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디프, 바이 더 시 - 조이스 캐럴 오츠의 4가지 고딕 서스펜스
조이스 캐롤 오츠 지음, 이은선 옮김 / 하빌리스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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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디프, 바이 더 시』​​

조이스 캐럴 오츠 (지음) | 이은선 (옮김) | 하빌리스 (펴냄)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란 과연 얼마나 인간을 옥죄고 있는가? 사람의 인생이란 어쩌면 태어나는 순간, 그 평생의 운명이 결정되는 것 같다. 그 평생의 운명은 바로 어린 시절에 있다. 어떤 어린 시절을 보내는가에 따라서 그 사람의 평생이 결정지어진다니... 십 년, 길면 십오 년의 인생, 첫 인생만 행복하게, 그 어느 것도 걸림돌이 될 것도 없이 보낸다면, 그러한 행복한 유년의 기억을 가진 아이들이 세상에 많아진다면 아마도 이 지구는 그 모습을 달리하리라... 멸망의 초침을 향해가는 시계가 아닌 상생의 희망을 향해가는 새로운 시계를 인류는 거머질 수 있으리라...... .

조이스 캐럴 오츠는 그녀의 섬뜩하리만큼 오싹한 단편들 속에 인간의 기본적으로 잠들어있는 끔찍한 본성들을 깨우고 있다. 그리고 그 본성들은 거의 대부분은 어린 시절에 잉태된 트라우마에 기반을 한다.

소설 [카디프, 바이 더 시]의 주인공 클레어는 자신의 정체성을 단 세 글자로 설명한다. 바로 입양아라는 단 한 단어이다. 어린 시절의 일들이 몹시도 궁금하고, 스스로의 정체성을 찾고 싶었고, 자신의 친부모에 대해서 몹시도 궁금했지만 어찌 된 일인지 그녀는 모든 기억을 지우고 살아간다. 후에 그녀에게 이름 모일 유산을 남겼다는 전화가 오기 전까지는 말이다. 9개월이면 너무도 어린 나이에 사이들 내외에 입양되어서 클레어 사이들로 살았던 그녀... 사이들이라는 성을 받은 그녀는 너무도 좋았더라고 했다. 새로운 이름의 새로운 시작... 과거에 있었던 일들이 뭐든 끔찍한 기억은 저절로 뇌에서 삭제해버렸다. 그래야 그녀가 살 수가 있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전화 한 통, 카디프의 저택을 물려받았다는 전화 한 통은 그녀에게 옛 기억을 되찾게 했다. 그럴 용기를 준 것이다. 이름도 몰랐고, 존재도 몰랐던 모드 도니걸이라는 이름의 친할머니, 그리고 이모할머니들... 삼촌이라는 제러드...... . 과연 애인보다도 그 수가 적었던 친척이라는 존재는 그녀에게 어떤 기억을, 어떤 트라우마를 몰고 올 것인가?

끔찍한 친족 살해에 대한 또 다른 이야기도 한 클레어의 과거사... 그리고 또 다른 한편으로는 억울하게 가해자로 몰린 아버지인 코너 도니걸에 대해 진실 탐구... 고작 9개월의 아이였던 클레어는 개수대 아래 문 쪽 공간, 고양이가 겨우 들어갈 법한 거미줄 투성이 공간에서 발견되었다. 아니, 살아남았다. 모두가 죽은 그 현장에서 말이다. 과연 범인은 누구였을까? 신문 등지에서는 아버지인 코너 도니 걸을 지목했지만 클레어의 기억 속에는 아니었다. 범인은 분명 따로 있었다. 그리고 버젓이 아직도 잘 살아있다.

캐럴 오츠는 신의 존재에 대해 가타부타 이야기하지 않고 오로지 인간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아이가 신을 찾을 때 신은 결코 곁에 있어주는 법이 없다. 모든 사건이 일어난 후에야 나타나는 지각생이 바로 신이라는 이름이다. 그렇다면 과연 왜 신을 믿고 찾아야 하는가? 절박한 순간, 인간이 필요로 하는 순간 나타나는 존재가 바로 신의 위엄이 극대화되는 순간이 아니던가? 캐럴 오츠는 일상을 적나라하게 하게 그녀의 언어로 보여준다. 소설을 읽다 보면 왜 그녀가 에드거 앨런 포의 여성형이라고 할 만한지 알 수 있다. 모든 것은 철저히 베일에 가려져 있지만 사실 인간의 이야기다. 그러기에 읽는 내내 긴장할 수밖에 없다.

더 늦기 전, 특히 올여름에 조이스 캐럴 오츠를 만나게 된 것이 무척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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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탄 - 도쿄, 불타오르다
오승호 지음, 이연승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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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탄』​​

오승호(고 가쓰히로) (지음) | 이연승 (옮김) | 블루홀식스 (펴냄)

한번 잽싸게 휘몰아치는 그런 소설인 줄만 알았다. 하지만 오승호라는 작가를 안다면 이 소설 뒤에 숨어있는 이면이 있다는 것을 누구나 눈치챘겠지만... 소설은 우리에게 먼저 목적지를 말하지 않는다. 그리고 쉽게 따라오라고 말하지도 않는다. 다만 선택을 제시한다. 당신이라면 어떻게 할 것인지... 받아들일 것인지, 혹여 그렇지 않을 것인지... 끊임없는 선택을 말이다. 독자는 순간 여기에서 당황한다. 악당에게 고개를 숙이면 왠지 스스로 비열하게 느껴지니 행여 동조하더라도 그 이면을 숨기고 싶다. 하지만 오승호의 소설 속 인물들은 다양하고도 다채롭다. 심지어 악당으로 나오는 캐릭터조차도 어느 정도 연민의 눈으로 바라보게 한다.

자칭 폭탄 예언가인 스즈키 다고사쿠가 그토록 루이케의 입에서 듣고 싶어 했던 말... 당신도 나와 같은 부류이지 않느냐는 그 동조의 생각들... 스즈키가 자신의 입을 열게 된 것은 필경은 루이케때문일 것이다. 자신과 마찬가지로 이 세상 같은 것 망해버리길 동조하는 인물임을 그가 알아본 탓일 것이다. 하지만 인간에게 아무리 살의가 넘치더라도, 증오가 넘치더라도 대다수의 선량하다고 여겨지는 시민들은 절대 마지막까지 갈 수 없는 선이 있다.

소설 속 기요미야의 말처럼 설령 속으로 이 세상 따위 망해버리라고 바라고 있다 해도, 멸망을 바라고 있다 해도 마지막 버튼은 누르지 않는다. 누르기를 포기하는 것이 인간이다. 그리고 자신 옆에서 다쳐서 쓰려진 누군가를 보살펴주는 것이 인간이다. 설령 곧 죽을 목숨이더라도 말이다.

스즈키는 일명 무적의 사람이었다. 노숙자로서 아무런 희망 없이 의미 없이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 더 이상 잃을 것이 없는 사람이었다. 그가 한 여인 아스카를 만나고 다른 생각을 갖게 되었다. 아마 그 여인이 없더라면 스즈키는 그저 그렇게 노숙자로서 살아갔으리라... 살인자로 전대미문의 폭탄 테러범으로 낙인찍히지는 않았으리라... 왜 스즈키는 그런 어리석은 제안을 한 것일까...

작가 오승호는 스즈키라는 캐릭터를 요즘 사회에 흔하게 있을 법한 인간 유형이라는 말을 한다. 인터넷 등지에서 남들이 만든 양식과 언어에 편승해서 그럴듯한 논리로 민감한 사회 문제를 정의 내리고, 내가 보고 싶고, 믿고 싶은 것만 찾아서 믿으면서 자기 논리의 함정에 스스로 빠져서 절대 헤어 나오지 못하는 사람... 믿고 싶은 콘텐츠들만 접하고 절대 다른 쪽은 보지도 찾지도 않는 사람... 작가는 스즈키 다고사쿠라는 캐릭터를 통해 이 시대의 빌런을 만들어 냈다.

요즘은 뉴스만 틀면 세상에 이해 못 할 일들이 넘쳐나고 있다. 예전 같으면 상식이라고 생각하고 이해하고 넘어갈 일들은 그 이상으로 저지르고 용서를 구하고, 심지어 상식 이하의 행동을 하면서 스스로의 잘못이라고 생각하지 못한다. 과연 그들은 어떻게 생겨난 자들일까? 자기대로의 논리는 통할지 모르지만 그 논리로 남을 설득할 수는 없다.

스즈키와 아스카, 그리고 도도로키, 기요미야, 루이케, 유카리...등등의 캐릭터를 통해서 다양한 인간 군상을 경험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인간의 마음속 불안, 살의, 고통이 아무리 차고 넘쳐도 마지막 버튼은 누르지 않는다는 것... 그것이 바로 인간이 인간일 수 있는 이유라는 것 또한 다시금 생각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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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로스파이 앙상블
이사카 고타로 지음, 강영혜 옮김 / 내친구의서재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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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전작들을 재밌게 읽어서인지 이번 작품도 기대가되네요. 음악소설이라니...음, 어떻게 녹여냈을지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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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주의보 이판사판
리사 주얼 지음, 김원희 옮김 / 북스피어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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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고보는 이판사판 시리즈.. 친밀한 가족에는 그보다 친밀한 비밀이 있다. 과연 이 가족에는 어떤 비밀이 또아리 틀고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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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달래꽃 - 김소월×천경자 시그림집
김소월 지음, 천경자 그림, 정재찬 해제 / 문예출판사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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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달래꽃』​​

김소월 (지음) | 천경자 (그림) | 문예출판사 (펴냄)

얼마 전에 작은 서점에 열린 인문 북토크에 참석했다. 시인, 편집자 등 모두가 한자리에서 책이라는 물성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 귀중한 자리였다. 그중에서 한 분의 이야기가 인상 깊었다. 왜 그렇게 학창 시절에 시들은 김소월, 윤동주에 국한이 되어있었나 모르겠다고 말이다. 그리고 한결같이 짧은 제목들은 전혀 자신을 끌리게 하지 못했다고 말이다. 하긴 지금에 나오는 시집들을 보면 제목에서 부터 어떤 것인지 그 안의 내용을 궁금해하거나 짐작하게 볼 수 있는 것들이 많다. 너나 할 것없이 긴 제목들이 유행처럼 번져나가고, 어떤 제목들은 꽤 생경해서 국어사전을 찾아보게도 만든다. 하지만 옛 시인들의 시는 비교적 단순한 제목들이 주를 이룬다. 진달래꽃, 제비, 그리워, 애모, 산등 등 여기 실린 김소월 시인의 시만 보아도 그러하다.

시가 읽히는 시대는 어떤 시대일까? 옛 시대일까? 혹은 지금 시대일까? 내 생각엔 시가 읽히는 시대는 없는 것 같다. 시를 읽는 사람만 존재하는 것뿐이다. 그리고 시는 무엇보다 소리를 내어 읽어야 그 맛이 산다. 그리고 운율을 따라서 읽기는 옛 시만큼 좋은 것도 없고 말이다. 현대시는 거의 다 산문시여서 운율감이 비교적 약하지만 옛 시들은 그 함축적인 의미가 짧은 마디 마디에 모두 담겨있다. 그래서 짧은 시어들을 맛을 살려 읽으려면 음독을 해야 한다. 소리를 내어 그 시 안으로 들어가야 한다. 음독하기에는 김소월의 시만 한 것도 없다.

사실 예전에는 김소월의 시가 비교적 재미가 없다고 생각했다. 한국적인 정한이니 뭐니, 나에게는 잘 와닿지 않았다. 그저 한스러운 넋두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지금 이 나이에 와서 다시 읽어보니 소월의 시는 젊은 나이에 읽는 시가 아니었던 것이다. 고즈넉한 인생의 저무는 시점, 혹은 한 챕터를 막 닫고 새로운 챕터로 시작하는 청춘이 읽기에 좋은 시였다. 어린 시절에 소월의 시는 나에게 멀었지만 지금 소월의 시는 옛 추억에 잠기게 한다. 뭔지 모를 그리움의 세계로 잠식하게 한다.

한과 정, 그리고 사랑, 포기, 체념... 등등의 모든 것이 김소월의 시에는 있다. 단순한 제목 속에서는 그것을 느끼기가 힘들다. 오직 책을 펴들고 코를 묻고 소리 내어 읽어야지만 비로소 시어들은 생명을 갖는다. 그리고 생명을 가진 시어들은 독자의 가슴으로 날아든다.

이 책은 양장본으로 정성스럽게 만들어져있다. 그리고 안에는 천경자 화백의 그림이 군데군데 요소요소 배치되어 있어서 시를 읽는 맛을 더한다. 어찌 보면 천경자 화백이나 김소월 시인이나 정한의 작가라는 점은 일맥상통할 것이니 왠지 이란성 쌍둥이 모양 닮아있다. 그 시들과 그 그림들이 어쩜 이리도 찰떡인지 모르겠다.

다시 읽는 소월의 시, 다시 보는 천경자 화백의 그림... 모든 것이 다 시간의 뒤안길에서 오롯이 기다려주는 누이같이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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