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혼자 사는 것만이 아니다. 혼자 사는 것이 아니어서 세상살이는 가치있는 것이다.  - P159

여러분에게 나라와 종묘사직을 위해서 힘을 빌려 달라는 소리는 하지 않겠소 충성하기 위해 싸우라는 소리도 집어치우고 싶소! 여러분은 여러분 자신을 위해서! 이미 상처입고 피해를 입은 여러분들 자신의 복수를 위해 싸우게 될 것이오! 여러분의 원수인 왜놈들과 싸우고그놈들을 몰아내기 위하여 여러분은 싸우게 될 것이오! 내 약속하겠소! 여러분 중 한 사람도 헛되이 죽음을 당하지 않게 하겠으며, 여러분이 흘린 피와 땀을 천 배, 만 배로 쳐서 왜놈들에게 돌려줄 것을!" - P209

‘조선땅의 모든 백성들이 바로 진정한 왜란종결자들이네." - P2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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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실과 실성의 생활
정세진 지음 / 개미북스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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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남"이라는 글자에 점하나만 지우면 "님"이 된다는 우스개 소리인줄 알았는데.. 정말 그렇더라. 그것처럼 "성실"의 글자 순서만을 바꾸었더니 "실성"이 된다. 같은 글자인데 자리를 바꾸니.. 참으로 아이러니하게 정반대 말이 되어 버렸다. 말뜻은 반대가 아닐지 모르지만 이미지는 꽤 극과 극이 되어버린 것 같다. 하지만 이 세상을 살아간다는 것은 정말 '성실'하거나 '실성'하거나 아닐까. 제목하나는 기가 막힌 에세이인것 같다. 음.. 그렇다고 제목만 좋다라고 보면 안될 것이, 이 책을 읽기 전에 작가가 이리 입담이 좋으리라고 그래서 정신없이 재미있게 읽을줄은 몰랐다는 사실은 밝히고 들어가야 하지 않겠나 싶다.

혼자만을 건사하고 살아갈때는 몰랐으나 가족이 생기고 새끼(작가 표현 그대로 옮겼다)가 생기면 정말로 성실과 실성의 경계에서 줄타기를 하는 것만 같다. 작가의 "새벽 2시에 약밥을 만드는 기분"이라는 글을 읽을 때, 나도 비슷한 경험이 있어서 얼마나 웃었던지. 회식에 참석했고 술도 제법 마시고 집에 들어간 날.. 식탁위에 놓였있는 아이의 유치원에서 홈메이드 간식을 보내달라는 가정통신문.... 만약 본인 일이었다면 미안~ 하면서 대충 얼버무렸을 일이지만 아이의 준비물이니 새벽에라도 냉장고를 뒤져가며 준비를 해야하지 않겠나... 나는 그 옛날 딸아이가 초등학생이던 시절.. '아이비'를 가져가야 한다고 하더라... 직업 특성상 오후에 나가는 내게.. 참말로.. 수업끝나고 들어오면서 사오겠다고 길을 나섰다. 당시에는 12시까지 하는 마트도 있고, 충분히 가능할꺼라 생각하고 말이다. 잊지 않고 의기 양양 '아이비' 비스켓을 그것도 넉넉히 먹으라고 사갖고 김치냉장고 위에 올려 놓았었다. 다음날 학교에 가려던 아이가 물었다. "아이비 어딨어?" "김치냉장고 위에"...."아이비 어딨냐구???" "아니.. 거기 있잖아.. 왜 못찾어" 그런데.. 갑자기 아이가 울기 시작했다. 이게 뭐나면서... 내 어찌 '아이비'가 비스켓이 아닌 식물이라는 것을 알리가 있냐구. 나는 생전 아이비라는 식물을 본 적이 없단 말이다... 우는 아이를 달래서 학교에 보내고 동네 화원이 문 열자마자 '아이비'를 사갖구 가서 선생님께 잘 말씀드리겠다고 했던 적이 떠올라서 얼마나 웃었던지.

그야말로 책소개처럼 "직장인의 애환과 유구한 가부장제의 대환장 콜라보 속에서 매일 성실하게, 간간이 실성한 듯 웃고 우는 나날들"이란 말이 왜이리 공감이 가는 이야기인지. 그것이 꼭 직장인인 여성에만 해당이 될까. 아직도 가부장적인 잔재가 존재하는 이 한국이라는 나라에서 여성으로, 엄마로서, 아내로서 살아가는 일은 정말로 정신을 반쯤을 놓지 않고서는 가능하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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싫어요 몰라요 그냥요 이금이 저학년동화
이금이 지음, 홍선주 그림 / 밤티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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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들거나 말썽을 피워 분위기를 해치는 아이들도 있겠지요. 그렇더라도 무조건 막기보다 아이들에게 먼저 배우고 깨우칠 수 있는 기회를 주는게 어른과 사회의 역할이라고 생각해요."(p.74)

공교롭게도 오늘 읽은 책들에 모두 이 "노 키즈 존"이야기가 있다. 사실 나도 "노 키즈 존"에 대해서는 찬성이다. 나는 젊은날부터 식당에서 무분별로 아이들이 뛰어다니거나 공공장소에서 제지하지 않는 부모들을 좀 싫어했다. 그래서 내 아이가 어렸을 때는 그러지 못하도록 했다. 아이들은 어디서나 천진난만한게 좋지만 때와 장소를 가릴수 있도록 교육하는 것은 부모의 역할이라고 생각했다. 물론 "키즈"란 말 앞에 "No"라는 말을 붙힌다는 것은 좀 부정적으로 보일수 있지만, 아이들에게 훈육하기 전에 어른들부터 인식을 바로 해야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깜작 놀라면 근육이 굳어서 넘어지는 염소가 있는데 사람들은 그 염소를 '기절 염소'라고 부른다. 시우는 곤란한 상황에서 기절 염소를 흉내를 내었는데 그냥 무마되고 넘어가는 것을 보고, 잔꾀를 부리다가 염소로 변한 시우 이야기를 다룬 「기절 염소」, 싫어요, 몰라요, 그냥요 말만하는 몽순이를 엄마는 병원에 데리고 간다. 그리고 코끼리 선생님은 엄마에게 묘수를 가르쳐준다. 하지만 코끼리 선생님이 집에서 하는 방법은 별로 옳치 않아 보인다. 아이들의 마음을 알아주었으면 하는 생각이 드는 「싫어요 몰라요 그냥요」, 엘리베이터의 각층을 다 누르며 장난치는 하늘이를 다룬 「열려라, 맘대로 층」, 빨간 돼지 저금통 꾸꾸를 소중하게 대하는 「누리는 꾸꾸 엄마」

얼마전 오리가족을 돌로 때려 죽인 10대 청소년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과연 그것이 그 아이들만 탓할 일은 아니라고 본다. 잘못된 일이라고 타이르지 못한 어른들의 잘못이 아닐까. "노 키즈 존"이 생긴것도 아이들의 잘못이 아니라, 제대로 교육시키지 못한 어른들의 잘못이라고 본다. 이 동화를 보면서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눈다면 아이들의 마음도 알 수 있고, 또 어떤 일이 올바른 일인가 가르칠 수도 있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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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라우마는 어떻게 삶을 파고드는가 - 최신 신경생물학과 정신의학이 말하는 트라우마의 모든 것
폴 콘티 지음, 정지호 옮김 / 심심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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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해전인가 이름도 귀여운 "곰돌이 채칼"을 사용했었다. 다양하게 썰리던 그 채칼을 처음 쓴건데... 왜 그 것으로 가래떡을 썰려고 했던지... 모르겠지만.. 뭐든 예쁘게 썰리고 그리고 이름도 너무나도 친근한 "곰돌이" 채칼이 아니던가.. 그런데, 귀여운 곰들도 결국엔 맹수였듯이.. 곰돌이 채칼에 내 손이 베이고 말았었다. 그냥 손으로 잡고 있어도 지혈이 되지 않을 것 같아서.. 동네 외과를 찾아가서 몇바늘 꿰엤었다. 마지막 한바늘은 마취가 미처 되지 않은 곳이어서 하마터면 의사선생님을 때릴뻔 했다는 일화를 남기면서... 손톱에서 살짝 떨어진 곳이라 흉터도 남지 않고, 남았더라도 남들은 잘 알아채지 못하는 그날의 사건때문에 우리집 그 귀엽고 귀여운 이름을 가진 '곰돌이 채칼'은 선반장 깊숙이 귀양을 보내고 엄마가 쓰시던 아주 오래된 채칼이 다시 복귀했다.

아직까지도 그 채칼을 사용하지 못한다. 그래서 '늘상 트라우마로 남아서 쓸 수가 없다'라고 말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과연 내 경험도 트라우마라고 할 수 있을까 생각했었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PTSD)가 "진짜 트라우마"를 발현한다고 보는 생각은 문제가 있다고 한다. 그저 PTSD는 트라우마의 일부만을 보는 부분집합 같은 것이라고 한다. 외면만 보고는 절대로 구별할 수 없는.. 겉으로는 아무렇지도 않아도 꽤 매우 힘들어 하고 있을 이들을 조롱하는 듯 말해서도 안될것 같다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 책을 읽으면서 의구심이 들었던 것 중 하나가 "사람을 죽인 공격과 사람을 살린 공격(p.208)"이라는 글을 읽을 때였다. 태국과 미얀마 사이의 국경을 따라 여행하더중 한 게스트하우스에서 한 투숙객이 돈을 훔치려고 다른 한 투숙객을 절벽으로 밀어떨어뜨렸다고 한다. 지금 리뷰를 쓰고 있으면서 내가 이 책을 읽을 당시 느꼈던 이야기가 맞나 의문이 들기는 하지만, '살인자에 관해서는 더이상 소식을 알아내지 못했지만 아마 그의 트라우마 이력은 구구절절 길 것이라고 예상한다'라는 말을 살인자에게도 트라우마가 있다고 처음에는 해석했는데, 맞는지 아니면 내 문해력이 떨어지는지 모르겠지만 처음 느낌을 말하자면, 살인이라는 행위를 저지르고도 트라우마가 생기지 않는 사람이라면 분명 싸이코패스가 아닐까라는 생각을 했다. 그런 이들을 제외하고는 겪은 사건이 크고 작거나 그 규모와 심각성을 떠나서라도 누구에게나 생길수 있는 그런 것일수 있다고 본다.

저자도 동생이 희귀 질환으로 인한 육체적 고통을 가족들에게 숨기고 자살을 선택했던 사건을 겪으면서, 동생과 같은 사람들의 삶에 변화를 주고 싶었기에 정신과 전문의가 되기로 결심했다고 밝히고 있다. 아마도 그런 저자의 마음 때문에 편안하게 이 책을 읽으면서 트라우마를 이야기 할 수 있지 않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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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라우마는 분명 우리의 뇌를 변화시켜 완벽하게 살아 있다는 게 무엇인지 그 근본 의미를 망각하게 한다. - P37

트라우마는 삶은 물론 죽음에서도 우리의 이야기를 빼앗아간다. - P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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