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게 반짝이는 별 하나
이도하 지음 / 마음시회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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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과 삶의 경계, 그 아픈 간격의 기록들..

우리가 살아가는 동안 상처없이 살아가는 영혼은 어디 있을까. 하지만, 내가 겪었던 그 아픈 기록들 중에서 제일로 힘든 것은 엄마와의 이별이었다. 누구나 겪는 아픔이지만 처음 맞이했던 그 순간, 그로부터 많은 시간을 지나왔지만 여전히 그 아픔은 무뎌지지 않고 있다. 난생 처음 무기력해짐을 느끼기도 했지만, 지금은 그 편에서 괜찮아지긴 했지만 그래도 나 혼자 스스로를 위로하고 있다. 저자도 아버지의 암 판정과 자신의 척추질환으로 인한 힘들었던 과정에 있어서인지 공감이 되는 이야기들이 많이 있다.

아프면 아프다 말하고, 힘들면 그냥 쓰러져도 괜찮아요. 비가 오면 우산 속으로 숨어드는 것이 맞는 거예요. 당신의 어깨에 짊어진 삶의 무게로 넘어지고 싶을 때가 있다 해도.(p.71)

시도 때도 없이 눈물이 났었다. 지난 시간이 그리워서 혹은 못해준 것만 기억이 나서.. 그래도 식구들은 그냥 나를 내버려뒀다. 그래서 더 공감이 되는 말이다. 슬프면 마음껏 슬퍼해야지, 아프면 그냥 아파야지.. 슬프지 않은듯, 아프지 않은듯 해봐야 나는 강해지지 않는 것 같다. 슬프면 슬픈대로, 아프면 아픈대로 내 감정을 표현해야 속으로 곪지 않을테니까..

참 신기하다. 몸이 피곤하다고 혓바늘이 돋았다. 혀를 많이 사용한 것도 아닌데 혹사 시킨 몸과 정신이 멀쩡한데 엉뚱하게 혀에 상처를 남겨 나를 고통스럽게 한다. 삶도 사랑도 아무렇지 않게 지나온 듯하지만 엉뚱한 곳에 상처를 남겨 아프게 한다.(p.184)

누구나 상처를 받는다. 다만, 그 상처가 엉뚱한 곳에 남기도 한다. 어쩌면 상처를 받더라도 아프지만 원인을 살짝 숨길수 있게 엉뚱한 곳에 상처를 남기는 것이 아닐까. 유독 눈에 들어오는 한마디. 그 흔적들이 슬프지 않기만을 바랄 뿐이다.(p.1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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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처럼 산다면야
동선.이연 지음 / 위시라이프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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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참 잘 보던 때가 있었다. 어려서는 비디오로 즐겨 보기도 했고, 젊은날은 극장에서 지인들과 주로 봤었다. 영화관 근처에 잠시 살았을 때는 가볍게 걸어가 홀로 조조영화를 보고 오곤 했었다. 그런때가 있었지.. 그런데, 요즘에는 원작을 영화화 하는게 많아서, 영화보다는 원작을 보는 편이라서, 그래서 원작이 있다면 영화를 보는 것보단 책을 읽는 탓에 영화를 거의 보지 않는 것 같다. 서두가 긴 것은 여기 언급되는 영화를 "박쥐"를 제외하고는 어째 본 영화가 없다.

이 책은 8천 킬로미터 떨어진 거리와 17시간 시차를 두고 동선 작가와 서울의 이연 작가 사이에 오간 영화 수다집인데, 도통 나는 이 수다에 끼어들 수가 없다. 본 영화도 없을 뿐더러 그나마 본 "박쥐"도 개봉될 때 봤으니, 거의 10년도 더 되서 내용도 기억나지 않으니 말이다. 그렇다고 전혀 이 책에 녹아들 수는 없지는 않다. 수다란, 삼천포로 빠지는게 제 맛 아닌가. 영화에서 시작된 수다는 자신들의 이야기로 번져간다. 동선 작가는 영화판에서 일하다가 캐나다로 이민갔고, 이연 작가는 암투병 중이다. 영화든 책 이야기든 사람들은 각자 자신의 상황에 맞게 해석을 하게 된다. 아마도 두 작가의 수다도 그렇게 흘러가는 것 같다.

영화 "토니 에드만", 이 역시 보지는 않았다. 하지만 책에 소개된 것을 언뜻 보면, 일에 치여 웃음기 사라진 딸 이네스를 딱하게 생각하는 아버지 토니가 있다. 아버지는 진지한 구석이라곤 하나 없어 이네스는 못마땅해 한다. 그런데 일상에 끼어든 아버지를 부록처럼 달고 다니게 되는 내용인가보다. 영화속 아버지의 말. "모든 건 지나고 나서야 깨달아." 나도 어째 이 말에 깊은 공감을 한다. "왜 그때는 정말 몰랐을까"라는 후회가 밀려올까. 왜 뒤늦게서야 깨닫게 되는 걸까. 나도 지금 그렇게 뒤늦은 후회를 하고 있으니 말이다. 아무래도 이 영화는 찾아 읽어봐야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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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소년 로컬은 재미있다
홍정기 지음 / 빚은책들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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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소년"이 무슨 뜻인가 했더니, '천안 초등학교 소년탐정단'의 준말이라고 한다. 내 어릴적에는 장르소설에 입문을 코난도일의 셜록홈즈로 했었는데, 요즘 친구들은 < 명탐정 코난 >으로 하는듯하다. 뭐 셜록이든 코난이든 그 누구면 어떠랴.. 추리를 좋아한다는사실에는 변함이 없을텐데 말이다.

명탐정 코난을 좋아하는 은기와 충호는 초등학교 소년 탐정단을 만들어 사건을 해결해 나간다. 그런데, 여기 등장하는 사건들은 초등학생들이 감당하기에는 너무나도 버거운 사건들이 등장한다. 꽤 마음이 단단하지 않고선 쉽사리 견딜수는 없을 테다. 친구들의 강요에 의해 충호를 따돌렸던 은기가 그 미안했던 마음 때문에 학교를 장기결석할 정도였으니 얼마나 여린 아이었던가. 하지만, 그를 극복해 냈기에 더 듬직해 보인다. 사실, 아직은 어린이들은 듬직해 보이더라도 이런 일들은 겪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 책에는 여섯가지의 에피소드가 있는데, 제일 눈길이 갔던 것은 세번째 「상흔」이다. 불을 질러 아버지를 살해하고, 건물에 불이 번져 다른 사람들도 숨지게 한 견○○씨의 사건. 보기 드문 성씨이기 때문에 어린시절 그녀를 떠올리기에 충분했다. 은기와 충호 동네로 이사를 온 이레. 충호는 이레에게 호감을 느끼기도 했다. 이레는 꽤 아이들과도 잘 지냈지만, 여름에도 긴팔을 입었으며, 며칠씩 학교를 나오지 않기도 했다. 가정통신문을 전해주러 갔을 때 이레의 멍든 얼굴을 보게 되었다. 아마도 할아버지에게 학대를 당하는게 아닌가 의심이 들었었다. 간밤에 고심끝에 충호는 이레에게 쪽지를 전해주고, 할아버지의 학대에서는 벗어났지만, 끝끝내 아버지에게서는 벗어나지 못한 듯 했다. 아동학대에 대해서 아이들의 반격이 소설 속에서는 이루어졌으나 현실에서는 그다지 가능성이 없어보인다. 아니면 알려진바가 아직 없는 것일까. 아이들이 학대에서 벗어나는 방법들은 부디 이런 방법이 아닌 세상이 왔으면 좋겠다. 유년시절을 추억했을때 모두 행복한 기억만 떠올리는 세상이 되길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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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 여자, 축구 - 슛 한 번에 온 마을이 들썩거리는 화제의 여자 축구팀 이야기
노해원 지음 / 흐름출판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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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시절 스포츠를 직접 하는건 별로였더라도 보는건 꽤 좋아했었다. 프로야구나 농구 정도는 봤고, 다른 종목은 올림픽이나 아시안게임때만 챙겨봤을라나.. 그나마 지금은 경기를 보는 것도 하지 않는다. 관심이 시들해졌을까. 원체 나는 동적인 것보다 정적인 것을 좋아해서, 책읽기나 십자수, 편물뜨기 정도의 취미를 갖고 있을려나. 또한 지금에서 몸을 움직이는 것을 해보고자 해도 여기저기 뻣뻣하고 아프고... 그런 나이가 되어버렸다. "운동을 해도 다치고 안해도 다치는 나이가 되었어요(p.162)"라는 말에 얼마나 공감백배인지... 정말로 피식하고 웃고 말았다. 내 정녕 이 말이 뭔지 이해할 수 있는 나이인가 말이다.

반반FC는 2021년 충청남도 홍성군 홍동면에 생긴 여자 축구팀이다. 훈련때 키우는 강아지를 데리고 나온 회원이 있었는데, 엉덩이에 검은색, 흰색털이 자리 잡고 있어, 이름이 반반이라고 했다. 그래서 축구팀 이름이 반반FC이다. 이름부터 짓고 난 후 그 의미를 부여했다. '반축반X'라고.. 이는 반은 축구, 반은 자신이 하고 싶은 일(X)란다. 이 부분을 읽으니 내가 참여하고 있는 독서모임이 떠올랐다. 이름부터 짓고 나서 나중에 그 이름에 맞게 뜻을 부여했는데, 나만 그런게 아니네. 어찌되었든 그 의미도 참 좋다. 인생을 살면서 자신이 좋아하는 일로 꼭 밥벌어 먹고 살지 않아도 되지 않나. 자신의 생활을 영위하면서 또 인생을 즐길만한 것을 하나 할 수 있다면 꽤 좋을 것 같다. 내게는 그게 독서일려나.. 더군다나 좋아하는 것이 같은 사람들과의 친목도모는 덤으로 쫓아 오니 이 얼마나 즐겁지 아니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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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한 살인 계획
김서진 지음 / 나무옆의자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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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한 살인계획" 이 말에는 어폐가 있다. 어떻게 살인 계획이 달콤할 수 있을까. 아니면, 사법적인 처벌을 비켜간 인물에 대한 사적 복수이기 때문에 달콤하다고 말하는 것일까.

홍진. 그녀도 어떤 사건의 휘말린 피해자였다. 남편의 칼에 찔렸었고, 그에게 자식을 잃었다. 책을 거의 읽은 적 없는 홍진은 "나는 불행했기 때문에 다른 곳, 아주 먼 곳, 그래서 나로부터 도망칠 수 있는 그런 곳으로 가버리고 싶었다"라는 에밀 아자르의 < 자기 앞의 생 > 속 한 구절을 외우고 있는 것을 보면, 아마도 자신의 처지를 잘 표현했다고 생각했기 때문일까. 실제로 그녀의 벌이고자 하는 이 살인 계획은 자신으로부터 도망갈 수 있는 출구였을지도 모르겠다. 소명을 죽인 그 남자. 이지하를 죽여야 했다. 버젓이 세상을 활보하고 다니는 그 남자를 죽이기 위해 그를 미행하고 약을 탄 쥬스를 먹이고, 교통사고로 위장해보고자 했지만 뜻대로 되지 않는다.

화인. 그는 감식반에서 일하고 있는 경찰이다. 어느날 그의 약혼녀 정미가 꺼낸 '죽음의 손톱'이야기.. 18년전, 사망한 중학생 '정아', 그 사건이 화인의 첫번째 사건이었고, 범인은 잡혔고, 또 그는 교도소에서 자살했다. 하지만 비슷한 사건이 또 발생했고, 진범은 따로 있지 않을까 의구심이 들기 시작했다. 비공식적으로 그 사건들을 조사한다.

이지하를 쫓던 중 우연히 만나게 된 홍진과 화인.. 홍진은 묻는다. "사람을 죽이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화인은 그녀에게 명함을 건넨다. 사람을 죽이는 건 어렵다고.. 무슨 일이 있으면 연락을 하라고.. 오랜 세월 절에서 살았던 홍진은 많은게 서툴렀지만 뭔가를 해야할 것만 같았다. 자꾸 화인에게 물어봐서 어떤 방법을 알아내거나.. 계획을 실행을 옮기거나...

그런데, 홍진은 이지하가 범인이라고 생각한 것일까. 이야기를 읽어나가면서 혹시나 과거 사건의 트라우마로 인해 엉뚱한 사람에게 위해를 가하는 것이 아닌가 싶기도 했고, 화인 또한 과거 사건에 대해 명확하지 않은 것이 있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모든 것이 명백하다고 믿었었는데. 그 명백함이 너무 환해서 그녀는 다른 것을 볼 수 없었다.(p.334)

마지막에서 참으로 혼동스러웠다. 그래서 맞다는 거야, 아니라는거야 하면서.. 가끔 너무나도 환한 빛 때문에 우리가 그 빛에 가리워진 무언가를 보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마치 한낮의 태양빛 때문에 다른 별들이 보이지 않는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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