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너러블 스쿨보이 1 카를라 3부작 2
존 르 카레 지음, 허진 옮김 / 열린책들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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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너러블 스쿨보이 1

존 르 카레 장편소설 | 허진 옮김 | 열린책들

존 르 카레를 생각하면 영화 [핑거, 테일러, 솔저, 스파이]의 게리 올드만이 먼저 떠오른다. 왠지 르 카레는 자신을 게리 올드만의 역할 스마일리에 꼭 맞춘 것만 같다. 그만큼 내게는 이 스파이물은 오직 존 르 카레만 쓸 수 있는 작품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 자신이 바로 자신의 이야기를 약간의 상상력이라는 조미료를 감미해서 포장하여 쓴 것이다.

이 소설 [오너러블 스쿨보이]는 그의 전작이자 영화로도 만들어진 [핑거, 테일러, 솔저, 스파이]의 후속작이다. 물론 전작을 읽고 이 작품을 읽는다면 너무 훌륭하겠지만 약간의 배경 지식만 가지고 있다면 충분히 단독으로도 소화할 만한 이야기라는 생각이 든다.

최근 한 뉴스에서 오랫동안 이탈리아에서 러시아 스파이로 활동한 여성이 자신을 향한 수사가 진행되자 러시아로 유유히 흔적을 감췄다고 한다. 아무래도 스파이들은 아직도 현재 진행형인 것같다. 그녀는 이탈리아 나폴리에 정착하여 보석 가게를 운영하면서 사교클럽을 통해 나폴리에 본부를 둔 나토 합동군사령부와 미 해군 6함대의 주요 인사들과 친분을 맺으면서 상당량의 정보를 빼낸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그녀는 매력적인 외모와 언행으로 무려 6개 국어에 능통했다고 하니 말이다. 그녀는 최근에도 쇼셜 미디어에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사실을 찬양하는 발언을 올리면서 여전히 러시아에서는 승승장구하는 것으로 보여진다. 아마 스파이 노릇은 다시는 못할 것같다. 이미 정체가 들통난 스파이니까 말이다. 하지만 혹시 모른다. 얼굴을 몽땅 고치고 다른 신분을 또 다시 부여받는다면 말이다.

이 소설에서 주인공은 바로 스쿨보이라고 불리우는 제리 웨스터비다. 이탈리아 남부에서 유유자적 생활하던 그는 모종의 지령을 받고 첩보 무대의 한복판으로 불려나온다. 역시 제리다. 그는 이미 나락으로 떨어져가고 있는 영국 정보부를 든든히 받쳐주는 역할을 한다. 바로 그 정보국의 수장인 조지 스마일리를 옆에서 든든하게 보좌하면서 말이다. 조지 스마일리가 냉철하게 머리를 사용하며 조용하게 행동하는 이라면 제리는 바로 조지 스마일리의 머리의 회로도를 읽는 사람이다. 그만큼 조지와 제리는 서로 한 몸인듯 환상의 케미스트리를 선보인다.

재무부로 부터 비자금도 못 받고, 각 국의 비밀기지와 연락도 안되는 상황, 이미 만천하에 알려진듯한 스파이 본부를 다시 철수하고 꾸리려고 해도 돈이 만만치않게 든다. 역시 첩보는 돈이다. 돈에 의해 움직여지는 것이 바로 사람의 마음이니까 말이다.

과연 조지는 홍콩의 자수성가 사업가인 드레이크 코를 흔들 수 있을 것인가? 왠지 그라면 가능할 것같다. 그에게는 바로 제리가 있으니까 말이다. 조지 스마일리의 머릿 속의 카를라는 과연 언제쯤 지워질 수 있으려나... 2권에서는 과연 그의 부담을 좀 덜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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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아씨들 1 열린책들 세계문학 278
루이자 메이 올콧 지음, 허진 옮김 / 열린책들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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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아씨들 1

루이자 메이 올콧 장편소설 | 허진 옮김 | 열린책들

어린 시절 가장 부러워했던 일이 바로 언니를 갖는 것이었다. 나도 언니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것... 부모님이 장녀라고 해서 부담을 준 것은 아니지만 소심한 나로서는 고민도 터놓고, 앞으로의 일을 상의할 수 있는 언니라는 존재가 특별한 모습으로 다가왔다. 특히 여기 나오는 조의 존재... 그녀는 맡언니 메그하고는 달리 왠지 마음이 열린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메그는 좀 전형적인 사람인데 반해 조는 어디로 튈지 모르고 다소 시원한 성격의 그야말로 해결사 느낌이다.

소설을 읽으면서 네 자매의 일상이 알콩달콩 정답게 느껴지다가도 저자 메이 올컷이 자신의 목소리로 등장하는 장면은 약간 부담스러웠다. 특히 모든 것에 교훈을 주려는 듯한 태도는 지금에서야 다시 읽어서 그런지 몰라도 좀 공감은 되지 않았다. 아마 세월이 흐름에 따라서 고전도 평가를 달리 받는 듯하다. 아마 이 책 [작은 아씨들]을 또 다시 십년이 지난 후 읽는다면 그땐 지금과는 역시 다른 느낌이겠지 하는 생각도 든다.

작은 아씨들의 네 자매는 너무나 개성이 강하고 다들 자기만의 세계가 있다. 아마 그녀들의 이러한 성격적 배경에는 어머니의 역할이 컸다고 할 수 있겠다. 에이미에게 바로 학교를 그만두게 만들 수 있는 강단, 자매들에게 한편으로는 엄하고, 한편으로는 자애로운 모습들, 언제나 어머니는 그 자매들을 뭉치게 했고, 힘 나게 했다. 그리고 그 어머니는 가난 속에서도 자신보다 더 가난한 이의 굶주림을 외면하지 않았으며 기꺼이 도우려고 했다. 아마 이러한 모든 모습들을 보면서 성장한 자매들은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마음 속 깊이 깨달으면서 살았을 것이다.

책에서는 미국으로 이민해서 사는 유럽인들의 모습들도 나오고, 이웃집 로리와 로린스의 모습들을 통해 부유하지만 외로운 사람들도 보여준다. 셋째딸 베스와 그들 사이의 우정은 정말 우리가 잃지 말아야할 심성이란 무엇인지에 대해 알려준다. 베스의 새가 죽었을때 모두가 슬퍼하면서 그녀들은 무덤을 만들고 장례식도 치룬다. 베스는 무엇이든지 공감을 잘하는 아이였다. 최근 소설 [새들이 모두 사라진다면]을 읽었는데 그 속에 나오는 주인공 로빈도 베쓰보다 더한 공감 능력자였다. 공감을 잘 하는 사람들은 모두 아프다. 슬프다. 왜냐면 세상에는 슬픔과 아픔 투성이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베스는 선천적으로 허약한 몸을 가지고 있으니... 개인적으로 베스의 모습이 안타까웠다. 그리고 아마 그녀가 병을 끝까지 이겨냈다면 베스는 그 엄마를 가장 많이 닮은 모습으로 성장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다소 엄격함은 떨어질지 몰라도 그녀는 분명 모든 사람들이 필요로하는 이로 칭송받았을 것이다.

메그의 허영심을 정말로 허영심으로 치부할 수 있을까... 나는 메그야말로 솔직한 여성이라고 말하고 싶다. 마지막에 브룩의 청혼을 받아들인 메그를 보고 인정하고 싶다가도 더 좋은 기회가 있지 않을까...사실 아쉬운 마음도 드는 것이 사실이었다. 아무튼 메그는 자신의 욕망과 가족의 울타리를 잘 조절하면서 맏언니라는 본분을 성실히 수행하는 그야말로 언니였다.

다시 만난 자매들의 세계... 항상 이들 자매를 생각하면 겨울의 소복한 눈 속에서 말없이 창가를 응시하는 모습이 떠오른다. 온 세상이 눈으로 덮여도 이들 자매들의 집에서는 따뜻한 모닥불이 피어오르고, 스프가 있고, 또 웃음이 있다. 그리고 엄마가 있다. 세상 모든 가정이 이와 같을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이 소설로 위로 받는 사람들이 앞으로도 더 나왔으면 좋겠다. 그럼 2권에서 펼쳐질 자매들의 이야기를 기대하면서 1권의 책장을 덮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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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중일기 - 뮤지컬 《순신》, 영화 《한산》 《명량》 《노량》의 감동을 『난중일기』와 함께
이순신 지음, 장윤철 옮김 / 스타북스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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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중일기

이순신 지음 | 장윤철 옮김 | 스타북스

어제 갑자기 엄마에게 전화가 왔다. 물론 평소에도 안부를 묻는 사이건만...어제 통화는 드디어...그것이 왔다는 것이다. 올 것이 오고야 말았구나.... 코...로...나... 이제 격리기간은 일주일 이지만 코로나로 인해서 몸 상태가 안좋아질 것이 걱정이 된다. 엄마가 지금 혼자 지내시는데 일을 하시고 계셔서 항상 바쁘셨다. 하지만 일상이 멈춘 지금...혼자 사는 것이 얼마나 외로울지;; 말을 잘 안하시지만 음...외로울 것이다. 더군다가 아프시니.... 원래 전화를 잘 안하는 딸이건만 (배은망덕 하게도) 오늘부터는 아침, 저녁으로 전화를 드리게 되었다. 혼자이시고 더군다나 아프기까지하니 엄마 곁에 누군가가 지켜보고 있다고는 것을 알리고자 하는 마음에서이다. 그리고 이 책 [난중일기]...ㅎㅎ 사실 아침에 한통했으니 저녁은 패쓰해도 될까..알아서 잘 지내시겠지...생각했으나... 이순신이 그의 어머니의 안부를 묻고 걱정했던 마음이 생각났다. 나도 따라해야지... 아마 저 세상에서 이순신 장군이 나를 본다면 아마 불효자라고 욕을 했을 것같으니 말이다.

이순신 장군은 32세에 무과에 급제 했다고 한다. 엄청 늦은 나이면서 또 한편으로는 빠른 나이기도 하다. 당시에 꼬부랑 할아버지에 백발 성성한 이도 장원급제에 도전했다고 하니...정말 급제란 어렵고도 어려운 것이다. 결국 이순신 장군의 무과 급제는 나라를 살렸다. 아... 그 시대의 심사위원들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다. 심사는 혹시 왕? 혼자서 하는가... (궁금하군)

벌거벗은 한국사라는 프로그램에서 조선시대 시험문제에 대해 강의를 한 적이 있었는데 정말 어마 무시... 그 긴 답안을 써내려가야한다니... ㅎㅎ 그래서 평생을 공부하나보다. 그 당시에 내가 남자로 태어났다면 과연 시험에 통...과..할 수 있었을까...( 음... 미리부터 안좋은 상상으로 자괴감에 빠지기는 싫다. )

예전에는 이순신 장군이 이 씨라는 성때문에 과대평가되었다고 생각한 일도 있었다. 하지만 그에 대해 알면 알수록 역시 하는 대목이 많아진다. 어떻게 12척이라는 배로 일본군을 상대할 수 있었으며 그 카리스마는 어떻게 말로 설명한단 말인가... 영웅은 시대가 낸다는 말이있다. 그 말의 사례가 딱 맞는 것이 이순신 장군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내가 추측컨대 장군은 아마 MBTI 성격테스트를 했다면 필경 J가 나왔으리라... 그 꼼꼼하고 체계적인 성격, 전란 중에 일기라니... 이것만 보더라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그리고 또 분명 이상주의자 였을 것이다. 그러니 12척의 배로 일본수군을 상대할 수 있는 것이다. 이상주의자이면서 계획주의자는 얼마나 스스로를 채찍질하고 괴롭힐지... 난 왜 갑자기 이순신 장군의 부인 생각이 날까... 아... 역시 대단한 분일 것같다. 그리고 좀 위로해드리고 싶은 마음은 뭔지... ㅎㅎ

개인적으로 영화 [명량]보다 [한산]에서의 이순신 장군이 마음에 든다. 음...물론 외적으로도 ㅎㅎ 그리고 필히 그런 캐릭터였을 것같다. 왠지 그런 느낌이 든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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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그리스에서 1년 살기 - 소설처럼 읽는 고대 그리스 생활사
필립 마티작 지음, 우진하 옮김 / 타인의사유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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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그리스에서 1년 살기

필립 마티작 지음 | 우진하 옮김 | 타인의 사유

익숙한 세상에서 벗어나는 일은 모두가 꿈꾸기도 하고, 상상만으로도 설레는 일이기도하다. 사실상 여행이 그러하다. 단출한 짐만으로 떠나는 여행... 길을 나선 순간 세상은 낯설어지고, 그 낯설음 자체가 두렵기도 하지만 두려움을 넘어서는 설레임...아마 그런 것들 때문에 사람들은 기꺼이 낯설어지기를 감행하고 여행을 떠나는 것이리라...

하지만 그 여행길... 좋은 기억만 있으면 좋겠지만 사실상 그렇지 않은 경험도 많다. 사람들은 기억을 미화시키니 아마 나쁜 경험은 축소하고, 좋은 경험은 드러내기에 여행이란 아마도 좋은 측면, 긍정적인 측면이 부각되는 면이 있다. 여행 생활자... 요즘 들어 이런 타이틀을 지닌 유튜버들이 많이 보인다. 일찍이 경제적으로 독립을 이룬 후 세계 각국을 떠돌면서 살아가는 이들... 한편으로는 부럽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그렇지 않기도 하다. 아마도 생활이라는 것... 떠남도 어찌보면 그곳에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일상이라는 것을 느끼기 때문일 것이다. 여행을 떠나도 우리는 먹어야하고, 잘 곳을 찾아야한다. 그 여행지에도 사람이 산다. 여행자에게는 그곳이 신기한, 낯설은 여행지겠지만 그곳에 사는 이들에게는 매일 매일 마주해야하는 터전이다. 그렇다. 여행도 그냥 삶이다. 일상이다. 여기에 또 하나의 일상을 추가한다. 바로 우리가 염원하지만 갈 수없는, 지난 시간대에 위치한 고대 그리스로의 여행....

어떤 신비로운 것을 기대하겠지만... 사실 마음 깊은 곳에서는 이미 알고 있다. 이 시대 또한 사람이 살았으며 사람이 사는 모습들은 다 비슷하다는 것이다. 우리가 지금 하는 고민들을 그 당시에도 했었고, 먹고 사는 것, 정치에 대한 것, 체력 단련에 대한 것, 또 결혼과 같은 중대사... 모두 다 비슷하다. 그리고 그런 모습 속에서 우리는 위로 아닌 위로를 얻는다.

고대 그리스에서 시간을 측정하는 것은 복잡했다고 한다. 현재처럼 표준시가 있고,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 시점에 맞추어 시간이 차곡 차곡 쌓여가는 것이 아니라 그 당시에는 특별한 지도자가 등장하거나, 전설적인 사건이 일어난 해를 기준으로 각기 다르게 연도를 계산했다. 연도는 숫자가 아니라 국왕이나 당시 지배자들의 이름을 따서 지어졌고, 지역마다 달랐다. 거기다가 열두 달의 길이가 각기 다르고 유동적이였다니... 지역 행정의 책임가들은 그 달의 일정이 빡빡하다고 생각되면 나름 달의 길이를 늘리기도 했다고 한다. 이 얼마나 시간에 대한 상대적인 태도인가... 재미있는 부분이다.

또한 책 속에서 자식의 혼사를 걱정하는 어머니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데 자식이 하도 고집이 세고 말을 안들어서 상대 처녀가 임신을 할 수 있을만한 건강상태이고, 자신의 아들을 받아들일 수만 있다면 무슨 도적의 딸이라도 받아들일 수 있다고 한탄하는 대목이 나온다. 역시 어머니는 어머니이다. 그 당시에도 자식 문제는 중요하고 또 부모에게 있어서는 골칫거리였나보다. 다른 한가지 더 흥미로운 부분은 그 당시 존재했던 크세니아라는 관계였다. 피가 섞인 관계는 아니지만 필요할 경우 서로를 돌봐주는 전통적인 관계라고 하는 크세니아는 당시 중요한 대인관계 수단이었던 것같다. 크세니아로 이어진 사람들은 크세노스라고 불리고 이는 평소에도 유용하고 혼인할때 역시 중요하게 작용했다고 한다.

고대 그리스로의 떠나는 여행길... 이런 여행길은 위험하지도 않고, 흥미롭기까지 하다. 거기다 그 당시의 모습상을 통해서 오늘날의 지혜를 배우기도 하고 말이다. 다음엔 어디로 여행을 가볼까나.... 고대 이집트로...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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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볼루션 - 어둠 속의 포식자
맥스 브룩스 지음, 조은아 옮김 / 하빌리스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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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볼루션

맥스 브룩스 장편소설 | 조은아 옮김

며칠 새 비가 미친듯이 내렸다. 특히 수도권과 충청권 중 몇 곳은 비 피해가 심하다고 한다. 차들이 잠기고, 사람들이 급류에 휩쓸린다. 온갖 예산을 쏟아부어도 자연의 심술을 감당해낼 수는 없다. 아마 가장 인간이 예측할 수 없는 것 중 하나가 바로 자연이 아닐까한다. 이쯤되면 비로 인해 세상이 잠기는 것도 충분히 가능했으리라는 생각도 든다. 노아의 방주가 등장한 것도 이상치 않을 일이다. 인간의 문명이란 자연 앞에서는 그 얼마나 나약하고도 허무한 것일까... 일평생을 다해 이룬 것도, 금이야 옥이야하면서 애지중지 했던 물건들도 자연의 콧방귀 한방이면 저멀리로 곤두박칠 쳐버리니 말이다.

책 [데볼루션]은 바로 그 자연의 이야기이다. 얼핏보면 호러물, 기이하고도 생소한 사스콰치, 일명 빅풋과 인간의 사투처럼 보여지만 그 이면에는 자연을 정복하려한 인간의 어리석음이 그려져있다.

그린루프란 일명 전원공동체이다. 전원에서의 삶과 도시에서의 편안함을 동경하던 사람들은 모두 듀런트 부부의 안전망 아래로 모였다. 이곳에서의 삶은 그야말로 최첨단... 모든 배송은 드론을 통해 이뤄지고, 차들은 자율주행을 한다. 그린루프에서 사용되는 에너지는 태양열을 이용하거나 자체 생산되는 바이오 가스를 이용한다. 이런 환경에서 사는 사람들은 모두 한 가지 믿음이 있었다. 자신들의 터전은 안전할 것이라는 것... 그 누구도 침범할 수 없다는 것... 소설은 프랭크 맥클레이가 동생 케이트의 행방을 물으면서 시작된다. 그린루프에서의 삶을 영위하던 동생이 어느날 갑자기 사라졌다. 그리고 그에게 들어온 동생의 일기장... 그는 그 일기장을 나 (아마도 맥스 브룩스)에게 전하면서 책으로 내줄 것을 부탁한다. 독자는 케이트의 일기장을 맥스 브룩스와 같이 보면서 그린루프에서 과연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추측하고, 경악하고, 놀라워한다. 일기 컨셉이라서인지 소설은 읽기에 전혀 부담이 없다. 일인칭 시점의 묘미...바로 사건 주체자가 독자인듯한 느낌이 물씬 살아있는 책이다.

레이니어 화산 폭발로 황폐해져버린 때... 비교적 피해상황이 덜했던 그린루프에는 이상한 손님들이 몰려든다. 온갖 야생동물은 물론이고 정체를 알수 없는 빅풋 역시... 이제는 자연과의 교류는 끝이 났다. 생존을 위한 투쟁이 그때부터 시작되는 것이다.

과연 자연이란 극복해야하는 대상일까...아니면 공존해야하는 대상일까... 소설은 말한다. 자연은 극복, 이용, 공존도 아닌 그냥 그 자체일 뿐이라고 말이다. 인간도 자연의 일부이니 모든 것은 되돌아오게 마련이다. 그리고 어찌보면 이것은 생존게임이다. 그리고 우리는 모두 이 지구라는 거대한 행성에 빌붙어있는 제 1 생명체이고 말이다. 그리고 자연은 위기의 순간에는 결단코 조화롭지 않다. 절망적인 순간이 닥치면 모두는 생존만을 생각한다. 생존... 바로 그것이 자연의 첫번째 본질이므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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