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바꾼 전쟁의 모든 것 2 세상을 바꾼 전쟁의 모든 것 2
토머스 도드먼 외 엮음, 이정은 옮김, 브뤼노 카반 기획 / 열린책들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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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바꾼 전쟁의 모든 것 2』​​

토머스 도드먼, 에르베 마쥐렐, 진 템페스트 (엮음) | 이정은 (옮김) | 브뤼노 카반 (기획) | 열린책들 (펴냄)​

세상을 바꾼 전쟁의 모든 것2에서는 전쟁에 대해서 더 세부적으로 들어간다. 군인 쪽에서 바라보는 전쟁의 입장과 시민의 입장에서 체험하는 전쟁에 대해서 각각의 소제목으로 기술해놓고 있다. 군인 쪽에서는 직접 전쟁의 당사자로 부상에 대한 것, 죽은 자에 대한 처리, 전쟁에 대한 엄청난 감정의 소용돌이, 전쟁에 대한 증언 등을 망라해놓고 있으며, 시민 쪽에서는 폭격에 대한 모습, 대학살의 참상, 이웃 사람에 대한 적의, 강간, 탈주 및 난민에 대해서 기술하고 있다. 전쟁에 대한 글들을 읽으니 한 가지 생각은 분명해진다. 절대 전쟁은 다시는 되풀이되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지금 한창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전쟁 중이다. 소리 소문 없이 사람들이 죽어나가고 첨단 무기들이 동원되고 용병이 투입되어 자국의 전쟁을 대신 치러준다. 그리고 각국의 이해관계까지 얽혀있고 말이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문제가 사실은 어제오늘의 이야기가 아니었다. 그 침략의 역사는 오래되었으며 예전에 러시아는 굶주림을 무기로 우크라이나를 봉쇄하고 침략하기도 했던 것이다. 전에 이와 관련된 영화를 본 적도 있었다. 무척이나 끔찍했다. 창고에는 곡식이 쌓여있고, 곡창지대인 우크라이나의 밀은 노랗게 익어갔지만 일부러 못 먹도록 불을 지르고 거대한 창고를 군인들은 불사 지른다. 결국 갇힌 우크라이나인들을 꼼짝없이 굶어 죽어갈 수밖에 없었고 말이다. 그때 아사로 죽은 사람들이 어마어마하다고 들었다.

이 책에서 역시 굶주림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굶주림이라는 무기는 한 민족 집단을 말살하는 데까지 이용된다. 봉쇄로 인한 조치는 19세기 말에는 과격화하여 대량학살의 극단적인 형태를 취하다가 점점 완화된 전쟁 방식의 사례이다. 그리고 이러한 완화는 국제법 때문이 아니라 기술 영역에서 생긴 변화로 보인다고 한다. 운송 및 공급 기술 등이 혁신적으로 발달하면서 전통적인 해상 그리고 육상 봉쇄는 효율성이 떨어져서 실시하기가 더욱더 어려워졌다. 국민 전체를 무차별적으로 굶주리게 만들고 식품 전부를 무기로 삼는 일이 이제는 벌어지지 않지만 국지적 수준에서는 여전히 이뤄진다.

가장 충격적으로 읽히는 부분은 전쟁 중 벌어지는 강간이다. 전쟁 중 무장한 개인들이 벌이는 성폭력은 여성만이 타깃은 아니다. 그 여성들이 소속된 공동체 전체가 표적으로 된다. 중요한 점은 이 공동체 자체가 그들의 적이라는 것이다. 전쟁에서는 진영을 가리지 않고 무장 집단의 지배를 공고히 다지기 위해서, 또한 무력화시키려 민간인들을 대상으로 한 강간이 자행되었다. 구 유고슬라비아에서 벌어진 성폭력 조사에서 끔찍한 점은 국민 모두를 공포에 빠뜨리기 위해 온 마을 사람들 앞에서 공개적 강간이 이뤄졌다고 한다. 사실상 이는 전쟁 초기에 불과했음에도 말이다. 그리고 강간이 공론화될 여지는 무척이나 드물다. 피해자는 증언을 해야 하고 또다시 고통을 무릅써야 하는데 그것이 쉽지는 않다. 유일하게 강간이 공론화된 사례는 자밀라 부샤파의 경우이다. 파블로 피카소가 그린 부파샤의 초상화는 전 세계에 그녀의 사례를 알리는 데 크게 공헌했고 부파샤는 알제리 해방 전쟁의 아이콘으로 떠올랐지만 신생 국가였던 알제리는 그저 이러한 영웅화를 이어가는 데 만족한다.

전쟁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바로 살아남은 자의 증언이다. 우리 역사 또한 마찬가지이다. 실제로 정신대라는 곳으로 끌려와서 성을 착취당한 여성들이 존재하고 그들이 살아서 그 역사를 증언함에도 아직도 부인하거나 인정하지 않는 사람들이 존재한다. 하지만 이러한 목소리를 끊임없이 내어야 할 이유는 너무도 중요하다. 그런 전쟁의 역사가 앞으로 다시는 반복되어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2권으로 이어진 책은 전쟁에 대한 이야기를 덤덤하게 사실적으로 독자에게 알려준다. 전혀 감정적이지도 기복이 느껴지지도 않고 그저 전쟁과 그로인해 벌어진 역사적 사실 그 두 가지에 충실하다. 그래서인지 더욱더 전쟁의 참상이 끔찍하게 더 와닿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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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차와 함께하는 명화 속 티타임 - 17세기부터 19세기 빅토리아 시대까지, 홍차 문화를 한눈에 보다!
Cha Tea 홍차 교실 지음, 박지영 옮김 / 북드림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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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차와 함께하는 명화 속 티타임』​​

Cha Tea 홍차교실 (지음) | 박지영 (옮김) | 북드림 (펴냄)​

차향이 일렁이는 머그컵을 내 앞에 두고 있는 지금 난 잠시 여행을 하는 느낌이다. 다양한 커피의 세계와 마찬가지로 차 역시 아직은 선택지가 많다. 홍차의 세계는 너무도 다양하고 이쁜 찻잔은 나에게 어서 지갑을 열라고 부추기는 듯하다. 내가 홍차에 대해 알게 된 계기는 대학교 1학년을 마친 어느 날 여행지에서다. 우연히 들어간 상점에서 다양한 종류의 차를 파는 것을 보았다. 아마 내가 그 상점을 들어간 것도 달큼한 향기에 이끌려서 였으니 그 향은 차 향이었으리라... 생각보다 차의 종류는 너무도 다양했다. 말린 꽃잎 등을 넣기도 하고 열매들로 차의 맛과 향을 한껏 끌어올린 홍차들도 있었다. 녹차와 홍차와 우롱차 등등 모두가 같은 찻잎에서 나왔다는 사실 역시 그때 알게 되었다. 발효 정도에 따라서 각각의 이름이 다를 뿐인 것이라는 것도.

이번에 참 아름다운 책이 내 곁에 도착했다. 명화와 함께 그 시절의 차 문화 속으로 빠져보는 시간들은 차의 향기만큼이나 황홀했고 다채로운 경험이었다. 특히 차에 대해 몰랐던 새로운 사실들을 알게 된 것, 지금은 역사 속으로 사라진 차에 관련된 사물을 알아보는 것은 몹시도 흥미로웠다. 예전에는 차를 접시에 따라서 마셨다는 것, 그리고 드로잉 룸이란 것도 말이다. 드로잉 룸이란 주방과는 별도로 다회를 위해 따로 제작된 룸이다. 드로잉 룸에서 사람들은 차를 즐기고 다과를 하고, 바느질이나 편지 등을 읽기도 했다. 왠지 오늘날의 거실의 느낌이긴 하지만 드로잉 룸에서 주인은 차임이 분명하다.

책을 통해 처음 접한 단어인 티 클리퍼... 이는 오로지 차만을 위한 쾌속 범선을 의미한다. 1651년 차 무역은 그 당시 영국 동인도 회사가 독점하므로 속도는 그리 중요하지 않았지만 점점 독점권이 무너진다. 중국에서 생산된 차가 영국의 식탁에 오르기까지 약 1년 반이나 걸렸다. 1849년 항해 조례는 폐지된다. 그 후 미국에서 만든 티 클리퍼가 97일이라는 속도로 런던에 도착하고 사람들은 황홀하고도 향기가 진한 신선한 차 맛에 눈을 뜬다. 그때부터 본격적인 티 클리퍼가 만들어졌다.

티케틀이란 단어도 내겐 생소했는데 티케틀이란 끓인 물을 보관하거나 다시 한번 끓일 때 사용되는 도구이다. 티케틀은 삼각대가 붙은 전용 스탠드에 올려두고 아래는 알코올램프를 두었다. 반짝이는 은제 티케틀과 그 주위를 장식하고 있는 다양한 티 세트들은 그림으로만 보아도 몹시 화려해 보였다.

티포트, 슈거 볼, 밀크 피처 등의 3종 세트를 일명 티 서비스라고 말한다. 여기에 티케틀이나 워터 저그를 포함시키기도 하지만 말이다. 자기의 취향이 반영된 티 서비스를 갖춰놓고 티를 즐기는 행위는 넓은 의미로는 문화적 영역에 좁은 의미로는 취향적 영역에 속하는 것 같다. 참으로 고급스럽고도 개인적인 취향같다. (스스로도 이런 류의 취향을 향유하고 싶은 기분도 들고...)

홍차의 세계를 알고 나니 몹시도 찻잎을 우리고 싶다. 지금은 티백이라는 도구로 인해 번거로운 작업 없이 차를 마실 수 있지만 가끔은 모든 행위들이 예술이 되는 다도의 세상이 궁금해지기도 하다. 앞으로 기후 위기로 인해 커피 생산은 점점 제한적이 될 거라고 한다. 슬픈 현실이지만 아무래도 차의 인기는 점점 더 높아질 듯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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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염병 일지 열린책들 세계문학 285
다니엘 디포 지음, 서정은 옮김 / 열린책들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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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염병 일지』​​

다니엘 디포 (지음) | 서정은 (옮김) | 열린책들 (펴냄)​

어릴 적 좋아하던 책 중 한 권을 뽑으라면 [로빈슨 크루소]가 꼭 들어갔었다. 이 책 [전염병 일지] 역시 그 책의 작가였다니... 한편으로는 로빈슨 크루소는 몹시도 대중적이고 한마디로 유명한데 왜 같은 작가의 이 책은 비교적 주목받지 못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작가 대니얼 디포는 지금식으로 말하자면 다방면에 재능이 뛰어난, 지금식으로 말하자면 아마도 인플루언서와 같은 느낌일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는 각지를 여행하고, 저널리즘, 정치, 상업, 사업, 무역업 등에 종사하면서 여러 가지 경험들을 쌓았다. 이러한 경험들로 인해 그의 글들은 몹시도 신빙성을 보였으며 로빈슨 크루소 책 또한 31세에 파산으로 감옥에 잠시 투옥된 후 이후 벽돌 제조업, 노예 무역업 등에 종사한 경험들을 바탕으로 쓰였다고 한다.

[전염병 일지]는 앞으로의 미래를 예견한 르포 형식의 소설로 일컬어진다. 1720년 프랑스 남부 도시 마르세유에서 페스트로 6만 명에 추정되는 막대한 사망자가 발생하자 영국은 다시 대규모의 전염병은 자국에서도 시작될 것이리라는 공포에 휩싸였다. (영국은 이미 1665년에 10만여 명이 전염병으로 사망한 전례가 있었다) 이에 1722년 출간된 [전염병 일지]는 디포가 미리 예상한 아마도 곧 들이닥칠 국가 재난을 예상하면서 쓴 글이다. 어떻게 대비하고 대처해야 하는지는 미리 영국 시민들이 알기를 바라고 대처하라는 마음에서 말이다.

그래서인지 1665년 페스트가 시작된 해 런던에 계속 머무른 한 시민으로 작품의 화자는 소개된다. 그리고 그 화자는 작가의 의도를 대변하면서 이와 같은 재난을 겪는 사람들이 행동 지침으로 삼기를 바란다면서 이 기록을 작성했다는 것을 여러 번 언급한다. 그래서 그의 이름은 보이지 않고 초성 서명만이 나오고 취재를 하는 기자와 같은 모습을 비춘다.

지금 현대를 사는 우리에게도 전염병의 위협은 여전하다. 코로나로 인해서도 그러하고 앞으로 기후 위기 문제, 빙하가 녹으면서 발생될 미처 예상하지 못한 바이러스 노출 등 역시 산재한 위협이다. 우리가 코로나19로 인해 깨달은 바가 있던가? 아직도 나는 잘 모르겠다. 또다시 재난 상황이 발생하면 어찌 될 건가? 그때 잘 대처했다고 해서 다시 또 잘 되리라는 보장도 없고, 그때 못했다고 해서 다시 그러지 못하리라는 것도 없는 것이다. 위기 상황은 한 마디로 돌발 상황이다. 우리가 대비해야 할 것은 다시 되돌아보고 반성하는 것밖에 없는 것이다.

페스트가 휩쓸고 간 당시의 상황도 역시 고통받는 것은 돈 없고 가난한 서민들이었다. 가난한 자들은 속수무책으로 전염병에 노출된 채 죽어갔고 하릴에 쓸모도 없는 부적이나 액막이 등에 의존했다. 하지만 전염병이 돌자 부자와 정치가들은 아주 쉬운 방법을 선택했다. 바로 그곳을 떠나는 것이다. 그들은 아무런 고민 없이 페스트 지역을 이탈했고 남은 자들은 지옥을 경험했다.

초기 의술에서 많은 사망자가 나왔던 까닭은 알지 못하는 박테리아 감염이었다. 그리고 위생관념 부족으로 (예를 들어 수술 중 의사가 손을 안 씻는다든가) 인해 많은 사망자가 나왔다. 코로나가 유행했을 때 개인위생을 강조하고 마스크를 끼고 외출하기 등을 말했던 이유 역시 위생이 전염병과 아주 밀접하게 관련이 있기 때문이었으리라. (물론 지금은 마스크의 무용성을 강조하는 학자들도 있지만 말이다.) 디포의 책에서 역시 병의 원인을 외국 감염지역의 화물에서 무언가가 묻어왔다고 추측하고 병이 감염자와 감염자 사이의 물건을 통해 전염되는 것으로 생각했다고 인지하고 병자를 진찰해서 감염 여부를 결정하고 타인과의 접촉을 금지하는 행정 조치를 취했다고 한다. 하지만 책 한편으로는 이 모든 것이 신의 심판이었다거나, 병의 사라짐 역시 보이지 않는 은밀한 손이 구원을 하였다는 식의 말들도 언급된다. 감염이 시작되자 런던을 떠난 왕가들, 그리고 지배층의 무능과 무책임, 사치와 향락 속에 빠진 도시.... 그는 이런 것들을 말하면서 전반적인 도덕적 개혁 또한 필요함을 말하고 있다.

코로나가 시작되자 그 이전에 전염병을 예언했던 영화와 책들이 한때 유행을 했던 적이 있다. 그런데 이 모든 것이 끝이 아니라는 사실이 안타깝다. 인류가 살아있는 한 다시 또 대규모의 전염병은 올 테니 말이다. 또 누군가는 이런 사태를 예견한 드라마나 영화를 만들 것이다. 아...... . 모든 것이 인류의 지혜로 쉬이 지나가길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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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바꾼 전쟁의 모든 것 1 세상을 바꾼 전쟁의 모든 것 1
토머스 도드먼 외 엮음, 이정은 옮김, 브뤼노 카반 기획 / 열린책들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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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바꾼 전쟁의 모든 것』​​

토머스 도드먼, 에르베 마쥐렐, 진 템페스트 (엮음) | 이정은 (옮김) | 브뤼노 카반 (기획) | 열린책들 (펴냄)​

하늘을 바라본다. 새가 날고 구름이 일렁이고 전혀 새로울 것 없는 풍경이다. 하지만 이런 평온함은 지구 전체의 모습은 아닐 것이다. 내가 보는 하늘과 지구 반대편에서 보는 하늘은 같은 곳일진대 저마다의 바라보는 마음의 풍경은 다를 것이다. 지금 당장 죽어가는 사람이 달을 쳐다본다면 과연 그 달은 어떤 모습일까? 황홀한 연애의 늪에 빠진 젊은 청년이 달을 본다면... 참 이상하다. 평온함이 전혀 평온한 풍경이 아니라는 것이 말이다. 지금도 세상 어디선가 누군가는 죽고 죽인다. 아무런 죄가 없는 어린아이조차도 그 고통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이런 불평등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

얼마 전에 [돈룩업]이라는 영화를 보았다. 지구를 멸망시킬 거대 운석이 시시각각 다가오는데 정치인과 자본가들은 저마다 다른 꿈을 꾼다. 한 명은 선거에서 이길 꿈을 또 다른 한 명은 운석 속의 어마어마한 자원들을 한 손에 움켜질 꿈을 꾼다. 그들의 동상이몽으로 인해 지구 모두는 결국 멸망하고 만다. 시시각각 다가오는 운석의 꼬리를 아무도 보지 않는다. 죽음이 코앞으로 닥쳤는데 저마다 다른 백일몽으로 하루하루를 위로한다. 닥칠 일은 닥친다. 사람은 언젠가는 죽고, 아이는 자란다. 누군가가 당신이 영원히 산다고 말한다면 그는 세상에서 가장 멍청한 바보일 것이다. 하지만 다들 그 바보 말을 듣고 싶어 할 것이다. 인간이란 본래 그런 존재인까.

[세상을 바꾼 전쟁의 모든 것] 속의 전쟁은 참혹하다. 아니, 사실 전쟁 자체는 그 자체로 참혹하다. 죽고 죽이는 게임이 아니던가? 누가 상대편을 얼마나 더 효율적으로 빠른 시간 내에 많이 죽이는지에 따라서 이기고 지는 승패의 판가름이 결정 난다. 책 속에서 자원병에 대해 말하는 부분은 전쟁이 얼마나 게임 같은 지를 알게 해준다. 모험심을 햠양하고 스릴을 즐기 위해서 전쟁에 지원하는 자원병, 용병 등이 있다. 과연 돈을 받고 전쟁에 임하는 자들이 어떤 신념이 있을 것인가? 신념을 갖고 전쟁에 임하는 자들은 아마 몇 명 되지 않을 것이다. 인간은 죽으면 그냥 죽는 것이다. 자신의 목숨을 담보로 남의 목숨을 빼앗는 것이 얼마나 잔인한 일인가. 그리고 아마 죽이러 간그들은 이렇게 생각하겠지. 난 죽지 않을 거야. 적어도 지금은.

현대전은 예전과 달리 그다지 손에 피를 묻히지 않는다고 한다. 더 많은 사람들을 죽일 수 있는 대신 스스로 죄책감을 줄일 수 있는 대단한 기계를 발명했기 때문이다. 드론이다. 현대전은 드론 전쟁이라 일컬어진다. 과연 지금도 우크라이나전에서는 시시각각 각국의 첨단 무기들이 서로 서로 누가 누가 더 잘하나의 우위를 다투는 하나의 장이 펼쳐지고 있다. 옆에서 사람이 죽어가지만 죽이는 사람은 없다. 죽이는 기계가 있을 뿐이다. 과연 누가 가해자인가? 누구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말인가?

얼마 전에 뉴스에서 실명한 우크라이나 군인의 결혼식을 보았다. 쓸모 없어진 자신을 누구도 필요해하지 않을 것이라는 절망감 속에 빠져있던 그는 그래도 자신을 너무도 사랑한 한 여인의 남편이 되었다. 전쟁은 그에게 불편해진 몸을 남겼지만 말이다.

책 속에 언급된 소년병에 관한 글들도 몹시 끔찍했다. 얼마 전 소년병에서 돌아와서 그 실상을 알리는 글을 쓰는 작가의 글을 읽어서인지 왠지 더 와닿았던 장이었다. 소년병이 사실을 총받이로 구실을 하고 그들을 효율적으로 길들이기 위해 마약을 사용한다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다. 아이들이 아이들로 여기지 않고 효율적인 전쟁 도구로 삼는 것이다. 이 얼마나 잔인한 일인가? 동물들조차 그러하지 않는데 말이다.

제2권에서는 군인으로 겪는 전쟁과 시민으로 겪는 전쟁의 경험에 대해서 서술이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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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가 이와 같이 아뢰옵니다 미야베 월드 2막
미야베 미유키 지음, 김소연 옮김 / 북스피어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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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가 이와 같이 아뢰옵니다』​​

미야베 미유키 (지음) | 김소연 (옮김) | 북스피어 (펴냄)​

예전에는 이야기를 좋아하는 사람은 가난해진다고 했다. 옛 어른들은 그런 말을 수시로 한 것 같다. 왜일까? 아마 그 시대에 열심히 품을 팔고 농사일을 도와야 시기에 유유자적 이야기에 탐닉하고 책을 보는 일은 아마도 탐탁하지 않은 무엇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오늘날은 어떠할까? 이야기를 좋아하고, 그 이야기를 열정적으로 추구하는 사람은 일명 성공하는 자가 된다. 이야기는 결코 하나에 국환 되지 않는다. 그 이야기의 뿌리는 깊고도 넓어서 영화로, 만화로, 또 수출을 통해 세계 속으로 팔려나가는 시대가 왔다. 자고로 잘 된 이야기 하나가 돈이 되는 시대가 된 것이다.

미야베 미유키의 소설 [삼가 이와 같이 아뢰옵니다]는 바로 그런 이야기의 힘이 느껴지는 소설이다. 이야기의 재미와 그리고 그것이 품고 있는 사회적 이슈까지 다양한 이야기의 향연이다. 미시마야 변조 괴담 시리즈 제8탄인 이 소설에는 세 개의 에피소드가 실려있다. 미시마초에 위치한 주머니 가게 미시마야의 흑백의 방에서 이야기들이 펼쳐진다. 이야기를 하는 사람과 듣는 사람은 모두 각각 한 명씩이다. 이야기 그렇게 듣고 버려진다. 들은 이야기들은 묵화를 통해 기이한 이야기책이라는 것을 통해 오동나무에 보관된다. 사촌 누이 오치카가 청자 역할을 수행하다가 이제는 도미지로가 그 역할을 이어받는다. 과연 도미지로에게는 어떤 이야기들이 올 것인가?

첫 번째 이야기는 [주사위와 등에], 두 번째 이야기는 [질냄비 각시], 마지막 이야기는 책의 표제작이기도 한 [삼가 이와 같이 아뢰옵니다]이다. 누나를 구하기 위해 등에의 저주를 받은 소년, 그는 신만이 오갈 수 있는 이 세계 도박장이라는 곳으로 끌려간다. 신 역시 겉모습으로 판단할 수 없음을 말한다. 겉모습이 아무리 좋아 보여도 속까지 선할 수 없으며, 겉모습이 우락부락해도 그 속마음까지 울퉁불퉁한 것은 아니다. 인간이 아닌 신에게도 마찬가지이다. 두 번째 이야기도 흥미로웠다. 나룻배 사공 일을 해오던 오누이가 질냄비 속에서 나타난 이상한 존재와 만난 후 변화하게 되는 이야기... 이야기는 점점 점입가경으로 흐른다.

개인적으로 가장 흥미로웠던 것은 역시 좀비 이야기인 마지막 이야기였다. 인간이 아닌 자들이 등장하는 이야기, 사후 연못이라고 불리는 그곳에서 밀랍처럼 보이는 익사체가 발견되고, 그 익사체로 인해 온 주변이 초토화되는 이야기... 과연 그 인간이 아닌 자는 어떻게 살아서 사람을 공격하는 것일까? 그리고 무엇보다 이미 죽은 자를 다시 죽이기 위한 방법은 무엇인가? 소설은 좀비가 발생된 배경을 부귀에서 찾는다. 여기서 말하는 부귀란 썩음을 말한다. 썩은 정치, 썩은 사람들의 마음 등등이 인간이 아닌 자들을 만들고 그로 인해 인간은 고통받는다. 인간이 아닌 자들은 쉽게 퍼져나간다. 해악, 욕심이란 것이 그런 것이 아닐까? 쉽게 사람들을 동요시키고 그렇게 만드는 것 말이다. 나만은 아니겠지 하지만 어느새 남들과 똑같은 물에 손을 담그고 있는 자신을 보게 되는 것 같은...

미시마야 변조 괴담 시리즈를 사랑하는 독자들이 많은 것 같다. 일본에서는 이 소설에 출간된 후 작은 소동도 있었다고 한다. 작가 미미 여사가 해명한 뒤에 일단락이 되었다고. 아무튼 그래서인지 앞으로도 쭉 미시마야 변조 괴담이 계속되리라는 안심? 을 할 수 있어서 다행인 듯하다. 미미 여사의 다음 시리즈는 과연 어떤 내용이 등장할까? 작가의 펜이란 이럴 때 참 무섭고도 통쾌하다. 펜이란 살아서 날카롭게 사회의 병폐를 골라낼 수 있으니까. 비록 수술까지는 못하지만 진단을 할 수 있으니... 다음 진단 당하는 자는 과연 누구인가? 긴장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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