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매 소녀 안전가옥 쇼-트 14
박에스더 지음 / 안전가옥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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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딘지 모르게 "영매"라는 단어가 나오면 살짝 공포스럽다고나 할까, 스릴러 분위기로 갈텐데, 이 책은 표지부터 핑크빛이라 그런 걱정을 일축해버린다. 게다가 세가지 에피소드로 구성되어 있는데, 첫번째 에피소드부터 꽤 흥미로워서 귀신을 볼 수 있는 '영매'라는 사실을 잊어버린다.

Y여고에 입학하는 은파는 어릴때부터 남다른 능력이 있다. 어릴적에는 잘 몰라서 보이는 대로 이야기를 했지만, 그것에 놀란 사람들이 거리를 두자 조금씩 다른 이들과 어울리지 못하게 된다. 그런데, 3학년 기율 선배에게 축원문을 써준다던 같은반 모니카가 늘상 축원문을 적으면 금새 젖어 버리기 때문에 도통 제출할 수 없음을 난감해 하다. 은파는 요상한 기운을 느끼고 모니카에게 그것을 해결해주겠다고 한다. 실은, 해결해 주면서 기율선배를 소개시켜 달라고 할 참이었다. 모니카의 축원문을 들고 지금은 사용하지 않는 교실로 가서 그에 깃들어 있는 개구리귀를 잡아낸다. 이 잡귀를 어찌 처리할까 고민하는 중에 고양이귀(하지만 사람들에게는 검은 고양이로 보인다)가 낚아채 잡아먹어 버린다. 이 검은고양이귀 '이채'가 은파는 아주 성가시다. 그러던 중, 나서서 타로점을 봐주지 않던 은파는 이채 때문에 아이들의 타로점을 봐주게 되면서, 이채와 더불어 콤비로 문제점을 해결하게 된다.

초반부에는 학생들이 곤란을 겪는 사건을 해결하고, 이채는 잡귀를 잡아먹는 그런 이야기로 진행되는 줄 알고 꽤 흥미로웠다. 그러나, 아무래도 잡귀들도 등장하고 또 어느 학교에 하나쯤 있는 괴담이 이쯤에서 등장을 해야 하지 않나싶다. 은파가 다니는 이 Y여고에도 소문이 하나 있으니, 3학년들의 높은 대학 진학률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3년에 한명씩 제물이 되어야만 했다. 은파는 그때까지 미처 몰랐다. 죽은 엄마가 "한경이"가 이 사건과 관계가 있는지...그리고 검은 고양이 이채의 본모습도...

내가 고3시절에도 우리 학교엔 체육대회때 백군이 이겨야 대학 진학률이 높고, 백군이 지면 낮다라는 요상한 이야기가 있었다. 정말로 백군이 이겼을때 진학률이 높았었는지 모르지만, 입시를 앞둔 학생들이라면 굴러가는 낙엽에라도 희망을 걸고 싶지 않았을까. 당시에(아마도 내가 백군이었던 듯) 백군이 지고 있어서 아이들이 걱정을 무척 했었는데, 그때의 대학 진학률이 어땠는지 잘 기억은 안나지만 분명한건 내가 진학을 했다라는 것이겠지. 아마도 '그래서 다 헛소리야'라고 했으려나 싶다.

대학 진학률에 관련된 소문은 이런 별거 아닌걸로 끝냈으면 좋겠다. 사람을 제물로 바치고 이런건 너무 각박해진다. 소설속에서만 섬뜻한 전설로 남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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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호가 끝내 배우지 못한 많은 일들 가운데, 무엇보다 어려운일은 자신에게 소중한 것들을 놓아주는 것이었다. - P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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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땅의 야수들 - 2024 톨스토이 문학상 수상작
김주혜 지음, 박소현 옮김 / 다산책방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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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처음 읽을때는 괜히 심술이 났다. 책이 잘못된 것은 아니고, 정확하게 기억나지 않지만 우리가 일본의 식민지가 되고 '더 이상 대한제국은 없다'라는 기사가 났다라는 것을 본 것 같은데 말이다. 참 비참했다. 나라 잃은 백성들이 신문의 기사를 마주했을 때의 그 심정이란 어떠했을까.. 일본의 침략을 어떻게든 막아보려는 노력들이 허사가 되었고, 그렇게 한 나라가 없어졌는데, 왜 이제서야 당시 시대의 이야기들에 세계는 열광들을 하는가라는 "심술"이랄까. 하지만 어찌보면 그저 우리의 당시 일제 강점기라는 것은 배경에 불과하고 그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에 보여주는 관심일 것이다. 어디든, 누구든, 인생의 역경은 있을테니 말이다.

호랑이를 죽이는 건 선택의 여지가 없을 때만이이라고. 그리고 그건 호랑이 쪽에서 먼저 너를 죽이려고 할 때뿐이다. 그럴 때가 아니면 절대로 호랑이를 잡으러 들지 말아라. 알겠느냐? (p.23)

우리는 대륙에서 뻗어 나와 대양으로 쭉 뻗어가는 모습의 한반도에서 살고 있다. 하지만 일본은 대륙에서 자신들을 위협하듯 솓아나왔다고 우리나라를 생각한다고 했다. 같은 것을 보고도 각자의 생각을 제각기 다른 것 같다. 일본은 우리 한반도를 지나 세계로 뻗어가려 했던 야망은 번번히 실패하고 마는 것 같다. 조선시대에도 그랬고, 그때보다 조금더 나아갔지만 결국엔 한반도에 살고 있는 작은 야수들을 이기지는 못했다. '호랑이를 죽이는 건 선택의 여지가 없을 때'만인데 그들은 그런 때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호랑이를 죽이려 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비록 집이 가난해서 기생집에 허드렛일을 하러 엄마 손에 이끌려 갔던 옥희는 덜컥 견습생이 되었다. 꼬박 2년을 일하며 모아야 하는 50원을 옥희 어머니는 받고, 다시는 찾아오지 말라는 말을 옥희에게 전한다. 딸이 기생이 되었다면 다른 아이들에게 미칠 영향을 생각했던 탓이겠지만.. 그러면 끝까지 옥희를 품었어야 하지 않았을지... 내심 옥희 식구들이 행복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옥희는 견습생을 거쳐 조선극장 배우가 되었고, 호랑이 사냥꾼의 아들이면서 옥희를 사랑했던 정호는 인생이란 무엇이 나를 지켜주느냐가 아니라 내가 무엇을 지켜내느냐의 문제이며 그게 결국 가장 중요한 것임을 알겠다(p.250)며 옥희를 지켜내리라는 다짐을 하지만, 자꾸만 그녀와 엇갈리게 된다. 그리고 돈많은 후원자보다는 좋아하는 사람을 선택하게 되는 옥희. 하지만 당시를 살아가는 젊은이들의 삶의 여정은 그리 녹록치만은 않다. 그래도 그들은 각자 나름대로 자신의 온 몸을 태워 한시대를 살아가지 않았나 싶다. 작은 땅이지만 포효를 잊지 않는 호랑이들처럼 말이다.

여담이지만 작가가 1.5세대 이민자이다 보니, 이 책은 한국어로 번역된 것이다. 그래서 옥희(Jade), 연화(Lotus), 월향(Luna), 은실(Silver)의 이름은 한국어 이름으로 지어보도록 제안 받은 역자의 작품이라고 한다. 당시 배경을 생각한다면, 옥희, 연화등으로 안 바꾸었으면 큰일날 뻔했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본문중에 왜 '한국'이라고 할까? '조선'이나 '대한제국'이어야 하는데 라는 의문이 들었는데, 작품내에서도 'Korea'로 표기하고 있는 만큼 어느 특정 시대에 고정되어 소비되는 이야기가 아니라 현대 독자들이 현재의 한국까지를 한 국가의 역사로 인식하도록 이끄는 원작의 의도를 존중하기 위함이었다(옮긴이의 말 中)라고 한다. 마지막 책장을 덮고 나니, 이 책을 처음 펼때의 내 잠깐의 심술이 정말 못된 심술이었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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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생이란 무엇이 나를 지켜주느냐가 아니라 내가 무엇을 지켜내느냐의 문제이며 그게 결국 가장 중요한 것임을 알겠다 - P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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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랑이를 죽이는 건 선택의 여지가 없을때만이라고. 그리고 그건 호랑이쪽에서 먼저 너를 죽이려고 할 때 뿐이다. - P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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