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화꽃 향기
김하인 지음 / 팩토리나인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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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꽤 오래전에 읽었었다. 2002년에 구입을 했었으니 아마도 그 언저리에 읽었을 듯하다. 그야말로 20여년을 지나서 다시 한번 재독을 하게 되었다. 다시 읽어도 슬픈 이야기이다. 간혹 아주 오래전에 읽었던 책을 다시 읽는 경우가 있었다. 많은 세월이 흐르고 나이를 먹어서 그런지 다른 느낌으로 다가오는 그런 이야기들이 있다.

처음 승우와 미주가 만나는 이야기에서 미주가 참 꼰대(요런말 써도 되는지)같다고 여겼다. 어쩌면 그 당시 당연스러웠는지 모르겠지만, 책읽기에 정신이 팔려 앞에선 할머니를 보지 못한 것을 지적하는게 어쩐지 살짝 불편했다. 물론 젊은이들이 노인들은 공경해야 하는건 당연하지만 요즘 젊은이들도 힘들다. 예전에 나에게도 자리를 양보하도록 종용하는 사람들을 만나긴 했는데, 본인들이 양보하시는건 어떠신지..라는 생각을 하면서 잠시 삐닥선을 탔었다^^;;

20살의 대학신입생이 된 승우의 지고지순한 사랑이랄까. 물론 승우뿐 아니라 미주도 처음부터는 아니더라도 승우를 맘에 두고는 있는것 같았다. 하지만 3살 어리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 싫어서 신입생들이 선배를 보며 일시적으로 느끼는 감정이라고 치부해버린 것인지도.. 하지만 만나게 될 사람들은 먼길을 돌아서라도 만나게 된다. 현실에서는 드문일인지 모르지만.. 아니면 현실에선 만나게 될 사람들이 아니었을까. 그렇게 행복한 날들만 있을 줄 알았던 이들에게 새생명과 함께 미주의 병마가 찾아온다. 아마도 나의 경우도 나보다는 아이를 택할테지만 남편에게 숨기는 건 너무했다.

이 책을 읽고 한참을 지나서 도서관에서 두번째 이야기와 마지막 이야기를 읽었었다. 원래 작가님은 뒷이야기를 염두에두고 계셨을까 아니면 이 순애보적인 이야기가 너무나도 인기를 끌었고, 뒷이야기를 궁금해하는 많은 사람들 때문에 쓰신 것일까. 10여년전쯤에 읽은 책이라 기억은 별루 없지만 그나마 두문불출 리뷰를 쓰던 시절이라 두번째 이야기는 다행히 리뷰가 있어서 찾아 봤는데..아마 등장 인물 한 사람이 맘에 들지 않았었을까. 그다지 좋게 쓰지를 않아서.. 승우와 미주의 사랑을 충분히 알겠으니 은행나무에서 나는 국화 향을 느끼며 미주를 떠올리는 승우의 마지막 모습만 기억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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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묘점 세이초 월드
마쓰모토 세이초 지음, 김욱 옮김 / 북스피어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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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쓰모토 세이초의 책제목만 그동안 여러번 듣긴 했지만 선뜻 나서서 읽지는 못했고 이번 독서모임 덕분에 읽게 되었는데, 600페이지의 꽤 긴 이야기였는데도 불구하고 단숨에 읽어내려가게 되었다. 마치 책장을 넘기지 않았는데도 책장이 넘어간다고나 할까. 남들 같으면 참 멋드러지게 이야기 할텐데 참.. 글솜씨 부족한 나로써는 어찌 표현할지 모르겠다. 다만, 이렇게 빨리 읽을 수 있다는 건 아마도 나와 잘 맞는다는 이야기일테다.

유명 작가 무라타니 아사코. 첫 소설이 공모전에서 가작으로 입선한 뒤 갑자기 주목을 받게 되었고, 아마도 꽤 유명한 시시도 간지의 딸이어서가 아닐지 모르겠다. 두 번째 작품도 호평을 받으며, 그리 다작을 하지는 않지만 꽤 좋은 평가를 받게 되었다. 그리고 꽤 까다로운 작가였다. 원고 마감일이 다가왔지만 이번에는 힘들겠다며 하네코로 떠난 그녀를 따라 < 신생 문학 > 노리코는 길을 나서게 된다. 그 곳에서 폭로기사를 주로 팔고 다니는 삼류 기자 다쿠라를 만나게 되었다. 괜한 시비조로 말을 걸어오는 다쿠라와의 만남은 그다지 유쾌하지는 않았지만 그가 벼랑으로 떨어져 죽는 사고가 발생한다. 경찰은 이 사건을 자살로 결론 짓는 것 같지만, 노리코는 동의할 수 없었다. 안개속에서 봤던 몇몇 장면들.. 잡지사 동료 다쓰오와 이 사건을 조사하기 시작한다. 조사가 진행되면서 무라타니 아사코의 대필작가가 있지 않느냐는 의혹이 떠오르면 사건관계자들은 하나둘 자취를 감추고 행방이 묘연해진다.

앞에는 역시 흰 안개가 자욱하게 끼어 있다. 그 속에서 길과 숲이 나타나고, 돌아보면 지금까지 지나쳐 온 숲이 하얀 안개 속으로 자취를 감춘다. 마치 백색의 세계를 걷고 있는 듯한 기분이다.(p.30, 31)

마치 안개속을 걷는 듯한 표현이 참 맘에 들었다. 그리고 앞에서 묘사되었던 이 표현때문에 하나둘 자취를 감춘 사람들이 마치 안개속으로 숨은듯 하다. 스스로 숨었는지 아니면 자신의 본 모습을 잠시 안개에 맡겼는지 모르지만 노리코와 다쓰오의 추적을 서서히 사건의 진실에 다가가게 된다.

원래 작품해설을 잘 읽지 않는 편인데, 살짝 초반만 읽어보니 역자는 '오늘날의 독자가 읽기에 좀 따분하지 않을까? 세이초라는 이름 때문에 읽기 시작했다면, 이내 실망하고 불필요한 선입견만 갖게 되는게 아닐까?'라며 걱정을 했다고 한다. 반세기 전에 쓰인 이 작품이 참신하고 날렵한 미스터리들로 단련된 독자들에게 어필하는 것이 무리가 아닐까, 게다가 이 < 푸른 묘점 >은 그의 대표작도 아니라는 점을 강조한다. 음... 그런데 어쩌나. 나는 이 작품을 꽤 재밌고, 전보를 치고, 전화를 하고, 엽서를 보내는 방법에 매력을 느꼈는데 말이다. 바로바로 핸드폰으로 연락하는 요즘 시대의 이야기를 보다 전보를 사용하는 옛작품을 읽을때면 살짝 답답함을 느끼기도 했지만, 이번 이야기는 전혀 그런점을 느끼지 못했다. 게다가 세이초의 대표작도 아니라는 이 이야기에 매력을 느꼈는데, 이제 얼마나 세이초에게 빠져들어야 하는 것일까. 책을 읽는 독자로서 작가를 대할때, 기대감과 설렘을 느낄수 있다는 것은 정말 행운이 아닐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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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랜드 캉티뉴쓰 호텔
리보칭 지음, 허유영 옮김 / 비채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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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화권 소설을 그리 많이 읽지 않아서 그런지 이 이야기를 읽을때 초반에는 이름이 낯설어서 이야기를 파악하는 것이 좀 힘들었다. 이름이 좀 익숙해지고 나니 이 이야기의 흐름이 잡히면서 흥미진진해졌다.

그랜드 캉티뉴쓰 호텔 사장 바이웨이둬가 산책로에서 총을 맞고 숨지는 사건이 발생한다. 관찰력과 추리력이 뛰어난 조류학자 푸얼타이 교수. 친구 화웨이즈 약혼식 때문에 호텔에 방문했다가 사건에 참여한다. 푸얼타이와 화웨이즈는 셜록과 왓슨을 생각나게 만드는 조합이다. 경찰 출신의 뤄밍싱. 옛 정보원으로 활동했었던 샤오쉐리가 사망하고 용의자가 된다. 뤄밍싱의 이야기를 보다가, 이야기에 적응도 못했고, 갑자기 다른 사건의 이야기가 등장해서 오히려 단편인가라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샤오쉐리의 통화목록에서 연결된 번호가 그랜드 캉티뉴쓰로 연결이 되면서 이 이야기에 빠져들게 되었다. 뤄밍싱의 이혼한 아내인 거레이 변호사의 추리와 보석도둑 인텔선생까지 4명의 관점에서 이 사건에 접근하면서 진실이 밝혀지게 된다. 그 과정에서 이외의 인물들의 연관성과 정체가 드러나는 사람들. 단순한 살인사건이 아닌 여러가지 관련이 있는 완전히 짜임새 있는 하나의 큰 그림을 볼 수가 있었다. 마지막까지 긴장을 늦출수 없다.

한 인물의 관점에서 이야기가 진행될때보다 여러사람의 관점에서 이야기가 진행되는 경우가 훨씬 입체적으로 이야기를 즐길수 있다. 게다가 이 책은 관점이 바뀌는 것이 너무 자주 반복되지 않아서 혼란을 주지 않는다. 게다가 범죄사건이지만 살짝 엉뚱매력을 가진 등장인물로 인해 무겁지 않고 유쾌하게 읽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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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을 단숨에 바꿀 수 있는 방법은 없다는 걸. 오지규내 피와 땀으로 한명한명 바꿔야 한다는 걸 - P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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쾌락독서 - 개인주의자 문유석의 유쾌한 책 읽기
문유석 지음 / 문학동네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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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중독자로 살아온 문유석 판사의 독서 에세이.

이 책을 한때 이웃들이 많이 읽고 있어서 궁금했었다. 게다가 제목마저 '쾌락독서'아니던가. 책 읽는 사람이라면 어찌 안 끌리겠는가. 그런데, 선선한 바람을 맞으며 오늘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무척이나 행복했다. 내가 좋아하는 책, 그리고 읽으려고 하는 책들의 이야기가 등장했고, 나름의 사연을 갖고 있다보니 절로 미소가 지어졌기 때문이다. 독서는 정해진 것은 없는 것 같다. 각자가 좋아하는대로 하면 되는 것이 아닌가. 편독을 하면 어떠랴.

세상에 의무적으로 읽어야 할 책 따위는 없다.(p.14)

그렇다. 우리가 학창시절에 독서교육을 망치는 제일 큰 이유 중 하나가 바로 그 '필독도서'인 것 같다. 그거 안 읽는다고 큰일나지 않을텐데 말이다. '필독독서'라는 말이 붙는 순간 재미가 반감되는 것 같다. 또한 요즘은 누구나 가지고 있는 스마트 기기들이 독서에 흥미를 떨어뜨리지 않는가 싶다. 어린시절 나가서 친구들과 노는 것 외에는 집에서 책을 볼 수 밖에 없는 구조였다. 저자처럼 엄마가 사준 세계명작전집, 위인전집을 읽었고, 그리고 도서관을 알게 해주었고, 친구집에서 만난 셜록홈즈 단편집. 그때부터 난 추리장르를 좋아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엄마가 재미있게 읽으셨던 < 오싱 >이 궁금해서 대학시절 학교 도서관에서 빌려 읽은것 같은데, 그 내용이 지금은 생각이 안난다. 아마도 다시 읽어봐야할 것 같다.

더욱이 요즘 읽고자 하는 책이 < 몬테크리스토 백작 >이다. 그런데 이 책에서 나를 쫓아왔다. 항상 읽어야겠다고 마음 먹은 책들은 내가 어떤 책을 선택해서 읽더라도 꼭 쫓아와 등장을 한다. 마치 흔들리지 말고 꼭 읽으라는 뜻인것만 같다.

저자가 호르몬이 왕성해질 무렵 < 젊은 그들 >은 너무나 가슴 뛰는 내용이었다고 한다. 대원군을 추종하는 비밀결사 활민당의 소년 검객 재영과 남장 소녀 인화가 첫 키스하는 장면에서 무척이나 감정이입이 되었다고.. 사실, 난 이 책을 중학교 시절에 읽었었다. 호르몬이 왕성해서 나도 감정이입을 한 것은 아니었고, 마지막 장면이 꽤 충격적이었다.(결말은 비밀~) 어느날 문득, 거의 30여년이 지나서 다시 생각난 이 책을 어렵게 제목을 기억해내서 헌책방을 뒤져 구입해서 다시 읽고야 말았다. 아직까지 이 책은 언급했던 책을 만난적이 없었는데 어찌나 반가웠는지 모르겠다.

습관이 행복한 사람이 행복한 것이라고 한다. 물론 저자가 먼저 언급한 말은 아니고, 이동진 영화평론가의 < 이동진 독서법 >이라는 책에서 언급된 구절이라고 하는데. 맞는것 같다. 그리고 그런 행복한 사람들과 만나서 나의 독서생활이 더 발전하는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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