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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한 살인 계획
김서진 지음 / 나무옆의자 / 2024년 6월
평점 :
"달콤한 살인계획" 이 말에는 어폐가 있다. 어떻게 살인 계획이 달콤할 수 있을까. 아니면, 사법적인 처벌을 비켜간 인물에 대한 사적 복수이기 때문에 달콤하다고 말하는 것일까.
홍진. 그녀도 어떤 사건의 휘말린 피해자였다. 남편의 칼에 찔렸었고, 그에게 자식을 잃었다. 책을 거의 읽은 적 없는 홍진은 "나는 불행했기 때문에 다른 곳, 아주 먼 곳, 그래서 나로부터 도망칠 수 있는 그런 곳으로 가버리고 싶었다"라는 에밀 아자르의 < 자기 앞의 생 > 속 한 구절을 외우고 있는 것을 보면, 아마도 자신의 처지를 잘 표현했다고 생각했기 때문일까. 실제로 그녀의 벌이고자 하는 이 살인 계획은 자신으로부터 도망갈 수 있는 출구였을지도 모르겠다. 소명을 죽인 그 남자. 이지하를 죽여야 했다. 버젓이 세상을 활보하고 다니는 그 남자를 죽이기 위해 그를 미행하고 약을 탄 쥬스를 먹이고, 교통사고로 위장해보고자 했지만 뜻대로 되지 않는다.
화인. 그는 감식반에서 일하고 있는 경찰이다. 어느날 그의 약혼녀 정미가 꺼낸 '죽음의 손톱'이야기.. 18년전, 사망한 중학생 '정아', 그 사건이 화인의 첫번째 사건이었고, 범인은 잡혔고, 또 그는 교도소에서 자살했다. 하지만 비슷한 사건이 또 발생했고, 진범은 따로 있지 않을까 의구심이 들기 시작했다. 비공식적으로 그 사건들을 조사한다.
이지하를 쫓던 중 우연히 만나게 된 홍진과 화인.. 홍진은 묻는다. "사람을 죽이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화인은 그녀에게 명함을 건넨다. 사람을 죽이는 건 어렵다고.. 무슨 일이 있으면 연락을 하라고.. 오랜 세월 절에서 살았던 홍진은 많은게 서툴렀지만 뭔가를 해야할 것만 같았다. 자꾸 화인에게 물어봐서 어떤 방법을 알아내거나.. 계획을 실행을 옮기거나...
그런데, 홍진은 이지하가 범인이라고 생각한 것일까. 이야기를 읽어나가면서 혹시나 과거 사건의 트라우마로 인해 엉뚱한 사람에게 위해를 가하는 것이 아닌가 싶기도 했고, 화인 또한 과거 사건에 대해 명확하지 않은 것이 있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모든 것이 명백하다고 믿었었는데. 그 명백함이 너무 환해서 그녀는 다른 것을 볼 수 없었다.(p.334)
마지막에서 참으로 혼동스러웠다. 그래서 맞다는 거야, 아니라는거야 하면서.. 가끔 너무나도 환한 빛 때문에 우리가 그 빛에 가리워진 무언가를 보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마치 한낮의 태양빛 때문에 다른 별들이 보이지 않는 것처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