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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에 손바닥을 대본다 ㅣ 예서의시 18
박천순 지음 / 예서 / 2021년 12월
평점 :
항상 시를 시작할 때면 난감하다. 늘상 '나는 뼛속까지 공대생이니까'라는 말로 그 이유를 설명하곤 했는데, 자꾸 읽다보면 익숙해 지는 것일까. 그렇다고 이 책을 아주 시의 느낌을 살려가면서 읽었다는 이야기는 아니고, 그냥 내 느낌대로 읽는데, 당황스럽지 않았다는 이야기이다. 아직 맨 뒤에 있는 해설을 읽지 않았다. 그 어떠한 자료도 없이 그냥 이 책을 펼쳐들고 읽기 시작했다. 다른 해설들을 읽게 되면 그냥 거기에 끼워 맞추어 들까봐 저어되었기 때문이다.(자꾸 안쓰던 말이 생각난다. 역시 시를 읽어서일까? ^^;;)
이 시집을 읽으면서 그런 생각을 했다. 아무도 없는 숲에서 나무 그늘아래 자리를 잡고, 물론 의자를 놓아도 되겠지만, 나뭇잎을 스쳐 불어오는 바람 냄새를 맡으면 한장한장 넘기면 어떨까라고.. 아무래도 제목도 "나무에 손바닥을 대본다"라고 했으니 꽤 어울리지 않을까. 그냥 바람도 아닌 꼭 나뭇잎을 스쳐 불어와야한다. 그래야 초록이 그득한 풀내음이 묻어있을게 아닌가.
늦은 오후 비가 쏟아지면 숲 끝에서 걸어오는 안개
더없이 섬세한 촉감
가장 작은 나무라도 다정을 알고 혼자를 한다.
풀잎이 속삭임을 멈추면
나무들은 서로 기대 잠이 든다.
- 나무에 손바닥을 대본다 中 -
정말 시처럼 숲 끝에서 걸어오는 안개를 맞기라도 한다면, 어쩜 더 포근해질지 모르겠다.
특히나, 이 시집이 마음에 들었던 이유 중 하나가 시인과 접점이 좀 있었다는 것이다. 도봉산역에 창포원도 그렇지만 늦은밤..광장시장의 고소한 녹두전이 생각이 나버렸으니 이를 어쩐다. 시집이든 소설이든 잡지든... 어디서든 실제로 경험했던 것을 만나게 되면 조건반사를 하는게 인지상정인가보다. 광장시장의 두툼한 녹두전을 아무래도 주말엔 먹으러 가야할것 같다.
광장시장 녹두전 어묵탕에
하루가 따스하게 스며드네
어묵 국물처럼 감칠맛으로 살아볼까나
행복은 수수껍질처럼 수수하고
안으로 달콤 쌉싸름한 그런거
- 수수한 날 中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