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진홍빛 하늘 아래
마크 설리번 지음, 신승미 옮김 / 나무의철학 / 2020년 2월
평점 :
절판
몽실북클럽 몽블랑 도서
매번 온라인 독서모임을 통해서 만나는 책들은 미처 몰랐던, 어쩌면 영원히 모를수도 있는 책들이었는데, 기꺼이 만나서 꼭 미루지 않고 읽어보게 된다. 특히나 이번 30번째 만난 이 책 < 진홍빛 하늘아래 >는 마치 눈앞에 영상이 펼쳐지듯 웅장했고, 당시 1943년부터 1945년까지의 상황은 우리 역사와 무관할 수 없기에 깊이 공감할 수 있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인생의 막다른 길에서 만난 열일곱 이탈리아 소년 '피노 렐라'의 이야기. 그의 이야기를 기반으로 많은 자료를 조사했지만, 서류는 소각됐고, 사람들은 집단 기억 상실에 걸렸고, 많은 등장인물이 사망한 뒤였기에, 어떤 부분에 있어서는 작가의 상상력에 전적으로 의지하는부분이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변하지 않는 건 이 소설은 실화에 기반을 두었다는 것이다.
1943년 6월 이탈리아 밀라노, 피노는 건장한 17살 남자아이였다. 여느 17살 소년들과 마찬가지로 열렬한 사랑을 꿈꿨다. 하지만 밀라노에도 폭격이 시작되었다. 폭격을 피해 피노는 동생 미노가 피신해 있는 레 신부님이 운영하는 알프스 산맥의 학교로 간다. 그 곳에서 피노는 알프스 산을 넘어 유대인을 탈출시키는 안내자 역할을 하게 된다. 밀라노에서 만난적이 있던 바이올리스트는 남편과 헤어지고, 임신한 상태로 피노에 의지해 국경을 넘게된다. 마지막 보답으로 다시 이탈리아로 넘어가는 피노와 미노를 위해 당시 들었던 "네순 도르마"를 연주해준다. 그 선율과 함께 다시 산을 넘는 피노 형제의 모습이 눈앞에 선하다.
18살이 되는 피노는 강제입대를 앞두고 있고, 러시아 전선의 총알받이로 떠나는 것을 막기 위해 부모님은 독일군에 자원입대를 권유한다. 유태인의 탈출을 도왔던 자신이 독일군이 되는 것에 회의를 느꼈지만 히틀러의 최측근 한스 레이어스 장군의 운전병이 되어 나치의 정보를 빼돌리는 스파이가 된다. 사정을 모르는 동생과 친구는 피노를 배신자라고 부르지만 피노는 자신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한다. 그리고 전쟁이 끝나가고 나치의 일당들은 퇴각을 하게 되면서 모든 것이 정상화 되리라는 믿음을 가졌지만 피노의 뜻대로 되지 않는 현실이 너무나도 가슴 아프게 다가왔다.
아흔을 바라보는 피노는 말한다.
나에게 삶은 여전히 끊임없는 놀라움으로 가득 차 있다네. 우리는 다음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무엇을 보게 될지, 어떤 중요한 사람이 우리 삶에 나타날지, 어떤 소중한 사람을 잃게 될지 절대 알 수 없어. 삶은 변화, 지속적인 변화야. 그 변화 속에서 희극을 발견할 만큼 운이 좋지 않다면, 그 변화는 거의 항상 드라마나 비극이지. 하지만 그 모든 일을 겪고 나서도, 하늘이 진홍빛으로 변하고 금방이라도 비를 뿌릴 것 같을 때에도, 나는 여전히 믿는다네. 우리가 운 좋게도 계속 살아가게 된다면, 아무리 완벽하지 않더라도 매일, 매 순간에 일어나는 기적에 감사해야 해. 그리고 우리는 신과 우주와 더 나은 내일을 믿어야 해. 그 믿음이 항상 보답받지는 못할지라도(p.654)
왜 하필 "진홍빛 하늘 아래"일까 생각했는데, 험난했던 하루를 다 지나고 석양에 물든 그 시간을 가르키는 것 같다. 피노가 철부지였을때도, 그리고 어려운 고난을 겪었을 때도 여지없이 진홍빛을 띄는 석양에 물든 하늘은 찾아온다. 완벽한 날이 아니더라도 그 날에 충실해야 할 것만 같다. 피노의 마지막 말이 묵묵한 울림을 준다. 더 나을 내일을 믿어야 한다. 그 믿음이 항상 보답받지는 못할지라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