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노사이드
다카노 가즈아키 지음, 김수영 옮김 / 황금가지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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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실북클럽 스토킹 도서

이 책을 10년만에 꺼내들었다. 처음 읽었을 때 꽤 재미있기도 했고, 이 소설에 등장하는 "이정훈"이라는 한국 유학생은 2001년 일본 도쿄 지하철에서 선로에 떨어진 취객을 구하고 사망한 故이수현씨를 모델로 하고 있다라는 점에서 내 기억속에 각인되었다. 당시 다카노 가즈아키의 인터뷰 기사를 보고 이 사실을 알았다. 다카노는 "비록 국적이 다르지만 이수현氏처럼 남을 도와줄 수 있는 모습을 그리고 싶었다"라고 말했다. 그래서 정훈은 꽤 천재적이고 희귀병을 앓는 아이들의 희망이 되는 약 개발을 위해 적극 도와준다. 일본작가의 이야기 속에서 한국인이 꽤 좋은 모습으로 묘사되서 참 좋았다. 아마 당시 인터뷰 기사를 보지 않았더라면 그냥 좋은 인상만 받고 끝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다카노의 마음이 전해지듯 난 이 책이 참 좋다.

어떤 책들은 읽었는지 모르고 다시 읽거나 혹은 분명 읽었는데 내용이 전혀 생각이 나지 않는 경우가 있는데, 이 < 제노사이드 >는 10년전에 읽었음에도 큰줄기가 생각이 났다. 그리고 문득 그때는 알아채지 못하던 것을 알게되는 것도 있다. 어쩌면 당시에는 그렇게 주목하지는 않았을지도 모른다. 콩코의 어느 숲에 작은 피그미족 부락에 현대 인류를 넘어선 초인류인 '아키리'가 태어났다. 현대인류보다 높은 지능을 가지고 있어서 강대국이 가지고 있는 암호화된 기밀들을 손쉽게 풀어낼 것을 우려하여 아키리를 비롯 피그미족과 이 작전에 수행하는 요원들 모두를 살해할 작전을 진행한다. 하지만 인류학자 피어스의 설득으로 요원 4명은 아키리를 아프리카에서 탈출시키는데 동참한다. 가장 큰 요인중 하나는 이 요원들 대장을 맡고 있는 예거는 아들이 불치병으로 죽어가고 있었다. 하지만 피어스는 아들을 살려주겠다고 했다. 그래서 마음이 움직였다. 아키리는 겐토와 정훈으로 하여금 예거의 아들과 같은 병을 갖고 있는 아이들을 위한 신약개발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누스(아키라)는 도의적으로 상처 하나없이 10만 인질을 손에 넣었다.(p.422) 예전에는 미처 눈치채지 못했는데, 어쩌면 잊었을수도 있고, 아키라의 뜻을 알았을 때 소름이 돋을 정도였다.

지금으로부터 약 50년전, 트루먼 대통령이 알버트 아이슈타인에게 질문을 하나 했습니다. 만약 우주인이 지구를 찾아오면 어떻게 대처하게 될지를. 아인슈타인의 대답은 '결코 공격을 하지 말라'는 것이었습니다. 인류를 뛰어넘는 지적 생명체에게 전쟁을 건다한들, 이길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p.412)

인간은 스스로가 최고의 지성을 가진 존재라고 생각하기에 교만해질 때가 있다. 이 < 제노사이드 >도 인류를 뛰어넘는 지적 생명체이지만, 어리다는, 혼자라는 이유로 손쉽게 제거할 수 있을거라 생각했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 아닐까 본다. 팬더믹 시대가 와서 인간이 이동등을 멈췄을때, 자연이 평온해지는 것을 우리가 목격하지 않았던가. 인간은 겸손해져야 한다. 그리고 가진자들, 그것이 권력이든 돈이든간에 남들보다 더 가진자들이 조금 더 겸손해질 필요가 있음을 절실하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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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가능하다"라고 말하지 않는 사람들이 과학의 역사를 만들어 왔어. - P397

만약 우주인이 지구에 찾아오면 어떻게 대처하면 될지를. 아인슈타인의 대답은 ‘결코 공격을 하지 말라는것이었습니다. 인류를 뛰어넘는 지적 생명체에게 전쟁을 건다한들, 이길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 P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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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편한 편의점 (벚꽃 에디션) 불편한 편의점 1
김호연 지음 / 나무옆의자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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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이 처음 생겼을때는 잘 찾지 않았었는데, 요즘에는 곳곳에 있던 소소한 가게들이 전부 편의점으로 탈바꿈을 하기도 하고, 24시간 운영과 더불어 택배등 여러 편의를 봐주고 있어서 너무나도 잘 이용하고 있다. 그런 편한 편의점이 왜 불편한 편의점이 되었을까?

염영숙 여사가 독고씨와 연을 맺은건 파우치 때문이었다. 지갑, 통장, 카드등이 들어 있는 파우치를 어디에 두었는지 도통 기억이 나질 않았는데, 낯선 번호로 걸려온 전화에서 자신이 파우치를 주웠다며 배가 고픈데 편의점 도시락을 사먹으면 안되냐고 했다. 지갑을 찾아주었으니 사례금을 줄 요량이었는데 그러라고 했다. 다른 노숙자에게 파우치를 빼앗길 뻔했으나 그 상황에서 도시락이 엎어져도 파우치만은 놓치 않았다. 사례금도 거절한 독고씨를 데리고 걷고 또 걸어서 영숙씨가 운영하는 편의점으로 간다. 언제든지 배고프면 오라 했는데, 그는 항상 유통기한이 지나 폐기되는 도시락을 먹으러 온다. 그러다가 독고씨는 편의점 야간알바를 시작하게 된다.

독고씨는 알콜성 치매를 앓고 있다. 자신의 이름도, 과거도 모른다. 말까지 더듬어 혹시 편의점 일을 잘 해낼수 있을까 걱정했지만, 그를 경계했던 주변 사람들이 조금씩 변해감을 볼 수 있다. 아마도 이 이야기가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였던 것은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낯설지 않은 장소때문이 아닐까. 그리고 그 속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은 우리가 늘상 만나는 사람들이다. 그리고 등장하는 인물들 각자의 시선으로 이야기가 진행되다 보니, 서로의 심리들도 너무나도 잘 알 수 있다.

가장 의문스럽던 독고씨의 정체가 밝혀지면서, 그 뒤의 이야기가 2편으로 나온 것이 아닌가 의심해본다. 잘 모르는 사람이지만 때론 좋은 인연이 될수도 있고, 혹은 그야말로 생의 절망감에 세상을 포기하려는 사람을 살리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하나 하나의 인연이 참 귀하다고 생각한다. 가끔은 그런 인연을 무시하고 다른이들에게 상처를 입히는 경우가 있어 안타깝긴 하지만 그래도 좋은 사람들은 서로를 알아보며 긍정의 에너지를 키우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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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궁금해서 일찍 나왔니? - 이른둥이의 탄생을 바라보는 老의사의 따뜻한 시선
이철 지음 / 예미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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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둥이와 관계는 없지만, 나도 예전 태어날 때 엄마를 참 고생스럽게 하긴 했다. 세상에 나오기 전부터 엄마를 힘들게 했는지, 목에서 걸려서 엄마가 전혀 힘을 쓰지 못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었다고 한다. 정말 TV에서나 보는 것처럼 '산모와 아기중 하나만 선택'하라는 기로에까지 놓였다고 했었다. 모두들 나를 포기했는데, 엄마만 나를 포기 하지 않아서 결국에 세상 빛을 보게 됐고, 얼굴은 시커멓게 죽어있었고(엄마에게 전해들은 말인데, 사실 여부는 잘 모름) 회복하는데 좀 시일이 걸렸다고 했다. 근데... 어째 들을때마다 살이 붙는것 같은 느낌... 하지만 어쨌든 다른아이들보다 엄마덕을 조금 더 본건 사실인 것 같다. 그래서인지 모르지만 이 책을 본 순간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저자는 신생아에게는 출생이란 그야말로 천지개벽이고 하늘이 놀라고 땅이 움직이는 경천동지이다(p.21)라고 말한다. 그저 엄마 뱃속에서 모든 것을 엄마가 해결해줬는데, 처음으로 엄마와 떨어져 혼자 호흡하고, 소화시키고, 추운 세상을 접해야 하는 홀로서기이기 때문이다. 비록 내 기억에는 없지만, 태어남과 동시에 이세상 하직할 뻔한 경험(?)이 있는 나로선... 살짝 동지애가 생길지경이다.

'미숙아'라는 표현이 더 익숙하지만 이 단어에는 '성숙하지 못하다' 또는 '미숙하다'라는 느낌이 있다. 뭔가 부정적인 의미 같다. 물론 제 개월수를 다 채우지 못하고 일찍 세상에 나온 아기들은 아무래도 조금 더 도움이 필요하긴 할 것 같다. 경험이 없는 우리는 '미숙아'라는 표현에 별 거부감이 없지만, 정작 본인이나 가족들은 이 단어를 매우 꺼려하는 편이라고 한다. 그래서, 아직 표준어로 인증받지는 않았지만 신생아학회에서 응모를 받아 '이른둥이'라는 순우리말로 일찍 태어난 아이를 일컫는다고 한다. 이제 우리에게도 '이른둥이'라는 말이 더 익숙해져야 할 것 같다.

이른둥이라고 하면, 괜히 연상되는 것이 많이 아파서 장기적인 치료가 필요한 아기, 혹은 인큐베이터가 떠오르기도 한다. 물론 임신 초기에 아기들의 대부분의 장기들이 형성되기는 하지만, 출산일이 다가오면서 쓸일이 없던 폐로 펴져야 하고 모든 기능이 제대로 작동 준비를 마쳐야 한다. 그런데 일찍 태어난 아기들은 그 준비가 되어있지 못해서,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하다. 아주 오래전에는 이른둥이들은 도와줄 방법이 없어서 영아사망률이 꽤 높았다고 한다. 하지만 지금은 여러 의학기술들이 발전되서 많은 영아들이 이 사회의 한 자리를 차지할 수 있도록 성장할 수 있다고 한다. 실제 의사들 중에서 전혀 환자와 소통할 수 없는 부류라고 저자 스스로도 말을 한다. 그런데, 성인이 되서 찾아오는 아이를 보면 그 느낌이 어떨까.

세상에! 순간 숨이 멎는 듯했다. 미숙아로 태어나서 내가 진료하였던 환자를 20년이 지나 해후를 한 것이다. 주치의 시절에 그 어떤 신생아 환자와도 한마디 대화를 할 수 없었는데 20년이 지난 후 비로소 첫 대화를 할 수 있게 된 것이다(p.86)

우리 나라의 인구 감소는 꽤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출산을 장려하기 위해 정부는 많은 예산을 편성하고는 있지만, 본질적인 문제에는 접근하지 못하고 있는듯하다. 저자도 여러의견을 내놓았는데 그 중 하나가 이미 태어난 이른둥이를 잘 살리는 것이라고 한다. 적자가 계속된다고 인큐베이터를 늘리지 않는다거나, 치료비가 부담되어 혹시라도 장애를 안고 살아가는 것이 부담되어 포기하는 경우가 없어야 한다는 것이다. 작은 아기들이 엄마품에서 떨어져 홀로 사투를 벌이는 데, 어른들은 수지타산을 맞춘다는 것 정말 모양빠지는 일이다. 세상이 궁금해서 일찍 나온 아이들, 세상을 맘껏 볼 수 있게 모두가 노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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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송곳
조동신 지음 / 북오션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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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한국말은 끝까지 읽어봐야 한다. "이순신 장군의~" 여기까지만 읽고, 이순신 장군님이 탐정으로 등장을 하시는 줄...그래도, 드문드문 등장하시니 그 존재감만으로도 편안해진다. 이 소설의 주인공은 임진왜란 시기 전라 좌수영 소속의 초관 장만호이다. 당시 일본은 작정하고 조선을 침략했다. 게다가 많은 간자(간첩)들이 활동을 하고 있었다. 또한 수세에 몰리던 조선군에서는 목숨을 걸고 싸우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 상관을 적군에게 넘기고 투항하려는 자도 생기게 된다. 그러고 보면 예나 지금이나 똑같은 것 같다.

「칼송곳」, 「편전」, 「은혜 갚은 두꺼비」, 「보화도」의 4가지 이야기가 수록되어 있는데, 특히 길기도 했던 「편전」이 꽤 인상깊다. 「편전」에서는 장만호의 스승인 윤흥신은 신문을 막론하고 재능이 있는 이에게 그 재능을 키울수 있도록 기회를 준다. 당시는 왜란중이었고, 언제 누가 도움이 될런지는 아무도 모를 일이다. 하지만, 관비에다가 여성인 나해가 활연습을 하는 것을 문제 삼는 이들이 많았다. 하지만 윤흥신은 언젠가 그 재능을 쓸 수 있을때가 있다며 나해를 가르쳤고, 용기를 주었다. 간자의 계략으로 봉화를 제때 띄우지 못했고, 다대포 관아는 고립되었고, 그야말로 위기 상황이었다. 왜군에게 빼앗기게 되면 백성들이 목숨 또한 부지할 수 없는 상황에 윤흥신은 나해를 불러 군졸의 가족들과 함께 탈출할 것을 지시한다. 뒤늦게 휴가를 맞아 윤흥신을 찾아오던 만호는 문제가 생김을 직감하고 나해를 돕기 위해 그녀의 행적을 쫓는다. 꽤 긴박한 이야기라 손에 땀을 쥐게 했었다. 신분의 차이가 있지만 만호와 나해사이에서 오고가는 감정들이 두 사람이 이어지길 바라는 마음이 내심 들었지만, 끝까지 윤흥신의 명을 수행하는 나해가 너무 멋지다.

"임진왜란"이라 하면 주로 이순신 장군의 이야기를 주로 떠올리게 하지만, 그 휘하에 있는 부하를 통해 당시에 일어났던 다른 이야기들을 만날 수 있어서 너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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