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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망초 ㅣ 을유세계문학전집 112
요시야 노부코 지음, 정수윤 옮김 / 을유문화사 / 2021년 5월
평점 :

그 시절 소녀들의 이야기... 물망초를 읽으면서 물망초 향이 이렇게 궁금할 줄은... 그 향은 아마 그 시절 소녀들의 향이 아닐까? 청초하고도 쉽게 물드는 혹은 어찌보면 오염되지 않은 순수한 욕망의 향 말이다.
요코는 지금 생각해도 되바리지고 발랄한 부잣집 아가씨다. 그 시절 크라이슬러를 운전하는 운전기사를 두고 호텔에서 식사를 하고 개인 맞춤 양장점을 (그것도 프랑스 직수입) 찾아 다니는 아가씨라니... 부자도 보통 부자가 아니다. 반면 가즈에는 아버지가 돌아가신 집에 남자만 우선시하는 어머니 밑에서 그 의무를 감당하며 모범생으로 하루 하루를 채우면서 지내고 있다.
무엇보다도 소설의 전반적인 흐름을 자우하는 것은 개인주의자 마키코이다. 내식대로 그러나 원칙대로 하는 마키코지만 자신의 친구같은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로는 온건파인 요코가 이끄는대로 그녀가 하자는대로 일탈?을 일삼으며 마지막에는 동생 와타루의 일을 계기로 요코에게 이별의 고한다.
물망초 향이 소설 곳곳에 등장한다. 그 향은 요코의 향이자 마키코에게는 범접할 수 없는 그대로 따라갈 수 없는 유혹의 향으로 그려진다. 소녀의 순수한 향... 그 시절에만 느낄 수 있는 풋풋함...
세 소녀의 이야기는 말랑말랑하기도 하면서 위태하기도 하다. 흡사 요코와 마키코가 참여한 수영 합숙에서 넘어가지 말라고 쳐 놓은 붉은 선 너머로 아슬아슬 수영하는 것처럼 말이다.
사는 것은 누구처럼 살아야할까? 요코같은 내맘대로식 온건파, 가즈에같은 공부만하는 강경파, 마키코같은 개인주의자... 저마다 삶의 모습이 다르듯이 그 모습대로 정한 방법도 다를 것이다. 여기에서 마키코가 서점에서 목격한 책의 제목 우리는 무엇을 할 것인가가 떠오른다.
소녀들은 아마 저다마 무슨 일을 하고 그 길을 발견할 것이다. 아마 가장 눈부신 변화를 보일 사람은 요코라고 생각된다. 그녀는 사랑을 하는 사람이니 말이다. 아마도 적극적으로...
저자 요시야 노부코는 숏 컷트가 드문 그 시절 숏 컷트를 하고 인생의 반려자인 여성과 단 둘이 평생을 산 것으로 유명하다. 동성애 여부를 떠나 돈독한 우정으로 그녀만의 삶의 길을 걸어간 것이리라... 마치 개인주의자처럼 말이다.
책을 다 덮은 지금 (물망초 향도 모르면서)... 어디선가 그 향이 피어오르는 듯이 느껴진다.
출판사 지원도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