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어둠이 돌아오라 부를 때
찰리 돈리 지음, 안은주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21년 11월
평점 :
2019년 10월 시카고, 1979년 8월의 시카고
40년을 간격을 두고 이 이야기는 진행이 된다. 현재의 로리 무어 그녀는 뛰어난 범죄 재구성의 전문가이면서, 도자기 인형의 복구 전문가이기도 하다. 범죄 재구성 전문가로서의 일을 멈춘 상태인데, 보스는 길어지는 휴지기에 그녀가 거절하기 힘든 상황을 괘씸하게도 만들어 일을 맡긴다. 하지만 어느날 갑자기 아버지의 부음을 듣게 되고, 그의 변호사 사무실의 일을 마무리 하게 된다. 뜻하지 않게 아버지가 40여년전 "도적"이라고 불리던 연쇄 살인범의 가석방을 돕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1979년 8월 그 여름에는 무슨 일이 있었을까. 자폐성향을 가진 앤절라. 그녀는 쉽사리 이웃들과 친해지는 것이 힘들다. 자폐증이란 말도 낯선 당시 그녀의 부모는 앤절라를 정신병원에 입원시켰고, 그녀의 말을 믿어주지 않고 자꾸 약물을 복용하게 되었다. 환각에 시달려도 아무도 그녀를 도와주지 않았고, 성인이 되었을때 병원에서 자발적으로 퇴원하고 부모님과의 연도 끊어 버렸다. 그리고 그 성향으로 인해 당시 실종되고 있는 여성에 대한 자료를 통계내고 한사람의 살인범에 의해 자행되어온 일임을 밝히게 된다.
두 시점의 이야기가 교대로 펼쳐지며 점차 그 간극을 좁히게 된다. 왜 로리의 아버지는 연쇄 살인범 편에 섰을까라는 의문으로 로리의 시선을 쫓아가다면서 정말로 놀라운 사실에 맞닿게 된다. 이 소설을 읽으면서 첫번째 놀라운 점은 시신이 없는 연쇄 살인범, 그저 정황 증거만 있을 뿐이었고 증거로 연결을 못지을 뿐이었는데, 결정적인 제보자를 죽였다고 의심되는 것만 가지고 60년형을 선고할 수 있다는 것이다. 요즘 우리는 너무나도 형량에 관대하지 않는냐는 의견이 넘쳐나는 가운데, 1979년 당시에 이런 형량은 대단한것 같다. 물론 40년만에 가석방이 되어 나올 수 있긴 하지만 말이다. 만약에 우리나라였다면 시신도 없는 사건에 이만한 형량을 주지는 못했을 것 같다. 조금더 심사숙고해야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했다. 두번째는 자폐성향을 가진 앤젤라의 능력이다. 강박증세를 가지고 있고, 그로 인해 자신을 학대하는 여성이 날카로운 관찰력으로 사건을 해결한다는 것이다. 로리는 변호사 이기도 하고, 자신의 능력을 일에 십분 발휘할 수 있었지만 40여년전 앤젤라는 인정받기 힘든 상황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사건을 해결했고, 또 위협받는 상황이 되어 버린 것이다. 저자는 당시 앤젤라의 불안했던 심리를 묘사하면서 독자들이 결코 긴장감을 늦추지 못하게 한다.
처음 이 소설을 읽을 때는 아무리 시신이 없는 연쇄 살인범이라 하더라도 변호사는 변호를 맡을까. 가석방을 적극 돕는 것일까라는 의심을 품었다. 간혼 현실 세계에서도 우리가 이해하지 못하는 범죄를 저지른 사람들을 변호하는 이들을 만난다. 혹은 우리는 분개하지만 합리적 의심이라는 이름으로 판사들은 명확한 것 같은데도 또 의심을 하고 의심을 한다. 물론 어떠한 경우라도 억울한 사람을 만들지 않기 위해 심사숙고 하는 것이긴 하겠지만 말이다. 저자는 내가 이런 엉뚱한 곳에서 고민을 하고 있을때 이야기를 참 묘하게 이끌어 나간다. 그리고 가려운데를 긁어주듯 결말에 도달하게 만든다. 한시도 책에서 손을 놓을 수 없게 만드는 작가는 그야말로 "독자를 홀리는데 귀재"라는 말이 딱 어울리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