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트] 휴머니스트 세계문학 시즌 2 : 이국의 사랑 - 전5권 휴머니스트 세계문학
조르주 상드 지음, 조재룡 옮김 / 휴머니스트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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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머니스트 세계문학 시즌 2 : 이국의 사랑

표지부터 매료된 책 흄세시리즈 두번째...

[베네치아에서의 죽음]과 [토니오 크뢰거]에서는 베네치아와 덴마크의 섬으로 [그녀와 그]에서는이탈리아의 포르토베네레... [녹색의 장원]에서는 베네수엘라의 밀림 속으로 [폴과 비르지니]에서는 인도양의 섬 모리셔스...

[도즈워스]에서는 유럽의 여기저기로 주인공들을 따라 다녔다.

책속의 여행이 다 끝난 지금은 아련한 여행의 향수가 남아있다. 그냥 주인공들을 따라다닌 것뿐인데 그 속에 흠뻑 젖어들었는지 온몸이 나른해진다.

혹시 이번 여름 휴가지에 가지고 갈 책이 마땅치 않다면 흄세 시리즈 두번째 이국의 사랑편이 어떠할지... 당신을 색다른 사랑 속으로 그리고 가슴 뛰는 여행지로 데려갈 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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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시작하는 장자 - 지혜가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인생 공부 슬기로운 동양고전
김세중 지음 / 스타북스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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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시작하는 장자

김세중 편저 | 스타북스

얼마전에 아아들과 같이 유튜브 어린이 프로그램을 보다가 안예은의 [문어의 꿈]이란 노래를 듣게 되었다. 청량하고도 맑은 음색의 가수가 '나는 문어, 꿈을 꾸는 문어...'하고 시작하는 노래인데, 이것이 도대체 동요인지, 아니면 가요인지 헷갈리는 것이다. 어찌보면 동요같기도 한데, 다른 한편으로 들으니 이건 어른들을 위한 동화처럼 느껴지는 노래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 노래를 끝까지 다 듣고는 펑펑 울어버렸다. 왠지 내가 문어가 되어버린 듯한 기분이 들어서였을까? 아니면 마지막 구절에서 '이 곳은 너무 외로워....'하는 후렴구가 나오는데...그 부분에서 너무 감정이입을 해서 였을까.... 아무튼 최근 나의 심금을 울린 노래가 바로 이 노래였음은 틀림이 없다.

문어는 사실 지능이 뛰어나다고 한다. 무척추동물 중에서 유독 지능이 뛰어나고 강아지와 고양이 정도의 기억력을 지니고 있다하니 참 놀라울 따름이다. 예전에 넷플릭스에 [나의 문어선생님]이라는 다큐멘터리가 올라온 것을 봤는데, 이 노래를 들으니 다시 꼭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 [처음 시작하는 장자]는 장자에 대한 우화와 일화를 명언 해석식으로 풀어놓은 책이다. 간결하고도 읽기 좋게 장자의 사상이 망라되어있다. 장자에 대해 생각해보면 장자가 나비에 대한 꿈을 꾸고 내가 나비인가? 나비가 나인가? 했던 물아일체 사상이 먼저 떠오른다. 초반에 언급했던 문어에 대한 이야기도 이와 다르지 않을 것이다. 자연은 인간과 뗄레야 뗄 수 없으며 자연이 곧 인간이고, 인간이 곧 자연이라는 것... 장자는 아마 그 부분의 끝판왕으로 살았던 것같다. 서양으로 치면 동양의 디오게네스라고 해야할까... 싶다.

장자는 중국 고대의 사상가로 노자와 함께 도가를 일으켰다. 도 자체를 천지 만물의 근본으로 보았다고 한다. 평생 벼슬길에도 들지 않았고, 초나라 위왕이 재상으로 삼고자했어도 이 길을 거절하고 방대한 양의 저술을 완성시켰다고 하니 그 초연함이 놀라울 따름이다. 장자의 도는 같은 도 사상이지만 노자와는 결이 달랐다. 노자는 무위자연을 노래했지만 그는 속세 자체를 초탈하고자 하였다. 그 유명한 조삼모사와 호접지몽 등의 모두 장자의 일화에서 나온 일이다.

노자와 장자가 이야기하는 도란 현대에서 가끔 희화되어 쓰이는 '도를 아십니까'와는 너무나도 다르다. 도란 바로 자연스러움이다. 그리고 그 자연스러움은 자연에서 나온다. 인간 자체가 바로 자연이고, 풀이고, 나무이고, 꽃이고 나비이다. 그 어떤 것도 더 나은 것도 더 위대할 것도 없는 것이다. 인간의 죽음과 나비의 죽음이 사실 무엇이 다른가... 장자의 눈에서 보면 모든 것은 그저 순리대로 흘러가는 것이다. 장자는 자신이 죽은 후 장례때 그 시체가 새들에의해 먹힐까 걱정하는 제자들에게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땅에 묻히면 개미에게 먹히고, 산에 던지면 새들이 먹게 되니 이 놈이 먹는다고 뺏어서 다른 놈에게 준들 그것이 무엇이 다르냐고 말이다. 장자의 말은 근본을 찌른다. 삶의 정수, 그리고 그 뿌리... 우리는 어디에서 왔는가... 등 등... 답을 알지 못하는 지금 이 시대에 우리에게 장자의 사상이 너무나 필요한 이유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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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시작하는 맹자 - 지혜가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인생 공부 슬기로운 동양고전
김세중 지음 / 스타북스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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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시작하는 맹자

김세중 편저 | 스타북스

인, 의, 예, 지 .... 사덕을 말한다. 이건 흔히 유학에서 인간이 기본적으로 갖추어야할 네가지 덕목이다. 특히 공자는 여기서 인 사상, 어진 마음을 강조했다. 그를 이어받은 것이 맹자다. 하지만 맹자에게서 더욱 중요한 점이 있는데, 그는 인간의 본성은 선하다고 믿는, 즉 성선설을 강조 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기본적인 마음인 선한 마음이 누구나 잘 발휘되는 것은 아니다. 맹자는 교육 등을 통해 막혀있는 선을 바로 잡아야한다고 강조했다.

나는 언제부터인지 성선설을 믿는다는 것이 두려워졌다. 사람이 기본적으로 선하다고 믿는 마음은 기대를 촉발하고 그 기대는 믿음을 낳게한다. 그럼으로 후에 그 사람이 악행을 저지르거나 실망하다는 모습을 보이게 되면 여지없이 상처받고 마는 것이다. 차라리 순자처럼 기본적인 성악설을 믿는다면 인간에게 기대할 것도 없다는 생각이든다. 원래 그런 사람이니까... 악한 사람이니까... 이러고 체념하면 그만이니까... 하지만 이건 너무 쉽다. 맹자의 사상은 기본적으로 참을 인을 바탕으로 하는 느낌이 든다. 참고, 믿어주고, 교육하고, 또 믿고.... 아마 시대의 성인이란 이런 존재이리라... 쉬운 길 대신 어려운 길을 묵묵히 그것도 아무런 대가 없이 가는 존재...

맹자하면 흔히 맹모삼천지교가 먼저 떠오른다. 맹자는 본디 말썽쟁이였다고 한다. 기본 성질이 활달하고 장난끼가 다분한 아이였던 것이다. 그런 그를 이렇게 성인의 경지로 이르게 한 것은 그 어머니의 역할이 크다고 할 것이다. 사는 곳을 세번이나 옮겨서 비로소 자식을 올바르게 교육할 방법을 스스로 찾았던 여인... 아마 맹자가 그토록 교육에 대해서 강조했던 것은 바로 자신의 어린시절에 기인한 것이라고 생각된다.

맹자하면 정치, 그것도 왕도정치를 빼놓고는 생각할 수 없다. 그는 정치란 인으로 해야한다고 말한다. 백성을 돌봄을 측은지심으로 하라는 말이다. 하지만 맹자가 살아있을 적 그의 말을 듣는 제후는 없었다. 모두들 안으로 밖으로 영토분쟁에 열을 올려서 백성들의 고통은 아랑곳하지 않고 스스로의 곳간만을 채우기 바빴다. 현재는 어떠한가? 아마 맹자의 사상이 널리 퍼지고 인과 의로 다스리는 군주가 있는 나라가 있다면 그곳은 천국이리라... 각국 나라의 분쟁, 전쟁, 극우주의, 파쇼즘 등 등 우리는 아직 인간의 선함과 백성에 대한 측은지심을 알지 못하는 지구에 살고 있는 듯하다. 각국은 여전히 군비경쟁에 열을 올리고, 지금 지구상에는 전쟁의 공포로 사람들이 죽어가고 있으며, 위정자들은 백성들의 안위보다는 자신들의 이익에만 골몰한다.

가장 안쓰러운 일은 어느 나라의 대통령 선거이다. 한동안 독재의 그늘에서 시름하던 그들은 다시 또 독재자의 아들을 대통령으로 선출했다. 바로 필리핀 이야기이다. 그의 어머니 이멜다는 신발만 수천켤레를 모으고 온갖 명품으로 온 몸을 휘감은 여성이었다. 어언 36년만의 독재자의 귀환이다. 그의 선친 마르코스 전 대통령은 계엄령으로 수많은 반대파를 고문하고 체포 살해한 인물이었다. 마르코스 쥬니어는 취임사에서 그의 아버지 마르코스를 칭송했으며 자신도 그의 아버지처럼 개발과 식량생산 증대를 할 것이라 선언했다. 이 취임식에는 92세인 이멜다 역시 참석했다.

맹자의 이론이 맞다면 왜 다시 이런 일들이 반복되는가... 인의의 정치가 승리하는 세상은 어디에 갔는가... 맹자의 길은 이상의 길이던가... 어차피 정치든 뭐든 인간이 하는 일이다. 필리핀 대통령도 그들 나라의 주민에 의해 선출된 자리이고 말이다. 더 나은 인물이 없는 까닭인데 누가 누구를 탓하겠는가... 부디 그는 그의 아버지와는 다른, 백성을 측은지심으로 바라볼 줄 아는 정치를 하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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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와 그 휴머니스트 세계문학 7
조르주 상드 지음, 조재룡 옮김 / 휴머니스트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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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와 그

조르주 상드 소설 | 조재룡 옮김 | 휴머니스트 세계문학

남녀간의 사랑이란 과연 무엇일까? 그 본질은 비단 육체적 욕망만이 아닐 것이다. 서로를 향한 강한 끌림, 파멸인줄 알면서도 뚜벅뚜벅 걸어가는 용기란 과연 어디에서 나오는 걸까? 그래서 남녀관계는 본인 이외에는 알 수 없고, 복잡하다는 말이 있나보다. 그 안에는 변수가 너무 많다. 영원히 변하지 않을 것같은 사랑조차도 사소한 이유로 무너지는 경우도 무척 많고 말이다.

소설 속 테레즈와 로랑... 그 둘의 관계는 이런 남녀관계를 넘어서는 듯 보인다. 로랑의 아이같은 마음, 끊임없이 테레즈를 힘들게 하고, 그녀를 시험한다. 그럼에도 테레즈는 그에게 다가선다. 그에게 무척 치명적인 매력이 있는 양, 테레즈는 로랑에게서 떠나지를 못한다. 로랑은 한편으로는 테레즈를 교묘하게 이용한다. 흡사 가스라이팅 하는 것도 같다. 테레즈는 아이에게 다가가는 엄마처럼 로랑에 대해 헌신적이다. 상처를 입을 줄 알면서도 테레즈는 그녀를 아프게하는 로랑 곁을 떠나지를 못한다.

이를 지켜보는 한 인물이 있었으니, 바로 파머의 존재이다. 그들은 끊임없이 서로를 향한 줄다리기를 한다. 한편으로는 이쪽 편에 쏠렸다가 다시 로랑이 다가오면 테레즈의 마음으로 저멀리로 떠난다. 처음에는 테레즈와 로랑의 관계에서 주도권은 로랑에게 있는 듯 보였다. 하지만 점점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테레즈는 스스로 고통받는 길을 선택한 것은 아닐까... 로랑에게 못 벗어나는 것처럼 보인 것, 그것은 로랑의 의지가 아닌 테레즈의 의지의 작용이었다. 이 관계의 주도권은 로랑이 아닌 테레즈에게 있었다. 테레즈가 관두면 되는 것이었다. 모든 것은 그녀 하기에 달려있었다.

테레즈는 로랑의 방탕을 용인함으로 그를 방탕으로 더욱 더 빠지게했다. 한편으로 그녀는 복수의 여신처럼 칼을 갈고 있지 않았을까.... 스스로 그 고리를 놓아줄 순간을... 로랑을 영원토록 고통받게 만들 위대한 타이밍을 기다리고 있었을 지도 모른다.

이 소설은 조르주 상드의 자전적인 소설이라고한다. 그래서 [그녀와 그]가 처음 발표되었을때 엄청나게 이슈가 된 작품이라고 말이다. 상드가 사랑에 빠진 대상은 바로 뮈세였다. 여행 중 상드에게 병이 생기고, 이때 뮈세는 바람을 피게 된다. 상드의 병이 호전될 무렵에는 그는 발작을 일으킨다. 그후 상드와 교차해서 뮈세가 뇌염에 걸리고 만다. 상드는 방탕한 생활을 마치고 온 뮈세를 저버리지않는다. 그를 석달 동안 정성껏 간호하지만 뮈세는 그 사이에 그를 치료한 의사 파젤로와 그렇고 그런 사이가 되고 만다. 아... 희대의 바람둥이이다. 하지만 소설에서는 현실과 다르게 어느정도 미화의 과정을 거친 듯하다. 기억은 시간이 갈수록 더해지고 덜해져서 어떤 형태로 조각되어지니까 말이다.

[그녀와 그]는 확실한 사랑이야기이다. 하지만 그 사랑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아름다운 러브 스토리가 아니다. 소설의 중심에는 본질적인 남녀관계에 대한 의구심, 인간관계에 대한 고찰이 보인다. 남녀가 만나서 서로에게 빠지는 순간은 아무도 알 수 없다. 그것은 귓가에 혼자만 들을 수있는 종소리가 울리는 것과 같다. 그 종소리가 어떤 종소리일지는 알 지 못하는 것이다. 축복의 종소리일지, 아니면 파멸의 종소리일지... 결국 듣는 이가 결정하는 것이다. 사랑의 주도권은 사랑을 적극적으로 하는 사람에게 있지, 결코 사랑받는 사람에게 있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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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의 철학 - 실체 없는 불안에 잠식당하지 않고 온전한 나로 사는 법
기시미 이치로 지음, 김윤경 옮김 / 타인의사유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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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의 철학

기시미 이치로 | 김윤경 옮김 | 타인의 사유

최근에 대한민국을 뒤흔드는 뉴스가 하나 있었다. 바로 광주 일가족 동반자살이다. 부모를 따라서 체험학습에 나선 초등학생이 연락이 되지않자 학교 당국이 신고를 해서 발혀진 케이스 였다. 일가족 중 가장인 아버지의 핸드폰에서는 자살, 코인 등의 키워드가 검색이 되었다고 하니 경제적인 이유에서의 가족 동반 자살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아이는 도대체 무슨 죄가 있단 말인가... 아이는 태어나는 순간 손님이다. 나와는 다른 존재이다. 그런데 부모라는 명목으로 그 아이를 죽이는 것은 살해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왜 그래야했을까... 바로 여기에 실체없는 불안이 작동했을 것이다. 아이가 부모를 잃고 남겨지는 삶, 차별받는 모습들... 그 모든 것들이 부모의 머릿 속에 그려졌음이 틀림없다. 하지만 그것은 미래의 일일 뿐이다. 아이는 누구보다도 씩씩하게 삶을 이겨내며 살 수 있었으며, 자라서 한 아이의 어머니가, 한 남자의 아내가 될 수도 있었을 터였다. 왜 그런 미래는 보이지 않았을까....

[불안의 철학]을 쓴 기시미 이치로는 불안은 실체없는 미래의 감정이라고 한다. 알고보면 아무것도 아닌 것, 전혀 일어나지 않은 일들을 우리는 미리 상상하고 걱정한다. 흡사 빌리지 않은 돈을 상환하려고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형국이다. 불안은 우리의 영혼을 잠식함으로 결국은 치명적이고도 어리석은 선택을 하게 만든다. 오죽하면 귀신과 악마가 제일 좋아하는 것이 인간의 불안과 공포가 아니던가... 인간의 불안을 먹고 사는 존재들이 그들이라고 하니...... .

나도 이런 순간이 있었다. 불안을 이유로 약속을 못지켜서 한 사람을 잃게 된 케이스가 있다. 대학교때 러시아로 어학연수를 떠나게 되었는데 학교 도서관 사서였던 러시아 할머니와 친해졌다. 난 이것저것 빌리기도 하고, 못하는 러시아어로 한국에 대해 말해주기도 했다. 그러던 어느날 사서인 할머니가 나에게 초등학교에서 강의를 부탁했다. 그때는 연수 초기였고 언어에 대한 부담감이 심했던 지라 거절하면 됐을텐데도 그냥 있어 주기만 된다는 사서 할머니의 말에 덥썩 학교에 가겠다고 허락을 했다. 하지만 막상 당일이 되자 가기가 몹시 싫었다. 한마디도 못하고 버벅대는 내 모습이 그려져서 난 할머니와의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 무슨 말이라도 미리 해주면 될일을 당일에 고민하다가 잠적아닌 잠적을 했다. 결국 곤란해진 사서 할머니는 같이 어학연수를 왔던 타 대학교 선배에게 부탁을 했다고 나중에 전해 들었다. 지금 생각해도 얼굴이 빨개진다. 그 이후로 그 할머니와는 대면대면해졌으며 내가 인사를 해도 받지를 않으셨다. 아마 나의 일방적인 약속 파기로 인해 무척 실망하신 듯했다. 그 이후로 내가 결심한 것이 있었다. 우선 첫째 지킬 수 없고, 스스로 무리라고 생각하는 일은 절대 받아들이지 않는 것과 둘째는 한번 약속을 했으면 싫더라도 지키는 것이다. 약속을 파기하고 싶으면 미리 양해를 구하는 것... 단순한 이 두가지를 지금까지 지키고 있으며, 이는 그때의 교훈이라 생각한다.

결국 불안은 실체가 없었다. 그것은 거의 미래에 뿌리를 둔 거짓이었다. 그리고 나의 삶은 바로 이 순간 현재에 있다. 과거가 이미 내 의지에 떠나있다면, 미래 역시 마찬가지다. 오직 현재만이 내 의지이다. 그리고 그 현재가 미래를 결정할 것이다. 설령 현재의 순간이 잘못되더라도 그것은 곧 과거가 될 것이다. 현재는 항상 존재함으로 실수는 내가 살아있는 한 언제든지 만회할 수 있는 것이다.

키키 키린 할머니의 말씀이 떠오른다. 세상만사를 재미있게 받아들이고, 유쾌하게 살라는 말... 너무 노력하지도 너무 움츠러들지도 말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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