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나로부터, 떠난 그곳에 잘 도착했을까
성윤석 지음, 최갑수 사진 / 쌤앤파커스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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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은 꽤 여러 이력을 가지고 있다. 기자, 공무원, 바이오벤처기업인, 묘지관리인, 부두 노동자. 국문과를 나와 시인이 되었고, 사업을 하다가 실패해 보기도 하였고.. 하지만 그의 인생 경험이 그대로 녹여내는 글을 쓸 수 있어서 다행인것 같다.

이 책은 시집은 아니고 산문집인데, 작가가 시인이다 보니 산문인데도 불구하고 운율이 느껴지는 것만 같다. 나는 대체로 시에 약한편이라, 글 속에서 느껴지는 운율때문에 살짝 위축되기는 했지만, "시인과 화학자"라는 부분에서 눈이 번쩍 띄었다. 아무래도 화학관련을 전공했다보니 낯선 사막에서 오아시스라도 만난 기분이랄까. 시인은 화학을 공부한 사람은 아니지만 준(準)화학자로 널리 알려져 있다고 한다. 아마도 화학관련 사업을 했었기 때문이었으리라. 화학을 공부하는 사람들에게는 매직과 같은 주기율표를 만든 멘델례에프. 그에 대해서 잘 몰랐는데 이 책을 통해 융합형 천재 과학자라는 것을 알았다. 러시아에서는 이혼후 7년이 지나야 결혼을 인정해주는데, 이혼후 재혼해서 중혼 상태에 있을때 비난을 받자 러시아 황제가 "그래. 멘델례예프는 두 명의 부인을 가졌지만, 나는 단 한 명의 멘델레예프를 가졌네"(p.174)라고 했단다. 황제도 아꼈을 만큼 그는 대단한 화학자였나보다. 아무래도 그가 궁금해진다.

아마 부두 노동자로 일했을 때였을까. 명태를 토막대는 일을 했을때, 환자들과 죄tn들은 4cm, 직원들은 5cm로 잘라 제공을 한단다. 1cm가 뭐라고 차별을 두었을까. 참 이나라는.(p.158) 이 부분은 참 씁쓸하다. 차별을 두는 것이 과연 명태 1cm만일까? 팬더믹으로 흉흉한 시대에 나랏일을 한다고 내놓는 정책들이... 참..

이 책은 흑백사진과 어우러져 고요한 느낌을 독자들에게 선사한다. "당신은 나로부터, 떠난 그곳에 잘 도착했을까"라는 제목처럼 멀리 떠나간 당신의 안부를 걱정하듯 고요하기만 하다. '당신'이 연인이든, 나로부터 멀어진 내 꿈이었든, 잘 도착했다가 다시 잘 돌아오기를 바라는 마음이 전해져오는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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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든·시민 불복종 (합본 완역본) 현대지성 클래식 41
헨리 데이비드 소로 지음, 이종인 옮김, 허버트 웬델 글리슨 사진 / 현대지성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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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많은 사람들이 사랑한 인생고전이라고 하는데, 나는 사실 이 책을 안지 얼마되지 않았다. 1년이 조금 넘었을뿐... 어쩜 나는 무늬만 독서애호가였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이 책을 꼭 읽어보겠다고 마음 먹고 있었는데, 이렇게 금새 내게 기회가 생길줄은 몰랐다.

소로는 월든 호수 옆 숲속으로 들어가 2년 2개월가량 혼자 살며 그동안의 삶을 써내려간 이야기이다. 그 시기가 170여년전 이다 보니, 그가 지출비용을 잠깐씩 기록한 내용이 낯설게 보이기까지 한다. 그의 삶이 이 책을 읽기 전에는 그저 인생의 안식년(휴식) 같은 느낌이 아니었을까라는 생각을 했지만 그건 나의 오판이었다. 그는 그저 도끼 한자루를 들고 들어가 집을 짓고, 그의 두 손을 빌어 그 곳에서의 삶을 지속해 나갔다.

우리의 위대한 정신에 의해 깨어나는 것이 아니라 기계적인 장치로 깨어난다면, 그 날은 하루라고 할 수 없고 또 그런 날에는 기대할 것도 별로 없다.(p.119)

이 문장을 읽을 때 나는 생각했다. 매일 아침을 알람 솔리라는 기계적인 장치로 깨어나는 나의 삶은 소로가 말한대로 진정한 나를 위한 삶이 아니라 별로 기대할 것도 없는 매번 똑같은 삶을 살아가고 있지 않은가. 그저 정해진 일상대로 내 몸을 움직이는 것이지 자연적인 신체적 리듬으로 진행되는 것이 아닐것 같다는 생각. 그리고 또 한편으로는 나는 캠핑보다는 잘 씻을 수 있는 개인적인 공간이 있는 곳으로 휴식을 취하러 가겠다는 생각이 강해, 어떤 고즈넉한 자연속에 휴식을 떠나도 전혀 기계를 손에서 놓치 못하지 않겠냐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럼 영원한 "인생의 독립 기념일"은 없으려나.

사실 이 책은 호숫가에서 집을 지어 살면서 적은 책이라 에세이 같다고 생각했는데, 내게는 결코 만만치 않은 책이었다. 어쩌면 한번 읽고 나서 내용을 다 이해해야지 한 것부터가 나의 자만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첫만남은 당혹스러웠지만 두번째 만남은 조금 더 소로에게 다가가기를 그리고 자연에 심취해 보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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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괴한 레스토랑 2 - 리디아의 일기장
김민정 지음 / 팩토리나인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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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이 3권까지 나온다고 들었던 것 같은데... 과연 시아가 해돈에게 자신의 심장을 지키고, 가족들에게 돌아갈 수 있을까? 3권까지 읽어보지 않아도 결말은 알 것 같다. 당연히 시아는 돌아가겠지! 그런데 어떻게!!! 음... 읽을수록 궁금하게 하려고 드문드문 출간되는가보다. 아니면 어딘가 연재되고 있는가? 궁금하다, 궁금해...

이 책이 좋은 점은 시아만의 이야기로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기괴한 레스토랑에 있는 요괴들의 과거 이야기까지 곁들어지니 나도 모르게 빠져들게 된다. 겉모습은 요괴이지만 과거의 사연들을 들으면 뭔가 애틋해지면서 위로해주고 싶은 생각이 드니, 이 소설의 매력이 아닌가 싶다. 야콥의 고용으로 해고되었던 리디아는 레스토랑을 나가지 않고 계속 머문다. 하지만 항상 울고 소란스러운 탓에 골칫덩어리지만 그녀를 내쫓지 못하는 이유가 여왕의 딸인 공주이기 때문이다. 시아는 초반에 리디아에게 거부감이 있었지만 그녀의 일기장을 보고나서 그녀를 이해하게 된다.

상황이 진심을 바꿔.(p.238)

진심이 상황을 바꾸는 거야.(p.239)

내가 너에게 그런 진심이 되어줄께(p.239)

왠지 이 말이 이 이야기 복선 같다.(아니면 말고^^;;) 그러면 안되지만 아무래도 여기서 굉장히 빌런 같은 여왕이나 해돈도 무언가 사정이 있는것 같다. 시아의 진심이 통하게 된다면 시아에게 닥친 이 일들도 잘 해결이 되서 가족들에게 돌아가지 않을까.

무언가 소중한 것이 생기면 그게 곧 네 약점이 된다고 (p.174)

하츠가 시아에게 한 경고의 말이지만 약점이 되더라도 소중한 것이 있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인생에 소중한 것이 없으면 삶을 살아가는 이유가 없지 않을까. 이 책을 읽기 전에 독서모임에서 알베르 카뮈의 < 이방인 >을 읽었었다. 엄마가 죽고, 살인에 대한 재판을 받음에도 불구하고 내내 담담했던 주인공은 아마도 소중한 것이 없었던 것 같다. 그래서 마치 자신의 삶에서도 철저하게 이방인이 되지 않았을까. 하지만 여기 나온 요괴들을 보면 숨기려 해도 소중한 것들을 가지고 있다. 그것이 내 약점이 되더라도 소중한 것을 갖게된다면 보다 더 세상을 살아가는 원동력이 될 것만 같다. 아직 언급되지 않는 요괴들의 사연도 궁금하다. 외면하려 해도 외면할 수 없는 그들의 소중한 이야기를 어서 만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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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처 : 글자 도둑 잡기 책 읽는 샤미 12
신은경 지음, 요모소 그림 / 이지북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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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본 영화중에 자신의 생각이 다른이들에게 들렸던 내용이 있었는데, 자신의 생각을 누구나 알 수 있다는 것은 참 곤란한 것이 많을 테다. 그런데 이번 이야기는 반대로 남의 생각을 글자로 보는 초능력을 가진 '와처'의 이야기이다. 초등학생 영은 타인의 생각을 글자로 보는 와처이다. 어렸을 적에는 아무 생각없이 남의 생각을 읽었다가 친구들로부터 이상한 아이라고 낙인이 찍혀 영은 친구가 없다. 하지만 친구가 되어준 민재에게 자전거를 선물해주고 싶었다. 그래서 퀴즈대회에 나간 것이다. 하지만 엄마는 다른 이들의 생각을 읽는 것은 안된다고 한다.

그런데, 퀴즈대회에 함께 참여하고 영의 편을 들어주었던 대학생이 학교 교생선생님으로 온다. 그런데 장 샘은 글자가 되어 나온 아이들의 생각을 지우는 것을 봤다. 영 자신만이 아니라 장 샘도 또 다른 초능력을 가진 것 같다. 인기가 높은 장 샘. 하지만 어딘가 모르게 장 샘은 수상쩍다. 드디어 영은 장 샘의 계획을 알게 된다. 장 샘의 계획은 무엇일까. 과연 영은 장 샘의 계획을 저지할 수 있을까.

남에게 자신의 생각을 고스란히 읽힌다는 것은 어떤 기분일까. 아마도 유쾌하지 않을 듯 싶다. 각자에겐 숨기고픈 비밀이 있을 텐데 말이다. 나는 어렸을 적에 어떤 초능력을 갖기를 원했을까. 영이처럼 동심을 갖고 있는 나이였다면 남의 생각을 읽는 "와쳐"도 괜찮을것 같지만 지금의 나는 음... 나의 동심은 어디로 갔을까. 어쩌면 장 샘도 동심을 잃어버려 자신의 능력을 헛되게 사용하는 건 아닌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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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상 살인 2 - 내 안의 살인 파트너
카르스텐 두세 지음, 전은경 옮김 / 세계사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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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권과 연결이 살짝 되지만, 그렇다고 1권을 읽지 않아도 별 문제가 되지는 않지만, 또 그렇다고 1권을 읽고, 이 이야기를 읽는다면 더 이해가 빠를듯하다. 같은 주인공이면 첫편부터 읽는게 버릇이 되어 있어서, 1편부터 읽고 이제 2편을 읽었다. 3권도 얼마전 독일에서 출간되었다고 하는데, 곧 국내에서도 만나볼 수 있겠지.

표면상 마피아 두 조직의 드라간과 보리스의 싸움이었지만, 실제로는 드라간 조직의 조직원 중 한 명이 벌인 일이었다. 그래서 드라간은 비요른의 트렁크에서 죽음을 맞이했고, 보리스도 드라간을 만나기 위해 트렁크에 타게 된다. 그리고 비요른과 샤사의 계략에 따라 유치원 건물의 지하에 감금 당하게 된다. 그리고 대외적으로 잠적한 것으로 일은 마무리 된다. 혹시나 계속 얽히게 되는 일에 언젠가 드라간과 보리스의 이야기가 표면상으로 드러날까 두려워하던 비요른. 그는 또다른 내면의 아이를 만나게 된다. 그로 인해 '명상'수업을 다시 시작하게 된다. 어느날, 샤사로부터 보리스가 없어졌다는 이야기를 듣게 된다. 앞으로 보리스의 조직에게 보복을 당할 것을 염려하던 차에 보리스는 유치원 인형의 집에서 발견하게 되고, 금요일까지 그의 목을 잘라 오라는 익명의 편지를 받게 된다. 위기를 느낀 샤사와 비요른은 사건의 실체를 찾아 나서는데..

누구나 자신의 마음속에 멍을 가지고 있는것 같다. 그 내면의 아이를 극복하느냐 마느냐는 또 다른 자신과의 싸움이 아닌가 싶다. 어릴적 받았던 상처는 후에 어떠한 모습으로 나타나게 될런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렇다고 당시 환경만을 탓할수는 없을 것도 같다. 내면의 아이와 결별하게 되느냐 아니면 끌려다니게 되느냐는 다 자신의 의지와 관계있는 것이 아닌가 한다. 3권 이야기도 궁금해질 만큼 가독성이 꽤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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