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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장개업
담자연 지음 / 한끼 / 2024년 7월
평점 :
제목에 이렇게 대놓고 언질을 주고 있는데, 알아먹지 못하다니..정말로 눈치가 없는게 아닌가 싶다. 게다가 이 책은 저승과 이승 사이 '환승'이라는 독특한 장소를 무대로 벌어지는 그런 이야기가 등장한다. 요즘 내 한창 이승과 저승에 관련된 이야기에 많이 끌린다. 제 사장이 운영하는 국수집에 가면 엄마를 다시 만날 수 있을까라는 기대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꿈에도 한번 나타나질 않으니 말이다.
분명 엄마와 아빠와 케이크를 사러 가는 길인 것만 같았다. 부모님은 뒷좌석에 나란히 앉아 잠든 채였고, 채이는 조수석에 앉아서 졸고 있었는데... 그런데, 채이네는 세식구인데, 그럼 누가 운전을 하고 있던 것일까? 그런데 정신이 든 건 동굴이었다. 설마 내가 죽었나? 자신이 죽었는지 아닌지도 모르는 상황, 기억도 가물가물 해진다. 그런데 갑자기 동굴이 흔들리면서 사라지고 채이 앞에 낯선 사람이 등장한다. 채이 앞에 나타난 곳은 사막 한가운데 '제 사장'이 운영하는 국수집이다. 제사장에게 쫓겨나려는 찰나, 채이는 동굴로 가는 길을 가르쳐 달라고 한다. 제 사장은 고민에 휩싸인다.
사실, 이곳은 이승과 저승사이에 존재하는 국수집이고, 환생해서 태어나는 영혼들의 약간의 꼬인 운명같은 실타래를 풀어나가는 곳이다. 제사장의 붉은 구슬을 담긴 국수 한그릇을 먹고 나면 이승으로 돌아갈 수 있는데, 채이의 구슬은 존재하지 않는다. 제사장은 채이를 돌려보낼 방안을 강구하겠다며 우선은 이곳에 머무르라고 한다. 채이는 이 곳에서 다양한 사람들과 만나게 된다. 과연 채이는 자신의 운명을 담은 구슬을 찾아서 가족들과 함께 생일을 맞기 위해 이승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사실 국수집에서 일하는 다미라는 아저씨가 있다. 저녁에는 국수집에 머무를수 없고, 사막으로 나갔다가 아침이 되면 돌아온다. 사막에서 존재하는 사람들은 자신의 운명을 거스르고 자살한 사람들인데, 그 곳에서 살다가 흙이 되어 버린다. 다미 아저씨의 사연을 알게 되었을 때, 채이와 어떤 관계가 있을꺼라 생각하며 '감 잡았어~'라고 자신만만 했는데, 보기 좋은 떡밥에 걸린 건지도 모르겠다. 어쩜 사연을 알고나면 애틋해서(사연은 비밀) 그렇게 되기를 바라지 않았을까.
잊어버리는 거랑 잃어버리는 건 다른 게 아닐까요? 잃어 버리면 영영 볼 수 없겠지만, 잊어버린 건 내 마음 속 어딘가에 남아 있잖아요. 언제든지 다시 찾을 수 있어요. 가끔 깜짝 선물처럼 튀어나와 주겠죠(p.193)
예전에는 미처 생각해보지 못했을 것을 요즘에 많이 느낀다. 그만큼 나도 자라고 있는 것이 아닐까. 요즘 가끔씩 튀어나오는 기억 때문에 아주 미칠것 같다. 아직은 아쉬운게 많고 미안한게 많겠지만, 그래도 조금만 시간이 지나면 그렇게 문득 떠오른 기억이 마치 선물처럼 반갑게 맞이하는 날이 오겠지라는 생각을 하게된다. 꿈에서라도 제사장이 운영하는 아니.. 이제는 다른 사람(궁금하면 책으로 확인을)이 운영하지만 어쨌든 그 곳, 국수집에 가서 미처 하지 못했던 말을 전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