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교통사고 전문 삼비 탐정 - 2021년 한국 추리 문학상 대상
윤자영 지음 / 북오션 / 2021년 5월
평점 :
이 책을 처음 만났을때 '삼비'가 무슨 말인가 의문이었다. 그런데 책을 읽다보니 곧 그 의문이 풀렸다. 우리의 주인공 박병배! 최가로 변호사가 그의 이름을 영어 이니셜로 "비비비(BBB")라고 해서 '비비비 탐정'이라고 놀리는 말이었다. 박병배는 그것을 무지 싫어했고, 의뢰인이 그를 비삼 탐정으로 부르기 시작을 했다. 그런데 박병배 스스로가 '비삼'보다는 '삼비'가 낫겠다고 생각해서 '삼비 탐정'이 되었다. 최가로 변호사와 박병배의 케미가 너무나도 재밌는 이야기이다.
「누나의 자살」, 「피 그리고 복수 ; 탐정의 탄생」, 「외국인 아내 보험 살인」, 「장애인 울리는 중고차 사기」의 4편의 이야기가 실려있다. 물론 박병배와 최가로가 등장해서 사건을 해결한다. 특히나 박병배의 사연이 두번째에 등장해서 처음의 「누나의 자살」을 읽을 때는 어떤 사연의 사람일까 꽤 궁금했었다. 이 편에서는 공범의 존재는 알아냈지만, 자살로 결론지었던 사건의 의문점이 밝혀져 재수사에 들어갈테니 과연 공범까지 밝혀낼 수 있었을까.. 혹시 뒷편을 읽으면서 그에 관련된 이야기가 나올까 했는데.. 결국엔 열린 결말인가보다. 물론 독자는 이미 모든 상황을 알지만 말이다.
두번째 이야기인 「피 그리고 복수; 탐정의 탄생」에서는 박병배의 과거가 그려진다. 박병배 가족은 길을 건너다 신호를 무시하고 달려오는 차에 치이는 교통사고를 당한다. 며칠 후 박병배는 의식을 찾았지만 아내와 아들은 중환자실에 있었다. 의식을 찾아도 식물인간이 되리라는 예상을 깨고 아내는 다행스레(?) 하반신 마비만 되었지만, 자신의 처지를 비관했던 아내는 끝내 자살하고 만다. 아들도 커가면서 나아질지 모르지만 어쨌든 사고의 후유증으로 매우 고생할테다. 그러나 가해자는 한 번 찾아오기만 했을뿐, 무단횡단을 한 박병배의 가족들 때문에 자신이 피해자라 주장한다. 하지만 물리교사인 박병배는 그가 잘못하지 않았다는 증거를 발견하고 담당경찰에게 이야기 했으나 가해자와 지연으로 얽힌 그는 뒷돈을 받고 증거를 묵살한다. 이에 박병배는 복수를 택한다.
여기 실린 네가지 모두 악인들이 등장한다.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증거를 묵살하고, 보험금을 노리고 살해하려 하고, 사기를 친다. 이런 사람들은 정당한 처벌을 받았으면 좋겠지만, 실상 법은 너무나도 헛점이 많은 것 같다. 얼마전 칼치기로 끼어든 차량때문에 버스에서 넘어진 고3이던 여학생이 전신마비로 평생을 그렇게 살아야만 함에도 가해자는 찾아오지도 않고, 처벌도 미비했다는 기사를 보았다. 박병배가 겪은 일은 소설속에서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피해자의 인생을 송두리째 날려 버리고서 어찌 편하게 살려고만 하는지. 참 성질나게 만든다. 죄의 댓가는 가혹했으면 좋겠다. 그래야 다시는 같은 범죄를 저지르지 않을까... 참..사건은 화나고, 박병배와 최가로의 콤비는 재밌다. 작가님은 혹시 후속편을 쓰실 생각을 없으실까? 둘의 케미를 계속 만났으면 좋겠는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