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미스터리한 일상 와카타케 나나미 일상 시리즈
와카타케 나나미 지음, 권영주 옮김 / 내친구의서재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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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미스터리한 일상

와카타케 나나미 소설 | 권영주 옮김 | 내친구의 서재

제목과 표지만을 보고 낭창낭창한 소설을 기대했다면 오산이다. 미스터리가 바로 짜릿함이라면 그 짜릿함에서 한 치의 어긋남도 없는 소설이니 말이다. 물론 매사에 피가 튀기거나 오장육부를 뒤집어 놓을 끔찍한 시체는 등장하지 않지만 왠지 뒷골이 서늘하고, 이 속에 뭔가가 더 또아리를 틀고 있을 거라는 기대는 항상 여기 저기 깔려있는 듯 해서 도무지 긴장의 끈을 놓을 수가 없다.

소설은 단편 모듬이지만 이 단편이 모두 하나씩 연결고리가 있다는 것은 매력적이다. 책 속의 책이란 컨셉을 갖고 있는 나나미의 소설 [나의 미스터리한 일상]은 어느 회사의 창간 잡지가 탄생하는 것을 시점으로 출발한다. 금방 사표를 쓰고 나와도 이상할 것 하나 없는 회사에 다니고 있던 와카타케는 어느날 회사에서 창간 잡지를 맡아달라는 의뢰를 맡는다. 흡사 물 만난 고기라고 할까? 아니면 사막에 오아시스라고 할까... 잡지에 사활을 건 나나미... 자신은 비록 이 잡지가 돌맹이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왠지 이 돌맹이 같은 허술한 잡지에 너무 큰 애정을 갖고 있는 달까... 잡지 안에 단편소설을 넣는다는 발상, 그리고 원고를 얻기 위해 의뢰자에게 부탁과 동시에 다른 작가를 소개받는 것..모두 돌맹이 잡지에 대한 나나미의 애정이 물씬 드러나는 일이었다.

익명의 저자에게 받은 원고들은 벌써 일년이 지나가고, 그 사이에 연재된 원고수는 무려 열두편에 달한다. 4월에 시작한 르네상스 잡지의 창간은 3월을 돌아서 사계절을 찍는다고나 할까.... 흡사 한 남성의 일인칭 시점으로 시작하는 소설은 그 자체만으로 보면 독립적인 이야기로 들릴 지도 모른다. 하지만 마지막 저자가 본격적으로 등장하는 시점에서 이야기가 다시 시작해야한다고 할까... 이야기 속의 이야기... 그리고 그 마지막 피날레가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묘한 분위기의 엔딩은 다시 르네상스 호가 시작되기를...헨리의 이야기가 빛을 발하기를 독자로서 기다리게 되는 것이다.


처음에 책을 펼치고 부록처럼 나와있는 구성이 아기자기하고 너무 획기적이라고 생각이 들었다. 소설 뿐만 아니라 하비포럼, 방문 연재, 독자의견 등 등 왜 이렇게 읽고 싶은 건지...ㅎㅎ 소설만 들었다는 것이 무척 아쉬웠다. 꼭 어딘가 이런 잡지가 있을 거라는 생각도 드는 것은 왜 일까? 미스터리한 살인 사건, 미해결된 살인 사건이 들어있는 더욱 더 의심스런 잡지...ㅎㅎ 야금 야금 꺼내 먹는 벽장 속의 과자처럼 야금 야금 읽게 되는 나나미의 코지 소설, 코지 미스터리... 다음은 어떤 세계로 안내할지...그녀만의 세상에 푹 빠진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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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한 서점에 누추하신 분이 - 세상 끝 서점을 찾는 일곱 유형의 사람들
숀 비텔 지음, 이지민 옮김 / 책세상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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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한 서점에 누추하신 분이

세상 끝 서점을 찾는 일곱 유형의 사람들

숀 비텔 지음 | 이지민 옮김 | 책세상

서점 주인이 낸 책이라 생각하기에는 제목이 너무 도발적이고 발칙하다. 더불어 저자가 얼마나 이 업을 헌신적으로 생각하는지, 그리고 사람들에 대한 애정이 있는지도 알 수 있었다. 아니, 손님에 대한 비하? 일색인데 무슨 애정이냐고...ㅎㅎ 기본적으로 이 책은 사람에 대한 관심에서 나온다. 서점에 오는 손님들에 대한 저자의 깊은 애정이 없이는 아마 이 책은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다소 도발적으로 서점, 그것도 헌 책방에 오는 손님을 일명 린네의 생물분류법에 의거해서 분류해 놓고, 자신의 생계에 타격을 입을까 어느 정도 조바심을 내면서도 그들에 대한 신랄한 비판을 멈추지는 않는다. ㅎㅎ 그리고 보통 서점 주인에게 있어서 손님은 그야말로 반갑기 그지 없을 텐데...ㅎㅎ 이렇게 시니컬한 책방 주인이라니 한번 만나보고 싶은 생각마저 든다.

한가지 더 든 생각... 서점은 정말 아무나 하는 일이 아니라는 것... 이 희귀한? 장소와 직업군이 사라져갈까봐 서점주인이나 손님이나 모두 전전긍긍한다는 것말이다. 이것은 우리나라나 외국이나 마찬가지인 것같다. 책이라는 것은 아마도 다수의 사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소수의 매니아 층을 위한 거라는 인식이 있으니 말이다.

만일 내가 저자의 헌책방을 찾아갔다면 숀 비텔은 어떤 매의 눈을 가지고 나를 지켜볼지...ㅎㅎ 아, 내생각에는 그렇지 않을 것같다. 그저 마음씨 좋은, 어쩌면 너무 평범한 이웃이자 그저 책을 좋아하는 할아버지?임에 틀림없다. 그는 고양이를 키우지 않는가? 고양이를 키우는 사람이 그렇게 시니컬할리는 없다. ㅎㅎ

당신은 책을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예전에 나는 책이 그야말로 신성한 무엇이라고 생각했다. 책에는 낙서도 하면 안되고, 접어서도 안되고...소중히 여겨야하는 존재, 뭐 그런 것... 하지만 책도 음식처럼 유통기한이라는 것이 있다면? 솔직히 연도가 오래된 책은 어떠한가? 군데 군데 해지고, 누렇게 종이가 뜨고, 심지어 좀벌레까지 생기는 경우가 있다. 책이란 혈액의 순환처럼 돌고 돌아야한다. 책 역시 사용기한, 소비기한이 존재하는 물건이기 때문이다. 신성하게 모시고 살 무언가가 아니라 소비하고 파고들어야할 그 무엇이다.

내 방 책꽂이에 꽂힌 책들을 본다. 파고들어서 소비해야할 것들... 아직도 옛 교육의 잔재 속에서 양장본책에는 감히? 줄조차 못 긋는 나를 본다. 아.... 모든 것은 다 썩고 사그라져갈텐데...책도 예외가 아닐텐데... 한숨이 절도 난다. ㅎㅎ 조만간 나도 책들을 싸들고 이 헌책방에 다녀올 일이다. 그런데..갑자기 이런 생각이...ㅎㅎ 아마 숀 비텔의 영업으로 오히려 책 한무더기 더 차 트렁크에 실릴지도 모를 일이라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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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형의 것들 이판사판
고이케 마리코 지음, 이규원 옮김 / 북스피어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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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형의 것들

고이케 마리코 지음 | 이규원 옮김 | 북스피어

살면서 무언가 무시무시한 것, 아니면 뒷덜미를 흠뻑 젖게하는 것을 경험해본 사람들... 소위 그런 것들을 한 마디로 정의할 수 있다면 저자 고이케 마리코의 책 제목이기도 한 [이형의 것들]이라는 말이 딱 어울리는 것이리라... 이 세상에 없는 것, 아니면 존재하기는 하나 우리가 미처 그 존재를 의식하지 못하는 것 말이다.

난 어둠을 어릴 적부터 두려워했다. 지금은 그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어둠 속을 자세히 보면 무언가 형체가 스물스물 기어나오는 것만 같다. 낮동안 가시광선의 자극에 의해 가려졌던 것들이 밤이 되면 출몰해서 집 안을 돌아다는 것 같다고나 할까.... 사실 [이형의 것들] 이란 책을 읽으면서 내가 어린시절 경험한 어떤 이형의 존재가 금새 떠올랐다.

때는 중학교 시절 이었던 듯하다. 왠일로 난 집 안에 들어가길 주저하고 있었다. 이유는 사실 잘 모르겠다. 마당을 이리저리 기웃거리다가 부엌 창문을 통해 안을 들여다보리라 생각했다. 그 당시에 삼촌 내외와 같이 살고 있어서 부엌은 숙모의 담당이었다. 난 부엌에 난 문을 통해 안에 들어가기로 한 것같다. 그래서 우선 부엌 쪽 가려진 창문을 통해 안을 들여다보려 했는데... 그때 그만 식겁했다. 바로 그 순간 누군가도 안에서 나를 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지금 생각해도 그때의 기억이 나서 소름이 돋는다. 분명 그 당시 부엌에는 아무도 없었는데.... 불은 켜 있었지만 아무 소리도 들리지않았다. 결국 난 현관문을 통해 집 안으로 들어갔고, 바로 부엌 쪽을 확인해봤지만 역시 아무도 있지 않았다. 그때 내가 마주친 두 눈동자는 무엇이었을까? 내가 집 안을 들여다보려했을때 누군가도 집 밖에 있는 나를 그 틈으로 보고 있었던 걸까.... 아마도 그 존재는 이형의 존재... 명확히 결론이 안난 채로 그 시절의 경험은 내 안에 남아있다.

책 [이형의 것들]에서는 다양한 존재에 대한 체험들이 나온다. 농로에서 여자귀신 얼굴의 반야면을 쓴 어느 여인과 마주친 이야기, 자신이 이미 죽은 존재이면서 그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던 여주인공, 이미 폐업한 지 오래였던 치과의원을 방문해서 치료까지 받게 된 이야기, 어느 죽은 외국여인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한 여주인공, 어느 산장의 지하공간에 출몰한다던 귀신의 정체, 붉은 창 너머로 보이는 죽은 여인.... 아... 각기 에피소드들은 흡사 도시괴담같이 끊고 싶지만 끊을 수 없는 치명적인 고리를 가지고 이어져있었다. 바로 존재할 수 없다고 믿었던 것들이 존재하는 것에서 오는 공포와 호기심의 고리이다.

당신은 이형의 존재들을 믿는가? 당신은 귀신의 존재를 믿는가? 혹 이 삶이 그냥 끝이라고 생각하는가.... 아니면 삶 뒤의 무언가가 또 존재한다고 믿는가.... 어떤 믿을 수 없는 경험을 했다한들 일상 속에서 살다보면 모든 것들은 희미해진다. 운명처럼 죽음의 순간에서 빠져나왔다고 한들... 다시 그 안으로 제발로 찾아서 들어가는 사람도 있으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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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영국 여인의 일기, 1930 어느 영국 여인의 일기
E. M. 델라필드 지음, 박아람 옮김 / 이터널북스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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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영국 여인의 일기, 1930

E.M 델라필드 | 박아람 옮김 | 이터널북스

세상에 이렇게 사랑스런 여인이 있다니...ㅎㅎ 그것도 거의 100년이 지난 사람에게서 오늘날의 향수를 느끼는 것은 나만의 착각일까... 정말 현실에서 존재하는 듯한 우리네 이웃 중 어딘가 있을 법한 부인이다. 남편 로버트에 대한 이야기, 정말로 한방 먹여주고 싶은 이웃 레이디 복스...ㅎㅎ 앞에서는 슬슬 웃어주지만 그녀가 떠나고 난 뒤에는 재치있게 말하지 못한 것을 후회하는 귀여운 여성... 그리고 요리사도 있고, 가정적으로는 왠지 부유하고 화목해보이는 여성...ㅎㅎ

책을 읽으면서 전혀 소설이라고는 느껴지지 않았다. 그저 한 사람의 일기장을 몰래 훔쳐보는 것같은 느낌이다. 물론 대놓고 보라는 일기장이었지만... 한 영문학자가 델라필드가 그린 소설속 페미니즘을 일상 페미니즘이라고 이름 붙였다고 한다. 가부장제에 대해서 순응하는 여인들, 고정관념에 사로잡혀 행동과 생각을 하는 그녀들을 옹호하기도 하지만 개탄도 하는 그녀... 백년 전에는 정말 지금보다 훨씬 더했으리라... 지금도 물론 구태는 여전하지만 말이다.

구태 중에 누구는 명절을 예로 들기도 한다. 소설 [82년생 김지영]이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누구는 소위 농경시대도 끝난 마당에 추석같은 명절이 꼭 필요할까라고 이야기하기도한다. 명절의 풍경... 예전과 지금은 정말 다르다. 예전에는 교통수단도 마땅치않았고, 명절이 되어야지만 먼 친척들 얼굴 한번이라도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어떠한가? 명절이 되어서도 안볼 사람은 안본다. 명절에 유독 공항이 북적이는 이유는 무엇인가... 아마 세월이 지금보다 더 흐르면 명절이라는 의미도 퇴색되지않을까싶다.

영국의 지방 소도시에 살았던 여성의 고민들이 속속히 들어있는 일기장... 어쩜 이리 고민들과 생각이 지금 우리네 일상과도 닮아있을까.... 작은 일상 페미니즘이 이 영국 여성의 일기장에 녹아있었던 것처럼 100년 후의 여성들의 일기장 속 모습은 어떨지 새삼 궁금해진다. 미래의 일기장을 지금 볼 수는 없지만 지금보다 모든 것들이 더 나아졌으면 하고 바랄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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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어가 제철 트리플 14
안윤 지음 / 자음과모음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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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어가 제철

안윤 소설 | 트리플 시리즈

작은 판형의 시원한 표지의 이 책 안에는 세가지 이야기들이 농밀하게 숨어있다. [달밤], [방어가 제철], [만화경]... 소설을 읽으면서 계속 입맛이 돌았다. 그만큼 음식에 대한 묘사가 많기 때문이리라... [달밤]에서 나오는 육개장, 시금치 무침, 애호박전, 두부 등 등... [방어가 제철]에서는 제목에서 보이듯 방어회 뿐만 아니라 주인공 어머니가 하는 반찬가게에 대한 묘사와 여러가지 해초, 전복회, 멍게회 등 등이 등장한다. 마지막으로 [만화경]에서는 팽이버섯전, 고구마 깻잎전 등이 나오고 말이다. (왠지 저자가 음식에 관심이 많은가...하는 쓸데없이 호기심이 샘솟기도 한다.)

세가지 소설 중에서 나름 대표작으로 자리매김한 [방어가 제철]... 어떤 상실에 대한 이야기인가했다. 소설 속 주인공 안라의 시점에서 내용이 전개되는데 그녀 주위 사람들은 현 시점에서는 보이지 않는다. 미대를 반대하고, 아버지가 없는 가정에서 홀로 노동을 전담한 어머니는 암으로 인해 고통 속에서 돌아가셨고, 그녀의 하나뿐인 오빠인 재영 역시 건설현장에서 일을 하다가 추락사하며 죽은 것으로 나온다. 그리고 그 상실에 대해 이야기 할 수 있는 사람은 그녀 곁에는 오직 정오라는 오빠의 친구 뿐이다.

오빠인 재영이 죽었을때 그녀는 정오를 찾았다. 하지만 연락도 닿지않고, 소식을 끊고 지낸 지 오래... 어느날 느닷없이 연락해 온 정오를 만나서 그녀는 대뜸 방어를 사달라고 한다. 겨울 초입에 먹는 기름진 생선...방어회... 회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고 생각한 정오는 그녀의 말을 흔쾌히 수락하며 자신의 거래처 사람들을 대접하는 횟집 [창해]로 데려간다. 그들은 무엇을 소회하는 것일까? 그들 곁에는 이미 그들이 사랑했던 사람은 없는데...... .

하지만 이 소설은 상실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다. 재영의 빈자리를 정오가 대신 위로해주는 만남도 아니었고 말이다. 안라와 정오는 그저 짧고 반짝이는 시절을 조금 되살릴 수 있는 따뜻함을 느끼고 싶지 않았을까.... 정오가 사랑했던 재영... 안라는 그것을 한 순간에 알았다고 한다. 어느날 화선지 모서리에 정오가 자신의 이름보다 더 정성껏 재영의 한자이름을 써주었던 그 찰라의 순간에... 타이머가 끝난 선풍기의 회전이 멈추고, 고개를 들었을때 세 사람의 시선이 공중에서 마주쳤을때... 아마 그때 셋 중 누구도 눈을 똑바로 뜨지는 못했으리라... 너무 환해서...너무 빛나서...그리고 너무 아름다워서...

살면서 간직하고 싶은 순간은 그런 찰나의 순간이다. 언제 왔었는지 모를, 언제 지나쳤는지도 모를 빛의 속도보다 더 빨랐을 그 순간.... 아마 안라와 정오는 방어의 맛을 몰랐으리라... 대신 독한 술의 맛은 알았을 지도 모르겠다. 독한 술 한모금을 중화시키기 위해 기름진 방어회가 필요했을 지도 모를 일이다.

생각해본다. 내게도 그런 사람이 있는지 말이다. 단 한 순간 짧지만 빛나는 기억을 다시 되살리기 위해 만나고 싶은 사람... 아마 그때는 술보다 더 독한 것이 필요할 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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