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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전선의 사람들 - 후쿠시마 원전 작업자들의 9년간의 재난 복구 기록
가타야마 나쓰코 지음, 이언숙 옮김 / 푸른숲 / 2022년 4월
평점 :
2011년 3월 11일, 일본에서 일어난 규모 9.0의 대지진과 그로 인해 발생한 쓰나미를 기억한다. 사실 쓰나미라고 일컬어지는 지진해일은 실제로 2004년 태국에서 일어난 것을 보고 난 후 2번째였다. 지진이 잘 일어나지 않던 우리나라에서 게다가 나는 어찌보면 내륙지방에 살기때문에 영화속에서의 장면만으로만 알았지 실제로 그것도 이웃나라에서 일어난 것을 보고 경악을 금치못했었다. 더군다나 지진이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어, 꽤 그에 대한 대비가 잘 되어 있던 일본도 속수무책으로 거대한 해일에 피해를 입는 것을 보고 얼마난 놀랐던지.. 그야말로 지진이나 화산등에서 비교적 안전한 이곳에 산다는 것이 얼마나 다행스럽던지. 그런데, 쓰나미의 위협이 지나간지 얼마되지 않아 또다른 재앙이 그들을 덮쳤다. 바로 후쿠시마 제1원전 1호의 수소 폭발이었다.
원자력발전은 다른 발전에 비해 환경오염 물질도 배출되지 않는 비교적 안전한 발전방식이다. 다만, 방사성 물질의 누출이 이어지지 않는다는 보장이 있을때만 말이다. 규모 9.0 지진의위력은 원전의 균열을 가지고 왔고, 폭발로 이어졌으며 사람들에게는 정든 땅을 떠나게 하고 말았다. 언젠가 < 후쿠시마에 남겨진 동물들 >을 본적이 있다. 원전사고 20km이내의 기록이었다. 물론 그들도 금방 집으로 돌아갈 수 있으리라 믿었고, 당장 급한것만을 가지고 나왔겠지만, 그곳에 남아 있던 동물들은 방사선에 노출되었고, 주린 배를 쥐고 거리를 떠돌았다.
이 책은 원자력 발전소 사고 이후 현장에서 일한 작업자들의 9년을 기록한 책이다. 두터운 방호복을 입고 10kg에 해당하는 납조끼를 입고, 힘겨운 원전 복구 작업을 하고 있다. 방사선 노출 방지를 위해 한번 입은 방호복은 현장에서 철수 할때까지 벗을 수는 없다. 이 대목을 읽으면서 문득, 팬더믹 상황에 최전선에서 환자들을 돌보던 의료진이 오버랩되는 것을 느꼈다. 게다가 현장에서 일하는 이들의 생생한 증언들을 통해 그들의 열악한 상황과 사고를 축소하고 은폐하는데 급급한 일본정부를 보면서 이런 행태는 세상 어디에서나 똑같아 씁쓸한 마음을 금할수가 없었다.
사고가 발생한지 벌써 11년이 지나가고 있다. 방사선량은 현격히 낮아졌다고 하지만 여전히 작업은 진행중이다. 또한 오염수를 해양방류하겠다고 발표한 이후 일본뿐 아니라 우리나라에서도 반대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물론 자연재해 때문에 일어난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고 하지만 그 후속대처가 얼마나 중요한지, 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원상복귀를 위해 노력하는가를 알아야만 할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