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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읽는 헤르만 헤세 ㅣ A Year of Quotes 시리즈 2
헤르만 헤세 지음, 폴커 미헬스 엮음, 유영미 옮김 / 니케북스 / 2023년 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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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읽는 헤르만 헤세』
헤르만 헤세 (지음) | 폴커 미헬스 (엮) | 유영미 (옮김) | 니케북스 (펴냄)
요즘 개인적이지 않은 개인적인 일(가깝기는 하나 직접적이지는 않는)들로 마음이 많이 어지러웠다. 게다가 감기 기운까지 겹쳐서 컨디션은 쉽사리 회복되지 않았다. 한마디로 사는 일이 참 재미없다고나 할까... 언제 재미가 있었냐 싶게 지난날의 호기심과 설렘은 머나먼 일이 되었고 하루하루 해치워야 하는 일들과 내일도 어제와 같은 것이라는 기대 없는 푸념으로 하루하루를 보냈다. 사실 아무 일도 없는 일이 기대할 하루라는 것... 크나큰 일들이 닥치고 나서야 우리들은 깨닫는 법이다.
헤르만 헤세는 이럴 때 큰 위로가 되었다. 그는 글에서 이야기한다. 글쓰기와 그림으로 생각을 표현하지 않는 사람들은 과연 어떻게 살아가는 걸까? 고민들과 오해들을 한번 써 내려간다면 그것을 이해하게 될 거라고... 그렇다. 헤세는 나에게, 그리고 무언가를 고민하면서 하루하루 사는 사람들에게 처방전을 내려주고 있었다. 그의 일기들에서, 편지글에서, 소설과 시에서 그 처방전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게다가 그의 어린 시절이 담긴 사진들과 그의 그림들을 책 속에서나마 감상할 수 있다는 것 또한 위안이었다. 하루하루는 그저 평범한 시간들이라도 할지라도 그 사이에 인간은 성장한다. 아이들은 자라고 있으며 꽃들은 다시 시들고 여름을 열심히 준비하고 있다. 주위를 둘러보니 가만히 있는 것이 없었다. 다들 열심히 움직이면서 한 뼘의 거리라도 좁히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그래! 한 뼘이다. 한 발자국이 힘들다면 한 뼘이다. 그렇게 나아가면 되는 것이다. 오늘이 좌절스럽다고 손을 놓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면 그 상태로 멈춰있는 것이 되지만 단 한 뼘 나아가면 그것은 나아가는 것이다. 스스로에게 기대할 것을 좁히고 많은 것을 내려놓고 나니 마음이 좀 가벼워졌다. 헤세의 글도 첫 단어, 첫 음절이 시작이었고, 위대한 그림 역시 한 점 붓 획이 시작점이었던 것처럼 모든 것에는 시작이 있다. 그 작은 기적들이 하루를 만들고, 위대한 작품을 만드는 것이다.
최근에 들은 말이 있다. 누군가를 설득하려 애쓸 필요 없다는 말이다. 매 순간 나를 위로하는 것들을 감사하고 그것을 받아들이면서 살면 된다는 것... 누군가는 언제나 세상은 앞서나가는 듯 보이지만 항상 그런 것은 아니라는 것... 오히려 앞서는 자가 뒤따라오는 자가 될 수 있다는 것... 인생이란 바로 그런 것... 순간만이 영원한 것... 등등....
그래, 헤세를 읽는 하루, 그 짧은 순간의 위로, 그것으로 된 것이다. 오늘 하루의 괴로움은 그 날로 족한 것처럼 내일은 다른 괴로움이 올 텐데 미리 걱정을 싸매며 전전긍긍할 필요는 없는 것이다. 순간을 받아들이자. 그리고 나에게 찾아온 랜덤 행복을 즐기자. 헤세가 글과 그림에서 삶의 위로를 찾은 것처럼 스스로를 돌아볼 무언가를 찾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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