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별난 게 아니라 유병한 거예요 - 우울증 극복 일기
장미교 지음, 류윤슬 그림 / 새벽달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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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6년차 정신과에 다니며 치료를 받고 있다. 우울증, 불안증, 수면장애, 식이장애, 공황장애, 성인 ADHD 등 갖가지 병명을 진단받았다. 아직도 약을 먹고는 있지만, 그동안의 이야기를 담은 그야말로 '우울증 극복 일기'이다.

우리는 아직도 우울증 등으로 인한 정신과 치료를 당당하게 말하지 못한다. 정신과 치료도 우리 몸의 일부가 아파서 치료를 받는 것인데, 예전부터 우울증 등의 정신적 질병은 너무나도 가볍게 생각한다. 이런 생각을 하면서 이 책을 읽고 있었는데, 마지막에 저자도 그 이야기를 꺼내서 공감할 수 있었다. "고작 우울증 가지고 유난을 떠네"라고 너무나도 가볍게 생각하고 있지만, 결코 가볍게 생각해서는 안되는 것 같다. 자기 의지로 극복할 수 있다고 치부하는 이들도 있는데, 그런 시선들이 어쩌면 더욱더 당사자들을 힘들게 하는 것은 아닐까. 작년에 엄마와 이별을 했다. 그 후로 한번도 느껴보지 못했던 감정들을 겪고 있는 중이다. 일을 하는 것 외에는 의욕이 없어지고, 내 스스로가 얼굴에 표정조차 사라지는 것을 느꼈다. 이런 상태가 계속되면 우울증이 생기는 것이 아닐까 싶었다. 실제 우울증이라고 진단 받은 사람은 이보다도 더 심한 상황이지 않을까. 한번도 느껴보지 못했던 감정들을... 함부로 입에 담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이는 본인의 의지가 약해서도 아니고, 타인에게 자신도 모르게 가해를 하고 있는 탓일수도 있다.만약에 나의 자존감을 깎아내리는 사람이 가족 중에 있다고 하더라도, 과감하게 그 관계를 끊어내거나 거리를 두는 편이 좋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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퀸의 대각선 2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전미연 옮김 / 열린책들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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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나르의 이야기를 처음 읽었을 때, 한국인이 등장한다는데 놀랐었다. 외국 소설에 우리나라에 대한 것이 잠깐 언급만 되더라도 꽤 기분이 좋은데, 베르나르의 이야기 중 < 개미 >에서는 한국인 유학생이 등장했던 것으로 기억되는데, 꽤 인상깊었다. 베르나르의 이야기를 많이 읽은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읽을 때마다 등장을 해서 기분이 좋았는데, 이번 < 퀸의 대각선 >에서는 중간에 언급되는 『상대적이며 절대적인 지식의 백과사전』에 "이순신 장군"에 대해서 등장하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괜시리 내 어깨에 으쓱해지는 느낌이었다. 뭐, 이순신 장군이야 여러모로 유명하신 분이기에 당연하겠지만 그래도 꽤 기분이 좋았다.

니콜과 모니카의 대결을 계속 진행이 된다. 너무나도 대립적인 성향을 가지고 있는 두 사람이기도 하겠지만, 자신의 사랑하는 사람들의 목숨을 잃었기 때문에 더 멈출수가 없었을테다. 두 사람이 '집단의 힘'과 '개인의 힘' 성향으로 인한 대립이기도 하겠지만, 이념상의 문제일 수도 있을 것 같다. 과거의 일들은 잘 모르니까, 소설로만 읽혔는데, 911 테러가 등장하면서 소름이 돋았다. 과연, 한 개인의 복수를 위해 그 수많은 사람들을 희생시킨 다는 것이 과연 옳은 것일까. 실제 행동은 개인적인 복수는 아니었더라도, 당시 사건으로 인해서 평범했던 사람들이 희생되었다. 마치, 사람들을 어떠한 도구로만 생각하는 것이 참 끔찍한 일이 아닐 수 없다.

평생을 대립을 했던 니콜과 모니카. 마지막까지 그녀들의 대결은 끝나지 않았다. 마지막을 거는 체스 한판. 과연 승자는 누구일까? 과연 집단의 힘의 승리일까, 쉽사리 결론을 낼 수 없는 문제였기에, 이번 결말은 맘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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퀸의 대각선 1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전미연 옮김 / 열린책들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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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새로운 소설 < 퀸의 대각선 >

베르나르의 책은 참 에쁘다. 2권을 맞대면 한폭의 그림이 형성된다. 이 것과 체스(체스는 일도 모름) 말을 사이에 두고 얼핏보면 체스말이, 다른 한편으로는 백과 흑의 사람의 실루엣이 보인다. 체스에 흑과 백이 대결을 하는 것처럼 전혀 다른 성향을 가진 니콜과 모니카의 평생을 두고 겨루는 힘의 양상에 대한 이야기이다.

니콜은 함께하는 집단의 힘을 믿는, 그래서 혼자가 되는 것을 두려워하는 오토포비아의 기질을 가진다. 학교에서 생체 해부 실험을 거부하자 선생님이 니콜을 교실에 가두는 벌을 내렸다. 그곳에서 니콜은 640마리를 탈출시킨다. 덩치도 작은 쥐들이 숫자로 인간들을 위협하는 꼴이란... 니콜은 이 일로 학교에서 퇴학처분을 당한다.

뉴욕에 살고 있는 모니카는 뛰어난 개인의 힘을 믿는, 사람이 많이 모이는 것을 두려워하는 안트로포비아의 기질을 가진다. 무리지어 한 학생을 괴롭히는 무리의 주동자에게 응징을 아끼지 않는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면서도 붐비는 것조차 두려움을 느끼는 모니카.

그 둘의 첫만남은 체스장이다. 니콜이 승리를 하자 모니카는 니콜을 넘어뜨리고 목을 조인다. 이 일로 니콜의 아버지는 최고의 변호사를 동원해 소송을 준비하고자 했을때 니콜은 다짐한다. 그런 방법이 아니라 자신만의 방법으로 복수를 하겠다고.. 그리고 그녀들의 숙적과도 같은 대결이 시작된다.

베르나르는 어릴때부터 사소한 이야기도 그냥 넘어가지 않고 메모를 해두었다고 했다. 그리고 그 이야기를 토대로 살을 붙히면 이야기를 쓴다고 한 이야기를 본 기억이 있다. 그래서 이 책도 틈틈히 그의 소설에 등장하는 시그니처럼 『상대적이며 절대적인 지식의 백과사전』이 등장한다. 그래서 더욱더 현실같으면서 픽션같은 이야기를 펼쳐나갈 수 있는 베르나르의 매력이 아닌가 싶다. 사실 베르나르의 < 개미 >와 <신>은 꽤 재밌게 읽었었다. 꽤 분량이 많은 이야기였지만 결말에 비해 초반에는 정신없이 읽어나갔더랬다. 하지만 어떤 면에서는 그의 이야기 세계에 조금 거부감이 들어 한동안 베르나르의 이야기를 읽지 않았는데, 그래도 조금은 버겁지만 니콜과 모니카의 이야기가 궁금해지고 있다. 서로에게 평생을 숙적으로 살아가야하는 정반대의 성향을 가진 그녀들의 이야기.. 어서 2권을 펼쳐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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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한 번도 초라하지 않았으니까 어른의시간 시인선 4
전병석 지음 / 어른의시간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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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는 어렵다. 나뿐 아니라 많은 사람이 어렵다고들 한단다. 잘됐다. 혼자만 못하는 것이 아니라서.. 그래서 시를 많이 읽으려고 한다. 이렇게 읽다보면 조금씩 마음에 와닿는 것을 한두편은 찾지 않알까? 다행히 전병석 시인은 너무나도 압축적이지 않게 일상적인 화법을 유지하며 큰 울림을 주는 시인이다.

이 시집은 "1부 덤으로 마음을 받다, 2부 슬픔이 지구를 돌린다, 3부 이제 바다로 갈 수 있겠습니다"의 총 3부로 구성되어 있다. 2부의 제목을 봤을 때, 그 옛날 연인의 죽음 앞에 지구의 자전 방향 반대편으로 지구를 돌리던 슈퍼맨이 생각이 났더랬다. 요즘에 내 심경도 그렇다. 그렇게 지구를 돌려서 시간을 거슬러 갈 수만 있다면, 아주 잠깐만이라도 그렇게 되었음...좋으련만...

봄을 기다리면 봄이 옵니다 / 꽃을 기다리면 꽃이 핍니다 / 기다림은 오는 것을 기다리는 것입니다

오지 않을 것을 기다리는 것은 / 기다림이 아닙니다 ( 이별 후의 기다림 中 )

그래서 나는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그리워 하는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꿈에서라도 만날 수 있도록 기다릴까 보다. 오지 않을 것이라고 단정해 버리면 그래서 기다리지 않으면 너무나도 미안해질 것 같아서다.

울지마라 / 눈을 감고 있어도 / 너희 모습 생생히 보고 있다 / 그래서 더 고맙다

그렇지만 여기는 너무 외롭다 / 목숨과 이어진 몸의 모든 관들 / 바늘과 인연을 뽑아다오

준비된 귀향은 / 얼마나 기쁜일인가 ( 귀향 中 )

만약에 몇년전에 이 시들을 읽었다면 나는 어떤 시에서 눈길을 멈춰섰을까 생각해본다. 지금 현재 나는 엄마와의 이별이 아직도 진행중이어서, 그리움이 가득한 시어들을 보면 자꾸만 멈춰서게 된다.

아직 시에 대해서 잘은 모르지만, 많은 시를 읽었다고 모든 시를 마음에 담을 필요는 없는 것 같다. 그냥 그대로 마음 가는대로, 상황대로, 시인의 마음을 느끼는 것도 좋지만, 스스로가 공감할 수 있는 시를 느끼며 읽는 것도 좋을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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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장개업
담자연 지음 / 한끼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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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에 이렇게 대놓고 언질을 주고 있는데, 알아먹지 못하다니..정말로 눈치가 없는게 아닌가 싶다. 게다가 이 책은 저승과 이승 사이 '환승'이라는 독특한 장소를 무대로 벌어지는 그런 이야기가 등장한다. 요즘 내 한창 이승과 저승에 관련된 이야기에 많이 끌린다. 제 사장이 운영하는 국수집에 가면 엄마를 다시 만날 수 있을까라는 기대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꿈에도 한번 나타나질 않으니 말이다.

분명 엄마와 아빠와 케이크를 사러 가는 길인 것만 같았다. 부모님은 뒷좌석에 나란히 앉아 잠든 채였고, 채이는 조수석에 앉아서 졸고 있었는데... 그런데, 채이네는 세식구인데, 그럼 누가 운전을 하고 있던 것일까? 그런데 정신이 든 건 동굴이었다. 설마 내가 죽었나? 자신이 죽었는지 아닌지도 모르는 상황, 기억도 가물가물 해진다. 그런데 갑자기 동굴이 흔들리면서 사라지고 채이 앞에 낯선 사람이 등장한다. 채이 앞에 나타난 곳은 사막 한가운데 '제 사장'이 운영하는 국수집이다. 제사장에게 쫓겨나려는 찰나, 채이는 동굴로 가는 길을 가르쳐 달라고 한다. 제 사장은 고민에 휩싸인다.

사실, 이곳은 이승과 저승사이에 존재하는 국수집이고, 환생해서 태어나는 영혼들의 약간의 꼬인 운명같은 실타래를 풀어나가는 곳이다. 제사장의 붉은 구슬을 담긴 국수 한그릇을 먹고 나면 이승으로 돌아갈 수 있는데, 채이의 구슬은 존재하지 않는다. 제사장은 채이를 돌려보낼 방안을 강구하겠다며 우선은 이곳에 머무르라고 한다. 채이는 이 곳에서 다양한 사람들과 만나게 된다. 과연 채이는 자신의 운명을 담은 구슬을 찾아서 가족들과 함께 생일을 맞기 위해 이승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사실 국수집에서 일하는 다미라는 아저씨가 있다. 저녁에는 국수집에 머무를수 없고, 사막으로 나갔다가 아침이 되면 돌아온다. 사막에서 존재하는 사람들은 자신의 운명을 거스르고 자살한 사람들인데, 그 곳에서 살다가 흙이 되어 버린다. 다미 아저씨의 사연을 알게 되었을 때, 채이와 어떤 관계가 있을꺼라 생각하며 '감 잡았어~'라고 자신만만 했는데, 보기 좋은 떡밥에 걸린 건지도 모르겠다. 어쩜 사연을 알고나면 애틋해서(사연은 비밀) 그렇게 되기를 바라지 않았을까.

잊어버리는 거랑 잃어버리는 건 다른 게 아닐까요? 잃어 버리면 영영 볼 수 없겠지만, 잊어버린 건 내 마음 속 어딘가에 남아 있잖아요. 언제든지 다시 찾을 수 있어요. 가끔 깜짝 선물처럼 튀어나와 주겠죠(p.193)

예전에는 미처 생각해보지 못했을 것을 요즘에 많이 느낀다. 그만큼 나도 자라고 있는 것이 아닐까. 요즘 가끔씩 튀어나오는 기억 때문에 아주 미칠것 같다. 아직은 아쉬운게 많고 미안한게 많겠지만, 그래도 조금만 시간이 지나면 그렇게 문득 떠오른 기억이 마치 선물처럼 반갑게 맞이하는 날이 오겠지라는 생각을 하게된다. 꿈에서라도 제사장이 운영하는 아니.. 이제는 다른 사람(궁금하면 책으로 확인을)이 운영하지만 어쨌든 그 곳, 국수집에 가서 미처 하지 못했던 말을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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