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들어? 그래도 해야지 어떡해 - 현실 공감 120%! 팩폭과 위로를 넘나드는 아찔 에세이
아찔 ARTZZIL(곽유미, 김우리, 도경아) 지음 / 21세기북스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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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들어? 그런 좀 쉬어"라는 말을 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해보니 딸아이가 어렸을 적, 공부가 힘들다고 하면 "그러면 하지마"라고 말한 적이 있다. 설마 거기서 끝이 났을까. 전혀 그러지 않았다. 곧이어 나온 말은 "그리고 나중에 거지돼"...지금 생각해보면 왜그리 냉정했을까? 하지만 당시 딸아이의 말은 지금 조금 힘드니 잠시 쉬었다가 할께라는 정도가 아니라 '공부'라는 것 자체가 하기 싫다는 것이었다. 사실 나도 가끔은 내 일이 하기가 싫다. 그냥 아무것도 하지 않고 책만 읽거나, 누워서 잠만 자고 싶다. 하지만 돈을 쌓아놓고 사는 것도 아닌 이상은 자신의 생활을 영위하기 위해서 싫든 좋든 경제활동은 지속되야 되지 않겠나. 그야말로 "대충 살기 위해서 열심히 살고 있는 중인 것"(p.100)이다.

이 책은 수만 명의 팔로워를 보유한 '아찔 ARTZZIL' 특유의 유러머스한 에너지를 가득 담은 에세이인데, 음.. 아쉽게도 나 이 책을 통해서 아찔이라는 팀을 처음 만났다. 매우 이 책을 공감하며 읽다가 리뷰를 쓰려고 보니, 이 캐릭터들의 인형도 나와 있는데, 꽤 다방면으로 활동하고 있는 팀인것 같은데 미처 몰라봤다.

이 책에 등장하는 꽉몬이라는 캐릭터는 날기가 귀찮아 펭귄 코프스레 중인 오리 종족이란다. 그래, 오리라고 꼭 날아다니라는 법은 없지 않은가. 가끔은 내가 아닌척 하고 있어도 괜찮을 것 같다. 젊은 날의 나는 매사에 열정을 토해내며 차라리 '내가 다할께'라며 이것저것 다 떠안고 살았던 것 같은데, 이제사 생각해 보면 그렇게 열심히 안해도 대충 살아도 누가 뭐라지 않는다. 다만, 개인 특성상 그렇게 못 사는 것일테다. 우리 주위에는 정말 이해못할 행동을 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남에게 피해를 줄 지언정 자신은 편하니까 그렇게 사는게 아닐까.

초등학생이었던 딸이 나를 닮아서인지 살짝 오지라퍼였는데, 반친구들과 모두 친해야 한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그때, 자신의 일도 미루면서 반아이들의 부탁이라면 친구로서 다 들어줘야했다고 생각했던 아이에게 "모든 아이들하고 다 친구하지 않아도 괜찮아"라고 이야기를 해줬다. 모든 아이들하고 친해지지 않아도 괜찮아, 모든 사람에게 사랑받으려고 하지 않아도 괜찮아. 이 책에도 그런 말이 있어서 깊은 공감을 이끌어낼 수 있어서 좋았다.

스스로 봐줄 만하고 사랑해 줄만하면 다른 누군가에게도 충분히 사랑받을 만한 사람이 돼 있을 것이다.(p.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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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뇌 살인
혼다 데쓰야 지음, 김윤수 옮김 / 북로드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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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에, 만약에 말이다. 누군가에게 세뇌 당해서 살인까지 저지를 수 있는 것일까? 누군가에게 정신을 지배당한다는 말은 사실상 믿기 힘들다. 하지만, 가능하지 않으리라고 여겨졌던 일들이 버젓이 우리 주변에서는 일어나고 있다. 나는 절대로 속아 넘어가는 일이 없다고 생각하고 있지만, 어쩌면 약한틈을 비집고 들어온다면 어쩌면 나도 당할지도 모르는 일이 아닐까 생각한다.

어느날, 마치다 경찰에 신변 보호를 요구하는 전화가 걸려온다. 요구자는 온몸에 상처투성이인 17세의 마야였다. 처음에는 가정폭력을 의심했다. 하지만, 마야가 탈출한 선코트마치다 403호에서 아스코라는 여성을 검거하고, 피의자 진술을 듣게 된다. 그런데, 그 진술은 정말로 믿기 힘든 잔인한 일들이다. 요시오라는 남자에게 아쓰코와 마야는 고문에 가까운 폭행을 당했고, 사람들을 죽이고 시체를 처리했다고 한다. 하지만 요시오는 행방을 찾을 수 없었고, 어느 부분에서 마야와 아스코의 진술은 상반되기도 했고, 증거를 제시하지 않으면 아쓰코는 모른다로 일관하기도 했다. 과연 경찰들은 진실을 밝혀낼 수 있을까.

잔혹한 장르 소설을 많이 읽는 편인데, 그런 소설들을 읽으면서 같은 일을 하고 싶은 충동을 느끼지 않느냐는 질문을 들은적이 있다. 실제로 범행에 이런 책을 참고했다는 이야기도 있기도 하고, 내가 생각해도 장르소설을 많이 읽는 편이기도 하다. 하지만, 소설속 이야기이고, 이런것에 현혹될 내가 아니다. 하지만, 이 이야기는 그렇게 단순하게 소설속 이야기라고 할수는 없다. 이 이야기는 일본에서 실제 일어났던 '기타규슈 일가족 감금 살인사건'을 모티브로 하고 있으니 말이다. 당시 사건이 너무나도 잔혹했기 때문에, 일본 정부에서도 보도를 제한하기도 했으며, 작가는 그 수위를 조절했다고 한다.

이 사건이 궁금해서 실제는 어떠했나 검색을 해봤는데, 주범이었던 이는 사형이 확정된 상태로 수감중인데, 지금은 사형이 집행되었는지 모르겠다. 아쓰코의 모델이 되었던 여성은 처음에는 함께 사형을 선고받았는데, 공범이 아닌 피해자로 보는 시각도 존재했지만, 살인에 가담했다는 사실 때문에 무기징역이 선고되었다. 그녀는 '제한된 바깥 생활보다 마음대로 식사도 하고 화장실에도 가고 독서도 하는 감옥 생활이 더 편하다'라고 했다고 한다. 감옥 생활이 더 편하다고 할 정도라면 그녀가 얼마나 지옥속에서 살았었는지 짐작할 수 있다. 혼다 데쓰야의 < 세뇌 살인 >을 읽어보면 어쩜 그녀의 심정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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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총무부 클리닉과입니다 네, 총무부 클리닉과입니다 1
후지야마 모토미 지음, 오정화 옮김 / 빚은책들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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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프리랜서로 일을 해서 시간이 자유로운 편이기도 하지만, 주로 오후 시간대에 일을 한다. 간혹 학생들이 방학때가 되면 남들과 비슷한 삶(?)을 살기 위해서 일하는 시간을 오전대로 열심히 옮기곤 했었다. 당시에는 주로 차를 가지고 다녔는데, 출근시간대와 맞아서 거의 주차장으로 변한 도로에 머물러 있거나, 은행업무등을 보기가 너무나 힘들었다. 그래서 어느 순간부터 일하는 시간을 그대로 유지하기 시작했다. 직장인들이 일과시간에 병원에 가는 것은 매우 힘들 것 같다. 사실 조직 생활을 안해봐서 잘 모르지만 말이다. 사람이 아프다는데, 병원에 가야 하는데 못 가게 하지는 않겠지만, 이렇게 회사내에 진료를 할 수 있는 부서가 생기면 꽤 좋을 것 같다.

클리닉과의 과장 겸 의사 모리와 약국과의 과장 겸 약사, 그리고 총무과에서 차출된 마쓰히사. 정말로 회사 사람들이 클리닉과를 이용할까 걱정했지만, 차차 이용하는 사원들이 많아진다. 큰 병은 아니더라도 직장생활 중에 발생할 수 있는 직업병에 도움이 될 것 같다. 업무에서 오는 스트레스라든지, 스스로 자각하지 못하는 입냄새와 같은 체취.. 그리고 요즘 같이 더운 여름철에는 간단하게 샤워시설까지 있으면 좋을 것 같은데, 너무 심한가.. 그런데, 이 회사 사장은 꽤나 직원들의 건강을 챙기는 것 같다. 클리닉과부터 식당 운영, 게다가 화장실까지.. 정말로 이상적인 직장이 아닌가 싶다.

이 책의 작가가 실제 의사라 그런지, 의료 조언도 꽤 도움이 되서 꽤 직장인들이 공감했던 이야기라고 한다. 게다가 같은 문제가 있는 사람들이 서로서로 도와주는 모습들도 꽤 인상적이다. 아마도 자신의 괴로움을 알기 때문에 조금 더 신경이 쓰이는가 싶다. 소설이라고 생각하지 못할 제목이었지만, 유쾌하고 재미나게 읽을 수 있었던 이야기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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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의자들
정해연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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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종되었던 유정이 끝내 시신으로 돌아왔다. 아버지의 사업 실패로 빚독촉을 피하고자 부모님은 위장이혼을 했다. 남들 눈에 띄지 않게 조용히 만나고는 있다. 하지만 부모님의 이혼 이후로 엄마의 지나친 기대 때문에 유정은 힘들어 했다. 수연이도 부모님이 이혼했다. 엄마는 재혼을 해서 연락도 편하게 할 수 없었고, 함께 사는 아빠 또한 수연이에게 냉정하기 때문에 그야말로 수연은 외로웠다. 속사정은 다르더라도 이혼가정이라는 공통점 때문에라도 유정과 수연은 절친이 되었다.

도와 달라는 유정의 문자에 담임 선생님은 퇴근했다며 다음날 이야기 하자고 냉정하게 답했다. 하지만 마음에 걸려서 다시 전화를 했다. 그래도 마지막에 선생님이 만나 유정의 이야기를 들어주었더라면 정말로 유정의 죽음을 막을 수 있었을까. 하나뿐인 딸아이를 잃은 유정의 아빠는 학교 정문에서 1인 시위를 하기 시작했다. 학교측의 요구로 담임 선생님은 유정의 아빠에게 사죄를 했지만, 퇴근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지속된 학교 업무, 요 근래 벌어지는 교단에서의 일을 생각해보면 선생님을 이해 할 수 있었다. 궁지에 몰렸던 선생님은 유정이 아빠에게 하지 말아야 했던 말을 하고 만다. 유정과 얼마전에 헤어졌던 남자친구 승원, 그리고 승원의 엄마.

이 소설에 등장하는 용의자는 수연, 담임선생님, 유정이 아빠, 승원, 승원의 엄마다. 다섯명의 진술이 거듭되면서 사건의 진실이 서서이 드러나게 된다. 다섯 명의 용의자 중에 유정을 살해한 범인이 있다. 과연 누구일까.

역시 정해연 작가의 이야기는 꽤 흥미롭다. 책장이 넘어갈수록 정교한 구성으로 인해 독자의 의심스런 마음은 이리저리 널을 뛰게 된다. 이 사람을 의심했다가 저 사람을 의심했다가 정신이 없다. 마치 '누구나 비밀은 있다'라는 영화 제목처럼, 여기에 등장하는 5명의 용의자들에게는 모두 비밀이 있다. 그 비밀이 밝혀지면서 과연 유정의 죽음에 모두 자유로울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실제, 사람을 죽이지 않았다고 해도 죄가 없는 것일까. 내가 볼 땐, 여기 용의자들 모두 유정을 살해한 범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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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사인류 보고서 - 리얼 하드코어 오피스 생존기
김퇴사 지음 / 비에이블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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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사인류는 퇴사한 날로부터 며칠간 하늘을 날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얼마나 공감되는 일인지 모르겠다. 나도 지금은 프리랜서로 일하고 있지만, 이제 그만 은퇴하고 싶단 생각을 얼마전부터 하고는 있었다. 정말로 일을 그만둔다면 며칠간 하늘을 날 수도 있을 것 같다. 곧바로 현실적인 문제로 추락을 할지라도 말이다.

이 이야기는 SNS에서 1천만 뷰를 기록하는 화제의 오피스툰이다. 한컷짜리 그림에 담겨진 이야기는 많은 직장인들의 공감을 불러일으키고 퇴사욕구를 눌러줄 직장인 대피소로 충분하다. 현실적인 문제에 부딪혀 사직서를 맘대로 냅따 던지지도 못하는 판국에 이런 대리만족을 시켜줄 무언가라도 있어야 정신줄이라도 붙잡고 살 수 있지 않을까 싶다.

힘들게 적응한 회사에서는 날이 갈수록 왜 힘들어지는 것일까. 참 아이러니일수가 없다. 경쟁사회라 그런가. 위로는 쪼이고 아래로도 치이는 우리네 모습들. 선임이 되었으면 후임에게 잘해주면 좋을텐데 더 독해지기 일쑤다. 입사와 더불어 퇴사를 꿈꾸는 월급쟁이들의 삶이란... 정말로 목구멍이 포도청이라는 말처럼 돈걱정 없다면 그야말로 사직서 하루에 100개라도 던져주고 싶다. 사실 프리랜서들은 월급쟁이들과 다르게 현실과 밀접해져서 마음이 널뛰기를 하는것 같다. 일이 많을때는 일을 그만두고 편해지고 싶다가도, 일이 적어지게 되면 짜증이 밀려올라온다. 그래서 직장인들도 차마 그 현실적인 문제 때문에 오늘도 지친몸을 이끌고 출근버스에 몸을 싣는게 아니겠는가.

스트레스를 해소해야지 직장생활도 즐겁지 않을까. 이 책 띠지에 "본 도서는 직장에서의 열람을 엄격히 금합니다"라는 말이 있는데.. 솔직히,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 이 책을 직장내 열람을 인정해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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