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죽이는 사람들 - 영국 최고 법정신의학자의 26년간 현장 기록
리처드 테일러 지음, 공민희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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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은 살인을 '한 사람의 목숨을 빼앗거나 심각한 부상을 입힐 의도를 가지고 공격하는 불법적인 행위'라고 정의한다.(p.6) 그런데 말이다. 얼마전에 변호사들을 주인공으로 다룬 드라마에서 법은 마음을 꽤 중요하게 여긴다고 했다. 의처증이 있는 남편을 때린 노부인에게 변호사는 "죽일 마음이었다면 살인미수죄, 다치게 할 마음이었다면 상해죄, 좀 때려줄 마음이었다면 폭행치상죄, 그냥 실수였다면 과실치상죄(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中) "라고 한다. 하지만 그런 마음을 진실로 말하는 사람이 있을까. 얼마전 접근금지를 받은 남편이 자신을 신고한 부인을 길거리에서 칼로 찔러 사망케 했다. 그리고는 술을 마셔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했다는 기사를 봤는데 말이다. '사람의 목숨을 빼앗아 놓고 생각이 나지 않는다. 어떤 마음이었는지 모르겠다.' 더군다나 술을 마셨다는 것을 강조하는 것을 보면 분명 그 사람은 심신미약을 주장할 것이다. 한 사람은 생명을 잃었다. 그런데 어느 나라의 법이든 피해자 보다는 가해자에게 관대한 것만 같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왜일까.

이 책의 저자가 해온 일들의 기록이다. 강간 살인, 정신 이상자의 살인, 존속 살해 등에 대해 살펴본다. 특히나 눈길을 끄는 것은 헤어지자고 했다는 이유로 연인의 목숨을 빼앗는 것이다. 물론 연인이 아니었어도, 스토킹을 하다가 살해하는 경우이다. 얼마전 그런 사건 또한 있었다. 한 시의원은 좋아하는데 마음을 받아 주지 않기에 이런 사건이 일어났다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아직도 이런 식의 사고방식을 갖고 있는 사람이 있는 것이 참으로 통한스럽다. 어떤 경우에서나 피해자들은 고통을 받다가 소중한 삶을 잃은 것인데 말이다.

저자는 이 책이 살인사건을 줄일것이란 생각은 하지 않지만 적어도 사회적으로 풀어가야 하는 세가지가 있다고 말한다. 여성의 살해율을 줄이는 일, 칼을 사용한 범죄를 줄이기 위해 마약과 알코올 관련 지역 기관의 자금을 국민건강보험으로 돌려줄 필요가 있다는 것과, 정신병이 발현된 사람을 위한 치료를 최우선으로 해야 한다는 것이다. 저자가 영국의 법의학자라 과연 우리 정서와 맞을까 생각도 해보았지만 역시 지구촌이라는 말이 어울릴 정도로 사람 사는 세상은 다를게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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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의 밤
블레이크 크라우치 지음, 이은주 옮김 / 푸른숲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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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에 한창 유행했던 "그래! 결심했어"라는.. 인생극장이었던 것 같은데.. 선택의 기로에 놓였을 때 어느 한 쪽을 선택하면 한쪽은 포기할 수 밖에 없을 테다. 두가지 인생을 한꺼번에 살 수는 없으니까. 한가지를 선택하는 순간 다른 선택지는 사라져야 하지만, 이 이야기에서는 사라지지 않는다. 서로 다른 세계관의 다른 우주들이 서로 나란하게 달리고 있을뿐이다. 하지만 그 중 하나가 그 선택을 후회하기 시작했다.

제이슨은 아내 다니엘라 아들 찰리와 함께 나름의 행복한 삶은 살고 있다. 제이슨과 다니엘라는 결혼을 선택함으로써 성공가도에서 한 걸음 물러나 있었다. 어느날 제이슨은 게이샤 가면을 쓰고 총을 겨눈 괴한에게 납치를 당한다. 그리고 정신을 잃었다.

제이슨이 깨어났을때 세상은 바뀌어 있다. 이곳을 벗어나서 가족들에게 돌아가야 한다. 집으로 돌아갔을때.. 뭔가 낯설다. 문제가 있는 것 같아 다니엘라에게 전화해봤지만, 다른 사람이 받는다. 아들 찰리는 어디에 있는 것일까. 제이슨은 이 세계가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깨달았다. 이 곳의 다니엘라는 15년전 헤어졌던 그녀다. 각자의 길을 걸었던. 제이슨은 과연 자신에게 도둑맞은 삶을 되찾을 수 있을까.

제이슨이 자신의 삶을 되찾고자하는 여정이 시작된다. 그가 도착했던 많은 세계에서 자신은 이미 죽었거나, 다니엘라 죽어가고 있거나 다른 사람과 결혼하기도 했다. 제이슨은 원래의 삶을 되찾고 싶어했다. 하지만 그가 또 간과했던 사실 중 하나는 자신의 삶을 되찾기 위한 선택을 하면서 수많은 제이슨들이 생겨나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제 그는 자신의 삶을 훔친 제이슨과 또 다른 제이슨들과 대적해야 한다. 과연 나는 내가 맞는 것일까. 제이슨 본인은 살아남을 수는 있는 것일까.

꽤 긴박하게 진행되는 이야기 속에서 섣불리 손을 놓을수가 없다. 계속해서 증식되는 것 같은 제이슨들은 마치 좀비와도 같다. 하지만 누가 그들을 탓하랴. 그저 자신의 삶을 가족을 찾고 싶어 하는 또 다른 제이슨일 뿐이다. 사람이 살아가면서 수많은 선택의 기로에 놓인다. 어느 하나 포기하지 않고서는 살아갈 수 없는 세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지 않은 길의 끝에 놓인 삶이 탐나 나를 납치하다니. 어찌보면 자신의 인생에서 최대빌런은 스스로가 아닐까 싶다. 하나도 포기 하지 않으려 손에 사탕을 가득 쥐고 고집을 부린다면 결국 아무것도 얻을 수는 없다. 적당히 몇개의 사탕을 포기한다면 결국에 모든 것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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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법률상 살인은 과실 치사와 반대되는 개념으로 한 사람이 ‘정상적인 정신 상태‘에서 ‘사회의 질서‘하에 살아가는 ‘합당한 생명체‘를 죽이거나 신체적으로 심한 손상을 입힐 목적으로 저지르는 불법 행위를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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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그니처 나비사냥 2
박영광 지음 / 매드픽션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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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독서 모임에서 < 나비사냥 >을 읽고, 시리즈인 것도 좋고, 실제 있었던 일을 모티브로 씌여진 소설이기도 해서 읽게 되었다. < 나비사냥 > season 2라고는 하지만 주인공인 하태석 형사의 주변 인물이 등장하지만 사건은 새로운 사건이다. 그냥 하태석 시리즈라고 해도 무난했을 것 같기는 한데 말이다. 작가는 현직 형사이기도 하고, 실제 있었던 사건으로 모티브를 잡기도 해서인지 이야기가 더욱더 소름 돋기는 한다. 한번쯤은 이름을 들어봤을 법한 유영철과 정남규 사건을 모티브로 하고 있으니 말이다. 실제 유영철이 정남규가 저지른 사건을 자신의 소행이라고 자백을 했기에 정남규가 늦게 검거하는데 기여(?)를 했다고 한다. 실제 유영철은 현장검증까지 태연히 재연했기에 그가 범인이라고 너무나도 당연하게 생각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작가는 그 둘이 어느 시점에서 마주하지 않았을가라는 의문으로부터 이 소설이 시작되었다고 말한다.

전작 < 나비사냥 >으로 태석은 부상을 입고 병원에 입원했다. 다행스레 미숙은 의식을 찾고 치료를 받고 있지만 정신적인 트라우마가 꽤 심하다. 이 사건으로 징계차 고향으로 내려온 태석은 어차피 서울로 돌아갈 사람이라는 탐탁지 않은 시선이 호의적으로 바뀌면서 승진까지 하게 되었다. 어느날 태석은 동생의 친구이기도 했고, 그의 첫사랑이었던 지선이 범죄의 피해자가 되어 사경을 헤맨다는 이야기를 전해듣게 된다. 사건에 진척이 없자, 관할지역의 팀장은 이 사건을 뒤로 미뤄놓은 상태이고, 태석은 이 사건을 수사하고자 하지만 뜻대로 되지 않는 가운데 범인이 잡히게 된다. 하지만 다른 사건에서는 증거가 뚜렷한 반면, 지선의 사건에서만 자백뿐 아무런 근거가 없고, 도무지 범인의 패턴과는 전혀 다른 점을 태석은 간파하고 다른 범인이 있음을 알렸지만 구팀장은 그 사실은 인정하지 않는다.

얼마전에 웹드라마 "어느 날"을 봤었다. 영국 드라마를 리메이크한 작품인데, 평범한 대학생이 단 하루의 일탈로 억울하게 살인자의 누명을 쓰게 되었다. 정황상 범인이 확실하다면서 다른 경우는 고려하지 않고, 표적수사가 계속되는 그런 이야기였다. 사법시스템의 잘못에 대해 비판하는 그런 이야기였는데, 여기서도 구팀장이라는 인물은 태석의 이야기에 귀기울이지 않고, 자신이 검거한 범인이 모든 사건을 저질렀다고 밀어붙히는 점이 꽤 불편했다. 실제 사건에서는 워낙 유영철이 태연히 현장검증을 재연해서 모두가 속았다 했지만, 여기서는 현장검증마저 형사들이 말해주는대로 하는데도 전혀 의심없었고, 사건이 일어날때마다 치정, 혹은 면식범일 거라면서 태석의 말을 무시하는게 조금은 화가 날 지경이었다. 물론 현장에 계시는 형사분들을 절대로 그러지 않으시겠지만서도 정말로 끔직한 일이다.

사실 장르소설을 읽다보면 실제사건을 모티브로 했다고 해도 끔찍하다 정도로만 생각할 뿐인데, 우리나라에서 실제 있었던 일이고 내가 알고 있는 사건이라 그런지 이 소설은 읽으면서도 참 형언할 수 없는 무언가가 많은 것 같다. 작가의 말처럼 허무하게 목숨을 잃은 수많은 피해자들의 명복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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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염인간, 낸즈 YA! 7
문상온 지음 / 이지북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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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염인간, 낸즈(Not Alive Not Dead Syndrome)

산자도 아닌 죽은자도 아닌 낸즈... 시작은 질병관리청 연구팀에 근무하던 나상일 박사가 소아암 치료제인 '캔서큐어'를 완성하면서부터였다. 아들이 소아암이 걸렸고, 홍역 바이러스를 이용하여 만든 치료제였는데, 박사의 아들은 코마 상태에 빠졌고, 임상 실험에 참여했던 환자들은 모두 사망했다. 캔서큐어는 외부로 비밀리에 유출되었고, 이를 맞은 암환자들도 모두 숨을 거두었다. 그런데, 아마도 홍역 바이러스를 이용한 치료제이다 보니 변이된 바이러스가 생겨나게 되었고, 이에 감염되어 죽은자도 산자도 아닌 '낸즈'가 되었고, 세상은 아비규환으로 변해버렸다.

리뷰를 쓰려고 지금 다시 보니, 나상일 박사의 아들은 코마상태였고 죽지는 않았었네.. 왜 이 친구가 면역항체를 가지고 있는지, 왜 나상일 박사와 관계가 있는지 이제서야 연결고리를 찾았다. 앞의 이야기를 너무 염두해두지 않았었다. 작가는 이 소설을 2019년 초에 초고를 완성했다고 한다. 하지만 세상 밖으로 나오지 못한채 2년 정도 잠재우고 있었다고 하는데, 그 사이 우리는 비슷한 상황에 직면했었다. 바로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한 팬더믹 상황이다. 이 소설은 변이 바이러스에 걸렸다가 치료된 감염인간과 바이러스에 걸리지 않은 순수인간의 대립과 갈등을 그리고 있다. 이 상황에 백신패스라는 것이 떠오르는 것은 왜일까. 코로나에 감염되면 전파되는 것을 막기 위해 치료와 더불어 자가격리를 하게되었다. 하지만 백신을 맞게 되면서 백신을 맞은 사람과, 맞지 않은 사람들은 나뉘고, 공간을 분리하고, 마치 백신을 맞지 않은 사람들을 격리해야한다는 시선을 보내기도 하는 어처구니 없는 현상이 생겨버렸다. 당시에 코로나에 감염되었다가 치료후 완치되었으나 주변의 시선으로 인해 퇴사를 해야했던 이도 있었고, 백신을 맞지 않았다는 이유로 비난을 받고 식당조차 들어갈 수 없었고, 어떻게든 코로나에 감염되지 않았던 것을 증명해야만 했다. 백신을 맞았다고 코로나에 안 걸리는 것은 아닌데도 말이다.

이 소설을 읽으면서 문득, 인간이라는 존재는 무엇이든 편을 가르지 않고는 못 견디는 그런 존재가 아닌가 싶다. "모든 인간은 평등하다"라는 사실을 법에 명시하고도 절대로 평등하게 대하지 않는다. 어떤 빌미를 잡아서라도 부류를 나누게 된다. 물론 전세계적으로 걷잡을 수 없는 상황에 사람들을 공포를 느끼는 것은 사실이긴 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것을 정치적으로 혹은 다른 의도로 이용해서는 안되지 않을까. 자신의 아내일지라도 감염인간이 되어버리면 죽였던 계엄사령관 최종혁도 결국엔 자신도 감염인간이 되어버린다. 미래는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 아무도 예측을 못한다. 예측을 하더라도 세상에는 너무 많은 변수라는 것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들은 늘상 자만에 빠져 과오를 저지르고 마는 것이 참으로 안타깝다. "역지사지(易地思之)"라는 말을 우리 맘속에 깊이 새겨야 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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