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마워! 세상을 바꾼 신기한 생물들 - 인간에게 도움을 주는 동식물 이야기
리버럴출판사 편집부 지음, 마쓰모토 마키 외 그림, 허영은 옮김, 이시다 히데키 감수 / 청어람미디어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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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마워! 세상을 바꾼 신기한 생물들

이시다 히데키 감수 | 마쓰모토 마키, 이케우치 릴리 그림 | 허영은 옮김 | 청어람미디어

요즘 즐겨보는 과학 유튜브 채널이 있다. 그 채널에서 얼마 전에 신비한 수술 기법이 개발 중이라는 소식을 접했다. 홍합에서 나오는 추출물에서 접착제를 뽑아서 연구 중이라고 한다. 그러면 수술 시 실과 바늘을 쓸 필요가 없고 이 추출물을 발라주면 저절로 살이 아문다는 것이다. 정말 혁신적인 발견이라고 본다. 아직은 그러나 시작 단계이고, 적은 추출물을 얻기 위해서 상상도 못할 많은 홍합이 필요하다는 것이 문제이지만 말이다. 이 책에서도 홍합에 대해서 나와있어서 나름 반가웠다. 그리고 미처 알지도 못하고, 상상하지도 못할 많은 동식물에서부터 인간이 영감을 얻어서 과학 등을 발전시켰다니.... 역시 과학의 발전은 오로지 인간의 몫이라고 하기 힘든 것이다. 발견한 것은 인간이지만 결과론적으로는 살아있는 모든 생물들의 협업이리라... 그렇다면 발전이란 인류만을 위한 발전이 아니라 지구 전체의 생명체를 위한 발전과 발견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이제는 인간 중심에서 탈피해야 한다. 생명은 연결되어 있고, 우리는 기후 변화를 통해 지금도 그 연결을 처절하게 체험 중이니까 말이다.

세탁기의 펄세이터 표면에 주름이 있다. 이것 역시 한 생명체의 관찰에서 얻어진 결과물이다. 바로 그것은 돌고래... 돌고래의 피부처럼 주름을 만들어서 물이 부드럽게 흘러서 전기를 아낄 수 있도록 한 세탁기이다. 그리고 돌고래는 꼬리지느러미를 약 0.7초마다 한 번씩 움직여서 바닷속을 적은 에너지로 빠르게 헤엄칠 수 있다고 한다. 펄세이터가 회전해서 소용돌이를 만들면 그 소용돌이가 바로 빨래의 때를 지우는 것이 오늘날 세탁기의 원리이다. 사극 등에서 보면 빨래터에서 여인들은 연신 방망이를 두드린다. 그 마찰이 오늘날에는 세탁기의 소용돌이이다. 참 신기하다. 어떠한 물리적 자극이 때를 제거하고, 세탁기의 소용돌이가 인간의 손을 대신할 수 있다는 것이 말이다.

다른 신기한 내용들이 책 속에는 많이 실려있다. 그리고 친절한 삽화까지 그려져있어서 자연과 환경 그리고 과학에 관심이 있는 학생들이 보아도 충분히 재미있는 책이다. 무엇보다 관찰의 힘을 실어준다고 할까? 자세히 보는 법, 디테일을 무시하지 않는 것, 그 속에 큰 비밀이 있는 것이다. 그리고 아직도 발견될 것이 많다는 사실이다.

앞으로 인류는 인간만을 위한 유토피아를 꿈꾸는 대신에 상생의 지구를 위해 더 넓은 포용력의 마음을 지녀야 한다. 그 마음으로 자연과 생명을 살피면 분명 더 좋은 방법이 보일 것이다. 지구 곳곳에 연이은 지진과 이상 현상으로 인해 고통받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더 이상 미래의 인류가 고통받지 않도록 할 방법이 있지 않을까? 지구 종말의 시계가 얼마 안 남았다고 그 지구를 망치는 일에 더 힘을 보태지는 말자. 아이들은 지금도 태어나고 인류는 여전하다. 그러므로 희망도 여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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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그리는 아이 - 레오의 영국 드로잉 여행 세상을 그리는 아이 시리즈
레오 박소훈 지음 / 청어람미디어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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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그리는 아이

레오의 영국 드로잉 여행

글. 그림 레오 박소훈 | 청어람 미디어

두 다리로 떠나는 여행이 아닌, 눈으로 떠나는 여행... 가장 쉬운 여행을 떠나는 방법을 알려드립니다. 그중 한 가지는 바로 동영상을 보는 것이겠고, 다른 한 가지는 그림을 보는 것입니다. 어떤 여행이든 감상이 있어야 합니다. 아마 여행지에서 열심히 사진을 찍는 사람들은 그런 감상을 남기기 위함이지요. 하지만 가장 확실한 것은 바로 되새기는 것입니다. 그리고 되새김에는 손만 한 도구도 없지요. 그저 보고 그리는 일... 아무런 생각도 필요 없고 그저 있는 풍경을 오롯이 펜으로 옮긴다고 생각하고 그리면 됩니다. 하지만 어렵지요. 무척 어려운 일입니다. 펜화 드로잉에 익숙하지 않는 사람이라면 더더욱 말이죠. 누구나 드로잉을 한다면 스케치부터 시작합니다. 연필로 열심히 그리고 그려진 여러 선들을 다듬고 지우고 다시 정리합니다. 그런 후에 펜으로 보기 좋게 라인을 따라 그립니다. 하지만 여기 그 모든 방법을 무시하고 그림을 그리는 소년이 있습니다. 바로 레오입니다. 레오는 중심선을 잡은 후에 그만의 방법으로 펜으로 직접 드로잉을 한다고 합니다. 왜인지 얼마 전에 별세한 라이브 드로잉의 대가 김정기 작가가 떠오릅니다.

소년 레오의 그림을 보면서 영국 여행의 꿈이 되살아 납니다. 아직 영국을 가보지 못했는데 그림을 보니 더욱더 간절해집니다. 여기저기 다니면서 스케치할 종이와 펜만 가지고 있다면 시간 보내기도 얼마나 좋을까요? 모든 풍경이 한순간 찰칵이는 카메라에 담기는 것이 아니라 몇 시간 공을 들여야 하는 캔버스 위에 담기는 것이지요... 생각만 해도 두근거립니다. 그래서 아마도 그림 그리는 재능이 많은 사람이 갖고 싶어 하는 능력임과 동시에 로망이겠지요. 그런 재능을 타고난 레오는 분명 대단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그 재능을 쓰는 것이 오로지 혼자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많은 이들에게 좋은 영감과 행복을 선사하고 싶었다는 레오... 그 마음이 참 기특하고 이쁩니다.

레오의 그림 그리는 모습을 인스타그램 동영상으로 찾아보았습니다. 어떻게 그렇게 선을 잘 잡고 대칭을 잘 찾아내는지 모르겠습니다. 해칭은 어찌 그리 잘하는지 부럽습니다. 전 요즘 드로잉을 배우고 있는데 대칭 잡는 것도 서툴고 (항상 비툴고 뭔가 틀어진 느낌) 해칭도 꼼꼼하게 하지 못하네요. 아마 레오는 타고난 것 같습니다. 역시 천재소년이라는 수식어가 아깝지 않네요.

레오의 재능이 앞으로 빛을 발해서 전 세계적으로 영향력 있는 어른으로 성장하길 바랍니다. 그의 꿈으로 다른 이들의 꿈이 열리고 모든 아이들에게 희망을 주기를 바랍니다. 영국 드로잉 북뿐만이 아니라 많은 나라에 그려질 레오의 또 다른 그림 역시 응원합니다. 그 그림 속에 바람이 있다면 우리가 가보지 못하는 곳... 바로 북녘의 모습이 그려지는 것입니다. 레오가 어른이 될 시점에 레오의 스케치북 속에 그 모습이 있길 희망합니다. 그리고 화폭에 아름다움 것만 담기를... 아니, 외롭고 쓸쓸한 것에도 아름다움이 묻어나길 바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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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치, 파란만장
장다혜 지음 / 북레시피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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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치, 파란만장

장다혜 장편소설 | 북 레시피

대한민국을 한바탕 흥에 휩쓸고 간 다이내믹 그룹이 있다. 지금도 물론 왕성히 활동 중이지만 초기에 나왔을 때는 정말 이게 뭔 일인가 싶을 정도로 눈이 확 떠졌다. 개성 넘치는 판소리풍의 노래와 코믹하면서도 역동적인 춤으로 한바탕 모든 사람들을 들썩이게 했던 그룹... 바로 이날치와 앰비규어스 댄스 컴퍼니이다. 그들이 만나서 한 춤과 노래인 수궁가는 아마 가장 흥이 나는 판소리 번안 곡 중 하나가 아닐까 한다. 아마도 이는 우리나라만의 흥과 멋을 가장 개성 넘치게 살린 것이 아닐까. 트롯이 우리나라 대중가요를 우리 식으로 되살렸다면 이날치는 우리나라의 민요와 판소리를 다시 현대식으로 되살린 것이다.

이런 이날치가 정말 살아있는 인물이었다고? 그냥 이름 한번 개성 넘치게 지었다고 생각했건만, 조선시대 후기 이름난 줄꾼의 성함이었다니... 소설 [이날치,파란만장]은 우리가 미처 생각하지도 못했던 알지도 못했던 그때 그 시절로 독자를 이끌고 간다. 흡사 시간 여행이라도 떠나는 것처럼 소설은 무척 흡입력이 있었고, 팔도 방언의 맛을 잘 살린 대사에서부터 애틋한 애정 신과 판소리의 흥겨움 등등이 모두 녹아있었다.

복수만이 목표인 사람은 그 얼마나 외롭고 괴로운 사람인가? 여기 계동이 그러하다. 어릴 적 아버지를 잃게 된 계동은 화정패에 들어가서 이름을 경숙으로 바꾸고 그만의 힘든 싸움을 시작한다. 하지만 줄꾼 묵호의 도움을 받아서 이내 최고가는 줄꾼 이날치로서 명성을 날리게 된다. 하지만 그의 목표는 줄꾼으로서의 위상이 아니다. 바로 소리꾼이 되는 것이다. 소리꾼이 되어서 널리 이름을 알려 임금을 알현해 자신의 억울함을 호소하고 복수를 완성하려는 것... 과연 이날치는 줄꾼으로 태어나서 소리꾼으로 정점을 찍을 수 있을 것인가? 독자는 그저 이날치를 안쓰럽게 바라보면서 그를 응원하는 수밖에 없는 것이다.

또 한 명의 외로운 아이가 있다. 바로 백연... 어머니인 참봉 댁은 종으로 백연을 잉태하고 낳았다. 하지만 현실은 너무도 가난한 노비의 삶의 대물림... 그녀는 초상집에서 대신 곡을 해주는 곡비로 어린 백연을 먹여 살렸다. 이도 잠시 요절하게 된 어미로 인해 백연은 당골네에서 굿판 보조 역할을 하게 된다. 참으로 기구한 팔자이다. 아, 그녀에게도 다시 봄이 올까? 그녀가 행복했으면 좋겠다. 그리고 이때 백연의 마음을 두드리가 이가 있는데...... . 과연 백연의 마음과 그의 마음이 온전히 하나가 될 수 있을까? 현실의 벽은 너무도 높고도 높다.

재주도 많고 실력도 있으나 고독한 삶을 사는 이가 있다. 바로 상록이다. 그에게 따라는 호칭은 조선 최고의 신검... 검을 기가 막히게 잘 쓴다 하여 붙인 별명이다. 그는 어느 날 영의정 딸인 화영을 보고 첫눈에 반해 몰래 교제하게 된다. 하지만 화영의 동무인 자헌 공주로 인해 밀회는 깨치고 화영은 자헌 공주의 오라비인 율언군과 국혼을 하게 된다. 그리고 이내 자헌 공주는 상록을 차지하게 된다. 상록의 운명은 앞으로 어떻게 흘러가는 걸까?

연정이 서로에게 녹아들어 가기도 전에 모든 것이 뒤죽박죽되는 느낌이 든다. 아마 이런 틈 들 속에서 회한이 자라게 되는 것이리라.... 소설 제목처럼 인물들의 삶은 파란만장하다. 그리고 그들은 그 속에서 어떤 선택을 하게 되고, 그 선택들은 그들을 보다 더 성장하게 만든다. 외롭고도 슬픈 삶이다. 살아가는 것은 이처럼 줄타는 것과 같다. 줄을 탈 때는 온전히 혼자이다. 끝까지 가보지 않는 이상 그 줄 끝을 누가 잡고 있는지는 알지 못한다. 줄꾼으로 살면서 소리꾼의 삶을 그리워하는 이날치처럼 사실 우리도 그러하지 않은가? 소설 [이날치, 파란만장]은 그런 매듭 되지 못한 인생의 이야기들이다. 그 속에서 우리의 모습을 다시 찾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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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호자들
존 그리샴 지음, 남명성 옮김 / 하빌리스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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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호자들

존 그리샴 장편소설 | 남명성 옮김 | 하빌리스

세상에 아무리 억울하다고 하지만 살인죄의 누명을 쓰고 감옥에 있으면서 언제 닥칠 사형 집행 소식에 살얼음으로 하루하루를 사는 사람만큼 더 억울한 사람이 있을까? 아마 없을 것 같다. 자기가 짓지도 않은 죄를 모두가 지었다고 손가락질하고, 심지어 주변의 가족과 친지조차 그의 무죄를 믿어주지 않는다면... 아니, 믿어주더라도 아무런 힘이 없어서 그 어떤 도움도 주질 못한다면 어떠할까? 그럴 때 할 일은 하나, 신에게 기도하던지, 아니면 수호자들 같은 집단에 도움을 요청하는 것이다.

변호사이자 신부인 포스트는 수호자 재단에서 일하고 있다. 일명 죄 없이 복역하는 무고한 장기수들을 변호하는 일을 한다. 최종 목적은 무죄 사면이다. 그리고 그들이 죄 없이 감옥에서 보낸 시간과 맞바꾼 돈으로 여생을 후회 없이 보내도록 돕는 것... 하지만 수호자 재단의 수임료는 턱없이 적다. 그들은 돈을 보고 그 일을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절박하게 무죄를 원하는 죄 없는 이들을 위해 수호자 재단은 철저히 사람들을 검증하고 자신들의 변호를 받을 죄수들을 신중하게 골라낸다. 그들 중에 정말 죄있는 자들도 있으므로, 아니 많기에 말이다.

이 소설이 무려 실화를 바탕에 두고 씌었다니 놀랍다. 우리나라에도 최근 그런 판결이 몇 건 있었다. 대중을 경악게 한 화성 연쇄 살인사건의 진범, 그리고 약촌 오거리 살인사건의 진범... 재판으로 범인으로 몰렸던 그들은 무고한 옥살이로 인해 일생을 감옥에서 보냈다. 감옥에 들어가기 전에는 창창한 청년이었던 그들이 출소된 후에는 백발이 성성한 노인이 되어있었다. 잘못된 사법체계가 불러온 참사... 재판이 신중해야 할 이유이다. 그 결과는 한 생명의 종말, 한 우주의 추락이기 때문이다. 그들의 잃어버린 삶은 절대 돈으로 보상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소설 [수호자들]에 나온 재단은 지금 활동 중인 센추리온 재단에 바탕을 두고 있다. 여기 책의 캐릭터 역시 텍사스에서 복역한 조 브라이언이라는 실제 재소자의 이야기가 모티브가 된 셈이다. 살인이 일어난 당일 그는 살인사건 현장과 떨어진 곳에 있었건만 그를 범죄와 연결시키는 것은 너무도 간단했다. 그의 자동차에서 발견된 플래시... 플래시의 렌즈에서 발견된 작은 얼룩은 혈흔으로 둔갑했고, 일명 전문가란 사람들은 그 혈흔은 희생자의 피로 배심원들 앞에서 증언했다. 범죄 현장에서 발견되지 않은 플래시는 전문가들의 말 한마디로 인해 그곳에 존재한 사건 현장의 물증이 되고 만 것이다.

소설 [수호자들]의 재판 과정에서 재판관은 플래시에서 퀸시 밀러를 살인과 엮을 증거가 없다고 보았다. 그 플래시는 살인 현장에 없었고, 일부러 피고의 자동차 트렁크에 넣어둔 것 같다는 것이 변호사들에 의해 증명이 된 것이다. 플래시만이 그의 유죄를 증거할 물증인 동시에 무죄를 입증할 물증이었다.

재판장에서 울려 퍼지는 판사의 목소리... 오심에 대해서 누가 책임을 지게 될 것인가? 판사는 말한다. 퀸시 밀러 당신이 법률 체계에 의해 끔찍한 학대를 당했다고 말이다. 그리고 그 체계의 일부인 그 역시 사과한다고 말이다. 소설 말미에 나온 이 풍경이 화성 연쇄 살인사건 재판장에서 재판관이 한 말과 사뭇 비슷해서 마음을 울렸다. 재판장에서 모두들 머리를 숙여서 피해자에게 사과했다. 하지만 그 당시의 오심에 대해 책임을 질 사람들은 정작 그곳에 없었다. 그 당시에는 오심으로 인해 누구는 특진을 했고, 누구는 훈장을 받았겠지만 말이다. 참, 쓴 현실이다. 그럼에도 진실은 늦게라도 밝혀져야 한다. 계속 쓴 물이 나온다 할지라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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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내는 용기 - 불합리한 세상에 대처하는 철학자 기시미 이치로의 가르침
기시미 이치로 지음, 김윤경 옮김 / 타인의사유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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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내는 용기

기시미 이치로 지음 | 김윤경 옮김 | 타인의 사유

요즘 세상에는 개인적인 감정의 화는 많으나 공분으로서의 화는 그다지 보이지 않는 것 같다. 왜일까? 모두들 먹고살기 바빠서일까? 아니면 그런 것에 신경 써봤자 사회가 변하지 않는다고 여기기 때문일까? 하지만 저자 기시미 이치로는 말하고 있다. 지성적인 분노가 사회를 더 옳은 방향으로 변하게 한다고 말이다.

정말 공분하기 좋은 세상이다. 화내기 좋은 세상이란 의미이다. 하지만 그 화들이 한 명의 푸념이나 열정에서 그치게 되면 변화의 싹은 공중분해되어서 사라진다. 좋은 세상이란 변화하는 세상이다. 목소리를 내는 세상이다. 목소리를 내도 괜찮은 세상이다. 너와 내가 굳이 한목소리를 내지 않더라도 목소리조차 막는 세상은 분명 잘못된 것이다.

기시미 이치로는 [화내는 용기]에서 정치가로 인해 불행해지고 싶지 않다고 말한다. 그렇다. 최소 행복은 기대하지 않더라도 가진 자, 권력자 때문에 불행하고 싶지는 않다. 모두가 책임을 전가하고 말단에게 돌리고 정작 책임지고 물러나야 할 사람들은 버젓이 그 자리를 자치하고 있다. 너무 무책임하고 무능하다. 그들에게 우리는 우리를 지켜달라고 표를 주었고, 생명을 노출시키고 있다. 그리고 계속해서 불합리한 일들이 일어난다. 최근 일어난 이태원 참사에서 적나라하게 느낀 불합리.... 분명 잘못한 자들이 있고, 원인이 있었을 텐데 결과를 두고 다른 말들이 오고 간다. 한심스러운 일이다.

흔히들 이런 말들을 한다. 분위기 파악하라는 말... 하지만 분위기 파악할 때가 있고, 안 할 때가 있는 법이다. 상사가 부당한 지시를 내린다고 그것을 온전히 예스한다는 것... 그것이 바로 분위기 파악이라는 것일까? 기시미 이치로도 이와 같은 말을 한다. 분명 거기에 스스로에게 유리한 무엇인가가 있다고 말이다. 압력에 굴해서 비리를 저지르고, 옳지 않은 무언가를 꾸미고... 하지만 분명 본인은 알고 있을 것이다. 과연 그것이 그럴만한 일이었는지... 스스로 거절을 못 한 이유가 상사의 억압 때문인지, 아니면 그 부탁을 받아들임으로써 본인이 얻게 될 부수적인 이익 때문인지 말이다.

감정은 사회화된 것이고 오히려 지성이야말로 주관적이라는 그의 말은 많은 것들을 생각하게 했다. 지성이란 감정처럼 부추길 수 없는 것이다. 그것은 오히려 주관적인 개인의 인격에 속한 영역이다. 그러기에 지성을 갖춘 사람은 감정적 호소에 흔들리지 않는다. 그들은 오히려 부정을 고발하고 그것으로 인해 고독해지고, 홀로 남는다고 해도 그런 상황을 받아들인다. 지성으로 인한 분노는 의식적인 행동이기 때문이다.

저자 기시미 이치로는 쉰 살이 된지 얼마 되지 않을 무렵 심근경색으로 쓰려졌다고 한다. 그때부터 그 안에 분노에 대해 들려다보려고 했던 것일까? 전 세계에서 잇달아 일어나는 불합리한 일들, 주변을 둘러싼 일들, 그리고 본인에게 일어난 일들... 확실한 분노의 감정을 알아내기 위한 저자가 노력한 시간들이 고스란히 책 속에서 느껴진다. 그가 정확하게 그 분노에 대해 알게 된 것은 바로 사분과 공분으로 분노를 구별하면서부터 인듯하다. 여기 이 책에서는 바로 그 공분으로의 분노, 지성적인 분노를 다루고 있다.

사회의 모든 일들을 지켜보노라면 무력감이 샘솟는다. 하지만 동시에 분노 또한 올라온다. 그 분노의 에너지, 공분의 에너지의 온도는 과연 몇 도일까? 그 에너지를 모아서 사회를 제대로 굴러가게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분노를 담을 그릇을 만들자. 분노의 연대가 바로 세상을 바꿀 수 있으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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