 CCTV를 설치했다. 밖으로 향했던 CCTV는 점차 집안을 향하며 동수를, 그리고 남편을 훔쳐보게 된다. 단순하게 CCTV가 비치는 방향이 바뀐것이 아니라 민의 의심이 바깥에서 집으로 옮겨오는 것을 표현한게 아닌가. 그만큼 민의 심리는 불안해 보인다. 그녀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누군가 음모를 꾸미는것 같다가도 그녀의 내면 심리가 불안해 보이기도 하다가 종 잡을수 없게 된다. 과연 진실은 무엇일까.

이 소설은 처음과 끝이, 왼쪽과 오른쪽이, 위와 아래가, 과거와 현재가 구분되지 않고 동그라미 안에 뒤섞여 있다. 우리는 여전히 제 꼬리의 기원을 찾아, 제 꼬리를 물기 위해 살아가고 있지 않은가. 진실과 정의, 시대와 역사, 슬픔과 기쁨, 잠깐 스치는 인연들, 나아가 우리 삶이 이럴 것이다.(p.263, 작가의 말 中)

우로보로스, 자신의 꼬리를 입에 문 모습으로 우주를 휘감고 있다는 뱀을 말한다. 무한을 나타내는 일종의 상징적 존재. 이야기 속에 "우로보로스"가 등장한다. 무한을 나타내는 상징이라 하는데, 이 이야기가 아무래도 민의 혼란이 외적인 문제인지, 아니면 내적 문제에서 시작인지, 어느것이 진실인지 구분할 수 없음을 빗대어 말하는 것 같다. 어느새 돌고 돌아 제자리로 온 듯한 느낌이다. 어쩌면 모든 문제의 근원은 내 안에 있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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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엔 라임 청소년 문학 53
김아영 지음 / 라임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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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가 가미된 지구와 인류의 미래를 다룬 단편집이다. 「위기의 인간」, 「좀비 바이러스」, 「미엔」, 「유로파」, 「대화」의 다섯편의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

「위기의 인간」은 < 혹성탈출 >이 살며시 생각나는 이야기라고나 할까. 아니면 예전 "브이"라는 드라마가 연관있을까. 외계 생명체의 침공으로 인간은 멸종위기종이 되어 버렸다. 마치 "트루먼 쇼"마냥 그들은 유진을 관람한다. 어느날 유진의 방안에 들어온 남자에 의해서 왜 그들이 그녀를 이곳에 가두었는지 짐작케 된다. 유진은 자신이 갇혀 있던 방에서 탈출에 성공하는데 과연 살아 남을 수 있을까.

「미엔」은 소행성 충돌로 위기에 빠진 행성 미엔에 살던 이들이 그곳을 탈출하여 정처없이 떠돌다 지구에 정착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지구인의 몸을 복제해 기생하는 미엔인. 복제한 원인간은 은밀한 숲에서 기억을 잃고 살아간다. 비호의 엄마가 많이 아파서 원인간의 장기가 필요했다. 원인간이 자신의 모습은 한 미엔인을 보게되면 혼란에 빠질 것을 우려해서 엄마는 비호를 숲으로 보냈다. 하지만 그곳에서 비호는 자신과 똑같은 인간을 만나고 혼란에 빠지게 된다.

다섯편 중에 꽤 흥미롭게 읽었던 이야기이다. 다른 이야기들도 꽤 매력적이다. 이 책에 이야기들은 앞으로의 미래에 관한 이야기가 아닐까 싶다. 당장에 실현되지는 않겠지만 언젠가는 외계의 생명체와도 만날 수 있는 날이 오지 않을까. 꼭 외계 생명체가 아니더라도 여러가지 환경문제나 지금의 코로나 상황이 반복된다면 그때가 오면 「대화」의 이야기처럼 인류는 멸종되고 어느 누구도 살지 않는 세상이 될 수도 있다. SF소설에 이야기가 현실이 되지 말란 법은 없지만 만약에 이런 일이 현실이 된다면 이 책 속 이야기처럼 인간이 위협받는 상황이 아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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