쾌 : 젓가락 괴담 경연
미쓰다 신조 외 지음, 이현아 외 옮김 / 비채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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젓가락을 소재로 한 소설집, 근데, 사실 괴담이라고 하면 우리 나라의 전건우 작가나, 박해로 작가가 함께 했어도 좋았을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이 책은 다섯명의 작가가 참여했는데, 미쓰다 신조와 찬호께이만 빼고 다른 작가들은 잘 모르겠다. 그래도 재밌었으면 그만이다 생각된다.

다섯명의 작가가 참여한 소설집이라 같은 주제로 이야기를 쓴 앤솔로지 작품이라 생각했는데, 4번째 작품을 읽으면서 아.. 뭔가 더 독특하다는 생각을 했다. 처음에는 다섯편의 단편이 있어서 한편씩 읽고 시간적 간격을 좀 더 두었던 탓에 금방 알아채지 못했는데 「젓가락님」, 「산호 뼈」, 「저주의 그물에 걸린 물고기」를 읽고 「악어 꿈」을 읽으면서 뭔가 관련이 깊다는 생각을 들기 시작했다. 산호 젓가락이 나오면서 확신이 들었다. 다섯 이야기가 다른 작가들이 쓴 하나의 커다락 이야기로 완성된다. 그런데, 사실 첫번째 이야기는 왜 필요했던 것일까라고 생각을 했었는데, 마지막편에 이르러서 젓가락님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놓은 것이라는 것을 알게되었다.

사실 작가들이 자신의 작품에 또다른 자신의 작품을 언급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한작가의 작품을 계속 읽게 되면 그런 점을 알아채는데 꽤 재미를 느끼곤 했다. 그런데 이 소설은 릴레이 소설로 앞 선 이야기의 그냥 스쳐갔던 이야기가 뒷 작품에서 다뤄지게 되는 독특한 구조이다. 단편이라고 뒤죽박죽 읽었으면서 재미가 반감되는 우를 범할뻔 했다. 처음에 읽기 시작할 때 그냥 괴담집으로만 생각했었는데, 이런 묘미가 있는 책인지 정말 몰랐다. 근데, 마지막 이야기에서 살짝 판타지로 흘러가는 것 같은 점이 조금 개인적으로 아쉬움으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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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초대
윤미솔 지음, 장성은 그림 / 떠도는섬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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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에 출간된 책의 리커버 개정판이다.

아버지는 외삼촌의 일을 돕다가 일일 잘못되자 모든 책임을 혼자 뒤집어 쓰고 외국으로 가셨다. 얼른 일을 잘 마무리 하고 아버지가 돌아오실 수 있게 하자 했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고, 결국 외국에서 혼자 사시다가 결국에 뇌사상태에 빠지게 되었다. 아마도 죄책감이었을까. 이야기 첫머리에 "아버지는 제가 죽였다고 생각했어요. 엄마를 원망할 것도 없이 제 어리석음이 아버지를 죽인거라고..."(p.9) 그녀는 스스로 자책한다. 그리고 고통을 잊기 위해 명상을 하다가 우연히 유체이탈을 경험하게 되고 그에 대한 이야기 대해 풀어놓는 이야기이다.

이 책을 읽을 때는 마치 저자와 함께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느낌이 난다. 구어체를 사용하고 있어서 인가보다. 뭔가 통통 튀는 느낌이 들면서도 친근하기 까지 하다. 사실 '신'이라고 하면 종교와 연결지을 수 밖에 없는듯하다. 하지만 종교는 신에게 다가가는 하나의 도구로 이용될 수는 있지만 절대 그 자체가 믿음의 대상이 되어서는 안된다고 저자는 말한다. 이 생각에는 나도 동의한다. 입으로는 자신들의 믿는 신을 이야기하면서 행동으로는 참 부끄러운 면모를 보여주는 이들도 가끔은 만난다. 나는 무교라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신'이나 '명상'이나 라는 이야기가 나오니 꽤 종교와 관련 깊다는 착각에 빠진다. 분명 종교에서는 떠나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괜한 의구심일수도 있다.

사실 요즘같은 팬더믹 시대에 사람들은 많이들 지쳐있다. 조금만 참으면 끝날줄 알았던 코로나는 2년이 넘도록 그 끝이 보이지 않는다. 정신적으로 많이 지쳐있을때 조용히 아무 생각없이 명상을 하면서 심신을 위로하는 것은 어떨까. 그렇게 저자의 첫번째 초대에 응하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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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둑질을 배워온 아들
김영주 외 지음, 허혜지 그림 / 무지개토끼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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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물의 창작동화만 만나다 간만에 고전 창작동화를 만나게 되었다. 이 책에는 「도둑질을 배워온 아들」, 「곱빼기가 된 반쪽이」, 「구두쇠 영감과 저승을 다녀온 총각」, 「은하수를 찌른 염소의 뿔」, 「잘생긴 아들과 따라쟁이」, 「귀동이 바위」 , 6편으로 구성되어 있다.

가장 궁금했던 이야기가 바로 「도둑질을 배워온 아들」이다. 어린이들이 보는 동화인데 어디서 못된 짓을 배워왔다니 말이다. 경상도 춘양이란 마을에 한참 더 들어간 마을 금실 좋은 부부가 살았는데 그들에게 삼형제가 있었다. 글을 좋아하는 맏이, 남을 도와주는 것 좋아하는 둘째, 힘이 세고 성질이 우락부락한 막내. 하지만 집이 가난하여 배를 곯는 일이 종종 있었다. 그래서 아버지는 삼형제에게 형편이 넉넉하지 못하니 삼년동안 세상에 나가 일을 배워 오라 했다. 삼형제는 제 기질대로 각각 첫째는 글을, 둘째는 약초지식과 파는 상술을, 막내는 도둑질을 배우게 되었다. 삼년이 지나 집에 돌아오니 마을은 산적들에게 곡식을 다 빼앗겨 그 사정이 이루말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마을 큰 어른이 삼형제에게 각각 제안하여 마을은 위기에서 벗어나게 된다. 물론 도둑질은 나쁜 것이지만 이 이야기에서는 필요한 재주중에 하나였고, 그 이후로는 건전하게 산 듯하나, 나쁜 짓은 애초에 배우지 않는 것이 낫겠지. 가끔은 좋은 재주도 나쁜 곳에 사용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올바른 판단을 하기 위해 어른들의 조언이 필요할 듯 하다.

현대물의 창작동화도 좋지만 전래동화만큼 고전 창작동화도 꽤 흥미로운것 같다. 2022년 신기하고 놀라운 이야기 한가득인 이 책을 적극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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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나로부터, 떠난 그곳에 잘 도착했을까
성윤석 지음, 최갑수 사진 / 쌤앤파커스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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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은 꽤 여러 이력을 가지고 있다. 기자, 공무원, 바이오벤처기업인, 묘지관리인, 부두 노동자. 국문과를 나와 시인이 되었고, 사업을 하다가 실패해 보기도 하였고.. 하지만 그의 인생 경험이 그대로 녹여내는 글을 쓸 수 있어서 다행인것 같다.

이 책은 시집은 아니고 산문집인데, 작가가 시인이다 보니 산문인데도 불구하고 운율이 느껴지는 것만 같다. 나는 대체로 시에 약한편이라, 글 속에서 느껴지는 운율때문에 살짝 위축되기는 했지만, "시인과 화학자"라는 부분에서 눈이 번쩍 띄었다. 아무래도 화학관련을 전공했다보니 낯선 사막에서 오아시스라도 만난 기분이랄까. 시인은 화학을 공부한 사람은 아니지만 준(準)화학자로 널리 알려져 있다고 한다. 아마도 화학관련 사업을 했었기 때문이었으리라. 화학을 공부하는 사람들에게는 매직과 같은 주기율표를 만든 멘델례에프. 그에 대해서 잘 몰랐는데 이 책을 통해 융합형 천재 과학자라는 것을 알았다. 러시아에서는 이혼후 7년이 지나야 결혼을 인정해주는데, 이혼후 재혼해서 중혼 상태에 있을때 비난을 받자 러시아 황제가 "그래. 멘델례예프는 두 명의 부인을 가졌지만, 나는 단 한 명의 멘델레예프를 가졌네"(p.174)라고 했단다. 황제도 아꼈을 만큼 그는 대단한 화학자였나보다. 아무래도 그가 궁금해진다.

아마 부두 노동자로 일했을 때였을까. 명태를 토막대는 일을 했을때, 환자들과 죄tn들은 4cm, 직원들은 5cm로 잘라 제공을 한단다. 1cm가 뭐라고 차별을 두었을까. 참 이나라는.(p.158) 이 부분은 참 씁쓸하다. 차별을 두는 것이 과연 명태 1cm만일까? 팬더믹으로 흉흉한 시대에 나랏일을 한다고 내놓는 정책들이... 참..

이 책은 흑백사진과 어우러져 고요한 느낌을 독자들에게 선사한다. "당신은 나로부터, 떠난 그곳에 잘 도착했을까"라는 제목처럼 멀리 떠나간 당신의 안부를 걱정하듯 고요하기만 하다. '당신'이 연인이든, 나로부터 멀어진 내 꿈이었든, 잘 도착했다가 다시 잘 돌아오기를 바라는 마음이 전해져오는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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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든·시민 불복종 (합본 완역본) 현대지성 클래식 41
헨리 데이비드 소로 지음, 이종인 옮김, 허버트 웬델 글리슨 사진 / 현대지성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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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많은 사람들이 사랑한 인생고전이라고 하는데, 나는 사실 이 책을 안지 얼마되지 않았다. 1년이 조금 넘었을뿐... 어쩜 나는 무늬만 독서애호가였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이 책을 꼭 읽어보겠다고 마음 먹고 있었는데, 이렇게 금새 내게 기회가 생길줄은 몰랐다.

소로는 월든 호수 옆 숲속으로 들어가 2년 2개월가량 혼자 살며 그동안의 삶을 써내려간 이야기이다. 그 시기가 170여년전 이다 보니, 그가 지출비용을 잠깐씩 기록한 내용이 낯설게 보이기까지 한다. 그의 삶이 이 책을 읽기 전에는 그저 인생의 안식년(휴식) 같은 느낌이 아니었을까라는 생각을 했지만 그건 나의 오판이었다. 그는 그저 도끼 한자루를 들고 들어가 집을 짓고, 그의 두 손을 빌어 그 곳에서의 삶을 지속해 나갔다.

우리의 위대한 정신에 의해 깨어나는 것이 아니라 기계적인 장치로 깨어난다면, 그 날은 하루라고 할 수 없고 또 그런 날에는 기대할 것도 별로 없다.(p.119)

이 문장을 읽을 때 나는 생각했다. 매일 아침을 알람 솔리라는 기계적인 장치로 깨어나는 나의 삶은 소로가 말한대로 진정한 나를 위한 삶이 아니라 별로 기대할 것도 없는 매번 똑같은 삶을 살아가고 있지 않은가. 그저 정해진 일상대로 내 몸을 움직이는 것이지 자연적인 신체적 리듬으로 진행되는 것이 아닐것 같다는 생각. 그리고 또 한편으로는 나는 캠핑보다는 잘 씻을 수 있는 개인적인 공간이 있는 곳으로 휴식을 취하러 가겠다는 생각이 강해, 어떤 고즈넉한 자연속에 휴식을 떠나도 전혀 기계를 손에서 놓치 못하지 않겠냐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럼 영원한 "인생의 독립 기념일"은 없으려나.

사실 이 책은 호숫가에서 집을 지어 살면서 적은 책이라 에세이 같다고 생각했는데, 내게는 결코 만만치 않은 책이었다. 어쩌면 한번 읽고 나서 내용을 다 이해해야지 한 것부터가 나의 자만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첫만남은 당혹스러웠지만 두번째 만남은 조금 더 소로에게 다가가기를 그리고 자연에 심취해 보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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