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사의 초대 - 이름을 불러 삶을 묻는다
김경집 지음 / 교유서가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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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갖가지 명사에 대한 찬사이다.

근, 내, 원으로 이루어진 챕터들에서 저자들이 사랑하는 것들이 보인다. 하나 하나에 대한 애정과 그리고 어떤 것에서는 안타까움도 묻어난다.

책을 읽으면서 나도 나만의 명사를 갖고 싶었다. 내 주변에서 돌아다니는 것들..... . 예를 들어 마우스, 키보드, 스탠드, 연필, 색종이, 가위, 볼펜 등 나만의 명사집을 만들고 싶은 욕구가 생겼다.

커피라는 명사에서 저자는 두툼한 머그잔으로 커피를 마시는 게 좋다고 한다. 나 역시 그러하다. 커피를 가끔 내리면 내열 유리잔에 내리는 경우도 있다. 그럴땐 아무리 짙게 내린 커피라도 빛을 투과하면서 약간 연한 빛이 느껴진다. 하지만 두툼한 머그잔에 내리는 커피는 오히려 빛을 차단해서 짙은 갈색을 낸다. 커피를 옅게 내려도 색이 짙어보인다. 색의 유무로 커피의 농도를 판단하는 것이 그다지 쉽지는 않다. 물론 아주 진한 커피는 한 눈에 알지만 서도 말이다.

얼마전 예쁜 홍차잔을 선물 받았다. 홍차잔에 커피를 담는 건 글쎄, 아니다. 우선 커피를 마실때 너무 불편했다. 그냥 후루룩 마셔야하는데 홍차잔에 커피를 담으니 홀짝이게 된다. 하지만 난 홍차를 마실때도 후루룩이니 사실 홍차잔은 내게는 무용지물인 셈이다. 하지만 이쁘니 가끔 기분 전환용으로 삼아야겠다.

요즘은 원두도 종류가 많고 스페셜티라고 비싼 원두도 있는데 난 입맛이 덜 까다로운 편인지 아니면 무뎌선지 맛을 잘 모르겠다. 사실 후자에 가깝다. 그래서 가까운 로스팅점에 가서 그 날 그날 로스팅된 원두를 사 온다. 전같으면 원두를 사서 집에서 그때 그때 갈았겠지만 어느새 게으름이 더해져서 이제 핸드 드립용으로 갈아서 온다. 한달에 한 두번 로스팅 전문점에 들러 그날 그날에 맞는 원두를 사는 것도 커다란 즐거움이다.

오늘은 브라질을 내려 마셨으니 내일은 과테말라를 마셔봐야겠다. ㅎㅎ

이 책 덕분에 잔잔한 것들에 이름을 붙이고 애정을 갖는 소중함을 느끼게 된 것은 커다란 수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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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티 오브 걸스 - 강렬하고 관능적인, 결국엔 거대한 사랑 이야기
엘리자베스 길버트 지음, 아리(임현경)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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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 발칙한 소설이라니...

저자의 전 책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는 이런 느낌은 아니었는데, 이 소설은 그것을 훨씬 능가하는 상상력 밖의 세상을 보여준다. 아니, 틀에 박힌 사고를 하고 무엇보다 대한민국 공교육을 받아온 이 시대 평범한 한국 여성으로는 상상하기 어려운 삶이다. 한마디로 어린 시절 공부는 못하고 부유한 집안에 손 재능만 있는 여성이 뉴욕이라는 곳에 와서 프리 섹스주의자로 살고, 자신의 그 자유분방한 성적 호기심으로 한 여성을 상처준 후 (물론 스스로도 엄청난 상처를 입고)다시 고향으로 돌아왔으나 전쟁 후 뉴욕으로 복귀해 나름 자신의 상처를 치유하고 제법 성공적인 사업가?로 노년을 맞이하는 내용이다. 물론 진정 사랑하는 사람을 만났지만 그 사람은 유부남이고 (스스로의 철칙으로 유부남과는 자지않는다.) 만질 수 없는 몸이다.(전쟁으로 인한 트라우마로 인해) 다만, 걷고 또 걷고 얘기하고 또 얘기한다. 그래서 진정 사랑한다 말할 수 있는 사랑을 한다. 육체적 관계없이 말이다.

전체적인 줄거리를 놓고 보자면 자유분방하게 성을 즐기던 아름다운 여성이 (아름다워야한다.) 어떤 유부남과의 정사로 인해 상처를 받고 다시 뉴욕에 입성, 육체적 관계없는 사랑을 추구하는 얘기같지만 거기에 더 깊은 내용들이 숨어있다.

1940년대부터 60년대의 뉴욕을 느낄 수 있고, 그때의 젊은 시절을 느낄 수 있었다.

가장 안타까운 부분은 비비안이 진정한 사랑을 좀 더 일찍 만났으면 좋았을텐데...... . 그리고 그 얼빠진 아서라는 작자의 꼬임에 빠지지않았다면 정말 에드가의 말처럼 특별한 흥미로운 사람이 될 수 있었을텐데...... . 하지만 그녀는 흥미로웠고 특별했다. 자신의 성에 솔직했고 그리고 용감했고 어떤 부분은 무분별했지만 어떤 부분은 순수했다.

혹자는 여성의 이런 모습을 많이 불편해할 수 있겠다라는 생각이다. 낯선 사람과의 거리낌없는 관계들, 거기서 오는 불안감, 그리고 폭력성... 나 역시 비비안이 처음에 못견디게 불편했다. 하지만 동시에 내 주변에 비비안같은 여성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 지 생각했다. 그렇다면 자유롭게 성에 대한 논의를 하고 언니처럼, 친구처럼 이런 저런 말동무를 정말 솔직하게 하고, 옷에 대한 감각도 좀 얻을 수 있을텐데 말이다.

이 소설은 비비안이 마침내 찾은 사랑, 진정으로 사랑하는 남성 프랭크의 딸에게 보내는 편지 형식으로 씌여졌다. 그래서 그런지 술술 읽힌다. 그리고 재밌고, 또 한번 잡으면 놓을 수 없는 소설이다. 무엇보다 관능적이고 무엇보다 솔직하다.

이제 할머니가 된 비비안이 내 곁에 있다면 밤새도록 얘기하고 깔깔 거리고 웃고, 그녀가 젊음을 낭비하던 그 시절 뉴욕으로 여행을 떠나고 싶다. 나에게도 낭비할 젊음이 있었던가? 아... 그 시절이 그립다. 그때는 젊었다는 생각조차 못했지. 유행가 가사처럼 젊은 날에는 젊음을 모르는 법인데 비비안은 알았다. 그래, 그런 것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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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의
바네사 스프링고라 지음, 정혜용 옮김 / 은행나무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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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표지에 저자의 사진이 들어있는 책은 난 왠지 그 유명세에 기대는 것같아서 별로 신뢰가 가지 않는다. 하지만 이 책 <동의> 띠지에 있는 작가 바네사 스프링고라의 사진에는 많은 것들이 숨은 것처럼 보였다. 긴머리의 턱을 괴고 웃는 모습 뒤로 숨은 얼굴, 그리고 얼굴에 핀 주름들 너머의 고통의 시간들이랄까?

겉 표지에 구겨진 침대시트가 걸쳐진, 좁은 방에 놓인 거대한 침대가 삐꼼히 보인다. 그 표지 자체도 할 말을 담고 있는 듯 보였다. 약간은 숨이 죽은 노란빛에 언뜻 언뜻 비치는 초록색 면지까지 여기에는 이야기가 있다고 소리치고 있었다.

책을 읽고 나서 가장 먼저 한 일은 (아니, 중간에 너무 화가 치밀어 이 작가가 어떤 작자인지 너무 궁금하여 살짝 찾아보기도 함) 저자의 책 속 남자 주인공을 인터넷 상에서 검색해 본 것이다. 한국에도 번역본이 두 권이 있었으며 난 그래도 국내에서 덜? 유명함에 안도했다. 만일 내가 좋아하는 프랑스 작가였다면 그 배신감은 말로 할 수 없었으리라... 가브리엘 마츠네프... 소설이 아니라 현실에 존재하는 V의 어린 시절을 동의라는 명분으로 통째로 뒤흔든 가해자...

얼마전 들어 피해자 코스프레라는 말이 온 사회를 흔들었다. 덩달아 피해자 다움이란 말도 말이다. 하지만 왜 가해자에게는 그런 말이 안붙는가? 너무 가해자스럽지않은 가브리엘의 행태가 아니, 자신의 잘못을 인식조차 못하고 자신의 세계에 갇혀서 그만을 신봉하는 열혈 팬들에 둘러쌓인 모습이 인간의 본질인가? 절망스러웠다.

동의는 소설의 외향을 취하고 있지만 내용은 한 권의 거대한 고발장이자 자기 기록이다. 왜 가브리엘의 글들이 로리타를 쓴 블라디미르 나보코프와 다른 지 저자는 그 행위의 파렴치를 예로 들었다. 그는 반성하지않고 사랑이라는(이말도 쓰기 싫지만, 어쨌든 그의 입장에서는 사랑이라고 우길테니) 이름으로 자신의 행위를 미화한다. 자신의 행위가 사춘기 시절 소녀들에게 악영향을 준 건 생각지않고 그들을 성적으로 해방했다고 믿고 있었다.

이 소설에서 더 화가 나는 건 V를 둘러싼 어른들이다. 특히 그녀를 누구보다 가까이서 지켜봤고 G를 만나게 한 원인제공자인 어머니 말이다. 사춘기 딸을 고집세고 말을 안듣는 다고 그 관계를 끝까지 부정하지 않고 오히려 사지로 밀어 넣었다. G와 헤어진다고 말했을때 어머니가 한 말이 난 아직도 충격이다. "그가 널 얼마나 사랑하는데..... ."

왜 자신의 14살 딸을 50살의 늙은이와 만나게 하면서 아니, 관계를 인정하면서 그 관계가 사랑이라고 생각하는지... 더 섬세하게 "그가 너의 싱싱한 몸을 얼마나 사랑하는데... 그가 너의 막 씻고 나온 엉덩이와 유방을 얼마나 사랑하는데.... "로 말해야 정직한 거 아닐까? 왜 너의 섹스로 인해 내가 고통받아야하느냐는 어머니의 말에서는 어머니, 당신의 14살을 생각해보세요. 라고 소리치고 싶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는 아직도 동의라는 명분 하에 아버지의 부재를 겪거나, 돈의 부재를 겪는 많은 청소년기의 소년, 소녀들이 악마같은 어른의 취향으로 그루밍되어 성 노예로 길들여지고 있을 것이다. 그런 가해자의 가장 흔한 말 "우리 사랑했잖아..... . " " 너도 좋았잖아...... ." "난 너를 진심으로 대했어." 너무 뻔해서 식상하게 느껴지고 구역질나는 그 멘트들...... . 똑똑해지자. 스스로가 스스로를 구해야한다. 권력자든 비권력자든, 예술가든, 사업가든, 그 무엇이든지 간에 어느 누구도 아이를, 청소년을, 아이답지않게, 청소년답지않게 만들 권리는 없다.

이 글을 쓰는 지금도 어떻게 <동의>에 대한 마음을 결정해야하는지 모르겠다. 어쩌면 난 조금 이 돌덩이를 가슴에 품고 좀 더 살아가야겠다. 그리고 고민하고 생각하는 시간을 가져야겠다.

어른으로서 해야할 일이 무엇인지(어른인 것은 싫지만 어른이 되어버렸으니 )에 대해서 말이다.

용기있는 바네사 스프링고라에게 박수를 보내고 또 이 책이 하나의 감옥이 된 영원의 죄수 가브리엘 마츠네프에게 안타까움?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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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죄자
레이미 지음, 박소정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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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이 다 엃혀있는 범죄 소설이다. 한 명의 죄가 제대로 단죄되었더라면 좋았을 걸 서로의 이해관계로 인해 그 죄를 덮는다. 하지만 거기서 또 다른 죄가 잉태된다. 보다 잔인한 방법으로 말이다.

웨이중, 웨샤오후이는 같이 수업을 듣는 법학 전공의 동급생이다. 자원봉사차 들린 양로원에서 웨이중은 사고로 인해 다리가 마비된 노인 지쳰쿤을 만난다. 거기에 이제는 죽는 날이 얼마 남지않는 형사 두청은 자신의 마지막 임무로 풀지 못한 연쇄 강간 토막 살인 사건을 마무리하고 싶다. 왜냐면 거기에 자신이 그 사건을 처리하느라 미처 돌보지못한 부인과 아이의 죽음이 서려있으니까...... . 마지막으로 그 죽음을 헛되게 하고 싶지않으리라는 욕구도 더해져서 말이다.

범인은 거의 초반에서 중반 사이에 윤곽이 나온다. 하지만 거기에 더해 숨겨진 죄가 하나 더 서려있다. 추리소설의 묘미를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앗! 하고 내가 왜 눈치를 못챘을까? 하는 아쉬움과 동시에 짜릿함도 느낄 수 있었다.

단, 범인이 사건을 벌이는 설정이 좀 인과 관계가 정확하지 못한 점은 아쉬웠다. 왜 범인이 꼭 그래야했을까? 왜 그렇게까지 해야했을까?하는 의구심이 약간 들었다. 자신을 무시한 한 여자에 관한 분노가 연쇄 강간 토막 살인을 일으킬 만큼 트리거가 됐던가... 그 속에 숨겨진 다른 것은 없었을까?

가장 감정이입이 됐던 인물은 웨이중이다. 웨이중은 덤덤하고 차분하게 치쳰쿤을 도우면서도 거스름돈 하나 꿀꺽 하지않는 착하고 정직한 청년이다. 마지막에 숨겨진 열쇠를 독자에게 제공하고 두청에게 사건을 풀 실마리를 제공하는 것도 웨이중이다. 어쩌면 웨이중은 작가가 숨겨둔 작가 자신의 모습이지않을까?

오랜만에 접한 중국 범죄소설이었다. 그리고 중국 소설이 재밌다는 것을 느꼈다. 웨이중, 웨샤오후이....... . 주인공의 이름은 생소하고 어렵지만 한번 익숙해지면 빠질 수 없는 매력을 느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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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도시 이야기 찰스 디킨스 선집
찰스 디킨스 지음, 권민정 옮김 / 시공사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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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적인 표지, 두 도시 이야기는 늘 새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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