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진 유리창 케이 미스터리 k_mystery
강지영 외 지음 / 몽실북스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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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를 소재로 한 여섯 작가의 앤솔로지 < 깨진 유리창 >

「어느날 개들이(강지영)」, 「넌 몰라(정해연)」, 「참수(조동신)」, 「선생님은 술래(최동완)」, 「ㄷㅇ의 비밀(정명섭)」, 「학교가 공정하다는 착각(윤자영)」 총 6편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특히나 정명섭 작가의 「ㄷㅇ의 비밀」은 어찌나 공감했는지.. 하지만 그렇다고 정말로 이런 일이 벌어지기까지 하나 의아해 지기도 했다. 지은이가 사라지기 전에 마지막으로 수진이에게 보낸 문자다. "ㄷㅇ"의 뜻을 알면 수진을 찾을 수 있을까. 흔히 있는 학생들의 가출이라고 어른들은 말하지만 친구들은 절대 그렇지 않다고 한다. 곧 지은이 좋아하는 그룹의 콘서트가 있는데 절대 수진은 가출하지 않고, 분명 문제가 생긴거란다. 지은은 그 아이돌의 스페셜 앨범을 엄청나게 구입해 놓은 상태라고 한다. 물론 나도 어린시절, 특히 고3때 연예인에 미쳐서(?) 부모님의 속을 터지게 했던 적이 있었다. 그렇다고 공개방송이나 콘서트를 쫓아 다니지는 않고, 방에 브로마이드를 걸고, 본방을 보고 하는 수준.. 그래도 대입을 준비해야 하는 고3이었으니 부모님이 속터질만도 하다. 또한 딸아이도 좋아하는 아이돌의 음반을 버전별로 산다. 내 보기에는 내용도 같고, 사진도 순서만 살짝 다를뿐인데 커버가 다르다고 사는 것을 보고 나랑 다르네.. 했지만, 정말로 이 이야기에 나오는 대로 대량으로 구매하기도 한단 말인가.. 하지만 작가는 아이들의 행동에 눈살을 찌푸리고 혀를 차는 대신 왜 그런 행동을 하는지를 이해하는 것이 어른의 진정한 자세라고 생각한다(P.250)라고 말한다. 아무래도 나는 학생들을 상대하는 직업을 갖고 있어서인지 학교로 학원으로 정신없는 아이들이 애잔하게 보인다. 아이들도 가끔은 숨통을 틔워주는 것도 좋지 않을까 한다.

다른 소설들도 놀라운 점들도 있었지만 특히나 윤자영 작가의 「학교가 공정하다는 착각」은 반전이 놀라웠다. 할머니와 단 둘이 사는 민우는 학교 시험에서 주호와 답안지를 바꾼다. 그 댓가로 주호의 엄마로부터 큰 돈을 받고 있다. 수학, 과학에 특출난 민우는 이 일로 내신이 엉망이다. 하지만 3학년때 열심히 해서 대입에 도전하고자 하지만 주호의 엄마는 3학년때도 부탁을 한다. 같은 반이 되려면 이과반이 4반이니까 25%의 확률. 하지만 둘은 같은 반이 되고 또다시 이 엄청난 일을 시작한다. 사실 나도 학교가 공정하다고 생각치 않는다. 공정해야만 마땅한거지만 사회의 그 어떤 곳에서도 공정은 찾아볼 수가 없는것 같다. 그저 가만히 있으라고 하면 가만히 있는 사람들만 되려 피해를 보는 것만 같다. 물론 실제 학교에 교사로 일하시고 계시는 작가님이 이번 소설에 시험과 커닝에 대해 글을 썼지만, 이런 일은 아주 드물게 일어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습니다(p.309)라고 말하고 있지만 학교에서 드물게 일어나는 이러한 일도 한번 발생하게 되면 많은 학생이 피해를 보는 것이라 생각한다. 아마도 학교가 공정하다라는 인식이 생기려면 어른들이 더 노력해야 하지 않을까. 내 아이만 중요한 것이 아니라 모든 아이들이 소중한 만큼 선생님과 학부모들의 올바른 행동이야말로 아이들을 올바르게 이끌수 있을꺼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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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언덕 - 욕망이라는 이름의 경계선
장혜영 지음 / 예서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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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망이라는 이름의 경계선, 유리 언덕. 넘을수는 있지만 넘는 순간 유리여서 깨어져 상한다고 하는데. 욕망이라는 것을 모를때는 그저 유리일 뿐 언덕이 보이지 않는데, 욕망이 생기게 되면 유리언덕이 보이게 되며 그 유리언덕을 넘을것인가 말 것인가를 보고 고민을 하게 될 것이다. 사실 욕망은 인간의 본능이다. 하지만 누구나 자신의 욕망만을 쫓는다면 세상이 엉망이 되지 않을까. 그래서 사람들은 늘 욕망과 도덕적인 면에서 수많은 고민들을 하는 것 같다.

여기 첫눈에 반한 연인이 있다. 대학 문학강사 한태주와 대학원생 서다요. 하지만 다요는 아버지의 사업이 곤경에 빠지자 협력업체로 선정되어 회생하려 업체선정에 절대적인 영향력을 미치는 백이사의 자폐증을 가진 아들과 강제로 약혼을 한 상태이다. 다요의 사촌동생이면서 태주의 제자인 혜진은 다요가 태주를 좋아하는 것을 눈치채고 적극적으로 다요가 정략결혼에서 빠져나오려 애쓰는 것을 돕는다. 태주도 다요를 사랑하는 만큼 다요가 처한 현실에서 빠져나와 사랑이 이루어지기를 바라고 있지만 도덕군자같은 그는 갈등한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외할머니는 태주의 짝이라며 정애를 데리고 올라와 태주에게 결혼할 것을 종용한다.

처음에 이 소설에 얽힌 이들의 이야기를 읽어나가면서 주말드라마에 나올 법한 소재가 아닌가라는 생각을 했다. 자극적인 이야기로 시청자의 눈길을 머물게 하는 그런 이야기가 아닐까. 하지만 읽어나가면서 자신의 과도한 욕망에 앞서 다른 사람들의 불행이나 피해를 생각지 않는 사람들이 눈에 들어왔다. 그러면서 현실이 눈에 보이기도 했다. 요즘도 그러지 않던가. 나의 욕망을 위해 도덕적인 면은 전혀 고려하지 않는 일들이 너무나도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시간과 장소를 가리지 않고 큰일이든 작은 일이든 자신의 욕망만을 위해서 질주하는 이들 때문에 눈살을 지푸린 경우가 한두번이 아니다. 더 문제는 태주처럼 유리언덕을 넘어서는 것에 대한 고뇌조차 하지 않고 당연한듯 자신을 비난하는 사람들에게 오히려 화살을 돌리며 안하무인으로 구는 사람들도 있으며, 한 때, 유리언덕을 넘어섰다가 반성하며 죗값을 받는 사람들도 존재한다. 후자의 경우라면 그래도 다행이지만 전자의 경우의 사람들만 존재한다면 참 이세상은 너무나도 혼란스럽겠지. 살아가면서 항상 우리는 선택의 갈림길에 서게 된다. 그 때마다 조금만 더 고뇌하며 올바른 길을 선택했으면 좋겠다. 함부로 유리언덕을 넘어서지 않도록. 험악한 세상이 되지 않도록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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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로 나온 미술관 - 길 위에서 만나는 예술
손영옥 지음 / 자음과모음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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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기전에는 나는 미술과는 관련이 없다고 생각했다. 뭐, 내가 미술을 하는건 아니지만, 그림을 보기 위해 인사동 화랑을 찾는다든지(학창시절 숙제로는 해봤다), 전시회장을 찾는다든지 하는 일은 절대로 없을거라 생각을 했다. 하지만 이 책을 읽다보니 어느덧 나는 미술 작품들과 함께였더라. '길 위에서 만나는 예술'이라는 말처럼 어느새 살며시 예술품들은 거리로 나와 우리삶 속에 젖어들고 있었다. 그리고 보면 미술품이라는 것이 그리 어려운 것만은 아닌데 왜 그리 '미술'이라는 말 앞에서는 나도 모르게 경직이 되는 것일까.

이 책은 익숙한 곳에서 발견하는 낯선 아름다움(공공미술 이야기), 도심 안의 또 다른 예술(건축 이야기), 거리예술로 훔쳐보는 그 시절(역사 이야기), 관점을 바꾸고 경계를 허물다(새로운 공공미술)이라는 네파트의 주제로 이야기를 이끌어 나간다.

나는 세번째 파트인 '거리 예술로 훔쳐보는 그 시절'이야기가 꽤 재밌었다. 아마도 그동안 오랫동안 스쳐 지나오면서 동상이나 건물들을 어떤 예술혼이 담겨있다고 생각치 못했기에 다른 관점에서 서술된 이야기들이 꽤 흥미로웠는지 모르겠다. 특히나 여의도에 자리잡고 있는 국회의사당은 어느 책에선가 기둥은 어떤 의미가 있고, 돔은 어떻고 그렇게 들은것 같던데 의외의 이야기를 만나게 되었다. 내가 너무 이쪽 계통에 담을 쌓고 살았던 탓이었을까. 당시 내로라하는 건축가들이 참여했지만 모두 자신의 이름이 지워지기를 바라는 바람에 '건축가 없는' 건축물이 되었다고 한다.권력자의 입맛에 따라 시공 과정에서 애초에 없던 돔이 생기거나 총독부 건물보다 높아야 한다는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5층으로 설계되었다가 6층으로 변경되는 등 신축된 그해 건축 전문지에서는 "국적 불명의 무대장치"라는 혹평을 받기도 했다고 한다. 건축물들이 누군가의 입맛에 따라 바뀌는 것은 옳지 않다고 본다. 예전에나 볼 수 있던 날림공사들이 현재도 어김없이 일어나며, 어처구니 없는 붕괴사고를 아직도 만나게 된다. 역시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책임 건축가 분들을 믿어 보아요~

이제 한걸음씩 거리로 나오는 예술품들은 더 이상 우리와 별개의 것은 아니라고 본다. 하지만 여전히 조금 아쉬운 점이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포스코센터의 "아마벨"은 10cm 높이도 안돼 보이는 제단에 있어서 뭔가 시민들과의 벽을 쌓는것 같다고 한다. 제단이 없다면 뭔가 하나됨을 느낄수 있을텐데 말이다. 반대로 광화문에 설치된 "해머링 맨"은 좋은 사례로 꼽는다. 건물쪽에 너무 붙어서 잘 보이지 않자, 흥국생명이 도로쪽으로 과감한 비용을 지불하고 5m를 이전했다고 한다. 사람들이 이 작품을 제대로 볼 수 있도록 과감한 결정을 내렸다고 칭찬한다. 책에 실린 책을 보고 문득 "해머링 맨"을 본 기억이 있다. 주무대가 아니기 때문에 자주 광화문쪽을 나가는 것은 아니지만 꽤 재밌게 봤던 조각물이었다. 어느순간부터 미술품들은 거리로 나와 우리에게 이야기를 하고 있다. 다만 그것을 느끼지 못했을 뿐이다. 이제 길을 걸을때면 좀 더 주의깊게 내가 말 걸기를 바라고 있는 예술품들과 눈맞춤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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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의 일 (양장)
이현 지음 / 창비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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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20년전 드라마 "겨울연가"를 보고 있다. 당시는 꽤 재밌게 안타깝게 본 것 같은데.. 요즘 다시 보니 왜 이렇게 미련하고 진상맞는지.. 인기에 힘입어 드라마를 연장했나? 아니면 내가 너무 변했나.. 그저 옛 드라마는 추억으로 내비둘 껄 그랬나?

그러고 보면 여기 호정과 은기는 조금만 더 미련해졌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어찌 이런 쿨내가 진동하는지. 이 소설을 읽고 나면 흔들리게 된다. 안 흔들릴 수가 없다. 뭔지 모르게 호정은 가족들에게서 겉도는 느낌이었다. 아빠는 인터넷을 검색하고 재료를 사서 썰매 2개를 만들었다. 그리고 기어이 2개를 더 빌려와서 네식구 모두 타자고 했지만 호정은 거부했다. 엄마, 아빠, 진주, 그리고 호정 네식구이지만 호정은 어딘가 모르게 가족과는 겉돈다. 그저 사춘기로 치부하기에는 호정이의 상처가 너무나도 깊다. 어른들은 몰라주는, 호정이는 어려서 아무것도 모를꺼라 생각했던 어른들의 안일했던 생각..

그 마음을 이해해 준 사람이 어쩌면 은기였는지도 모르겠다. 알고 싶기는 하지만 선뜻 질문을 던지지 못했던 호정의 마음이 느껴지는 것 같다. 어쩌면 혹독한 겨울처럼 은기나 호정이 느낀 아픔이 서로를 이끌었던 것 같다. 그래서 둘이 잘 되었으면 하는 바램을 했다. 항상 시간이 지나 겨울이 가면 봄이 오듯 아픔이 치유되는 날이 있을텐데..

어떤 일은 절대로 그냥 지나가지 않는다. 나쁜 일만 그런 건 아니다. 좋은 일도, 사랑한 일도 그저 지나가 버리지 않는다. 눈처럼 사라지겠지만 그렇다고 눈 내리던 날의 기억마저 사라지지 않는 것처럼..(p.348)

간혹 성장소설을 읽을때면 이런일이 있을수 있을까. 가능하지 않은 이야기일 것 같다. 그저 소설 속 이야기다라는 생각을 했지만, 어째 이 소설은 공감이 많이 간다. 호정이의 상처도, 은기의 상처도 치유되길... 그리고 그들의 인연이 기억으로만 존재하지 않기를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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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 말 있어요 라임 청소년 문학 54
일라나 캉탱 지음, 김자연 옮김 / 라임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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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까지는 교내에서 벌어지는 일이 부당하다고 생각했지만 그래도 참을만큼 참았었다. 남학생 기숙사는 11시까지 출입이 가능했지만 여학생 기수가는 9시까지였다. 게다가 남자 핸드볼 팀의 원정경기는 적극적인 지원을 해주었지만 훨씬 성적도 좋은 여자 육상 선수들에게는 알아서 원정 경비 비용을 마련하라고 했다. 더군다나 여성 인권 운동의 상징적 인물이자 시민 운동가였던 '올랭프 드 구주'에게서 학교 이름을 따왔다는 사실을 보면 앞뒤가 전혀 맞지 않는 것 같다.

신문동아리 기자 라셸은 마르탱으로부터 아멜린 브리양 이야기를 들었다. 2주전 남자애가 장난이랍시고 엉덩이를 만졌고, 선생님은 못 봤다고 그냥 넘어가셨고, 남자아이들은 아멜린을 '난잡한 애' 취급을 했고, 급기야 학생 식당에서 3학년 남학생이 아멜린에게 '그런 걸 좋아하는 아이'라고 놀려서 아멜린이 그 남학생을 흠씬 패버렸다. 그녀를 조롱했던 남자아이들은 어떤 처벌도 받지 않았고, 아멜린의 폭력을 문제삼은 선도위원회에서 그녀를 전학조치 결정을 내렸다. 라셸은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았다.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 이야기는 '페미니즘'에 대한 청소년 소설이다. 나는 여성이면서 페미니즘에 대한 것도 그리고 관심도 그리 크지 않았던 것 같다. 어쩜 어떤 조직에서 일을 하고 있다면 깊이 생각해봤을 문제들일텐데 프리랜서로 일하고 직업상 여성을 더 선호하기 때문인지 별로 관심이 없었던 것 같다. 여기 나오는 수업을 거부하는 그리고 학교를 점거하는 아이들 주변에서 그냥 방관하고 있는 그런 존재였던 것만 같아서 이 책을 덮을 때는 나에 대해서 참 반성을 많이 했다. 지금 바로 바뀌지 않더라도 계속에서 목소리를 내야 할 것 같다. 목소리를 내지 않으면 성별로, 학력으로 지역으로 끝없이 이 시대의 차별은 팽배해질 것이다. 더불어 목소리를 내지 않았던 내 자신도 반성하게 만들어 주기도 했고, 누구나 꼭 한번쯤은 읽어 봐야 할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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