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행복일지도
왕고래 지음 / 해피북스투유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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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 생활에서 충분한 만족과 기쁨을 느끼어 흐뭇함. 또는 그러한 상태

과연 나는 행복할까? 아니, 어쩌면 개인에게 행복한지 아닌지를 물어보기 전에 '행복'이라는 기준부터 명확해야 하지 않을까. 하지만, 행복이라는 것은 누구에게나 동일하지는 않다. 사전적 의미로도 "생활에서 충분한 만족과 기쁨을 느끼어 흐뭇한 상태"라고 하는데, 충분한 만족과 기쁨이라는 것은 일률적이지 않고 지극히 개인적이기 때문이다.

이 책에 언급 되어 있는 한 예를 보면, 어느 여행작가가 멕시코에서 겪은 일이라고 한다. 윗집 아저씨가 냉장고를 짊어진 채 길에 서있길래 이사를 가느냐고 물었다. 그런데, 되돌아오는 대답은 바캉스를 가려는데 돈이 없어서 냉장고를 팔겠다는 것이다. 아니, 이게 가능한 일인가. 여행에 돌아와서 어쩔려고 그러냐고 하니, "왜 그걸 미리 생각해? 나한테는 지금 여행가는게 중요한거야"라고 대답이 돌아왔다. 그런데 더 놀라운 건, 그 곳 사람들은 대부분 비슷한 사고와 정서를 갖고 있다고 한다. 얼마전 짧은 쇼츠에서도 해외 여행을 다녀오고 나서 여행경비가 그대로 빚으로 남은 경우를 보았다. 어쩌면 그들은 당장은 여행이 가는 것이 중요하겠지만, 내 기준에서는 여행을 다녀오고 난 후의 시간들도 중요하기 때문에 빚을 내거나, 냉장고를 팔면서까지 경비를 마련하고 싶지는 않다. 지금의 행복을 위해서 잠시후의 나를 불행하게 하고 싶지는 않기 때문이다.

또 하나 흥미로운 이야기는 "행복해지는 길은 아이러니하게도 '행복에 대해 집중하지 않는 데 있다'"(p.12)라고 한단다. 실제로 이루어진 실험에서도 행복을 중시하는 사람일수록 일상에서 겪는 문제로 인해 더 큰 외로움을 느끼고 있다는 결과를 얻게 된 것이다. '행복'이라는 것은 어떤 정해진 목표가 아니라 자연스럽게 우리에게 스며드는 감정일지도 모르겠다. 아마도 그런 이유를 나는 인간의 욕심에서 비롯된다고 본다. 초원에서 살고 있는 사자는 닥치는대로 사냥을 하는 것이 아니라, 먹을 만큼만 한다. 배가 부르면 유유히 동물 사이를 거닐거나 그늘막에 앉아 있는 모습을 보지 않던가. 아마도 인간이라면 마구잡이로 사냥을 해댔을 것이다. "말타면 종부리고 싶다"고 하지 않던가. 어쩌면 '행복'이라는 것은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조용히 찾아오고 있을수도 있다. 다만, 우리가 느끼지 못할 뿐이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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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친구는 나르시시스트 생각학교 클클문고
조영주 지음 / 생각학교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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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환은 스마트폰이 없었다. 엄마는 공부하는데 방해가 된다고 스마트폰을 사주지 않았다. 전교에서 해환만 없는 것 같다. 1학년 내내 해환은 왕따였다. 그런데 2학년이 되어서 조나애가 말을 걸어왔다. 나애와 친하게 지내면서 왕따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되었다. 나애가 스마트폰도 선물해주고, 함께 다이어트도 하고, 미용실에서도 세련되게 머리도 하고, 가끔 나애의 수많은 문자들에 시달리는 것도 있지만 왕따가 되지 않는다는게 친구가 생겼다는게 너무나도 좋았다. 2학년 때는 최정안이 왕따가 되었다. 정안이에게 말을 걸고 싶어도 그 때문에 다시 왕따가 될까봐 그럴수가 없었다. 그러던 어느날 도서관에서 홀로 있는 정안이를 발견했고, 쩔쩔매던 수학문제를 풀어주면서 정안이와 친해질 수 있었다. 정안이는 자신이 나애와 처음에는 친했지만, 무슨일 때문에 이렇게 왕따가 되었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해환이와 정안이는 서로에게 말을 걸 듯 교환일기를 쓰게 되었다.

나르시시즘, 자신의 외모, 능력과 같은 어떠한 이유를 들어 지나치게 자기 자신이 뛰어나다고 믿거나 아니면 사랑하는 자기 중심성 성격 또는 잘난체 하는 행동을 말한다. 자신을 너무 사랑한 경우라고 생각했는데, 또 이렇게 읽어보니 어쩐지 부정적인 면이 부각되는 것 가티도 한다. 그런 자기애성 성격 특성이 있는 사람을 ‘나르시시스트’라고 한다. 나르시시스트라는 말로는 조금 낯설었는데, 책을 읽다보니 공감할 수 있었다. 간혹 어릴때도 그런 사람이 있지만, 어른이 돼서도 그런 성향이 있는 사람을 볼 수 있다. 어떤 모임에서 이런 성향이 뚜렷한 사람이 있게 되면, 그야말로 그 모임은 난장판이 되고 만다. 결국에는 좋은 인간관계를 형성할 수 있었던 것이 다 깨지고 말게 되는 것 같다.

아이들에게서 나타나는 이런 행동은 어른들의 잘못이 큰 것이라고 생각했었는데, 꼭 그렇지는 않은 것 같아서 조금 혼란스럽긴 하다. 나는 뒤끝이 있는 편이라 이런 경우를 당한다면 다시는 쳐다보지 않을 텐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달려가는 해환을 보면 착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너무 착해서 손해나 보지 않을까 걱정이 앞서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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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사라질 날들을 위하여 - 수만 가지 죽음에서 배운 삶의 가치
오은경 지음 / 흐름출판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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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도(哀悼)는 의미 있는 애정 대상을 상실한 후에 따라오는 마음의 평정을 회복하는 정신과정이라고 한다. 주로 애도는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사별)과 관련된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실은 모든 의미 있는 상실에 대한 정상적인 반응을 일컫는다.(네이버 지식백과 사전中)

대개 애도 기간을 부모 사별은 1년, 배우자 사별은 3~5년 정도라고 한다. 하지만 자녀 사별은 애도 기간을 특정할 수 없다.(p.120)

왜 요즘에 이런(?) 류의 에세이를 반복해서 읽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2024년의 마지막은 참으로 서글픈 생각이 많이 들고 있는 때다. 엄마 없이 또 다른 새해를 맞이해야 한다는 생각때문일까. 사람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나는 1년을 훌쩍 넘기고도 아직도 마음의 평정을 회복하지 못한 것 같다. 아니, 평정을 찾았다고 생각했는데, 문득 문득 나는 엄마와의 시간으로 돌아가고 있다. 죽음을 아무리 자주 이야기해도 죽음은 가까워지지 않는다(p.7)라는 저자의 말처럼, 이런 종류의 에세이를 읽고 이별을 준비해 왔어도 좀처럼 벗어날 수 없는 일일 듯 싶다.

저자는 “연명의료결정법” 시행 초기부터 제도 정착을 위해 무던히도 힘썼다고 한다. 사전연명의료의향서란, 임종이 예측될 상황을 대비해 무의미한 생명 연장 시술이나 호스피스 이용 등에 대한 의사를 미리 밝히는 문서라고 한다. 만약에 내가 회생 가능성이 없을 때, 기계에 의존한 생명 연장을 원하지 않는다. 남겨진 가족들에게 간병과 경제적인 짐을 지우고 싶지는 않고 싶다. 물론, 마음에는 큰 아픔을 주겠지만 그래도 언젠가 하게될 이별이라면 좀 더 좋은 모습으로 기억되고 싶다.

누구에게나 찾아올 수 있는 ‘죽음’이라는 것에 직접적으로 마주한 것은 가족과의 이별이다. 나도 엄마와의 이별을 계기로 많은 생각의 변화를 가지게 되었고, 여전히 변모하고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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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찍지 마세요 마음을 꿈꾸다 8
탐신 윈터 지음, 이은숙 옮김 / 꿈꾸다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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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바는 태어나기 전부터 모든 생활이 많은 사람들에게 공개되어 왔었다. 부모님은 전문적으로 “에바에 관한 모든 것” 채널을 통해 에바의 모든 것을 낱낱이 공개해 오고 있다. 물론, 에바가 이제 더 이상 촬영하고 싶지 않는다고 하면 언제라도 그만두겠다고 했었다. 하지만, 엄마는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평범한 일상을 보내고 싶은 에바는 더 이상 부모님이 올리는 영상 때문에 놀림거리가 되고 싶지는 않다. 그러던 어느날 급기야 첫생리까지 공개되고 마는데, 에바는 부모님의 일을 멈추게 하기 위해 전학생인 캐리스와 손잡고 해킹을 감행하게 된다.

나도 예전에 잠깐 블로그에 딸아이의 사진을 올리곤 했다. 아기때는 참 예쁘기도 해서 자랑도 하고 싶었는지 모르지만, 아이가 원치 않아서 모두 비공개 처리를 하고 더 이상 올리지 않았다. 부모라고 해서 자식들의 영상이나 사진을 함부로 사용해서는 안된다는 인식이 생기기도 했고, 요즘에는 옳지 못한 일에도 생기기 때문에 더더욱 조심해야할 것 같다. 게다가 아이의 사생활도 보호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읽는 내내 왜 에바의 부모는 저 상황을 이해해 주지 않을까라며 불편한 기분이 들기도 했다. 사실, 자신의 의지대로 개인 SNS에 사생활을 올리고 그에 대해서 생기는 문제점들을 스스로가 감수해야 한다고 본다. 하지만 어린이나 청소년들은 동의 없이 영상이 사용되고 타의로 노출된다는 점은 큰 문제가 있다.

우리는 흔히 자식들은 부모의 소유물이라고 생각하고 함부로 하는 경우가 많은데, 서로 존중해주는 그런 관계를 형성되어야 한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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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 공부 - 똑바로 볼수록 더 환해지는 삶에 대하여
박광우 지음 / 흐름출판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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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별 인사를 할 수 있는 죽음. 모두의 죽음 준비는 이 상상에서 시작된다."

나는 사촌 형제들 중에서 거의 막내에 해당한다. 제일 큰 사촌오빠는 우리엄마와 동갑이었다. 그러다 보니 사촌올케와도 나이차이가 많이 났었다. 초등학교도 들어가기 전 어렸을 때는 명절이 되면 엄마는 큰집에 음식장만 때문에 가실때면 나를 이끌고 갔다가 나를 큰 집에 머물게 하곤 했었다. 그럼 올케 언니는 딸보다 어린 시누이를 씻기고 옷도 갈아 입혀 재웠었다. 15년 전쯤에 올케 언니는 갑작스런 교통사고로 우리 곁을 떠났다. 서럽게 울던 조카들을 보고선, 엄마에게 갑자기 떠나지 말라고, 우리 '안녕'이라고 말하고 헤어지자고 했었다. 정말로 엄마는 나한테 시간을 주고 떠나셨다. 이제사 생각해보면 엄마는 약속을 지켰다.

우리는 한때 웰빙(well-being)이라는 것에 주목했지만, 2008년 세계적인 금융 위기 이후 그 쓰임이 줄어들기 시작했다. 같은해, 연명의료 중단 여부를 둘러싼 '세브란스 병원 김 할머니' 사건으로 웰다잉(well-dying)을 이야기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일기 시작했다. 저자는 웰다잉과 웰빙이 다른 것이 아니라고 한다. 죽음을 잘 준비하는 웰다잉이야말로 한평생 잘 살아온 웰빙의 정점에서 만나는 같은 가치라고 말하고 있다. 신경외과, 방사선종양학과 더블보드 의사인 저자는 그동안 만나왔던 많은 이들의 마지막 여정을 이야기해주면서, 죽음에 대처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서 이야기 해준다.

죽음에 이르러 가족, 친지들에게 미안하고 고마웠다고 말을 남기고 눈을 감는다라는 것은 드라마나 영화가 만들어낸 죽음에 대한 흔한 착각이라고 한다. 대부분은 중환자실에서 의식이 없는채 인공호흡기에 생명을 의존하다가 보호자 앞에서 눈을 감는다고 한다. 때론 자신의 상태를 알고나서 혹여 치료를 포기할까봐, 충격 받을까봐 환자에게 사실을 알리는 것을 주저하는 보호자들도 있다고 한다. 만약 환자가 모든 치료를 거부한다고 하더라도 자기 몸에 대한 자기 결정권을 행사하고 있다라는 사실을 말한다고 한다. 누구나 의식없이 생명만을 유지하는 것은 원치 않을 것이다.

특히, 눈길이 가는 것은 "암 상담사" 이야기이다. 간혹 가다가 환자의 죽음 이후에 남은 가족들은 심리적 후유증과 경제적 부담만을 지게 되는 경우가 생기게 되는데, 의료비가 비싼 미국에서는 불필요한 의료비 지출을 억제하고 비용 대비 효과가 적은 치료를 지양하기 위해 암상담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고 한다. 현재 질병의 상태, 환자를 살피는 보호자수, 재정상태, 환자와의 관계등을 체크하면서 시작하게 된다고 한다. 무조건 사람부터 살려야지, 할 수 있는 건 다 해야지라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나도 내가 떠나고 난 후 경제적으로 가족들이 힘들어지는 것을 원치 않는다.

죽음이라는 헤어짐은 결국 한순간의 영원한 이별이 아니라, 마음 속에 남는 과정이다. 한 사람에 대해 좋은 기억을 가지고 헤어지는 것이 우리가 준비해야 할 마지막이 아니겠는가(p.187)

인생의 끝에는 항상 죽음이라는 것으로 마무리를 한다. 그 이별은 힘들지만 누군가의 마음속에 남을 수 있다는 것도, 그리고 잘 마무리할 수 있는 기회를 얻는 것도 매우 행복한 일인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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