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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천대루
천쉐 지음, 허유영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5년 1월
평점 :
어렸을 적 홍콩 영화는 좀 봤는데, 지금은 중화권 쪽 드라마는 잘 안봐서, 사실 중화권만이 아니라 요즘에는 영상물을 보는 것보다 책을 읽는 것을 더 선호한다. 그래서인지 이 < 마천대루 >의 소식은 이 책이 출간되면서 드마라에 대해서도 듣게 되었다. 많은 사람들이 인생드라마로 꼽는다고 했는데, 이렇게 책을 읽어봤으니 드라마를 일부러 찾아보지는 않을 것 같다. 그런데, 드라마를 보던 지인의 말로는 주인공인 안젤라 베이비가 초반에 사망했는데, 아직 드라마를 보는 중이라 범인은 알지 못한다고 했다. 이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아직 100여페이지를 읽고 있었는데, 아직 사망자가 나오지는 않았었다. 물론, 휠체어를 타는 한 여인이 죽었다는 이야기는 초반 '마천대루'에서 일하는 경비원 셰바오뤄 이야기에서 나오긴 했었다. 하지만 초반에 잠깐 그녀의 이야기가 언급되고는 별 상관은 없어 보였다. 이 이야기는 시간순으로 서술되는 것이 아니라 인물들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두번째로 등장하는 카페 매니저인 중메이바오가 여러 사람들 이야기에 언급이 되기 때문에 그녀를 의심하고 있었다. 그렇다. 바로 그녀가 사망한채 발견된다. 과연 누가 그녀를 살해한 것일까.
'마천대루'는 독특한 소설이다. 살인사건을 다룬 소설임에도 불구하고 사건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가지는 않는다. 여러 인물들이 등장하면서 그들의 시점을 오고가면서, 그들의 인생에 한켠을 자리잡고 있었던 메이바오를 보여준다. 또한 살인사건이 발생하고 나서는 그들의 진술을 이어가면서 메이바오의 죽음에 얽힌 비밀을 하나씩 풀어가게 된다. 마치 사건의 진실에 다가가기 위해서 고개를 들어 꼭대기를 바라보는 방법으로는 알 수 없고, 마천대루를 한층한층 올라가야 하듯 말이다.
"그 사람이 죽을 때 난 무엇을 하고 있었을까?" 한 사람이 죽었다. 우리가 모두 좋아했던 사람이고, 결코 그런 방법으로 죽어서는 안되는 여자였다. 셰바오뤄는 자신이 죽였을 거라고 했다. 그렇게 따지면 내가 죽였을 수도 있다. 부검보고서는 아직 나오지 않았고 그녀가 몇 시에 죽었는지 모른다. 하지만 난 알고 있다. 누가 죽였든, 그녀의 죽음이 우리와 관련이 있다는 것을, 누구도 무관할 수 없다는 것을."(p.202)
소설의 말미에서는 또 다른 마천대루의 주민들의 이야기가 이어진다. 여러 인물들의 진술로 사건에 많이 접근했지만 아직 범인도 알 수 없는 상황에, 왜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가 등장을 했는지 의아했다. 하지만, 초반에 여러 사람의 인생에 얽힌 메이바오의 이야기를 들었지만, 후반부의 사람들의 삶에서는 그녀의 이야기는 조금씩 사라지고 있었다. 천천히 멀어지고 있는 타인의 죽음을 표현하는 방법이 아닐런지 싶다.
덧. 범인은 나온다. 마지막까지 꼭 확인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