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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라클 크리크
앤지 김 지음, 이동교 옮김 / 문학동네 / 2021년 12월
평점 :
작가는 11살때 미국으로 이민을 갔다. 여기 등장하는 "메리 유"는 아마도 어렸을 적 자신을 투영했던 것이 아니었을까. 많은 이민자의 삶이 그러했는지도 모르겠다. 부모님은 밤늦도록 일을 했고, 제법 똑똑했던 작가는 영어를 말하지도, 알아듣지도 모른채 이방인으로 살았다고 한다. 낯선나라에 적응하여 변호사로 일했었고, 그 일을 그만두고 이 소설 < 미라클 크리크 >를 발표하며 소설가로 데뷔했고, 이 작품으로 에드거상(2020년)을 수상했다.
"남편이 내게 거짓말을 시켰다"라는 강렬한 문장으로 이 소설은 시작한다. 고압산소로 치료하는 미라클 서브마린. 항상 곁을 지켜야 하는 남편 박 유는 잠시 영에게 서브마린 곁에 있으라 하고 자리를 비운다. 그것은 그냥 사소한 일일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사고가 생겼다. 폭발사고였다. 아.. 이민자 가족의 험난한 법정 투쟁이 시작되겠다고 생각했다. 분명 "남편이 내게 거짓말을 시켰다"라는 문장으로 시작했기에 그렇게 생각할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법정에 피고인으로 선 사람은 엘리자베스. 그녀는 폭발사고로 목숨을 잃은 자폐아 헨리의 엄마였다. 아이를 죽이기 위해 일부러 서브마린에 방화를 했다는 혐의이다. 당시 자폐아 헨리와 TJ의 엄마인 킷이 사망했다. 불임치료를 받던 의사 맷은 손가락을 잃었고, 화재속에서 사람들을 구하려고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던 박 유는 휠체어 신세가 되었다. 하지만 엘리자베스의 변호사는 직접증거와 정황증거를 통해 서브마린 운영자 박 유가 보험금을 노린 고의 방화가 아닌지 의문을 제기한다.
이 소설을 읽으면서 영화 "누구나 비밀은 있다"가 생각이 났다. 내용은 가물가물했지만 제목은 그야말로 이 소설을 대변하지 않는가 싶었다. 각자의 시선에서 진행되는 이야기는 매번 의심의 눈초리를 여기저기로 향하게 만든다. 방화, 살인이라는 비극적인 사건을 다루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건보다는 그 속에 있었던 사람들을 생각하게 된다. 특수아동을 기우는 부모의 고뇌라거나 이방인으로 살아가던 이민자의 삶등을 깊이 생각하며 진한 감동을 선물 받게 된다.
작가는 데뷔작인 이 소설이 여러 상을 받으면서 20개의 언어로 번역되는 행운을 누리는 가운데 한국어로 번역될 거라는 소식에 눈물을 참지 못했다고 한다. 어떤 이유에서 타국에서의 삶을 살게 되었지만 고국의 언어로, 고국의 독자들을 만난다는 사실은 꽤 감격적이었을 것 같다. 그래서 더 이 소설이 정겹게 느껴지는 것만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