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알랄라! 1 - Yami 먹고 그리다
얌이 지음 / 애니북스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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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는 게 남는 거다, 한국인의 힘은 밥심!이라는 말을 신봉할 정도로 난 먹는 것을 좋아하고 잘 먹는 편이다. 예전에 직장 다닐 때는 육체노동자쪽이라 - 정확하게 말하면 애견미용사였다 - 밥을 든든하게 먹어 두지 않으면 허리가 펴지지 않을 정도였던지라 점심 식사로 공기밥 두그릇은 가볍게 뚝딱 해치웠을 정도다. 그도 그럴 것이 전체 미용, 부분 미용, 목욕 등등등을 합쳐서 하루에 평균 10마리 정도의 개들을 상대하려면 - 개중에는 입질이 심한 녀석도 다수였다 - 밥을 든든하게 먹는 건 기본이었다. 또한 계절 행사처럼 오는 그레이트 피레니즈 수컷(몸무게가 55~60kg정도)을 목욕시키려면 기본 세시간. 끝내고 나면 기진맥진 눈앞이 노래지고 핑핑 도니, 잘 먹을 수 밖에 없었달까. 하여튼 그런 생활을 6년정도 하다 보니 회식때 고기를 먹지 않으면 안가고 싶은, 그런 인간이 되어 있었다. 

지금은 직업병으로 - 목디스크와 허리디스크 및 손목 터널 증후군 등 - 으로 직장을 그만 둬서 예전만큼 잘 먹지도 잘 먹히지도 않지만 그래도 맛있는 걸 보면 맛있게 먹는 편이다. 그런 내가『코알랄라』를 그냥 넘길 수 없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코알랄라』는 다른 음식 만화와는 달리 아주 소박한 음식들만 소개되어 있다. 아주 가난한 냉장고일지라도 다 들어있는 재료로 만들 수 있는 음식들과 더불어 한시간씩 차를 타고 가야하는 근사한 레스토랑에서나 맛볼 수 있는 음식이 아닌 길거리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음식들에 대한 이야기와 그 음식들에 관한 추억을 이야기한다. 그렇다 보니 다른 음식 만화를 보면서는 '그림의 떡이야' 라고 중얼거리면서 주린 배를 부여잡았다면『코알랄라』는 가난한 냉장고를 뒤져서라도 음식을 만들고, 5분이면 나갈 수 있는 재래시장에 뛰어나가고 싶은 충동을 느끼게 한달까.

이 책에 나온 음식 중에 핫도그와 슈크림빵, 뽑기에 관해서는 나도 나만의 추억이 있다. 요즘 핫도그는 잘빠진 몸매의 프랑크 소시지가 온전한 것이 하나 들어 있었지만, 내가 초등학교 다닐 당시의 핫도그는 빵은 거대했지만 소시지는 새끼 손톱만한 것이었다. 그래도 핫도그는 특별했다. 그거 하나 먹겠다고 엄마 돈 주세요를 하면서 손을 얼마나 많이 벌렸던가. 게다가 아껴아껴 먹으며 소시지는 제일 나중에 먹었던 기억도 난다. 지금이야 소시지를 그때만큼 좋아하지도 않고, 소시지가 크기도 하기 때문에 덥석덥석 먹지만 그때는 아껴 먹어야만 했다. 핫도그는 매일 먹는 간식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캬~~ 옛날 생각나누만.

슈크림빵은 내가 말하는 크림빵과 좀 다를지도. 어릴 때 엄마랑 동생이랑 같이 목욕을 가면 꼭 먹는 것이 크림빵이었다. 물론 목욕탕에서 파는 것은 아니고, 목욕탕 근처의 1평 남짓한 빵집 - 이름도 없는 -에서 파는 크림빵과 야채빵은 목욕이 끝난후 먹는 특식이었다. 초등학교때 뜨거운 물이 가득한 목욕탕이 얼마나 싫었던지. 게다가 빡빡 미는 이태리타월이 얼마나 따갑고 아팠던지. 그래도 크림빵을 생각하며 참았다. 그렇게 먹는 크림빵은... 꿀맛이었다.

뽑기는 내가 사는 경상도 사투리로 ***이라고 불렀는데, 이게 사투리라 한글로 표현하기 참 애매하다. 하여간 세글자로 ***이라고 불렀다. 사실 불량 식품 종류라고 할 수 있는데, 그게 어찌나 쌉싸름하면서 달콤하던지... 지금은 먹으라고 해도 고개를 도리도리하겠지만, 원래 먹지 말라고 하는 게 더 맛있는 법 아니겠던가. 나역시 집에 있는 국자를 모던한 블랙으로 바꿔놓은 이력이 있다. (푸하~)

또한 엄마표 밥상. 아, 나도 눈물난다. 대학시절부터 자취를 했던지라 - 정확히 말하면 2학년때부터 - 엄마표 밥상이 진짜 그리웠다. 그리고 가족과 함께 먹는 밥도. 그래서 내가 집으로 가거나 엄마가 한 번씩 오실때 싸오는 반찬이 그렇게 좋았다. 작가는 만화책 사느라 저녁을 굶었다고 하지만, 난... 술먹느라고 밥값이 늘 부족했으니까. 우움. 하여간 그땐 그렇게 살았다. 지금은 몸 사리느라고 술은 입에도 안대지만.

이외에도 떡볶이, 아이스크림, 티라미수, 비빔밥, 삼겹살, 수프 등은 레시피도 나와 있으니 집에서 간단하게 만들어 먹을때 참고해도 좋을 듯 하다. 특히 티라미수. 이거 제과점에 가면 진짜 비싼데, 의외로 만드는 법이 간단하다고 하니, 나도 만들어 볼까 싶은 충동이!

음식이란 것은 늘 추억과 함께 존재하는 것 같다. 이 책을 보면서 나도 옛날 생각 - 특히 초등학교 다닐 때 - 을 많이 하게 되었으니까. 추억의 음식은 죄다 맛있었던 기억만 난다.『코알랄라』는 이렇게 추억의 음식을 떠올리게도 하지만, 현재 내가 가장 쉽게 먹을 수 있는 - 손만 뻗으면 가능한 - 음식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보니, 책 띠지의 표현대로 '본격 다이어트 회피' 만화가 될 수 밖에 없는지도. 그래도 행복한걸, 어쩌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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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스트 & 피스트 beast & feast
아키라 노리카즈 지음, 버퍼링 옮김 / 인디고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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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키라 노리카즈, 진짜 오랜만이다. 그동안 번역본이 안나와서 전전긍긍했었는데. 푸하, 이제서야 나왔구나. 워낙 섹시한 캐릭터를 그리는 작가인지라, 기대를 많이 하게 된달까. 특히 복근. 으으으... 생각만해도 좋구나. 그런 걸 기대하는 독자도 많았겠지?

이번에 나온 작품인 비스트 & 피스트는 장편이다. 이제껏 읽었던 작품들이 연작 단편 아니면 단편이었는데.. (기억이 맞다면) 이번엔 처음부터 끝까지 동일 인물이 나오는 장편이랄까. 물론 주인공은 표지에 떡하니 박혀 있는 두 사람이다. 왼쪽의 흰셔츠를 입은 예쁘장한 생김새의 남자는 히시누마 카즈하로 형사이고, 오른쪽의 짐승삘이 풀풀 풍기는 남자는 효우도 이츠키로 야쿠자다. 어떻게 보면 호스트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야쿠자다. 그러고 보니 아키라 노리카즈의 작품에 나오는 주인공들은 야쿠자아니면 호스트가 많았지?? (이것도 기억이 맞다면..) 아니면 야쿠자 + 호스트거나.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직업을 가진 두 사람은 중학교 동창생이란 관계이다. 반듯한 성격의 카즈하와 효우도가 애초부터 친했을 것 같지는 않고... 실은 그때부터 효우도가 카즈하를 따라 다녔다고나 할까. 뭐 그래도 질척질척 끈적끈적하게 따라다니지는 않고, 딱 중학생다운 풋풋함이 곁들여져 있다. (이는 번외편에 잘 나와 있음. 둘 다 어찌나 귀여운지. 푸하~~)

어쨌거나 두 사람은 성인이 된 후, 즉 카즈하는 형사, 효우도는 야쿠자가 되었을때 다시 재회하게 된다. 아주 우연히! 길에서! 뭐, 사실은 아주 우연이라고 할 수는 없을 것 같다. 형사와 야쿠자가 만날 확률은 일반인이 야쿠자와 만날 확률보다 확실히 높기 때문이다. 근래에 발생한 살인 사건 세건에 관한 정보를 주는 조건으로 카즈하를 요구하는 효우도. 뭐 이런 설정은 워낙에 많기 때문에 또야! 라고 외칠 BL팬들이 수두룩할지는 몰라도, 아키라 노리카즈잖아! 라고 말하고 싶다. 

짐승같은 - 카즈하의 이야기에 따르면 사자같은 - 효우도가 의외로 많이 귀엽다. 덩치는 한덩치하는데다가, 야쿠자인데 어디가 귀엽다고? 라고 반문하고 싶으면 책을 보면서 직접 확인하면 된다. 더는 말안할란다. 사실 효우도가 꽤 마음에 들었거든. (푸핫) 카즈하도 꽤나 귀엽다. 절대로 여왕수도 아니고, 그렇다고 해서 효우도에 대해서 - 정확히 말하면 효우도의 태도에 대해서 - 빼거나 질색하거나 그런 면은 없다. 오히려 뒤늦게 자신의 취향을 알게 되어 당황한 어린애같다고나 할까. 그런 면이 빈틈 있어 보여 귀엽다.

또한 카즈하의 형사로서의 모습과 효우도의 야쿠자로서의 모습보다는 연인으로서 두 사람의 모습을 많이 볼 수 있어 좋았달까. 물론 아키라 노리카즈 특유의 귀여운 그림체 + 코믹함이 어우러진 모습들은 강력한 복근과 섹시한 엉덩이를 강조하는 그림과 대조되어 더욱 즐겁다. 약간 좀 신경쓰이는 것이 있다면 카즈하가 담당한 사건이 한국과 관련되어 있다는 것일까. 예전엔 중국 범죄자들을 주로 끌어다 쓰더니.. 나도 한국인이라서 그런지는 몰라도 좋은 일이 아닌 나쁜 일에 한국인이 관련되어 있는 건 쫌 그랬다. 뭐, 일본 만화가들은 자기네 조폭들 - 야쿠자들 - 이야기를 밥 먹듯이 그리니까 그다지 큰 비중을 실어 그런 설정으로 그린 것 같지는 않지만.

하여튼, 오랜만에 만나서 무지무지무지 반가운, 아키라 노리카즈! 또 다른 작품도 얼른 만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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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3-13 16: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아키라 노리카즈 좋아해요~ >< 나도모르게 하악거리게 만드는 작가라고 해야하나 :)
리뷰보니 설레네요~ 노리카즈님은 야쿠자나 호스트, 형사 이쪽 계열 많이 그리시는 듯!ㅎㅎ
똑같은 소재라고 해도 이분이 그리면 재밌더라고요. 그림체도 한몫하고.. ㅎㅎ 작가 역량인듯 합니다.

스즈야 2011-03-14 23:28   좋아요 0 | URL
맞죠.. 얼굴은 되게 곱상한데 몸은 완전 짐승.
푸하핫.... 이 작가 작품도 번역이 많이 안되어서 몹시 안타까운 작가지요.사실 읽고 나면 남는 건 별로 없는데, 읽는 순간 만큼은 하악질 제대로 하게 되죠.

2011-03-15 14: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아, 완전 공감이예요. 진짜 읽고 나면 남는 건 없는데, 읽는 그 순간만큼은 정말 비교할 수 없다고 해야하나요. ㅎㅎ 정말 얼굴하고 몸이 가끔 눈이 띄옹 할 정도로 갭이 커서 놀라곤 합니다ㅎㅎ 다른 작품들도 번역되어 나오면 좋겠네요.

스즈야 2011-03-15 21:34   좋아요 0 | URL
ㅋㅋ 그런가요? 사실 BL쪽은 요렇게 가벼우면서도 끌리는 게 있고, 묵직한 내용을 전달해 주는 것도 있고. 그중에서 이 작가는 가벼운데 끌리는 작품을 많이 내는 것 같아요.
 
위풍당당 명탐정 외젠 발몽
로버트 바 지음, 이은선 옮김 / 시공사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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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버트 바'라는 이름은 내게 낯설다. 장르 소설을 좋아하지만 아직 내공이 한참 부족해서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러나 이 책을 선택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은 작가의 이력을 읽다 내 눈을 번쩍 뜨이게 하는 대목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것은 바로 셜록 홈즈를 만들어낸 작가 아서 코넌 도일 경과 평생동안 우정을 나눈 친구 사이란 것과 셜록 홈즈의 죽음을 두고 논쟁을 벌인 일화로 유명하다는 것이었다. 뭐랄까, 이 책을 발견하게 된 것이 노다지를 캔 듯한 기분이었다고나 할까. 

『위풍당당 명탐정 외젠 발몽』은 프랑스 고위 공무원이었던 외젠 발몽이 프랑스 총경에서 쫓겨나는 이야기로 시작해 영국에서 탐정으로 성공하기까지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첫번째 단편인 <500개의 다이아몬드에 얽힌 수수께끼> 편이 바로 외젠 발몽이 프랑스에서 일할 때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 에피소드에서 외젠 발몽은 프랑스 경찰의 무능함에 대해 이야기한다. 물론 '미리 밝히지만 유감은 없다'란 표현을 몇 번이나 쓰는 것으로 보아 심히 그 일에 대해 심히 유감이란 것은 둘러둘러 짐작할 수 있다. 그래서 결국 푸흡하고 웃음이 터지고야 말았다. 외젠 발몽의 쓰라린 회고인데도. 덧붙여 말하자면, 이 작품의 결말에서도 크게 웃을 수 밖에 없다. 진범에겐 안된 일이지만, 내 입장에서 보면 이렇게 유쾌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그후 영국으로 건너온 발몽은 처음부터 성공가도를 달린 것은 아니었다. 외국인에 대한 배척 - 언어적, 문화적 - 도 감수해야 했고, 영국 공직자들의 괄시도 무시하지 못할 정도였고, 또한 의뢰가 매일매일 들어오는 것도 아니니 상당 기간 가난한 생활을 했다고 그는 고백한다. 그래도 자신의 집에 안전감옥을 만드는 걸 보니, 상당히 수상한 - 우리가 생각하는 탐정의 이미지와는 다른 - 냄새를 풀풀 풍겼다고나 할까. 발몽은 <두 얼굴의 폭탄 테러범>에서 영국 무정부주의자들 사이에 껴들어 그들의 폭파 계획을 방해하기도 하고, <은숟가락에 담긴 단서>에서는 저녁 식사 시간 중에 감쪽같이 사라진 어음을 훔친 범인을 찾아내기도 한다. 이 작품이 무척 흥미로웠던 점은 이 은숟가락과 관련한 일화가 이 사건의 커다란 단서가 된다는 점이었다. 오호라, 그런 뒷이야기가 따로 있었구려. <치젤리그 경의 사라진 재산>은 고집스럽고 남을 믿지 않은 완고한 귀족이 사망하면서 남긴 유서에 관한 수수께끼를 푸는 것이었다. 도대체 그 집의 어디에 유산이 숨겨져 있던 것일까. 정말이지 이건 치젤리그경만이 생각해낼 수 있는 유산 은닉 방법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앨러리 퀸과 전문가 열한 명이 선정한 최고의 미스터리 열두편 중 하나로 선정된 <건망증 클럽>은 정말 이지 여기에 실린 작품중 감히 최고라는 단어를 붙일 수 있을 듯 하다. 이 사건은 외젠 발몽의 실패담이라고도 할 수 있는데, 그 실패의 원인은... 멍청한 영국 경찰때문이었다나 뭐래나. 다른 작품도 그렇지만 외젠 발몽은 프랑스와 영국의 사법 시스템이 다른 것에 대해 자주 언급한다. 특히 영국은 벌써 미란다 원칙 비스무리한 것이 있었던 모양이다. (미란다 원칙은 1966년에 선언되었다) 게다가 피의자가 집에 없을때 가택 수색을 하는 것도 불법인지라 수사에 많은 어려움을 느낀 듯 하다. 반대로 생각해 보면 프랑스 경찰은 시키면 시키는 대로 하는 로봇같은 면이 있긴 하지만 사건 수사에 있어서 만큼은 융통성이 더 많다고 해야 하나, 아니면 권력의 횡포라고 해야 하나, 하여간 그런 미묘한 지점이 자주 비교되었다. 여하튼, 그런 문제 때문에 결국 외젠 발몽은 눈 앞에서 증거가 사라지고 범인을 그냥 풀어줘야 하는 입장이 된 것이다. 실패담임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이 정말 멋진 이유는 범인과 탐정의 밀고 당기기가 압권이기 때문이다.

왠지 고딕 미스터리 냄새가 풀풀 풍기는 <기형 발 유령>은 귀족과 평민 사이의 사랑으로 빚어진 비극, 그리고 그 사건이 일어난 10년후 다시 그 저택에서 벌어진 두 사람의 사망 사건과 관련한 내용이다. 아무래도 지금은 귀족이란 계급은 없어지긴 했지만, 여전히 계급의식은 남아 있어 지금의 이야기와 비교해 봐도 손색이 없는 미스터리이다. 고저택을 걸어다니는 유령의 정체는 무엇이었을까. 공포와 미스터리를 절묘하게 혼합한 작품.

<와이오밍 에드의 석방>은 당시 수사 기관의 허점을 잘 보여주는 작품이다. 또한 당시에도 역시 수감자 가족을 말로 구슬려 사기를 치고 돈을 뜯어낸 수법이 있었음을 보여준달까. 지금이라면 가장 기초적인 지문대조로 누가 누군지를 가리겠지만, 그때는 지문 대조 기술도 없었으니, 어쩔 수 없는 헛점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어떻게 생각하면 그때가 사기 치기가 더 쉬웠을 수도 있겠다.

<레이디 알리시아의 에메랄드>는 외젠 발몽의 가장 인간적인 모습을 볼 수 있는 에피소드이다. 남자들은 미인에게 약하다고 하더니, 외젠 발몽씨 당신도 그랬구려. 처음에는 일이 성공적으로 끝나야만 보수를 받을 수 있다는 의뢰에 그 의뢰를 거절할까 하지만, 의뢰인이 아름다운 여성이란 것을 알고 덥썩 그 의뢰를 수락하는 외젠 발몽. 그가 알리시아 아가씨를 두고 이런저런 생각을 하는 문장들에 웃음이 쿡쿡하고 터져나왔다. 또한 이 사건 자체도 유쾌하기 그지 없었다. 결말을 보면서 외젠 발몽이 좀 안쓰럽게 느껴지긴 했지만, 그래도 두 사람의 앞날에 축복있으리~~

셜록 홈즈 패러디물인 <셜로 콤즈의 모험>과 <두 번째 돈주머니의 여행> 편은 세계 최초의 셜록 홈즈 패러디물이라고 한다. 셜록 홈즈의 작가 아서 코넌 도일경과 친분이 두터웠으니,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르겠다. <셜로 콤즈의 모험>은 사건 수사를 멋지게 끝냈음에도 불구하고 스코틀랜드 야드에 완전히 깔아 뭉개지는 안타까운 홈즈의 이야기였고, 두번째 패러디물인 <두 번째 돈주머니의 여행>은 창조주와 피조물이 등장해서 설전을 벌인다는 점에서 무척이나 흥미롭다. 즉, 아서 코넌 도일 경과 홈즈가 함께 등장한다. 아, 가련한 홈즈여. 더이상 이야기하면 스포일러가 될테니 여기서 그만.

프랑스인으로서 영국에서 탐정으로 성공하는 외젠 발몽의 이야기는 눈물 없이는 (삑) 웃음 없이는 읽을 수 없다. 그정도로 유쾌·상쾌·통쾌하달까. 프랑스 고위 공무원 자리에서 쫓겨나 혈혈단신으로 영국으로 건너와 탐정으로 성공하기까지 힘겨운 일도 많았고, 프랑스와 영국의 차이때문에 때로는 좌절하고, 때로는 분노하기도 하지만, 그래도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그의 추리 능력과 사건 수사 능력때문이지 않을까. 인간적인 면모를 과시하는 탐정 위풍당당 외젠 발몽의 재기발랄 탐정성공담인『위풍당당 명탐정 외젠 발몽』. 이 책을 읽고 나니 이제부터는 내가 좋아하는 두 홈즈 - 하나는 사람 홈즈, 하나는 고양이 홈즈 - 사이에 외젠 발몽이 위치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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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내 동생 우리또래 창작동화 61
강민숙 지음, 박지영 그림 / 삼성당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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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 몇달 간 입양아에 대한 책을 몇 권 읽게 되었다. 하나는 국내 입양아의 이야기로서 공개 입양된 아이의 입장에서 씌어진 소설이고, 하나는 해외 입양아의 이야기였다. 솔직히 말해서 국내 입양아의 이야기보다는 해외 입양아의 이야기가 더 충격적이었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국내 입양률을 매우 낮아서 대부분의 아이들이 해외로 입양되었다. 지금은 국내 입양도 많이 늘고, 입양아에 대한 편견도 많이 줄었지만, 여전히 알게 모르게 그들은 불평등한 처사를 당한다.

그러고 보니 대학 시절 후배가 입양아였었다. 당시만 해도 입양이란 것은 사람들의 입에 쉬이 오르지 않던 화제였고, 당연히 처음엔 그 후배가 입양되었다는 사실을 전혀 몰랐었다. 나 역시 사회적인 편견 - 입양아는 음침한 성격에 사고뭉치라는 편견 - 에 사로 잡혀 그 명랑하고 활달한 후배가 감히 입양아였다는 걸 짐작도 못했으니까. 그러나 그 명랑하고 활달한 표정의 이면에는 아픔이 숨겨져 있었다. 스스로가 양자로서 느끼는 자격지심이랄까. 그때만 해도 입양아에 대해 고운 시선이라곤 찾아 볼 수 없었으니 스스로 위축되었을지도 모르겠단 생각이 든다. 그 후배에대해서 난 어떻게 대했을까. 딱히 다른 시선으로 본 적은 없는 듯 하다. 양자란 표현에 그렇게 충격을 받지 않아서 그럴지도 모르겠지만, 그후에도 사이좋게 지냈던 기억이 난다. 지금 그 후배는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지금쯤이면 결혼을 해서 애 아빠가 되었을지도 모르겠네.

중학교에서 고등학교에 이르는 시기에 내게 아주 소중한 친구가 있었다. 그 친구는 소아마비로 인해 한쪽 다리가 다른 쪽 다리에 비해 심하게 짧았다. 그래도 얼마나 명랑한 친구였던지, 그 주변엔 늘 웃음이 떠나지 않았다. 친구네 집에 찾아가면 친구네 엄마가 무척이나 날 반겨주셨던 기억이 난다. 그후 그 친구는 다리 길이를 조절하는 수술때문에 1년 가량을 쉬었고 나와는 다른 학년이 되었다. 그때에도 그 친구는 늘 웃는 얼굴로 친구를 사귀었었다. 그 친구는 지금 어떻게 지낼까. 너무 오래전에 헤어져 이젠 소식조차 알 수 없는 친구, 건강하게 잘 지냈으면 좋겠다.

이런 이야기로 시작한 것은『또 다른 내 동생』이 입양아와 장애아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은총이는 제일 먼저 입양된 아이로 초등학생이다. 명랑하고 활발한 은총이는 두번째로 입양된 동생 은별이를 아주 좋아하지만 때로는 은별이때문에 속상한 일도 많이 겪는다. 은별이는 선천성 뇌성마비를 앓고 있는 장애아이다. 그래서 제대로 걷지도 못하고 제대로 말도 못한다. 하지만 이런 것이 은총이를 속상하게 하는 것은 아니다. 은총이도 아직 어린 나이이기 때문에 엄마의 사랑이 많이 받고 싶었다. 그런데 은별이가 늘 엄마를 독차지하는 것때문에 때때로 은총이가 속상해지는 것이다.

은총이는 맏언니답게 은별이를 아주 잘 챙긴다. 아빠가 목사로 계시는 교회의 아이들이 놀러 올 때는 몇 가지 약속을 꼭 지켜달라고 한다. 그 약속은 '은별이를 싫어하면 안되고, 은별이를 피해서도 안되며, 은별이를 빼놓고 놀아서는 안되는 것'이다. 은총이는 이렇게 늘 은별이를 챙긴다. 하지만 은총이네 집에 늘 행복한 일만 있는 것은 아니다. 특히 은별이 유치원 문제는 엄마를 너무 속상하게 만들었다. 왠만한 유치원에서는 장애가 있는 아이를 받아주지도 않았고, 혹 받아준 유치원에서는 엄마들이 항의를 했다.

그거야, 장애가 조금 있는 애를 말하는 거지요. 이렇게 말도 못하고 걷지도 못하는 애를 우리가 어떻게 돌보겠어요? (60p)

아니 선생님, 어떻게 장애아를 우리 애들 반에 넣을 수가 있어요? (67p)

그애가 우리 애들하고 똑같다고 생각하시면 큰 오산이예요. (68p)

걷지도 못하고 말도 못하는 장애아와 어떻게 한 교실에서 공부할 수 있어요? (68p)

유치원 선생님이나 엄마들의 입장이 이해가 되지 않는 건 아니지만, 은별이가 전염병을 가진 것도 아닌데, 이렇게 냉대하고 차별하는 건 옳지 않다. 사실 이 사람들도 머리로는 차별하지 말아야지 하고 생각할 지도 모르지만, 마음이 따라 주지 못하는 것이다. 우리들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머리로는 분명히 장애아나 입양아에 대한 차별을 하지 말아야지 하는 생각을 하지만 막상 그들을 만나면 어떻게 대해야할지 몰라서 당황하거나, 아예 저 사람들은 우리와는 다른 사람이라는 선을 그어 놓는 것은 아닐까.

나중에 은별이는 아주 딱 맞는 유치원에 다니게 되지만, 그전까지는 이런 현실에 은별이 가족 모두가 절망하고 분노했을 거란 생각에 무척 가슴이 아프다. 또한 은총이를 불러내는 상급학년 언니들이나, 고아원에서 왔냐고 묻는 친구의 오빠 등은 입양아에 대한 호기심이 그들에게 어떤 상처를 주고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 아이들의 호기심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렇다고 해도 너무 잔혹하다. 하지만 아이들만 그런 걸까. 아이들은 어려서 그렇다 쳐도 어른들은 안그렇다고 할 수 있을까.

은총이네는 막내 은서도 입양을 한다. 은서는 입양되었다가 파양된 케이스로 경기를 자주 해서 파양되었다. 입양 - 파양 - 재입양의 과정을 거친 은서는 아직 아무것도 몰라서 매일매일 말썽을 부린다. 게다가 은별이가 걷지도 못하고 말도 못한다는 사실을 알고 무시하고 괴롭히기까지 한다. 이렇게 바람잘 날 없는 은총이네 집이지만, 이들은 서로를 아끼고 사랑한다. 피는 물보다 진하다고 했지만, 사랑은 피보다 더 뜨겁다. 사랑으로 이어진 가족은 피로 연결되어 서로를 냉대하는 집보다 백배, 천배는 따스해 보인다. 모든 입양아, 장애아 가정이 이렇다면 얼마나 좋을까. 입양아도 장애아도 활짝 웃을 수 있는 그 날이 얼른 오면 좋으련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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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헤도로 Dorohedoro 4 한정판
하야시다 규 지음, 서현아 옮김 / 시공사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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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어디메 쯤인지는 몰라도, 마법사의 세계와 인간의 세계인 홀이 나뉘어져 서로를 적대시하고 있는 세상이 있다. 마법사들은 자신들의 마법을 시험하기 위해 종종 홀로 내려와 인간들에게 마법을 사용하고 있다. 마법사들은 자신들만의 문을 통해 홀에 들락날락하지만, 홀의 인간들은 마법사들처럼 마법사들의 세계로 마음대로 갈 수는 없다. 보통의 인간들과 마법사들의 마법때문에 마법 피해자가 된 인간들이 살고 있는 홀에 또다른 마법 피해자인 도마뱀 머리 카이만과 마법사이지만 무슨 연유에서인지 홀에서 인간처럼 살아가는 만두 가게 언니 니카이도가 있다. 그들이 바로 이 만화의 주인공! 카이만은 자신의 머리를 도마뱀으로 만든 마법사를 찾기 위해 마법사 사냥을 하기도 하고 마법사들의 세계로 건너가기도 하지만 아직 뚜렷한 단서는 없다. 마법사들의 세계로 잠입했던 니카이도는 엔의 마법때문에 몸에서 버섯이 생겨나게 되는데...

니카이도는 카스카베 박사와 바우크스 선생의 수술 집도로 무사히 버섯을 떼어낸다. 일단 니카이도는 안심. 근데 니카이도, 너무 무른 거 아냐? 전에는 곤충마법에 걸리지를 않나, 이번엔 버섯마법에... 상당히 상급 마법사로 알고 있는데, 마법을 너무 안써서 실력이 녹슬었나. 하긴 카이만과 있으면서 무술 실력만큼은 출중하게 발휘하고 있지만. 

4권의 내용은... 이제까지와 마찬가지로 홀과 마법사들의 세계를 왔다갔다 하면서 수도 없이 많은 일들이 생겨난다. 일단 신의 과거가 완전히 밝혀진다. 여리여리한 소년 신의 모습, 캬~ 내 타입이로군만. 신이 그토록 심한 일을 겪었다니, 그가 홀의 인간들을 싫어하는 것도 납득이 간다. 그렇게 보자면 홀의 인간들이 피해자만은 아니었다는 소리인데... 잔혹한 마법사 사냥을 하더니, 이젠 반대로 마법사들의 마법 시험 대상이 되었구나. 

니카이도는 이번에도 또 몹쓸 일을 당한다. 마법사의 세계에 갔다가 엔의 마법 연기를 뒤집어 쓰고 등에 솟은 버섯을 제거한지 얼마나 되었다고 이번엔 납치를 당하다니. 게다가 비가 내리는 날이라 힘도 못쓰고 그냥 끌려가는 니카이도를 보면서, 내가 구해주고 싶었지만, 니카이도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반드시 나타나 구해주는 왕자님 (삑) 도마뱀이 있기 때문에 난 손놓고 구경했다. 사라진 마법 피해자들의 수수꼐기가 여기에서 밝혀진다. 몹쓸 놈의 마법에 대한 동경. 그러나 실이 있으면 득도 있는 법. 이번에 존슨이라는 마법 피해자가 새로 등장한다. 홀의 새로운 인물 (삑) 마법 피해자이다. 생긴 건 좀 징그럽지만, 귀찌귀찌하고 우는 존슨의 모습을 보면, 또 야구시합때 멋지게 도루를 하는 모습을 보면 존슨이 사랑스러워질거다. 나도 역시 그랬다. 푸하~~~ (난 세상의 벌레중에서 바퀴벌레를 제일 싫어하지만, 존슨은 싫어하지 않기로 했다) 

3권에서는 니카이도와 카이만이 마법사의 세계로 잠입했지만, 이번에는 후지타와 에비스가 홀로 잠입한다. 지난번 파트너가 카이만에게 살해당한 후지타는 카이만을 죽이겠다고 또다시 결심을 다지지만, 그게 쉽나. 하여간 소기의 목적은 달성도 못하고 야구시합만 하다 왔다나, 뭐래나. 어쨌거나 덕분에 상어옷을 입고 노래를 부르는 귀여운 에비스의 모습도 볼 수 있었으니, 후지타, 나름 수고했어.

그럼 마법사들의 세계는? 에비스가 팔았던 연기가 엔의 손에 들어가고 그것을 분석하는 것은 좋았는데, 그 연기가 든 병이 깨지면서 노이가 에비스의 마법에 걸리고 만다. 이런 고약한... 모습으로 변한 노이. 노이는 폭주하게 되고 결국 신이 노이를 처리하게 된다. 다행히 노이에게 걸린 마법을 풀 수 있는 쵸타 - 엔의 열렬한 추종자 (취향도 별스럽기도 하지) - 가 등장한다. 여기에서 알 수 있었던 것! 노이에게 있어 소중한 사람은 신이었다. 신에 대한 노이의 마음은 파트너로서 마음 30%, 여자로서의 마음 70%, 엔 패밀리로서 엔에 대한 충성심, 당연히 없지! 랄까. 하여간 자신의 **을 덜렁덜렁 내놓고 다니는 신보다는 그것을 잘라서 노이에게 걸릴 마법을 푸는 재료로 사용하는 쵸타가 더 변태스럽다.

음... 가장 중요한 것 하나. 에비스가 드디어 기억을 되찾았다. 카이만에게 공격당한 후 좀비에게 물리고, 엔의 마법에 버섯이 될 뻔하고.. 등등등의 온갖 수모를 겪은 에비스. 나름 귀여운 녀석이었는데 기억이 돌아오니 예전만큼은 귀엽지 않다. 게다가 엔에게 돈달라고 꼬장을 부리는 모습이라니!!! 원래 시니컬한 면은 있었지만, 이젠 잔혹해질 듯한 느낌이?

하여간 여기저기에서 수도 없이 많은 사건들이 동시다발적으로 터지는 곳이라 더이상 이야기하기도 힘들다. 참...리스 이야기도 있었지. 아직 이 녀석은 그다지 매력이 없어서... 그냥 대충 넘어가자. 점점 더 흥미진진해지는 잔혹 코믹 블랙판타지 도로헤도로. 다음편에선 또 어떤 사건이 터질까. 기대만발!


4권의 부록은 후지타와 에비스. 에비스가 도대체 어디에 있어? 라는 궁금증이 생기신다면, 자세히 보시라. 축 늘어져 매달려 있는 것이 바로 에비스이다. 에비스, 제발 사악해지지만 말아줘!


이건 한정판 부록인 크리스마스 입체 카드. 자세히 들여다 보려다 눈 빠지는 줄 알았다. 왠지 매직아이를 보는 듯한... 종이로 된 것은 아니고,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져 있다. 그림 왼쪽이 엔 패밀리, 그리고 나머지는 홀 주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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