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딕 × 호러 × 제주 로컬은 재미있다
빗물 외 지음 / 빚은책들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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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제주도를 참 좋아한다. 이국적이면서도 자연경관들이 너무 좋아서, 화산섬이라는 것도 참 마음에 든다. 그런데, 사실 제주에 대한 것을 잘 모르는 것 같았다. 그 아름다운 경관에 취해 그 속에 숨은 아픔을 미처 알지 못했었다. 4.3 사건에 대한 것도 몰랐다가 현기영님의 < 순이 삼촌 >에 대해 알게 되면서, 단순히 관광 위주가 아니라 제주도의 과거를 알고 싶었었다. 그런데, 이 소설을 읽다보니 "결7호 작전"에 대해서도 알게 되었다. 지금 생각해보니 예전에 올레길을 걸으면서 해안가의 동굴에 대한 설명을 어렴풋이 들었던 것 같기도 하다.

이 소설은 호러 작가 7명이 제주가 품고 있는 이야기들을 앤솔로지로 엮어 냈다. 그 7편의 이야기는 「말해줍서(빗물)」, 「너의 서 있는 사람들(WATERS)」, 「청년 영매_모슬포의 적산 가옥(이작)」, 「구름 위에서 내려온 것(박소해)」, 「등대지기(홍정기)」, 「라하밈(사미란)」, 「곶(전건우)」이다.

특히나, 박소해 작가의 「구름 위에서 내려온 것」은 '결7호 작전' 당시의 모습을 보여준다. 일본이 일으킨 전쟁에 제주도를 희생양으로 내몰았는데, 비록 준비 단계에서 종전으로 종결되었다고는 하지만, 그저 소설 이야기이긴 하지만 그래도 전해지는 당시의 상황들을 미처 알지 못했었던 것에 미안함이 느껴졌다.

또한 홍정기 작가의 「등대지기」에서는 파양된 하선이라는 인물의 이야기이다. 하나님의 선물이라는 뜻으로 이름을 지어주었던 목사 부부에게 아들이 생기면서 보육원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끊임 없는 추락 끝에, 제주도의 외딴 섬에 등대지기를 모집한다는 공고를 보았다. 일은 시간에 맞춰 등대 불을 키고, 끄는 것에 불과했지만, 2년동안 고립이라는 상황이 좀 문제였다. 하지만 근무가 완료되면 2억원의 급료가 지급된다고 한다. 책만 한보따리 가지고 갈수만 있다면, 나쁘지는 않다고 생각된다. 하선도 그렇게 생각했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2년이 다 되어 가던 그 끝무렵에 기다리고 있는 것은 비밀이다.

이 책의 처음 부분에 제주도 지도와 이 소설의 배경이 된 부분이 표시되어 있는데, 실제로 제주도를 갈때 찾아보는 것도 꽤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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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덩이 물고기 - 다른 시선으로 보는 힘
폴린느 팡송 지음, 마갈리 르 위슈 그림, 윤여연 옮김 / 아름다운사람들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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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이 엉덩이처럼 생긴 물고기가 있었다. 그래서 입으로 방귀 소리를 냈지만, 다른 물고기들이 즐거워 하면서 자꾸만 그 소리를 내보라고 한다. 그래야지만 어울릴수 있는 엉덩이 물고기는 평범한 물고기가 되고 싶었다. 그래서 바닷속 깊이 깊이 내려가게 된다.

이 이야기가 동화책이기 때문에 무척 유쾌하게 읽었지만, 다 읽고 나니까 아이들에게 전해주는 메세지를 알게 된다. 누군가는 엉덩이처럼 생겼다고 하지만 누군가는 다른 모습으로 본다. 그래서 '다르다'와 '틀리다'라는 말의 의미를 생각을 한다. 나와 다를 뿐이지 틀린 것은 아닌데, 나와 다름을 조롱거리로 삼으면 안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것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실천에 옮기는 것은 참으로 힘든 일이다. 아이들과 함께 읽으면서 이런 것을 가르치는 것은 참 중요하며 좋겠다라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그것을 가르침에 있으면서 어른들도 부끄러운 일을 하면 안될 것이다.

내 다름이 또 다른 면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자신감을 가지고 있어야 할텐데, 어찌보면 나는 내 다름을 괜히 숨기려고 하는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어린이들도 배울것이 많고, 어른들도 배울 것이 많은 이야기가 아닌가 싶다. 짧은 이야기에 이렇게 큰 메세지가 담겨 있다니 놀라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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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푸바오 - 한국을 떠난 푸바오의 그리운 나날
장린 지음, 심지연 옮김, 복보사랑 외 사진 / 해피북스투유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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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바오 : 암컷 자이언트 판다, 2020년 7월20일 출생. 귀여운 외모, 포근한 체형, 말괄량이 자신만의 개성이 뚜렷한 '아기 공주' 늘 사랑스러운 눈빛을 반짝이고 있다.

이 책에 언급된 푸바오의 소개글이다. 어째 푸바오에게 '암컷'이라는 말은 낯설다. 굳이 그녀의 성별을 이야기하자면 '푸공주'가 제일로 어울릴 것 같다. 판다들 중에 자신을 돌바준 사육사 외에 다른 사람들이 포토에세이를 써준 아이들이 있을까. 어쩐지 푸바오는 꽤 특별한 판다가 아닐까 싶기도 하다. 이 에세이는 푸바오가 중국으로 돌아간 후에 출간된 책이다. 그래서, 한국에서의 푸바오 모습뿐 아니라 중국에서의 모습들도 만나볼 수가 있다. 엄마 아이바오 옆에 함께 있던 모습이 제일로 다시 보고 싶은 모습이지만, 훌쩍 성장해서 이웃집 허허와 티키타카를 하는 모습도 꽤 흥미롭다.

중국의 판다들은 혈통번호를 부여받는다. 아직 푸바오와 그녀의 동생들인 루이와 후이는 혈통번호를 부여받지는 못했다고 한다. 엄격하게 판다들을 관리한다고 들었었는데, 이런 혈통번호들도 그 중의 하나인가보다. 멸종위기에 있는 동물들은 여러 이유가 있기도 하겠지만, 그 이유 중 하나가 인간들에 의한 것이 아닐까 싶은데, 인간들에 의해 이렇게 또 보호하고 관리한다는 것이 아이러니하다.

초반에 판다에 대해서 알기 시작하고 지켜봤을 때, 아빠 러바오만이 꽤 각진 모습에 수컷의 향기가 물씬 난다고 생각했는데, 요즘 러바오는 넙데데(?)한 모습에 꽤 귀여움이 넘쳐나는 것 같다. 푸바오가 한국을 떠날때 다시 주목 받았던 한국에 오던 어린 러바오의 모습이 참 성격이 서글서글한 것 같다고 생각되었다. 또한 엄마 아이바오는 참 예쁜 판다다. 사람의 손에 큰 러바오와는 달리 야생경험이 있던 아이바오는 중국인 사육사의 학대를 받던 탓에 낯선 이방인에게 좀처럼 마음을 열지는 않았지만, 지금은 강바오 주키퍼에게 아기를 맡길 정도로 한번 마음을 주면 진심을 다하는 판다다. 그들의 딸인 푸바오는 어렸을 때부터 사육사들은 물론,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아서 자존감도 높고 적응도 잘하고 매우 똑똑한 판다라 중국에서의 삶이 그리 걱정되지는 않는다. 오히려 독립을 하던 시절에도 엄마보다도 더 용감했었던 듯하다. 어린시절부터 함께 했던 사육사들과 엄마외에 다른 판다를 보지 못했을 푸바오에게 중국에서의 생활은 다른 세상과 다른 판다를 만나고 또한 엄마 판다로서 더 성장할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된다. 각자의 걱정대로 그녀를 걱정하지만 그 걱정이 너무 지나쳐 오히려 푸바오를 불쌍하게 만드는 것이 아닌가 우려되긴 하다. 우물 안의 푸바오보다는 너른 세상에서 멋지게 살아가길 기도해주는게 좋을 것 같다.

푸바오가 한국을 떠난 후부터 나도 그리워해서 인터넷에서 그녀의 소식을 찾아본다. 여전히 푸바오가 행복하기를, 건강하기를 그리고 멋있는 어른 판다로 거듭나기를 바란다. 나에게, 또 우리들에게 행복을 주었던 것처럼 푸바오도 행복한 판다가 되었으면 좋겠다. 안녕, 푸바오. 안녕, 복보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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텔로미어 - 제10회 교보문고 스토리공모전 우수상 수상작
박성신 지음 / 북다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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텔로미어(telomere)는 염색체의 끝부분에 있는 염색소립으로 세포의 수명을 결정짓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제목에서 짐작되듯이 이 책은 사람의 수명과 관련이 있다. 국가가 나서서 늙어가는 사회를 멈추기 위해 신약 개발을 지시했고, 한 제약회사가 국가 지원 아래 신약을 만들었다. 이 약을 체내 투약하면 신체 나이, 피부, 심장이 서서히 젊어져 50년 이상 되돌릴 수 있다. 따라서, 국가는 텔로프록산을 만 75세의 노인들에게 의무적으로 투야하는 법인 '노화 종말법'을 공포했다. 그야말로 뱀파이어 시대가 되는 것일까. 아니면 이렇게라도 출산률이 떨어지는 것의 다른 방안일까. 물론 소설 속 이야기이지만 먼 훗날에 이런 세상이 안 올 것이라고 장담은 못한다.

그런 가운데, 13군데 골절상을 입은채 사망한 사람이 연이어 발생한다. 피해자들 사이에는 과거 한 사기사건에 연루되어 있다는 것이 밝혀진다. 노인을 상대로 한 "젊음의 물' 사건이다. 이로 인해 노인들이 대거 희생되었으며, 당시 피해자 가족중의 용의자로 좁혀지게 된다.

늙는 다는 것은 무엇일려나. 단순한 약만으로 젊음을 되돌릴수 있는 것일까. 또 그렇게 젊음을 되찾는다면 이 세상을 살아가는게 지루하지 않을려나. 가끔 가다가 다시 대학시절로 돌아가면 어떨까 생각한 적도 있긴 하지만, 그냥 그렇게 자연의 섭리대로 살아가는게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기도 한다. 다만, 가족들에게 힘들지 않게 마지막을 맞이한다면 더 좋을 것 같긴하다.

특히나, 여기 등장하는 또 한명의 기해라는 인물의 아버지가 15년만에 연락을 전해온다. 가족들을 뒤로 하고 집은 나선 아버지는 부고를 받은 기해는 별다른 감정을 느끼지 못했다. 하지만 사망직전 보내온 우편물이 예사롭지 않다. 이끌리는 대로 사고가 일어났던 곳이 의정부 근처였다. 가끔 소설속 장소들이 실제 지명을 쓰는 경우가 있는데, 집근처이다 보니, 상상을 하게 된다.

기해와 현묵의 동선을 쫓아가다 보면 이 살인사건 속에 숨겨진 비밀들과 마주하게 된다. 과연 노화 또한 치료할 수 있는 병일까. 아니면 자연의 섭리를 거스르려고 하는 인간들의 헛된 욕망일까. 이 소설은 단순히 재미에 그치지 않고 우리에게 묵직한 질문 하나를 던져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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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리의 민족: 범인은 여기요
박희종 지음 / 텍스티(TXTY)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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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희종 작가의 소설은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소재에서 맛깔난 이야기를 만들어 내는 작가이다. 이번 < 추리의 민족 >도 제목을 듣자 마자 연상되는 '그 것'이 있다. 또한, 얼마전에 보았던 영화 '시민 덕희'가 생각났다. 어떤 사건에 대해서 경찰보다 먼저 인지한 '시민'이 나서서 활약을 보인다는 점에서 맥을 같이한다.

배달 라이더로 일하는 온종일. 다정과 오랜 연인이다. 어느날, 다정은 종일에게 함께 살자고 했다. 하지만 종일은 자신의 처지를 생각하면 도무지 그 청혼을 받아들일 수가 없어 침묵하고 말았다. 다음날 다정은 "우리 그만하자"라는 이별 통보의 메세지를 보낸다. 종일은 참 마음이 아팠다. 다정과 헤어지리라는 것은 상상도 못했다. 실연의 아픔에 빠져 있던 종일의 눈에 배달콜에 다정의 주소가 뜨는게 들어왔다. 이 콜을 받아야지, 다정을 만나야지라는 생각에 콜을 받았다. 하지만 다정의 집에서 음식을 가져가려 나온 손은 낯선 남자의 것이었다. 다른 남자가 생겼구나. 정말로 실의에 빠져버렸다. 하지만 다정을 소개해줬던 친구 정석은 가서 확인하자고 한다. 다정은 그럴 사람이 아니라고 한다.

그런데 뭔가 이상하다. 다정이 회사에 휴가를 냈다. 갑자기 이사를 한다. 그리고 통화 자체는 되지 않는다. 뭔가 문제가 생겼다는 것을 감지한 종일과 정석, 그리고 절친 순경까지 합세해서 사라진 다정을 찾아나서게 된다. 배달 라이더인 동료들도 실시간 수상한 차를 추적하면서 이 오합지졸 삼총사를 돕고 나선다. 그런데, 단순한 납치사건이 아니다. 그 뒤에 더 큰 문제들이 드러나게 된다.

작가의 이야기는 낯설지 않은 우리 주변의 이웃들이 등장하면서 꽤 친밀한 느낌이다. 게다가 우리 사회의 서민을 위협하는 문제를 소재로 다루기 때문에 독자들의 공감을 이끌어 내기에 충분하다. 그러면서도 우울하지도 않다. 그래서 앉은 자리서 순삭해버릴 수 있는 가독성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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