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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치료하는 당신만의 물망초 식당
청예 지음 / 팩토리나인 / 2022년 11월
평점 :
제 1회 K-스토리 공모전 일반 부문 최우수상 수상작!
'금귀비 정찬'은 100% 예약제로 운영되는, 예약자만을 위한 단 하나뿐인 요리를 만들어 내는 프라이빗 키친이다. 이 식당의 원래 주인은 아빠 문정원이었다. 아빠가 돌아가시고 엄마 금귀비 여사가 오너로 있다. 한때는 친딸인 문망초에게 별다른 조건없이 식당을 넘기리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어림도 없는 소리!! 엄마는 엄마다운 계약서를 들이밀었다. 100일의 기간동안 손님들의 편식을 개선하고 7명으로부터 서명을 받아야 한다는 조건. 금귀비 여사의 조언은 절대로 안됨. 이 계약서의 조건을 완수하게 되면, 비로서 '금귀비 정찬'의 오너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어머님 참으로 따님을 강하게 키우시네^^ 사실, 집안 사업을 그대로 물려받은 실력 없는 사람들을 보면 헛웃음만 나오는 판에, 이런 것 아주 좋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금귀비 여사가 내놓은 조건 또한 맘에 든다. 심리적 편식에 따른 것을 다른 음식으로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을 치료함으로서 음식에 대한 거부감을 없애는 것이니 말이다.
편식이란 음식에 대한 저항이 아니라 기억에 대한 저항이라는 것이었다.(p.39)
여러가지가 있겟지만, 내 경우에는 계란 노른자를 생으로 먹지 못한다. 삶을 때도 완숙만을 먹는다. 그냥 몸에서 받지를 않는다. 그런데 얼핏 생각해보면 알러지 반응도 아닌데, 내가 알지 못하는 어떤 어린시절의 기억 때문에 몸에서 알아서 거부하는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처음에 찾아오는 손님들은 반신반의 했다. 하지만 망초는 진심으로 그들이 편식을 이겨낼 수 있도록 노력했다.
특히나 눈길을 끌었던 이야기는 「용서하는 닭 수제비」 이야기였는데, 12년을 함께한 강아지를 잃고, 강아지와 함께 먹었던 닭수제비를 먹지 못하는 아저씨의 사연이었다. 열살이 넘은 노견이 된 반려견 만식이에게 고깃국을 자주 끓여주었지만, 매번 고기를 사는 것이 부담이 되어 닭을 즐겨 선택했단다. 그런데 동호회 사람들은 사람이 먹는 음식을 줬다. 각별한 관리가 필요한데 그러지 못했다, 넉넉하지 않으면 강아지 키우지 말라, 키울줄 모르는 사람은 시도도 말라면서 그를 비난했다. 그는 15년은 너끈이 살 수 있는 개가 자기가 잘못 키워 12년밖에 키우지 못했다는 자책감 때문에, 만식이와 함께 했던 '닭 수제비'를 먹지 못했던 것이다. 참 오지랖들은...강아지들은 열악한 상황에서라도 주인만 바라보더라. 자신을 버리더라도 하염없이 주인만을 기다리더라.. 오히려, 그를 비난했던 사람들이 더 개를 키워서는 안 될 사람같았다.
진심으로 아껴줬으면 상대도 모두 알고 있다.(p.167)
세상 모든 사람들이 같은 환경에서, 같은 모습으로 사랑할 수는 없는거야. 각자의 사정을 이해하는 아량도 필요해(p.177)
"각자의 사정을 이해하는 아량"이라는 말이 이 에피소드에서 등장하지만, 사실 모든 이야기에서 우리가 꼭 알아두어야 하는 말인 것만 같다. 자기만이 옳다고 생각하는 오만은, 자칫 다른 사람들에게 상처를 주기도 하겠지만, 스스로를 고립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마음이 아프면 이제는 "물망초 식당"이 떠오를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