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디스
퍼트리샤 하이스미스 지음, 김선형 옮김 / 북하우스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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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읽어도 읽어도 끝이 없다. 나름 많이 읽는다고 생각하는데도 불구하고 생소한 작가가 있고, 모르는 작품이 있으니 말이다. 이 < 레이디스 >의 작가 하이스미스는 '톰 리플리'라는 사이코패스 범죄자를 주인공으로 하는 리플리 시리즈로 꽤 그 명성이 대단하다. 그녀의 첫번째 작품인 < 재능있는 리플리씨 >씨가 " 태양은 가득히"라는 제목으로 영화화 되었고, 멧데이먼 주연의 "리플리"로 리메크되었단다. 이렇게 보니 영화내용은 그다지 생각나지 않으나 제목은 한번쯤은 들어본 이야기이다. 또 내 읽어야할 도서목록에 추가되었다. 꼭 읽어보고 말리라.

이 책 < 레이디스 >에는 16편의 단편이 실려 있다. 내가 단편에 좀 약한 편이 있긴 하지만 전반적으로 느껴지는 것이 무언가 불안함, 혹은 강박 등으로 좀 불안하다. 「세인트 포더링게이 수녀원의 전설」에서는 여성만이 머물수 있는 수녀원에 킬리크랭키 수년가 산길 근처에서 '메리'를 발견한다. 사실 '메리'는 남자아이였다. 여성들만 머물수 있는 수녀원에서 이 어린 아기는 남자아이라는 이유만으로 머물수 없게 되자 '메리'라는 이름으로 머물수 있게 되었다. 다른 아이들에게는 아무말도 하지 말자라고 한다. 하지만 아이가 커가면서 어찌 모를수가 있을까. 감춘다고 감춰질 것이 아닐텐데 말이다. 하지만 메리는 자신이 다름을 알아챘고, 지금 당장 세상으로 나아가고 싶어했다. 그래서 수녀님들에게 자신을 놓아주지 않으면 수도원을 통째로 날려버리겠다고 겁박한다. 이 글을 읽다가 갑자기 '쥐도 궁지에 몰리면 고양이를 문다'라는 말이 떠오르는 것을 왜 일까. 철저하게 자신의 성을 베일에 감추려고만 했던 수녀님들.. 그렇다고 감춰지지 않는 진실 속에 아마도 메리는 불안하지 않았을까.

「영웅」에서는 크리스천슨씨 집으로 루실이 보모로 들어가게 된다. 그 집 아이들은 지난번 보모인 캐서린 보다 루실을 좋아한다. 하지만 어린아이들이 아빠도 슬쩍 커피를 먹게 해주는데 캐서린은 주지 않았다고 말하면서 루실은 주지 않겠냐고 말할때 요녀석들 봐라라는 느낌이 있었다. 혹시나 그래서 캐서린에게 못되게 굴지 않았을까. 내가 보기에는 크리스천슨 부인은 그냥 평범하고 참 좋은 사람같아 보였다. 하지만 루실은 그녀에게 잘 보이고 이 집에서 계속해서 아이들을 돌보며 바랬던 듯 싶다. 오히려 월급이 많다고 할 정도였으니 말이다. 그랬던 그녀가 이 집에 남아 오래동안 머물수 있는 방법을 찾아냈다. 루실은 불을 지르고 아이들을 구해 영웅이 될 방도를 찾게 된다. 가끔은 영웅이 되어 인정받기를 원하는 사람들도 있다. 드라마에서 종종 보던 경우이긴 한데, 루실은 무엇이 불안했을까. 지금까지도 충분했는데 무언가를 더 해야한다고 생각했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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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력의 역사 - 한국 현대사의 숨겨진 비극들
김성수 지음 / 필요한책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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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현대사의 숨겨진 비극들... 참 마음이 아프다..

역사를 좋아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근현대사는 잘 모른다. "제주 4·3사건"에 대해서도 잘 몰랐었다. 제주를 몇 번을 갔어도 "제주 4·3평화 공원"을 찾아가 볼 생각도 없었다. 우연찮게 알게되었던 < 순이 삼촌 >을 읽고, 그 진상을 알게 되었고, 그리고나서 "제주 4·3평화 공원"에 가게 되었다. 올바른 역사 이름을 얻지 못했기에 '4·3 백비'는 여전히 한 글자도 새기지 못한채 누워있다. 이 책에도 당시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꼭 그렇게 아무 상관없는 민간인들을 학살하는게 정당한 일이였을까. 이 책 바로 전에 < 진홍빛 하늘 아래 >라는 책을 읽었다. 2차 세계대전 말의 이탈리아를 배경으로 한 실화를 바탕으로 한 소설이었는데, 독일이 패망하고 물러나는 상황에서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벌어진 부역자를 처단하겠다며 벌어지는 잔혹한 폭력사태도 다르지 않다. 부역자일지라도 정당한 재판없이 살상하는 것도 문제지만 관련없는 사람들도 무차별로 희생이 되었다는 점이다. 세상 어느 곳에서나 인간의 잔혹함은 상상을 초월한다.

이 < 폭력의 역사 >는 90년대 초반부터 시간을 거슬러 올라간다. '군사 정권의 끄트머리에까지 개개인들에게 가해졌던 폭력의 근원은 무엇인가'라는 의문을 출발점으로 하여 우리가 치른 '폭력의 역사'를 역방향으로 짚어 봄으로써 그 근본을 단계적으로 직시(p.293)하고 싶었기에 저자에게 제안했다고 한다. 한국전쟁 즈음에서는 이데올로기 대립 때문에 무차별 학살을 자행했었다. 당시 인천 상륙 작전에 선행에 월미도 점령을 위해 민간인 주거를 고려하지 않고 무차별 폭격을 했다는 사실을 이 책을 통해 처음 알았다. 무장을 하지 않은 민간인들을 조금이라도 덜 희생하는 방법을 택하는 것이 옳지 않았을까. 또한, 8,90년대에 학생운동을 했던 이들이 입영대상자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불법적인 방법을 통해서 강제징집되기도 했고, 군에서 의문사를 당하게 되기도 한다. 이 책은 90대 초반까지를 다루고 있지만, 현재도 누군가의 목적을 위해서도 비슷한 사건들이 일어나고 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흔히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라고 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말도 안되는 상황에 화가 나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역사를 알아야 하는 것은 다시는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아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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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홍빛 하늘 아래
마크 설리번 지음, 신승미 옮김 / 나무의철학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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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실북클럽 몽블랑 도서

매번 온라인 독서모임을 통해서 만나는 책들은 미처 몰랐던, 어쩌면 영원히 모를수도 있는 책들이었는데, 기꺼이 만나서 꼭 미루지 않고 읽어보게 된다. 특히나 이번 30번째 만난 이 책 < 진홍빛 하늘아래 >는 마치 눈앞에 영상이 펼쳐지듯 웅장했고, 당시 1943년부터 1945년까지의 상황은 우리 역사와 무관할 수 없기에 깊이 공감할 수 있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인생의 막다른 길에서 만난 열일곱 이탈리아 소년 '피노 렐라'의 이야기. 그의 이야기를 기반으로 많은 자료를 조사했지만, 서류는 소각됐고, 사람들은 집단 기억 상실에 걸렸고, 많은 등장인물이 사망한 뒤였기에, 어떤 부분에 있어서는 작가의 상상력에 전적으로 의지하는부분이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변하지 않는 건 이 소설은 실화에 기반을 두었다는 것이다.

1943년 6월 이탈리아 밀라노, 피노는 건장한 17살 남자아이였다. 여느 17살 소년들과 마찬가지로 열렬한 사랑을 꿈꿨다. 하지만 밀라노에도 폭격이 시작되었다. 폭격을 피해 피노는 동생 미노가 피신해 있는 레 신부님이 운영하는 알프스 산맥의 학교로 간다. 그 곳에서 피노는 알프스 산을 넘어 유대인을 탈출시키는 안내자 역할을 하게 된다. 밀라노에서 만난적이 있던 바이올리스트는 남편과 헤어지고, 임신한 상태로 피노에 의지해 국경을 넘게된다. 마지막 보답으로 다시 이탈리아로 넘어가는 피노와 미노를 위해 당시 들었던 "네순 도르마"를 연주해준다. 그 선율과 함께 다시 산을 넘는 피노 형제의 모습이 눈앞에 선하다.

18살이 되는 피노는 강제입대를 앞두고 있고, 러시아 전선의 총알받이로 떠나는 것을 막기 위해 부모님은 독일군에 자원입대를 권유한다. 유태인의 탈출을 도왔던 자신이 독일군이 되는 것에 회의를 느꼈지만 히틀러의 최측근 한스 레이어스 장군의 운전병이 되어 나치의 정보를 빼돌리는 스파이가 된다. 사정을 모르는 동생과 친구는 피노를 배신자라고 부르지만 피노는 자신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한다. 그리고 전쟁이 끝나가고 나치의 일당들은 퇴각을 하게 되면서 모든 것이 정상화 되리라는 믿음을 가졌지만 피노의 뜻대로 되지 않는 현실이 너무나도 가슴 아프게 다가왔다.

아흔을 바라보는 피노는 말한다.

나에게 삶은 여전히 끊임없는 놀라움으로 가득 차 있다네. 우리는 다음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무엇을 보게 될지, 어떤 중요한 사람이 우리 삶에 나타날지, 어떤 소중한 사람을 잃게 될지 절대 알 수 없어. 삶은 변화, 지속적인 변화야. 그 변화 속에서 희극을 발견할 만큼 운이 좋지 않다면, 그 변화는 거의 항상 드라마나 비극이지. 하지만 그 모든 일을 겪고 나서도, 하늘이 진홍빛으로 변하고 금방이라도 비를 뿌릴 것 같을 때에도, 나는 여전히 믿는다네. 우리가 운 좋게도 계속 살아가게 된다면, 아무리 완벽하지 않더라도 매일, 매 순간에 일어나는 기적에 감사해야 해. 그리고 우리는 신과 우주와 더 나은 내일을 믿어야 해. 그 믿음이 항상 보답받지는 못할지라도(p.654)

왜 하필 "진홍빛 하늘 아래"일까 생각했는데, 험난했던 하루를 다 지나고 석양에 물든 그 시간을 가르키는 것 같다. 피노가 철부지였을때도, 그리고 어려운 고난을 겪었을 때도 여지없이 진홍빛을 띄는 석양에 물든 하늘은 찾아온다. 완벽한 날이 아니더라도 그 날에 충실해야 할 것만 같다. 피노의 마지막 말이 묵묵한 울림을 준다. 더 나을 내일을 믿어야 한다. 그 믿음이 항상 보답받지는 못할지라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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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주계급과 착취계급을 쳐없애는 혁명, 소작인들이 공평하게 땅의 주인이 되는 혁명, 가난도 굶주림도 없는 세상을 일으키는 혁명, 아아 그날은 언제나 올 것이냐.  - P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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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율의 환각 - 조선을 뒤흔든 예언서,《귀경잡록》이야기의 시초
박해로 지음 / 북오션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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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을 뒤흔든 예언서, << 귀경잡록 >> 이야기의 시작

책표지의 이 말이 무슨 말인가 했더니, 작가는 이 << 귀경잡록 >> 시리즈를 100편을 완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한다. 그 시작인 책이다. 이 책에 「전율의 환각」, 「검은 소」, 「지옥에서 온 사무라이」 세편이 실려 있으니 앞으로 97편의 이야기를 기다리면 되는 것인가. 아니면 내가 아직 읽지 않은 작가의 다른 책에 이 시리즈가 있는 것일까. 자못 궁금해진다.

이 책에 실린 이야기들의 공통점은 섭주, 귀경잡록인 것만 같다. 그래서인지 마치 동시대에 벌어지고 있는 일인 것 같기도 하다. 특히나, 지금 읽고 있는 < 조선왕조 500년 >에서의 시대가 임진왜란 때이다 보니, 「지옥에서 온 사무라이」가 눈에 띈다. 영주의 밀명을 받고 조선을 다녀온 고바야기 야스오. 그는 박영걸의 후손이다. 어떤 이로부터 무언가를 빼앗아 와야 하는데, 그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이 바로 야스오라고 하는 것이다. 임진왜란 당시에서 조선으로 귀화한 일본인들이 꽤 있었다고 한다. 그 중 가토 기요마사가 선봉장으로 조선땅을 밟았으나 김충선이란 이름으로 귀화하고 일본 공격에 앞장 섰던 인물이라고 한다. 또 그 후손중에는 장관을 지낸 이도 있다고 한다. 그래서 김충선이란 인물이 꽤 궁금하던 차에 이 이야기를 만난 것이다. 물론 김충선처럼 일본으로 귀화했던 조선사람도 있다고 한다. 어쨋든 박영걸의 후손인 야스오는 영주의 아들과 함께 조선으로 건너오게 된다. 그리고 김국도란 인물을 만나게 된다.

SF 호러 연작소설이라고 하는데, 세편을 읽으면서 꽤 혼란스러웠다. 누구를 믿어야 하는지, 어떤 것을 믿어야 하는지. 이것이 환각인지 아닌지 정신을 확 빼놓는 것이 역시나 박해로 작가님 작품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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