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바뀐 영혼 - 류팅의 기묘한 이야기
류팅 지음, 동덕한중문화번역학회 옮김 / 자음과모음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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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80후'(80후세대)를 대표하는 젊은 작가 류팅이 국내에 처음 선보이는 소설집이라고 한다. 중국쪽 작품은 그다지 많이 읽어 보지 않아서 그런지 이름도 낯설고 문화에도 그리 익숙하진 하다. 이 소설은 「뒤바뀐 영혼」을 필두로 「귀」, 「당나라로 돌아가다」, 「허구의 사랑」 등 모두 12편의 이야기가 실려있다. 늘상 단편에 약하다고는 하지만, 이야기마다 이해도가 제각각인 것 보면 아무래도 단편에만 특히 약한 것이 아니라 누구나 그렇듯 자신과 맞는 이야기는 잼나게 보는 것이고, 조금 난해하게 여겨지는 것은 이야기도 내용을 알기 전에 끝이 나버려 황당(?)함을 느껴서 그런건 아닌지 싶다.

「뒤바뀐 영혼」에서는 꽤 천재적인 시적감각을 가지고 있던 야거. 문학적으로 인정을 받았지만 현실에서는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여자친구와 가정을 꾸렸고 쌍둥이를 얻었다. 그는 화장터에서 가장 돈을 많이 버는 작업을 원했지만 상사는 시인에게 죽은 사람을 정리하는 일을 시킬수가 없다며 거절했다. 그 길로 야거는 일을 그만두겠다고 하고 유골함 5개를 팔아 아이들의 분유와 아내에게 죽을 끓여줄 것을 사게 된다. 하지만 CCTV에 그 광경이 고스란히 찍혀 감옥에 수감된다. 빈곤한 삶에 야거는 가능하다면 자신의 모든 시재를 훌륭한 삶과 바꾸고 싶다고 했다. 그런데 갑자기 감방 깊은 곳에서 정말 원하는지.. 묻는다. 그리고 다른 사람과 바꿀수 있는 방법을 말해준다. 과연 야거는 영혼을 바꾸고 행복해질 수 있을까.

가장 환상적인 동시에 가장 현실적인 이야기란 말은 곰곰히 생각하면 무슨 이야기인줄 알게된다. 다른 사람과 영혼을 바꿔 재주를 바꾼다는 것이 얼마나 환상적인 일일까. 내가 가지고 있는 재능을 다른 사람과 바꾼다면, 다른이의 행운이 과연 내가 가질 수 있을까. 그러면 행복하게 될까. 하지만 야거의 결말은 가장 현실인 것만 남았다. 더 이상은 스포가 되니 여기까지..

「귀」는 꽤 안타까운 이야기였다. 정부의 토지개발 사업의 보상 문제에 맞서다가 굴착기에 머리를 맞아 온몸이 마비된 라오천. 결국에 보상금으로 받은 30만위안. 그 중에 병원비로 나가 버리고 가족들은 반지하방에 머물게 된다. 죽은 것도 그렇다고 산 것도 아닌 상황. 오직 라오천은 귀만은 살아 있지만 정작 그 가족들은 그 사실을 알지 못한다. 사람이 죽을때 가장 마지막까지 살아 있는 감각이 귀라고 하던 말이 생각났다. 그 마지막 죽음의 경계에서 넘어가지 못하고 이 세상에 머물고 있는 이에게 이 얼마나 큰 고통인가. 참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현실이 참 비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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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드 오브 퓨처 안전가옥 FIC-PICK 1
윤이나 외 지음 / 안전가옥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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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가옥 옴니버스 픽션 시리즈의 FIC-PICK의 첫번째 책. 요즘 출판사마다 각자의 개성에 맞게 시리즈의 책들을 만들어내고 있는데, 이 책 너무 재미있게 봐서 뒤에 나올 책들도 기대되기 시작했다. 이 이야기 < 무드 오브 퓨처 >는 다섯명의 여성 작가들이 상상하고 고민한 근미래 로맨스 단편소설을 엮은 작품집이라고 출판사측에서 설명한다. 윤이나 작가는 왠지 이름이 익숙한데 혹시 < 놈의 기억 >의 그 작가가 아니신지...

이 책에는 윤이나 「아날로그 로맨스」, 이윤정 「트러블 트레인 라이드」, 한송희 「사랑도 회복이 되나요?」, 김효인 「오류의 섬에서 만나요」, 오정연 「유로파의 빛을 담아」의 총 다섯편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제목의 "퓨처"를 보더라도 지금보다는 좀 미래, 그렇다고 너무 멀지 않은.. 그런 미래의 시간 속에서 펼쳐지는 로맨스 이야기이다. 「아날로그 로맨스」나 「사랑도 회복이 되나요?」의 경우에는 가까운 미래에도 있을법한 이야기 이지만 다른 세 작품의 이야기는 조금 더 먼 미래가 되지 않을까 싶다. 예전 영화 "백 투더 퓨처"에서 2015년의 상상은 즐거웠지만, 실제 2015년의 모습이 아니지 않았던가. 그리 보면 우리가 상상하는 시대는 조금 더 훗날에 다가올 수 있을 것 같다. 물론 「아날로그 로맨스」에서 그려졌던 통역기 란토라는 것은 현재도 충분히 감정까지 싣는 것은 무리겠지만 가능하지 않을까 싶다.

물론 내용면에서는 좋았지만 「트러블 트레인 라이드」에서처럼, 죽은 가족이나 애인을 추억하는 이들이 만든 주문 제작형 안드로이드가 인공지능과 감정을 가지게 되는 현실은 좋을까 생각해본다. 물론 나는 아직 그런 경우를 겪어 보지 않았으니 당사자들의 마음은 한번만이라도 가상공간에서라도 만나고 싶다는 생각을 할 수는 있다. 실제, 어떤 프로에서 그렇게 만나는 것을 본적이 있다. 그것은 어딘가 좀 미흡할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한번이라도 살아 숨쉬는 모습을 만난다는 것은 남겨진 이들에게 위로를 건낼수도 있다고 본다. 하지만 "사라질 권리"라는 말에 동의한다. 남겨진 사람들의 위안을 위해 계속해서 끌려(?)나오는 경우라.. 아마도 제3자의 입장이기에 이런 말을 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마지막 이야기인 「유로파의 빛을 담아」는 초등학교때 잠깐 처음 만났었던 정현과, 현우의 편지로 이야기가 이끌어지는데, 다섯이야기 중에서 제일 맘에 들었고, 무언가 짐작하게 된 후로.. 아련함이 느껴지는 이야기였다. 유로파로 날아가는 탐사선에서 메일을 보내는 정현, 드문드문 이어졌던 연락을 기다리던 그리고 과거의 풋풋한 사랑을 기억해내는 지구에서의 현우. 아.. 이 두사람을 어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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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커의 영역 새소설 10
이수안 지음 / 자음과모음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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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라고 하면... 어쩐지 나쁜 이미지가 있다. 아마도 여러 이야기에서 나쁜 역을 도맡았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혹은 예전에 무고한 여성들을 마녀로 몰아 화형에 처했던 서양사의 불운한 기억때문에도 그리 좋은 이미지는 아니었던 것 같다. 하지만 해리포터 이야기 속에 헤르미온느가 마녀라는 것을 알게 되었을때, 여자 마법사를 마녀라고 생각하면 된다 생각했지만, 고정관념이란 참 무서운것 같다. 도무지 "마녀"라는 이미지가 좋게 그려지지 않기 때문이다.

이단은 타로점을 보는 엄마와 함께 산다. 유치원 때 친구 로운이 '단이 엄마 마녀다'라고 했었다. 하지만 엄마는 본인을 진정한 마녀라고 생각한다.아주 오래전 엄마는 "봄의 마녀 모임"에 최연소 마녀로 집회에 참여했었다. 그렇게 줄곧 이단은 엄마가 언젠가 마법을 부릴거라는 기대를 안고 살았었다. 엄마와 단 둘이 살고 있던 단은 12살이 되던에 아빠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말을 꺼냈다. 엄마 손에 이끌려 간 달동네에서 '에이단 매쿼리'라는 생물학적인 백인 남성의 아빠를 만나게 되었다. 하지만 어느날, 에이단은 뉴욕에서 사고를 당하고 죽음을 맞이하게 되는데....

사람들은 누구나 어떤 희망을 찾아서, 아니면 돌파구를 찾기 위해서 점을 보러 오기도 한다. 어찌 생각해보면 점괘에 자신을 내맡기기 보다는 자신의 선택을 누군가에게 인정받고 싶어하는 맘이 있기 때문이지 않을까. 그것이 바로 시커의 영역이라고 생각된다. 누구나 침범할 수 없는 고유한 영역.

이단의 성장이야기를 통해 우리는 마법과도 같은 내면의 힘을 인식해나가는 좋은 기회였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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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두품 아이 성무의 꿈 똑똑! 역사 동화
김영주 지음, 김다정 그림, 전국초등사회교과모임 감수 / 푸른숲주니어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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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무는 육두품 아이다. 신라에는 골품제가 있어서 아무리 뛰어나도 자신이 진출할 수 있는 자리도 정해져 있고, 하물며 집의 크기나 입는 옷까지도 나라에서 지정해준다. 어린 또래 친구들 중에서도 성무와 제일 친한 친구 해강이는 삼두품이다. 그런 반면 무진이는 진골이다. 지금은 이렇게 격이 없이 지내지만 해강이는 평민이나 다름없고 무진이는 귀족이다. 성무가 아무리 수련을 해도, 세속오계를 달달 외워도 화랑은 될 수 없다. 그만큼 신라의 신분제는 엄격했다.

무진은 최치원을 스승님으로 만났다. 당나라의 빈공과에서 장원을 한 유능한 최치원은 육두품이라는 그의 신분때문에 신라에서는 그의 능력을 꽃피우지 못했다.

"이루지 못한다 한들 꿈이 사라지는 건 아니란다. 포기하지 않는다면 언젠가는 꼭 우리가 원하는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 나는 믿는단다. 그리고 그 변화의 때가 비록 나의 시대에는 오지 않더라도 내가 한 노력들이 밑거름이 되어 너나 무진이, 해강이의 시대에 꽃피울 거라고 믿는다. 그때가 오면 너와 네 친구들의 꿈이 이루어질 것이라고 나는 믿어."(p.84)

하지만 과연 신분제는 신라에만 있었을까. 지금의 우리 시대에도 골품제는 있다고 본다. 흔히 우리가 이야기 하는 금수저, 흙수저라고 하는 말들로 표현되는 눈에 보이지 않는 신분제로 인해서 우리는 다른 출발점에 서서 공정하지 않는 경쟁을 하면서 세상을 살아간다. 하지만 그래도 우리는 포기하지 말아야 한다. 포기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원하는 변화가 일어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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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의 일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 넥스트 라이프를 만들어 가는 12인의 엄마들 이야기
최혜미 외 지음 / 시즌B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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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들 마주할 수 있는 평범한 엄마들의 고민들...나는 엄마들도 어느 정도의 시기가 되면 자신만의 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아이들이 자랄때 엄마가 함께 있으면 좋지만, 역으로 생각해보면 많은 어른들의 사랑을 듬뿍 받으면 크는게 좋지 않을까. 그것이 꼭 "엄마"여야만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아이들은 온 가족이 함께 키우는 것이지 엄마만 키우는 것은 아니라고 보기 때문이다. 자신의 일을 갖고 있는 것을 나 스스로도 아주 적극적으로 추천한다. 그것이 꼭 수익을 창출하는 일이 아니더라도 말이다.

이 책은 12인의 엄마들의 이야기이다. 결혼전에 하던 일이 아니더라도 새로운 분야에 일을 개척하면서 엄마이기 전에 자신을 잃지 않기 위한 에세이이다. 엄마라서 아이들에게 더 맞는 물건을 만들고 싶다거나 책을 좋아하는 엄마가 어찌하면 더욱더 아이들의 교육에 잘 적용할까 함께 고민하기도 하고, 그에 따른 컨덴츠를 만들기도 하는 더이상의 두려울께 없는 새로운 넥스트 라이프를 만들어가는 이들이다.

나는 청소년들의 엄마들하고 많이 가깝게 지내는 직업이라 그런지, 일을 괜히 계속 하고 있나보다라는 말을 하는 엄마들을 종종 만나기도 한다. 하지만, 조금만 힘들어도 버티게 된다면 분명 일을 그만두지 않아서 다행이다라는 말을 하게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한다. 엄마도 엄마의 인생이 있으니 말이다.

이 책은 나의 일을 다시 시작하는데 한 걸음조차 내딛기가 어려운 사람, 자기다움을 찾고 싶은 사람, 엄마이기전에 나이길 원하는 사람, 다시 일을 하려고 마음을 먹은 엄마인 그녀들은 위한 책이다.(p.5)

엄마들의 일이 꼭 경제활동에 도움이 되지 못해도 상관없다고 생각한다. 엄마들도 꼭 자신만의 색채를 드러낼 수 있는 어떤 일인가를 가졌으면 좋겠다. 세상 모든 엄마들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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