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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땅의 야수들 - 2024 톨스토이 문학상 수상작
김주혜 지음, 박소현 옮김 / 다산책방 / 2022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을 처음 읽을때는 괜히 심술이 났다. 책이 잘못된 것은 아니고, 정확하게 기억나지 않지만 우리가 일본의 식민지가 되고 '더 이상 대한제국은 없다'라는 기사가 났다라는 것을 본 것 같은데 말이다. 참 비참했다. 나라 잃은 백성들이 신문의 기사를 마주했을 때의 그 심정이란 어떠했을까.. 일본의 침략을 어떻게든 막아보려는 노력들이 허사가 되었고, 그렇게 한 나라가 없어졌는데, 왜 이제서야 당시 시대의 이야기들에 세계는 열광들을 하는가라는 "심술"이랄까. 하지만 어찌보면 그저 우리의 당시 일제 강점기라는 것은 배경에 불과하고 그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에 보여주는 관심일 것이다. 어디든, 누구든, 인생의 역경은 있을테니 말이다.
호랑이를 죽이는 건 선택의 여지가 없을 때만이이라고. 그리고 그건 호랑이 쪽에서 먼저 너를 죽이려고 할 때뿐이다. 그럴 때가 아니면 절대로 호랑이를 잡으러 들지 말아라. 알겠느냐? (p.23)
우리는 대륙에서 뻗어 나와 대양으로 쭉 뻗어가는 모습의 한반도에서 살고 있다. 하지만 일본은 대륙에서 자신들을 위협하듯 솓아나왔다고 우리나라를 생각한다고 했다. 같은 것을 보고도 각자의 생각을 제각기 다른 것 같다. 일본은 우리 한반도를 지나 세계로 뻗어가려 했던 야망은 번번히 실패하고 마는 것 같다. 조선시대에도 그랬고, 그때보다 조금더 나아갔지만 결국엔 한반도에 살고 있는 작은 야수들을 이기지는 못했다. '호랑이를 죽이는 건 선택의 여지가 없을 때'만인데 그들은 그런 때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호랑이를 죽이려 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비록 집이 가난해서 기생집에 허드렛일을 하러 엄마 손에 이끌려 갔던 옥희는 덜컥 견습생이 되었다. 꼬박 2년을 일하며 모아야 하는 50원을 옥희 어머니는 받고, 다시는 찾아오지 말라는 말을 옥희에게 전한다. 딸이 기생이 되었다면 다른 아이들에게 미칠 영향을 생각했던 탓이겠지만.. 그러면 끝까지 옥희를 품었어야 하지 않았을지... 내심 옥희 식구들이 행복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옥희는 견습생을 거쳐 조선극장 배우가 되었고, 호랑이 사냥꾼의 아들이면서 옥희를 사랑했던 정호는 인생이란 무엇이 나를 지켜주느냐가 아니라 내가 무엇을 지켜내느냐의 문제이며 그게 결국 가장 중요한 것임을 알겠다(p.250)며 옥희를 지켜내리라는 다짐을 하지만, 자꾸만 그녀와 엇갈리게 된다. 그리고 돈많은 후원자보다는 좋아하는 사람을 선택하게 되는 옥희. 하지만 당시를 살아가는 젊은이들의 삶의 여정은 그리 녹록치만은 않다. 그래도 그들은 각자 나름대로 자신의 온 몸을 태워 한시대를 살아가지 않았나 싶다. 작은 땅이지만 포효를 잊지 않는 호랑이들처럼 말이다.
여담이지만 작가가 1.5세대 이민자이다 보니, 이 책은 한국어로 번역된 것이다. 그래서 옥희(Jade), 연화(Lotus), 월향(Luna), 은실(Silver)의 이름은 한국어 이름으로 지어보도록 제안 받은 역자의 작품이라고 한다. 당시 배경을 생각한다면, 옥희, 연화등으로 안 바꾸었으면 큰일날 뻔했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본문중에 왜 '한국'이라고 할까? '조선'이나 '대한제국'이어야 하는데 라는 의문이 들었는데, 작품내에서도 'Korea'로 표기하고 있는 만큼 어느 특정 시대에 고정되어 소비되는 이야기가 아니라 현대 독자들이 현재의 한국까지를 한 국가의 역사로 인식하도록 이끄는 원작의 의도를 존중하기 위함이었다(옮긴이의 말 中)라고 한다. 마지막 책장을 덮고 나니, 이 책을 처음 펼때의 내 잠깐의 심술이 정말 못된 심술이었구나라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