뷔히너 전집 열린책들 세계문학 247
게오르그 뷔히너 지음, 박종대 옮김 / 열린책들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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뷔히너 전집

게오르크 뷔히너 지음 | 박종대 옮김 | 열린책들

이념이란 무엇인가? 변하지않는 신념이란 과연 존재하는 것일까? 1813년에 태어나 단 네편의 작품을 남기고 세상을 떠난 천재작가 게오르크... 그의 작품 속의 사람들, 신념의 사람들을 통해 현 시대를 돌아볼 수 있다는 것은 참으로 중요하고도 반가운 일이다. 독일에서는 그를 기려서 그의 이름을 딴 문학상도 있다고하니, 작가라는 것은 작품 수에 비례해서 유명해지는 것은 아닌가보다.

게오르크의 작품 중 단연코 백미는 [딩통의 죽음]이라 할것이다. 18세기를 관통한 프랑스 혁명의 시기를 말하는 희곡은 딩통과 로베스 피에로의 갈등을 정면으로 보여주면서 그들의 인간적인 면에 초점을 두고 있다. 과연 혁명이란 사람들에 의해서 이뤄진 것인가? 아니면 시대가 저절로 혁명으로 이끌어 영웅을 만드는 것인가? 딩통은 말하고 있다. 그들이 혁명을 만든 것이 아니라 혁명이 바로 그들을 만들었다고 말이다.

전제정치, 왕정을 끝내는 중심에 서있던 그들은 내부적으로 갈등의 씨를 품고 있었다. 자코뱅당의 리더인 로베스 피에르는 공포 정치만이 힘임을 강조한다. 공포를 통해서 사람들을 집중시키고, 그들에게 힘을 부여할 수 있다고 말이다. 그럼으로 그 힘을 이용해서 평화로운 시민을 지키겠다고 말한다. 그들이 말하는 평화로운 시민이란 것이 과연 구체적으로 누구인지는 모르겠다. 아마도 새로운 권력자로 부상한 그들의 말을 곧이 곧대로 잘 듣는 사람을 말하는 것 아닌가? 왕정파와 소수의 다른 견해를 가진 이들을 배척하고 죽이면서 말이다. 그들에게 단두대는 살아있는 권력이고, 사람들을 무릎 꿇게하는 또 다른 힘이었다.

딩통에 대해서 만이 아니라 로베스 피에르에 대해서도 희곡은 많이 할애를 하고 있는데, 그의 인간적인 면이 부각되는 점은 새삼 놀라웠다. 역사시간에 배운 로베스 피에르는 그야말로 피도 눈물도 없는 잔인한 (우리나라 역사로 치면 연산군같은 이미지) 사람이었으니 말이다.

또 다른 글 [보이체크]에서는 가장 밑바당의 계층이 나온다. 사회로 부터 소외되고, 나중에는 스스로조차도 소외시킬 수 밖에 없는 사람들... 게오르크는 이렇게 계급과 민중, 가난에 대해 말하고 이야기하는 작가이자 혁명가였다.

그의 글에서 가장 인상적인 대목은 각자의 방식으로 어리석음을 즐긴다는 말이었다. 우리 모두가 어리석은 자이고, 자유의지를 통해 희망을 얻고, 결국은 그 어리석음을 즐길 수 밖에 없다는 말... 얼마전 장애인들이 지하철을 점검하는 시위를 우리 모두는 기억한다. 지하철을 이용하는 일부 시민들은 그들을 원망했고, 장애인들은 스스로의 이동권을 주장하면서 힘없는 시위를 해나갔다. 왜 이런 일이 반복될까... 사람들은 똑똑한 자폐인 우영우에 대해서는 열광하면서 왜 다른 장애에 대해서는 편견어린 시선을 가지고 대하는 것일까? 그들의 시위에 동조하고 힘을 보태주지는 못할 망정 스스로의 불편만을 부당하게 생각한단 말인가? 사실 장애인들의 투쟁은 그동안 소극적인 정부를 향한 자신들의 권리 주장이었지만 어느덧 을과 을의 대립으로 언론들은 기사를 토해냈다. 본질은 가려지고 어리석음만 남았다.

시대를 앞선 천재 라는 수식어가 붙은 뷔히너의 글들은 오늘날에도 역시 유효하다. 프랑스 혁명이 성공했지만 왕정을 대신하는 다른 지배층이 여전히 존재하고, 지금도 우리에게는 보이지 않는 지붕이 드리워져있는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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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성 열린책들 세계문학 246
케이트 쇼팽 지음, 한애경 옮김 / 열린책들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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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성

케이트 쇼팽 장편소설 | 한애경 옮김 | 열린책들

여성의 금지된 욕망은 왜 위험한 것인가? 여성이 바로 자궁을 지닌 어머니이기때문에? 바로 그것때문인가... 많은 대중 소설들이 여성들의 욕망의 표출을 무슨 대단하고, 거창한 듯 그리고 있다. 그리고 그것이 지나치면 꼭 무슨 사달이 난 것처럼 군다. 지금은 물론 그 세태가 덜 하지만 예전 남성 위주의 사고관으로 여성들의 생활은 집과 아이만을 위해 존재했으니, 페미니즘이란 그저 구호에 불과할 뿐이었다. 하지만 이러한 시대에도 여성의 숨겨진 욕망에 대해 거침없이 표현하고자 한 작가들이 존재했다. 케이트 쇼팽 또한 그러한 작가 중 한명이었다. 그녀의 소설 [각성]이 오랫동안 빛을 못보았다는 것은 그 시대의 일면을 알 수 있게 해준다.

소설 [각성]은 흡사 [안나 카레니나], 혹은 [보바리 부인]을 닮았다. 가정이 있는 여성이 매력적인 남자를 만나 사랑에 빠진다는 설정 또한 흡사하다. 하지만 안나 카레니나와 보바리 부인이 남성 작가에 의한 시선으로 씌여졌다면 이 소설 [각성]은 여성 작가의 눈으로 보고 씌여진 글이라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감정적으로 훨씬 몰입하기가 더 쉬웠던 것같다. 퐁펠리에 부인의 삶을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었다. 구체적으로는 왜 그녀가 로베르를 만나 일명 스스로 자아찾기를 시도했는지 말이다.

에드나 퐁펠리에 부인은 여름 휴가차 미국 남부의 섬 그랜드 아일에 머문다. 그곳에서 별장 주인의 아들인 로베르를 만난다. 흡사 전형적인 츤데레인 로베르는 퐁펠리에 부인의 마음을 쏙 빼앗아간다. 그녀는 그녀의 남편 퐁펠리에 씨 이외에는 다른 남자를 몰랐다. 그 세계가 그녀에게 유일했으며 다 인줄 알았다. 물질적 안락함 속에 퐁펠리에의 가부장적면이 가려진 것이다. 하지만 로베르를 통해 그녀는 일명 스스로를 찾는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들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되고, 스스로의 욕망이 어떠한지 볼 수 있는 눈을 갖게 된다. 그러자 남편 퐁펠리에는 어느덧 그녀에게 낯선 사람이 된다.

에드나 퐁펠리에가 항상 하는 말이 있다. 모든 것을 다 포기할 수는 있어도 나, 나 자신을 포기할 수는 없다는 말... 이는 흡사 작가 케이트 쇼팽의 말로도 들린다. 이른 나이에 결혼을 해서 아이 여섯명의 아이를 낳고 후에 남편이 사망하자 막대한 부채를 갚아가면서 아이를 키워야했던 여성 쇼팽... 지금 시대에도 여자 혼자서 아이 여섯을 키우기란 몹시도 힘든 일인데 쇼팽이 살았던 시대는 말해 무엇하랴.... 그래도 그녀에게는 절대 포기하지 말아야할 것이 있었다. 에드나 퐁펠리에에게 그것이 로베르에 대한 사랑과 그림으로 읽혀졌다면 쇼팽에게는 바로 글쓰기였을 것이다.

상황이 더 어렵고 비참할 수록 쇼팽은 글쓰기를 멈추지않았다. 아니 멈출수가 없었을 것이다. 글쓰는 삶이야말로 그녀 자신, 포기할 수 없는 바로 쇼팽 그 자체였기 때문이다. 사람마다 죽을 때까지 놓을 수 없는 그 무엇이 있다. 그리고 그것이 그 사람을 살게하는 것이다. 에드나가 만일 로베르를 포기하지 않았더라면... 결말은 달라졌을 것이다. 우리 모두 그렇지 않은가...포기하고 싶지 않을 무엇이 있다. 당신의 것은 무엇인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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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피아빛 초상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406
이사벨 아옌데 지음, 조영실 옮김 / 민음사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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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피아빛 초상

아사벨 아옌데 | 조영실 옮김 | 민음사

과거를 기억하는 일은 얼마나 중요한가... 소설을 읽으면서 내내 그런 생각이 들었다. 특히 어린 시절의 기억은 영원한 트라우마로 남는 법이다. 그것이 설령 기억나지 않더라도 영혼 깊숙히 잠재되어있어서 스스로를 괴롭히거나, 혹은 살아갈 힘을, 버텨낼 힘을 주는 것이다.

거대하고 육중한 침대에 대한 묘사로 시작하는 첫부분은 무척이나 흥미로웠다. 그 삼엄한 전쟁의 기운이 물씬 드리워진 시절에 성공한 사업가의 표상이었던 파울리나... 그녀는 물건을 사는 것으로 남편에 대해 가지는 감정을 해소시켰다. 탁월한 사업감각을 가진 파울리나는 흡사 칠레 시대의 성장의 원동력을 보는 듯하다. 역시 특출난 사업가는 다르다. 아이템을 보는 안목과 그것을 실현시키는 배짱이 있어야하는 것이다. 손녀 아우로라는 그녀의 그런 기질을 신기해한다. 어디서 저런 힘과 열정이 솟아오르고 있을까?

이 이야기는 아우로라의 개인적인 일기장을 들여다보는 느낌이었다. 그녀는 자신의 악몽으로부터 끝없이 탈출하는 법을 글쓰기를 통해 단련시키고 있다. 독자는 거기에 가장 적합한 관객이고 말이다. 아우로라가 악몽을 가지게 된 것은 후에 밝혀지지만 외할아버지 타오 치엔과 관련되어 있었다. 어린시절 아우로라의 유일한 사랑...그녀의 모든 것을 돌봐주었던 힘이 사라지지 아우로라에게 기억할 것은 남아있지 않았다. 외할아버지의 죽음과 동시에 그녀의 기억이 모조리 사라진 것은 무리가 아니다. 할머니인 파울리아의 보살핌으로 악몽으로 벗어났지만 그녀의 악몽은 결혼과 동시에 다시 시작된다.

아우로라는 사진을 찍는 행위를 통해 자신의 악몽을 그 속에 가두려한다. 사진은 필연적으로 빛이 필요하고 그림자를 동반한다. 흡사 삶과 비슷하다. 삶 역시 행복의 밑바탕에는 고통이 수반되어야한다. 고통없는 행복이란 온전한 행복이 아니다. 명암과 흑과 백이 있어야지만 돋보이는 것이 있다. 고통과 그림자는 행복과 사진을 모두 돋보이게하는 필연적인 존재들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아우로라는 남편 디에고의 외도를 사진을 통해 알게된다. 그로 인해 고통스런 악몽이 시작됐음에도 곧 그로인해 그 악몽은 끝이 나게 된다.

진실을 알게 되는 일은 고통스럽다. 하지만 그것을 마주함으로 우리는 힘을 얻는다. 아옌데의 소설은 칠레 여성들의 억압받는 삶을 조금이나마 짐작하게 도와준다. 사랑과 믿음의 상실이 바로 악몽으로 표출되는 아우로라처럼 칠레 여성들의 억압받는 삶 역시 다른 방식과 표현으로 여기 저기서 분출되고 있는 것같다. 칠레 여성들의 기록으로 대표되는 아우로라의 기록들... 이 소설은 그녀 개인의 악몽 탈출기인 동시에 억압받는 모든 여성들을 대변한 이야기라고 생각된다. 고통은 흔적을 남기고 글쓰기는 영원하다. 흡사 아우로라의 사진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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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와 자식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404
이반 세르게예비치 투르게네프 지음, 연진희 옮김 / 민음사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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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와 자식

이반 투르게네프 | 연진희 옮김 | 민음사

신세대와 구세대의 갈등과 대결 양상은 언제나 흥미로운 주제이다. 세월이 갈수록 세대간의 격차는 더욱 더 커지고, 기술의 발달은 그것을 더 가속화시킨다. 지금은 어디에나 무인 키오스크가 상점마다 보인다. 그리고 능숙하게 그것을 작동하는 젊은 세대와 그렇지 못한 세대들이 존재한다. 이러한 기술의 가속화는 그에 걸맞는 혜택 또한 양분화한다. 요즘은 아이들 역시 능숙하게 다루는 스마트 폰... 같은 상품도 가격이 다 다르기 때문에 일명 호구가 되지 않기위해서 가격 비교는 일상화이다. 하지만 스마트 폰을 그렇게 다루지 못한 사람들, 직접 오프라인에서 구매를 해야만 안심하는 사람들도 있다. 분명 모든 혜택에서 제외되는 삼각형 지대가 존재한다.

요즘 세대들, 특히 90년대 혹은 2천년대를 대표하는 이들을 소위 MZ 이라고들 말한다. 이들은 합리성을 추구하며, 노력을 중요시하고 뒤돌아보지 않고 앞만 보는 일명 개인적인 효율성을 추구한다고들 한다. 어린 시절부터 무한 경쟁에 노출되고 스마트폰을 쥐고 태어난 세대로서, 또 지금은 집값이 왠만한 월급을 모아서는 살 수 없을 정도로 뛴 상황에서 이들은 결혼 역시 보류하고, 비혼주의자가 많은 것도 현실이다. 시대와 상황이 사람을 만든다.

여기 그 시대와 상황에서 갈등이 극대화되고,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는 젊은이들이 있다. 바로 투르게네프의 소설 [아버지와 자식]의 주인공들이 그러하다. 소설의 시대는 바야흐로 농노해방의 시기와 맞물려있다. 러시아의 일명 지배계급들이 거대한 땅을 가지고 농사를 짓기 위해서는 농노의 손을 빌리는 것은 필수적인 일이었다. 하지만 세대는 변했고, 혁명을 통해 사람들은 달라졌다. 아르카지의 말처럼 그의 삶이 어디서 시작했는지에 따라서 태생이 정해지는 것도 아니다. 어디서 태어났는지는 하등 그 사람의 사람됨을 결정하는 데 중요하지 않다.

아르카지의 친구 바자로프는 또한 어떠한가? 난 예전에 바자로프를 통해 니힐리스트라는 단어를 처음 접했다. 그 단어가 괜히 멋있어보였다. 일체의 권위도 부정하고 허무의 심연을 온전히 바라보고, 어떤 원칙이라도 신앙으로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것.... 바자로프는 그의 이러한 성향과 어찌보면 약간은 비틀린 감성으로 아르카지의 큰 아버지인 파헬과 갈등관계를 빚는다.

후에 허무하게 결말을 맺게 되는 바자로프...어찌보면 바자로프의 삶 역시 그의 철학과 맞닿아있다고 생각이 된다. 허무주의자에 걸맞는 그 다운 죽음이 아니던가.... 그리고 그의 친구인 아르카지... 그는 바자로프와의 관계를 통해 다시금 성숙한 자아를 갖는다. 이 소설은 아마 아르카지의 성장 소설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그의 발전은 실로 놀랍다. 후에 아버지의 새 아내로 어린 페트리카를 인정하는 그.... 그는 온전히 아버지의 삶을 이해했고, 자신이 거기에 관여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어린 아르카지였다면 아마 이처럼 하지는 못했으리라... 아버지는 아르카지를 통해, 또 아르카지는 친구 바자로프를 통해 다시 태어난 것이다.

아버지와 아들은 그들만의 어떠한 케미가 있다고 한다. 딸과 엄마가 그러한 관계인 것처럼 남자끼리만 통하는 뭔가가 있을 것이다. 고전을 읽을수록 그 세계가 우리가 사는 지금과 동떨어져있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그때 그 시절의 고민이 지금도 이어진다. 사람의 삶이란 바로 이래서 매력적인가.... 고민하는 것...산다는 것이 이처럼 다 비슷하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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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무기가 되는 삼국지 - 지혜가 꼬리를 무는 77가지 이야기 슬기로운 동양고전
김세중 지음 / 스타북스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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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무기가 되는 삼국지

슬기로운 동양고전 | 김세중 편저 | 스타북스

이런 말이 있다. 삼국지를 읽으면 세상을 알 수 있다고... 그 속에는 우정, 의리, 전투, 지략 등 모든 것이 나와있다고 말이다. 중학교 시절 나는 잘 알지도 못하면서 삼국지를 읽었다. 하지만 그 속에 빠져드니 책이 너무나 재미있는 것이 아닌가? 유비, 관우, 장비가 만나서 서로 친구가 되기로 결의하는 장면부터 시작해서 제갈량의 지략까지 밤을 새도록 빠져들어 읽었던 기억이 있다.

다시금 만난 이 책 [인생의 무기가 되는 삼국지]는 사자성어에 담긴 뜻을 풀이해서 거기에 맞는 이야기를 입혀서 읽기가 손쉽고, 요점을 파악하기가 쉬운 책이다. 내키는 대로 어느 챕터를 읽더라도 줄거리에 상관없이 무리없이 읽히니 한여름날 잠시 차 안에서, 친구를 기다리는 카페에서, 잠시 잠깐 보기도 좋은 책이었다.

어릴 적에는 유비, 관우, 장비 중에 나는 누구역을 맞을까...하고 고심한 적이 있었다. 누가 연극의 주인공을 맡겨둔 것이 아닌데 그 시절에는 한명의 영웅을 꼭 골라서 우상화시켜야하는 고집이 있었나보다. 어린 마음의 상상력이어서 그런지 나는 유비가 마음에 들었다. 의젓한 맏형으로 동생들을 잘 이끌고 그 성품이 온화하고 자상하니 유비가 세명 중에 으뜸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커서 다시 읽은 삼국지에서 나는 유비의 온화함보다는 우유부단이 읽혀졌고, 오히려 관우가 더욱 더 배려심 많으면서 지략 및 검술에도 뛰어나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 속에 담긴 관우와 조조의 이야기는 인상깊었다. 조조는 자신의 지략을 믿고 전투에 임하지만 결국 관우에게 스스로의 운명을 빌 처지가 된다. 관우는 조조에게 받은 빚은 이미 갚았다고 하면서도 조조의 말을 유심히 들어준다. 결국 잠시 고민하다가 그를 풀어주는 관우... 훗날 조조가 관우를 그 옆에 두고 싶어했던 것은 아마 이런 관우의 성실과 의리에도 기인하지않았을까 싶다.

좋아하는 영화 중 하나가 [적벽대전]인데 그 속에서 제걀량의 능숙한 지략은 몹시도 돋보였다. 이 책에서도 제걀량에 대한 이야기도 나오고 사자성어로 그에 맞은 이야깃거리가 등장하니 너무도 흥미로웠다. 그리고 내가 미처 알지못했던 태사자에 대한 이야기도 손권, 손책에 대한 일화에 덧붙여서 등장한다. 태사자가 후에 반란을 도모하다가 [불세지공]이란 말을 하면서 죽었다는 데, 후에 한번 그에 대해 공부해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삼국지 등의 동양 고전을 읽으면 복잡한 인생이 어느 정도는 정리가 되는 기분이다. 잠시 잠깐 일상의 스트레스에 짜증이 나다가도 이 또한 지나가고, 인생 역시 유한하다는 것에 위로가 되는 것이다. 삼국지 속 영웅들도 이제는 죽고 없고, 그들이 남긴 지혜만은 보석처럼 영원하다. 그 지혜로운 위대한 영웅들의 일상에 젖다보니 지금 이런 스트레스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삼국지를 읽고 다시금 인생의 지혜와 삶의 무기를 갈고 닦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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