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나라수마나라 1
하일권 지음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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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나라수마나라 1

글 그림 하일권 | 소담출판사

당신.... 마술을 믿습니까?

정말 마술에 대한 이야기인가? 꼭 당신은 산타클로스를 믿습니까..하는 이야기같다. 이미 그 시대는 지나왔는데... 사실은 산타도 있었고, 마법사도 진짜로 존재했다면... 우리는 기도한다. 절박한 순간에 신을 찾는다. 신이 기적을 보여주길 기대하고 기대한다. 그리고 때론 기적같은 일이 주변에 일어나기도한다. 그러한 기적이 사람들의 뇌리에 오래 기억되면 좋았을텐데... 인간이란 동물은 기억력을 지우는 뭔가를 먹는지 금새 잊는다. 다들 자기 잘난 맛에 또 사는 줄 안다. 그리고 다시 위기가 닥치면 언제 그랬냐듯이 다시 기도한다.

<안나라수마나라>에 등장하는 윤아이는 가난하다. 그녀의 학급동무들은 세상에 먹지도 못하고 가난해서 구멍난 스타킹을 신고다녀야하는 사람이 어떻게 존재할 수 있냐며, 이런 풍족한 시대에 그런 사람은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윤아이는 현실이다. 이렇게 뭐 찢어지게 가난한 사람은 분명 현실에 있다. 그리고 그들은 조용히 숨어있다가 가끔, 아주 가끔씩 뉴스에 등장하기도 한다. 그럴 때 사람들은 아! 하며서 주위를 돌아보게 되겠지... 윤아이는 아무리 찢어지게 가난해도, 자신은 굶어도 동생은 굶기지 않는다는 마음가짐, 하루 하루 아르바이트를 하는 것이 고되지만 음흉한 햄버거 가게 주인에게 절대 넘어가지 않겠다는 강단이 있다. 아마 윤아이는 마법 같은 것이 아니어도 분명히 스스로 극복해내리라... 물론 마술이라는 것이 존재한다면... 아이가 필요할때 그 마술이 효과를 발휘한다면... 그녀에게 세상은 다른 느낌이리라...

한때 나도 마술을 꿈꾸었다. 스스로 마술을 부리는 것이 아니라 당하는 꿈... 학교 종례 시간이 너무 지루했다. 그 날은 야외에서 종례를 치뤘다. 무슨 행사를 했는지는 모르겠다. 하늘을 보니 너무 파랬다. 구름 몇점이 떠가고 있었고, 새들이 한가로이 날아가고 있었다. 그때 난 내 몸이 붕 떴으면 했다. 누군가가 마술을 부려서 내가 이 자리에서 없어졌으면... 그래서 이 모든 사람들을 위에서 내려다 보는 것이다. 아마 다 날 부러워하겠지... 어디 있는 지도 모를 누군가가... 평소 주목받지 못한 누군가가 이렇게 하늘을 나는 존재라는 것을 그 사람들을 알까... ㅎㅎ 이런 저런 생각들을 하면 종례 시간이 금새 지나갔다.

만나고 싶다. 마술사... 이 마술사는 진짜다. 왠지 그렇게 믿고 싶다. 아니, 그럴 것이다. 믿는 자에게만 기적이 온다. 기적을 믿기에 마술도 믿는다. 윤아이는 과연 믿을까? 안믿을까? 그녀는 지금 갈등 중이다. 믿음에의 갈등... 생각해본다. 믿음이란 믿어야할 것은 믿는 것이 아니라 정말 얼토당토 않다고 생각하는 것을 믿어야 진짜 믿는 것이 아닐까... 믿음이란 그런 것이 아닐까... 기승전결이 확실하고 인과 관계가 분명한 것이 과연 믿음의 영역일까? 믿음이란 이렇게 마술의 영역에 들어있어야 하는 것이 아닐까?

그래! 외쳐보자. [안나라수마나라] 나를 괴롭히는 모든 것들이 사라지는 마법... 내가 원하는 것이 모두 두배가 되는 마법... 안나라수마나라!!

제 2권은 과연 어떨까.... 윤아이는 과연 마술을 믿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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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이 내추럴해지는 방법 - 와인과 삶에 자연을 담는 프랑스인 남편과 소설가 신이현의 장밋빛 인생, 그 유쾌한 이야기
신이현.레돔 씨 지음 / 더숲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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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이 내추럴해지는 방법

신이현 지음 | 더숲

오... <내가 가장 이뻤을때>라는 소설을 친구가 좋아해서 나도 덩달아 읽어본 기억이 있다. 물론 그 전 소설 <숨어있기 좋은 방> 으로 작가 신이현을 알고는 있었지만.... 그런데 신이현 작가님..아..이렇게 살고 계셨구나. 무척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읽기도 전에... 그 삶의 방식이 너무나 작가님스러워서... ㅎㅎ 그리고 사실 작은 알자스라고 해서 왠지 프랑스에 살고 계실 것같았는데, 한국 충주에 살고 계셨다니 더욱 더 반가운 마음이 들었고 말이다.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찾아가서 레돔 시드르를 마실 수 있으니... ㅎㅎ 그 날이 어서 왔으면 하는 마음이다.

신이현 작가와 부군 레돔... 그토록 그리워했던 남편 레돔의 한국 발령은 전혀 다른 결과를 낳았다. 바로 농부로의 전향이다. 새벽에 퇴근하는 것과 야근이 일상인 프로그래머의 삶... 정기적인 월급은 사람에게서 기력을 뺏아가는 걸까... 결국 프랑스인 레돔은 거기서 손을 들었고, 그의 이런 결정은 다행스럽게도 충주의 어느 한 땅을 살리고, 맛있는 와인을 맛볼 수 있게 만들었다. 꼭 직장생활에 답이 있는 것은 아니다. 그곳을 나와야지만 보이는 것도 있다.

하지만 농부의 삶은 순탄하지않다. 신이현 작가와 부군 레돔이 충주에 자리를 잡는 그 전에 많은 시행착오들이 있었고, 충주에서 농사를 짓고 나서도 일이년은 사과가 신통치않았다. 하지만 자연을 우선시하는 생명역동농법 덕분에...(이 방법을 고수하고 믿은 레돔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다.) 땅이 살아났고, 과일나무는 숲이 되었다. 농부라는 뜻의 한자어 풀이가 별을 노래하는 사람이라는 뜻이라고 한다. 하늘과 땅의 이치를 살피고, 별들이 저마다의 궤적을 가지고 그 자리에서 이동하듯이 우주 만물의 이치를 꿰뚫는 사람이라고나 할까... 농부가 많아지는 세상은 얼마나 아름다운 세상일까... 땅이 살고, 자연이 살고, 우주가 이치를 찾아서 제대로 돌아가는 세상...

책 속에는 레돔 테루아를 찾아오는 이들의 이야기도 나온다. 빨간 장화 청년부터 승민이라는 여성까지... 모두들 농부의 길을 배워서 누구는 술을 빚고, 누구는 자급자족을 배우기위해서... 그들의 앞날을 응원하고 싶다. 지금 이 세상에 많은 우울증과 불안이 높아가는 이유 중 하나를 자연과의 괴리에서 그 원인을 찾는 사람들이 많다. 일리가 있는 말이라는 생각이 든다. 사람은 자연이다. 그리고 우리는 인간 종을 떠나서 다른 종들과도 연결되어야한다. 작은 생명들, 이 지구에 살고 있는 종들... 레돔이 자신의 사과나무 숲에 썩은 떡갈나무를 넣어두고 그 곳에 많은 벌레들이 찾아와 생명을 이루고 땅을 더 풍요롭게 만들기 바라는 마음... 음식물 찌꺼기에 바람이 통하고, 볕이 들고, 미생물로 인해 발효가 되어 결국 생명이 움트는 그 순간... 우리 모두는 연결되어있는 것이다.

나, 너, 땅, 나무, 숲, 벌레, 등 등 모두는 자연이다. 그 한 테마에 우리는 소속되어있다. 언젠가 바람도 좋고, 사과향기가 온 숲에 가득할때 작가와 레돔이 살고있는 작은 알자스 레돔 떼루아에 방문해보고 싶다. 그때는 좀 취해도 될까? 되겠지....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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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박의 여름
츠지무라 미즈키 지음, 구수영 옮김 / 내친구의서재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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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박의 여름

츠지무라 미즈키 장편소설 | 구수영 옮김 | 내친구의 서재

당신은 어떤 부모인가요? 아이들과 같이 놀아주는 시간을 중시하는 부모인가요? 아니면 무엇보다 학습에 신경을 쓰는 부모인가요? 아니면 자라는 것에 중점을 두고 영양 섭취 등 먹거리에 신경을 쓰는 부모인가요? 책을 읽으면서 이런 저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는 어쩌면 저마다의 이유로 공적인 학습을 신뢰하며 이곳 저곳 기관에 보내고 있지요. 아니, 사실 그 부분의 도움 없이 아이들을 하루 하루 제대로 케어한다는 것...좀 버거운 것은 사실입니다.

전 무엇보다 아이가 편식이 심해서 기관에 다니면서 잘 먹기를 바라는 부모입니다. 아무래도 또래 친구들과 같이 생활하다보면 잘 먹지 않을까...싶어서요. 그래도 세상엔 다양한 교육기관이 존재하고 그에 맞게 다양한 부모도 존재합니다. 어떤 부모는 아이들의 의사를 존중하여 기관이나 학교에 보내지 않고 오직 홈스쿨 만으로 좋은 대학에 보내는 부모도 있고요. 저는 아무래도 홈스쿨 쪽은 영 자신도 없고, 능력도 안되어 그런 것은 꿈도 못꾸고 있습니다. 다만 집에서 부모의 말대로 학습을 따라오는 아이들을 만나거나 소문을 들을 때면 부럽기는 한없이 부럽습니다.

기관을 얼마나 신뢰하느냐는 문제는 정말 개인마다, 그리고 경험치마다의 각각의 기준이 다른 것같습니다. 어린이집이나 학교 등에서 학대 사건들이 보도되면 정말 좋은 선생님을 만나는 것도 복불복이라는 생각도 들고요. 학교에서 적응을 잘하지 못하는 아이들이 왕따 당의 이유로 극단적 선택에 놓여질때는 차라리 학교라는 곳이 차별의 온상지라는 생각도 듭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좋은 점을 생각하고 우리는 학교라는 곳에 아이들을 믿고 맡기는 것이겠지요.

여기 [호박의 여름]에서 나오는 미래학교는 어떤 학교일까요? 주인공 노리코는 어느날 학교 친구 유이를 따라서 미래학교 여름캠프에 참여하게 됩니다. 그곳에서 미카라는 친구를 만나게 되고 적응하는 것에 도움을 받습니다. 여름캠프에 대한 좋은 기억이 있는 노리코... 노리코는 30년 후 변호가사 되어 시즈오카 한 마을에서 발견된 백골사체에 대한 의뢰를 맡게 됩니다. 과연 그 백골사체는 누구일까요?

저도 학교에 대한 기억이 사실 그리 좋지만은 않습니다. 이기적인 선생님들도 많이 봤고, 돈을 밝히는 교사도 봤지요. 그래서 선생님이 되겠다는 꿈은 저한테서 멀고 먼 일이었습니다. 간혹 선생님이 되겠다는 친구들이 이해가 안되기도 했었죠. 선생님은 정말로 아이들을 사랑할 줄 아는 사람이 되어야한다고 생각하니까요. 직업이 좋아서거나 방학이 있다는 이유로 선생님이 되고자하는 것은 그 직업의 중요성을 정말 몰라서 하는 말같습니다.

여기에 나오는 미즈노 선생님... 현실에도 있겠지요... 얼마전 학교 여자화장실에 몰래 카메라가 발각된 사실이 있었는데, 그 카메라 설치한 이가 그 학교의 교장선생님이었던 충격적인 사건도 있었고요.

같이 어른이 되고자 했던 그때 그 시절의 친구들... 아이들이 온전히 어른으로 성장하기를 바래고 또 바래봅니다. 세상에 온전한 어른들이 한뼘씩 더 늘어나길 꿈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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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의 문
가와카미 미에코 지음, 홍은주 옮김 / 책세상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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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의 문

가와카미 미에코 장편소설 | 홍은주 옮김 | 책세상

태어나는 것을 선택할 수 있다면 당신은 태어나겠는가... 아니면 태어나지 않은 아이가 되겠는가... 얼마전 종영한 드라마 [나의 해방일지]에서 극중 조태훈은 염기정을 향해 이런 말을 한다. 아장아장 걷은 애들 뒷모습을 보면 마음이 안좋다고... 30년 후엔 어떤 짐을 지고 살아갈까..어떤 모욕을 견디며 살아갈까.. 나니까 견뎠지..저 애는... 난 태어나서 좋았나...냉정히 생각해보면 아닌 것같다고... 그래서 당신이 임신이 아니라고 했을때 불쑥 다행이란 말이 튀어나온 것같다고 말이다.

난 충분히 그의 마음을 알 것같다. 태어나자마자 위험 속에 버려지는 아이를 생각하면... 정말로 의류 수거함에 버려저서 죽어간 아이도 있었으니 말이다. 심지어 고통 속에서, 학대 속에서 죽어간 정인이도 있지않은가... 그 아이들은 차라리 안태어남이 백번도 더 좋았으리라... 사람이 이러한데 동물은 또 오죽하랴... 태어난 지 6주도 안되어 치킨으로 팔리는 병아리들도 있고, 갇혀진 동물원 우리에서 날지못하고 맴도는 새들도 있다. 많다. 아주 많다. 태어남이 저주인 생명들은 말이다.

이 소설 [여름의 문]은 바로 그 태어남에 대한 이야기이다. 극 중 나쓰코는 오사카 출신으로 작가의 꿈을 안고 도쿄로 상경한다. 언니인 마키코는 난대없는 가슴 확대 수술을 한다고 한다. 언니의 딸이 미도리코는 정말로 철없는 엄마를 이해하지 못한다. 도쿄에 온 나쓰코는 어느정도 책도 한 권 내고 다음 작품을 집필하기도 하고, 여기저기 연재활동을 이어가는 등 작가로 자리매김한다. 이 소설은 2008년의 세계와 2016년 나쓰코의 도쿄에서 삶을 보여주며 1부와 2부로 나뉘어 진행되고 있다.

소소하게 흘러가는 일상을 보내는 중 나쓰코는 갑자기 아이를 낳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정확하게 그녀의 말로 표현하자면 만나고 싶다고 해야하나... 그것도 38세 무렵에 말이다. 하지만 연애를 통하거나 결혼을 통해서가 아니라 다른 한 방법인 정자기증인 형태로 아이를 만나고 싶어하는 나쓰코... 나쓰코는 고민한다. 태어남이 선택이 될 수 없다면 이러한 AID 정자기증을 통해 태어난 아이의 의사는 어떻게 되는 것일까? 만일 그 아이가 아버지가 궁금하다고 하면..정체성의 혼란이 온다면... 나쓰코는 주변 여러사람의 목소리를 듣는다. 그 중 AID 정자기증으로 태어난 사람들과도 교류하게 되는데 그녀는 아이자와와 젠 유리코를 알게된다. 아이자와를 통해서는 태어남의 소중함을 젠을 통해서는 태어남의 고통을 느낀다.

결국 나쓰코는 극 중 마지막에는 잊는 것보다는 틀리는 쪽을 택하겠다면서 결심을 하는데... 과연 나쓰코의 결심이란 무엇일까...

태어남은 보통 일이 아니다. 그러기에 우리는 운명을 말하는 지도 모르겠다. 사실 태어났다는 그 사실 하나만으로 억만대, 천억만대의 확률을 통과한 것이므로... 그리고 그 유전자의 정보 하나 하나는 기원전을 거슬러 올라간다. 모든 것은 소중하다. 태어나기로 결정한 순간 그것은 옳다. 어떤 탄생이든 그것은 옳다. 그래야 살 수 있는 것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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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한 이야기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209
엘리자베스 인치볼드 지음, 이혜수 옮김 / 문학동네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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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한 이야기

엘리자베스 인치볼드 | 이혜수 옮김 | 문학동네

과연 여성은 시대를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발랄하면 발랄한 대로 여우같다고 하고, 과묵하면 과묵한대로 곰같다고 한다. 남성에게 여우같다, 곰같는 표현은 잘 하지 않으니 아마 이러한 특질에 대한 동물의 비유는 여성이 유독 많을 것이다.

여기 한 여성이 나온다. 18세기... 유독 남성에 대한 가부장적 시선이 팽배하고, 여성의 사회참여가 고개를 조금씩 들지만 개화하지는 못한 시절이다. 밀러 양은 아버지의 유언으로 카톨릭 사제 도리포스의 밑에 있게 된다. 그와 한집에서 살게 되어 그의 가르침을 받지만.. 밀러 양에게 도리포스는 어느덧 다른 존재로 다가온다. 모임과 외출을 제한하는 도리포스에게 한평생 갇혀서 사제의 삶만 지낸 이가 뭘 아냐고 따져 묻기고 하고, 도리포스에 대한 애정을 과감히 드러내기도 한다. 어느덧 밀러 양에게 도리포스는 신부가 아니라 남성으로 존재했다. 그런 밀러 양을 도리포스는 받아들이기가 힘들다. 하지만 당돌한 밀러는 신부에 대한 사랑을 시험하겠다면서 어리석은 결정을 하게 된다. 그 결과 이러한 당돌함과 경솔한 행동은 결국 결혼으로 까지 이어지게 된다. 그런 밀러 양을 샌퍼드 신부는 달갑지 않게 생각하며 몹시도 못마땅해한다.

하지만 이 무슨 아이러니인가.... 밀러가 죽어갈때 그녀 곁에 있어준 이는 다름아닌 그녀를 싫어한 샌퍼드였다. 그리고 밀러는 그에게 자신의 아이를 아버지 밑에서 키워달라고 부탁한다. 결국 샌퍼드는 밀러와 도리포스의 딸인 머틸다를 맡게 되고 밀러의 유언에 따라 머틸다의 아버지인 도리포스에게 딸을 보낸다. 아... 한때는 밀러의 후견인이었던 도리포스... 하지만 이제 자신의 딸의 아버지가 아니라 후견인으로 살아야한다니...

머틸다는 여러모로 그녀의 어머니와는 달랐다. 아버지인 도리포스에 명령에 복종했으며 그가 돌아왔을때는 발소리, 숨소리 조차 죽이면서 살았다. 그래도 그녀는 아버지 옆에 있다는 것이 좋았다.

여성이 여성으로 목소리를 낼때 왜 우리는 그것을 꼭 여성의 목소리라고 구분짓는 것일까? 성이라는 틀 속에서 완전한 자유를 추구한다는 것은 어렵지만 만일 밀러 양이 남성이고 도리포스가 신부가 아니라 수녀였다면... 아마 그 시절 스토리는 달라졌을 것이다. 결국 딸 머틸다는 그녀의 어머니를 통해 순종을 배웠던 것이다. 절대 어머니처럼 살지는 않겠노라고...

밀러와 머틸다... 어머니와 딸이 선택한 삶의 방식은 다르지만 그 둘의 선택을 옹호할 수도, 반면 대놓고 비난할 수도 없다. 아마 그 시절에는 그것이 최선이었을 것이다. 원치 않는 남성과 결혼을 해서 애정없이 평생을 사는 것보다 사랑하는 사람의 아이를 낳고 외롭게 사는 것이 어쩌면 더 나을 수도 있는 것이다.

단순한 이야기라는 타이틀을 달았지만 실상은 너무나 복잡한 이야기였던 인치볼드의 [단순한 이야기], 여성의 자유는 결코 거져 얻어진 결과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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