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계 1 - 한양의 사람들
최성현 지음 / 황금가지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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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조 말기를 배경으로 한 조선판 「대부」의 첫 시작을 알린 작품.

작가는 이 < 묵계 - 한양의 사람들 >을 시작으로 근현대에 이르는 총 9부작 장편 소설의 집필 계획을 세웠다고 한다. 이 첫편을 읽어본 내 머릿속에는 '어떻게 다음 이야기를 기다리지?', '과연 근현대까지 이 이야기가 어떻게 진행이 될까?'라는 의문들로 들끓었다. 사실, 나는 「대부」를 보지 않아서 어떻게 견주어야 할지 모르겠지만, 이 이야기로 빠져드는 속도로 봤을때, 굳이 견주어야 하나라는 생각도 든다. 그냥 이 이야기로도 충분할 것 같은데 말이다.

한양의 돈줄을 쥐고 있는 인왕산패. 그 곳의 대주(大主) 하우도. 그는 외거 노비 부부의 아들로 태어났다. 부부가 멍석말이로 맞아 죽고 난 어린 우도는 목숨을 겨우 연명하다가 인왕산패의 젊은 두목으로 거듭나기 시작했다. 알짜배기 부자인 하청수의 눈에 들어 정적들을 해치우며 그를 거부로 만들면서 그의 양아들이 되며 하우도가 되었다. 자꾸만 커져가는 우도를 견제하던 청수의 계략을 알아채고, 먼저 청수를 치고 인왕산패 대주가 되었다. 그 때 만났던 양반 출신의 책사 이륜. 그로 하여금 인왕산패는 이만큼 성장했다.

우도의 아들 상익. 상익은 우도의 포부를 채워주기엔 조금 부족하다. 그러던 어느날, 상익은 김조순댁 하녀를 겁간하고 죽이는 현행범으로 체포되고, 우도는 아들을 내치고 이륜이 아들 강하를 후계자로 삼으려 한다. 하지만 원래 인왕산의 주인이었던 청수의 딸이자 상익의 친모인 하씨 부인은 우도를 겁박하여 상익을 다시 한양으로 돌아오게 되며, 상익에게 어떻게 인왕산의 주인이 될지 궁리해보라 한다. 인왕산의 부와 힘의 근원은 본래 하씨 부인일터이다.

"조선의 뒷골목을 장악한 무뢰배 조직을 조선 최대의 거상으로 만들려던 한 사내, 그리고 그의 아들이 펼쳐내는 희망과 절망, 복수의 대서사시"라는 글귀를 보더라도 이 < 묵계 >의 주인공은 이륜과 그의 아들 이강하일 터이다. 이륜 만큼이나 강하도 우도의 신임을 얻고 있는데, 하씨 부인 또한 인왕산의 패권을 얻기 위해 시동을 걸고 있다. 게다가 인왕산패에게 위협이 될만한 송도의 월악산패의 도라지 또한 자신이 주군으로 삼던 이의 죽음으로 인해 이를 갈며 한양에 입성하게 되었다. 이륜과 강하는 이 틈에서 어떤 행보를 보이게 될까.

1권의 책장을 덮으며, 이미 이 소설에서 빠져나올 수 없는 묵계가 이미 성립되고 말았다. 조용히 다음 2편의 이야기를 기대할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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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디 슛
고호 지음 / 델피노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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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호 작가 이야기는 두말 않고 읽어보게 되는데, 이 소설 < 레디 슛 >도 마찮가지였다. 마지막까지 긴장을 놓을 수 없었다. 전혀 생각치 못했던 반전. 역시 고호 작가다.

교도소에 복역하던 혜수. 같은 방에 있던 언니에게 귀가 솔깃한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옛날에 졸부 하나가 제 아이를 가진 첩을 버렸는데, 30년만에 복수를 하러 나타났다. 자신은 졸부의 손녀를 죽이라는 사주를 받았었다고 했다. 나머지 수고비를 받기 위해 출소한다고 좋아했던 언니였는데, 그녀가 돌연 사망을 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허나, 첩이었던 노인은 치매까지 앓게 되었고, 그녀의 아이는 장애를 가지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은 혜수는 재산을 가로채기 위해 철저한 계획을 세우게 된다.

요양 보호사를 가장하고 노인의 집을 드나들던 혜수는 노인이 앞도 잘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보다 일이 쉬워질 거라 생각했지만, 이 노인도 그리 호락하지는 않다. 매사에 조심해야 한다. 그런데 이상하다. 앞이 보이지 않는 노인인데, 스마트폰에는 도로 씨씨티비를 볼 수 있는 앱이 깔려 있었다. 정말 노인은 앞을 보지 못하는 것일까. 그녀를 돕는 조력자는 누구일까. 과연 혜수는 계획대로 노인의 재산을 가로챌 수 있을까.

고호 작가의 이야기는 딱 내 취향과 같다. 그래서 이제껏 출간된 이야기들을 모두 읽었는데, 이번 이야기도 생각하지도 못했던 반전을 맞이하게 되었다. "누군가 한명은 가짜를 연기하고 있다!"라고 하는말 때문에, 어느쪽이 연기를 하는가 주의깊게 봤었는데, 전혀 생각지도 않은 부분으로 일이 진행되었다.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허를 찌르는 고호 작가의 이야기를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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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 가게 글월
백승연(스토리플러스) 지음 / 텍스티(TXTY)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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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월"이라는 말을 처음 들어본다. '글이나 문장'을 이르는 말이며 '편지'를 달리 이르는 말이라고 한다. 예전에는 편지를 참 많이 썼었는데, 요즘은 낯선 존재가 되어버렸다. 이제는 소설을 읽어보 휴대폰이 등장하지 않으면 좀 답답해지는 경우도 있는 것 같은데, 이 소설은 참 정겨운 느낌이 든다. 게다가 실제 있는 '편지가게'다 보니, '글월'에 찾아가면 효영이를 만날 수 있다라는 기분마저 든다. 설마... 정말 만나는건 아니지?

공부를 참 잘했던 언니였다. 그야말로 집안의 기대주였는데, 언니가 사기를 당했다. 그 와중에 엄마가 크게 다쳤다. 효영은 결국 영화감독이라는 꿈을 접을수 밖에 없었다. 사라졌던 언니가 효영에게 편지를 보내기 시작했다. 언니의 편지를 피해 서울로 도망쳤다. 그리고 대학 동문인 선호가 운영중인 "글월"에서 일을 하게 된다.

"글월"에는 독특한 '펜팔 서비스'가 있다. 편지에 익숙한 사람들이라면 그리 낯설지 않을 수 있다. 나도 예전에 펜팔을 해봤으니까. 대신 펜팔을 하기 위해서는 우선 편지를 한통을 쓰고, 사람들이 써놓은 편지 한통을 선택을 하게 된다. 답장을 써도 되고, 꼭 그러지 않아도 되고.. 답장이 도착하게 되면 글월에서 '답장이 도착했다'라는 연락을 해준다. 예전의 펜팔과 다른 것은, 만나지는 않더라도 상대방의 정보를 아는데, 이 펜팔을 상대방이 누군지는 알지 못한다라는 것이다. 어쩌면 익명의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눌수 있다는 것이 매력적인 것 같다.

편지라는 건 결국 어느 정도는 물리적인 시공간의 거리가 있어야만 가능한 것 같아요. 편지지 위에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옆 사람한테 건네는 건 아무래도 멋이 없잖아요.(p.389)

이 책을 읽으면서 자꾸만 글월을 검색하게 되었다. 익명의 누군가에게 보내는 편지.. 오롯이 자신에게 집중할 수 있는 편지..너무나 빠르게 변화해지는 요즘 세상에 잠시 걸음걸이를 늦출 필요가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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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라제빵소
윤자영 지음 / 북오션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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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대한민국 제빵 명장, 혹은 제빵 신이라고 불렸던 안창석. 그의 몰락은 한 순간이었다. 제빵 명장이 되고 온갖 방송에 나가 제빵신으로 거듭났던 그의 명성은 보는거와는 다른 탈세와 편법등으로 인해서 나락으로 떨어졌다. 술김에 휘두른 주먹이 유리창을 깨고 들어가 큰 부상을 입어서 더이상 빵을 만드는 건 힘들게 되었다. 다 큰 연어가 알을 낳기 위해 강물을 거스르는 것처럼 창석은 자신에게 화덕에서 구워내는 빵을 가르쳤던 스승님을 찾아 강화도로 향한다. 물론, 성공해서 돌아가면 좋겠지만.. 모든 걸 잃고 가는 발걸음은 그리 가볍지만 않았다. 치매를 앓는 있는 노년의 스승님은 "사람을 살리는 빵을 만들라"는 유언같은 말을 남기신 후 돌아가신다. 창석은 스승님의 "라라제빵소"에서 스승님의 손녀인 라라와 함께 빵을 만든다. 아, 물론 감초같은 김포댁도 함께^^

강화도에 대한 기억은 어린날 극기훈련을 갔을때 올려단 본 밤하늘에 무수히 많은 별들이었다. 그런데 이 소설을 읽다보니, 그 곳에 가면 라라제빵소가 있을 것만 같다. 진심이 가득찬 단판빵, 소로루빵, 크림빵들을 만날 수 있을 것만 같은 느낌이 든다. 항상 사람들은 '잘 나갈 때 더욱더 겸손'해야 하는 것같다. 한 순간의 오만이 낭떠러지로 떨어지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알려준다. 게다가 진심을 담지 않거나, 남에게 악한 마음을 가지고 있으면 결과는 뻔한 것 같다. 다만, 5G급으로 망했으면 좋겠지만 현실을 그렇지 않다는 것이지만 말이다...

추리소설로 유명하신 윤자영 작가의 첫 힐링소설이다. 워낙에 글을 맛깔나게 쓰시는 분이라 힐링소설인 이 < 라라제빵소 >도 순식간에 책장을 넘길 수 있었다. 초심으로 돌아간 안창석과 유혹에도 흔들리지 않는 손라라, 그리고 걸쭉한 입담의 김포댁 아주머니의 조합이 너무 멋지다. 책장을 넘기다 보면 향긋한 빵내음이 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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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공부 수학문해력 하나로 끝난다 - 초등학교 4학년, 수포자가 되는 이유
김은정 지음 / 굿인포메이션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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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시절 수학을 참 좋아했다. 반면, 영어를 못했지.. 그래서 어쩌면 나는 '수포자'는 이해하지 못하지만, '영포자'는 이해할 수 있다. 학교를 다니는 아이가 없는데, 이 책이 끌렸던 이유는 내가 비슷한 일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과 성향의 아이들을 보면, 문제가 3줄 이상을 넘어가면 정신이 혼미해짐(?)을 느낀다. 꼭 그렇다는 것은 아니지만 많은 수의 아이들이 문제가 길어지게 되면 문제가 의도하는 바를 잘 파악하지 못한다. 날이갈수록 두드러지게 나는 현상이다. 왜 그럴까. 바로 '문해력' 때문이다.

문제를 읽고 이해해야지 적절한 공식에도 대입을 할 수 있는 것이고, 문제에서 요구하는 것을 풀어낼 것인데, 아이들은 문제를 읽기만 했을 뿐, 그 뜻을 잡아내지 못한다. 요령만을 알아냈을 뿐, 조금만 문제가 방향을 틀기만 하면 문제를 탓하게 된다. 내가 아이들을 가르칠 때, 특히, 계산문제에서는 '모로 가도 서울면 가도 된다'한다. 꼭 정해진 길이 아니라 여러 방법으로 문제를 풀 수가 있고, 아이들이 풀어낸 방법을 들어본다. 개념만 잘 이해한다면 정해진 공식은 없다고 본다. 그것이 수학이나 과학이 매력이 아닐까 싶다.

이 책에서도 중요한 것 한가지를 '혼자 공부'를 강조하고 있다. 많은 사교육을 하더라도, 배운 내용을 되새김질도 해야 하고, 틀린 문제를 다시 풀어보고, 맞췄다 하더라도 난이도가 높은 문제는 다시 풀어볼 필요가 있다. 하지만, 혹자들은 타이트한 학원 스케쥴을 병행하게 하면 안도감을 느끼기도 한다. 어쨌든 그 곳에서는 누군가가 문제를 풀게 할테니까 말이다. 문제를 많이 푸는 것보다, 같은 문제를 여러번 푸는 것이 때론 좋은 방법일테다.

또한 어렸을 때의 "독서"도 문해력을 키우는데 매우 도움이 될 것이다. 하지만 요즘에는 독서를 방해하는 요소가 너무나도 많다. 아이들만 탓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아이들도 즐기면서 독서든 공부도 하는게 좋을텐데 현실에서는 많은 제약이 따르는게 문제이지 않을까 싶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교육서를 읽고 조금더 나은 방향으로 인도하는게 또 어른들의 몫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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