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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한 숨결 ㅣ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96
유즈키 유코 지음, 민경욱 옮김 / 비채 / 2021년 9월
평점 :
"너한테 꼭 갚아주고 싶었어"
이 말때문에 어떤 복수에 관련된 이야기인줄만 알았다. 그래서 어떠너 복수에 관련된 이야기라고 생각했는데. 그런데 다 읽고 나서 왜 이 말이 나온건가 생각해봤는데, 알 수가 없었다. 그런데 리뷰를 쓰다가 뜻을 알게되었다. 아무리 추리장르소설에 눈이 멀었다고 '갚아주고 싶은것'은 복수밖에 없는 것이었는지...
해리성 이인증을 앓고 있는 후미에. 집안일과 육아에 지쳐가고 있었다. 그때, 만나게 된 동창 사업가 가나코. 그녀는 과거에 왕따를 당하던 자신에게 따듯한 위로의 말을 해주었던 후미에를 잊지 못했다고 했단다. 우연하게 만난 가나코에게 자신의 사업을 도와주길 바란다. 그리고 또 다른 이야기, 한 남자가 사망했다. 사망한후 발견되서 이미 부패가 진행중이었다. 아마도 이 사건이 후미에의 이야기와 어디선가 연결이 되겠지 하면서 이야기에 집중하게 된다. 도대체 어떤 일이 벌어졌던 것일까.
이 제목의 원제는 < 네펜테스의 달콤한 숨결 >이라고 한다. 네펜테스라는 벌레잡이통풀과의 식물이다. 벌레들을 유인해서 잡아먹는 식충식물. 원제를 보면 생소한 "네펜테스"라는 말때문에 짐작도 못할것 같은데(나만 그런가), 모양이 익숙한 이 식물의 정체를 알고 나면 이 이야기에 가장 어울리는 제목임에는 틀림없다. 인간들은 왜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 타인을 이용하는 것일까. 남을 궁지로 몰아넣고 세상을 포기하게 만들고는 또 다른 먹잇감을 찾는 이는 과연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 것일까.
이 소설은 정신없이 읽어나가는 재미를 주다가, 결말에 이르러서는 질문을 던져준다. 사회의 이면에 감춰진 네펜테스와 같은 일들. 어째 예전보다 요즘에는 이런 경우가 더 많이 생기는 것만 같다. 범인을 찾아가는 형사들의 집요함이 빛났다. 언젠가 실제로 CCTV를 분석하며 사건을 해결하는 형사들의 이야기의 방송을 본적이 있어서 더 현실감이 살아난다.
작가는 그동안 남성 위주 조지을 배경으로 작품을 집필해 오다가 여성이 주인공인, 여성 서사를 쓰고 싶어 이 이야기를 썼다고 하는데, 아쉽게 난 이 작품으로 작가를 처음 만났다. 작가의 다른 작품도 궁금해질 만큼 이 이야기를 꽤 치밀하며 시간가는 줄도 모르고 빠져들게 하는 매력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