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가 사랑에 빠지다 3 - 레이치로 편,완결
다카나가 히나코 지음 / 삼양출판사(만화)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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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목점 후지노야의 후계자이자 현재 사장인 슈도 레이치로. 그는 후지노야의 부사장으로 있는 진나이의 사랑스러운 연하의 연인이다. 처음에는 낙하산 인사라고 반발했던 진나이였지만, 레이치로와 함께 하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레이치로 안에 숨겨진 매력에 눈뜨게 되었고, 그후 두 사람은 조심스런 연애를 해오고 있다.  

둘의 사랑스럽고 달콤한 시간은 레이치로의 맞선을 계기로 인해 조금씩 일그러지기 시작한다. 이번 상대는 거래처 사장님의 딸로 어찌보면 정략결혼 비슷한 느낌을 주는 맞선자리였다. 하지만 레이치로는 반듯하고 올곧은 성격. 이미 진나이를 선택한 입장이기에 레이치로는 자신의 힘을 다해 그 선을 지키고 있다.
 
그러나 역시 문제는 진나이. 진나이는 레이치로의 입장을 누구보다 더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약간 둔한 레이치로가 진나이의 눈에 불안하게만 보이는 것이다. 레이치로는 최선을 다해서 자신의 마음을 지키고 있는데도 진나이가 불안할 수 밖에 없는 건 두 사람이 남자라는 이유만은 아니다. 후지노야 본사 회장의 아들과 지사의 부사장의 관계란 두 사람이 아무리 견실한 사이를 유지한다 해도 늘 위태할 수 밖에 없달까. 외부적인 압력이 만만치 않다는 소리다. 쉽게 이야기하면 재벌 2세와 평범한 사람의 사랑이야기라고나 할까. 그러하기에 진나이는 불안해질 수 밖에 없는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제발 레이치로를 그렇게 다그치지 말아줘, 라는 소리를 지르고 싶었던 적이 몇 번이나 생겨버렸다. 레이치로는 나름대로 열심히 방어작전을 수행중이라고. 진나이 자신도 힘들겠지만, 그런 마음이 레이치로를 얼마나 더 힘들게 만드는지 알기나 하는 거야? 레이치로의 슬픈 표정, 미안한 표정을 3권에서 제일 많이 본 듯 하다. 그정도로 많은 횟수로 진나이에게 사과하고 또 사과하고. 이런 레이치로를 보는 나로서는 마음이 너무나도 많이 아팠달까. 거기에다 키지마는 진나이의 틈을 파고 들고, 결국 레이치로 역시 진나이와 키지마 사이에 대해 고민하게 된다. 아마도 이건 진나이가 레이치로와 레이치로의 맞선 상대를 놓고 고민하는 것과 비슷하지만, 분명히 다른 점도 많다.

특히 기모노 전시회 기간동안 진나이가 레이치로에게 거칠게 대했던 걸 생각하면... 한대 날려주고 싶은 심정이었달까. 게다가 결국 스스로를 제어하지 못한다는 자괴감에 지사를 옮긴다고 선언하기까지.

널 내 멋대로 하고 싶어서 이러는 게 아니야... 내가 어떻게 해주길 바라는지 더 이상 생각하지 않아도 돼. 네 자신이 어떻게 하고 싶은지 생각해서 앞으로의 너의 삶의 방식을 정하도록 해. (본문 中 진나이의 말)

언뜻 보면 레이치로를 위한 이야기같지만, 진나이 비겁하다구. 가장 큰 짐을 레이치로의 어깨에 턱 올려 놨으니. 결국 자신은 레이치로의 결정에 따르겠다고 슬쩍 빠져나간것 아니냐구. 진나이의 입장이 이해되지 않는 건 아니지만, 자신의 연인을 그렇게 몰아부치다니... 소리 지르고 때리는 것만이 상대를 몰아붙이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이런 말이 상대를 더 위축시키고 몰아붙인다.

어째선 난... 나한테 있어서 소중한 사람일수록 지독히도 슬퍼지게 만들고 마는 걸까... 그리고는 내곁을 떠나간다... 하루도... 진나이도... (본문 中 레이치로의 생각)

레이치로가 얼마나 큰 상처를 받았을지 이 문장만 봐도 그냥 느껴진다. 특히 하루를 그렇게 떠나보내고 나중에서야 그걸 깨달았던 레이치로의 상처가 아직도 아물지 않았다는 게 느껴진다. 결국, 레이치로는 큰 결심을 하게 된다.

정말이지, 의외라고 했달까. 보통 이런 구조라면 재벌 2세는 갈등에 고민을 번복한다, 라는 스토리를 따르게 되지만 레이치로는 달랐달까. 뭐 이런 점이 레이치로답다면 레이치로다운 것이지만. 그래도 자신의 생각을 그렇게 솔직히 드러내고, 밀어붙일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한 일이었다. 당차고, 한결같다, 라는 게 내 감상이다. 진나이, 이런 사람 놓치면 일평생을 후회할 거다.

일단은.. 해피엔딩이다. 그것도 레이치로가 그렇게 당차게 나오지 않았다면 절대 없었을 엔딩이랄까. 진나이에게 맡겨뒀다면 흐지부지 그냥 끝나버렸을 테지만, 역시 레이치로였다. 이 시리즈 중 레이치로가 가장 사랑스러웠다면, 이해하시려나? 물론 두 사람의 앞에 수많은 파도와 고비가 있을 거란 생각은 한다. 하지만 그들은 일단 가장 큰 한 고비를 넘겼다. 그리고 서로에 대한 마음이 한결같다면 나머지 고비도 무사히 넘길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그대가 사랑에 빠지다 ~ 레이치로 편은 3권으로 완결되었다. 제일 아쉬운 건 레이치로를 더이상 만날 수 없다는 것이 아닐까 싶다. 아, 레이치로. 그대는 진정한 남자다. 그리고 세상 누구보다도 사랑스러운 남자다. 레이치로, 이젠 안녕~

덧> 기모노 전시회에서의 진나이, 키지마의 기모노를 입은 모습. 소녀들이 왜 미남 사장님인 레이치로에게 푹 빠지게 된 것인지 그때 다 밝혀졌다. 나 역시, 기모노를 입은 남자에겐 약한단 말야. 물론 레이치로의 경우 평소에 기모노를 입은 모습이나 양복을 입은 모습, 때때로 궁도복을 입은 모습 모두가 멋졌지만... 아, 난 역시 기모노에 모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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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묘한 생물학
한혜연 글 그림 / 거북이북스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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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혜연님 작품, 진짜 오랜만에 읽는다. 애총을 읽었더라면 이렇게 긴 텀이 생기지 않았을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읽은 것은 ILLUSION과 M. 노엘이 마지막이였으니... 거의 10년만인가? 10년도 더 된 듯 하다. 그래도 다시 이렇게 좋은 작품으로 만나게 되서 너무 반가워요, 작가님!

첫번째 작품인 한성유전(限性遺傳)은 설날 벌어진 한 일가의 남자들 사망 사건과 관련한 내용이다. 왜 이 집안 남자들만 죽게 된 것일까. 이 작품을 보면서 문득 우리나라 대부분의 명절 풍경이 이렇지 않을까 싶었다. 남자들은 놀고 여자들은 죽자고 일하고. 그러나 이 집안에서 특이한 점은 제사 음식은 여자들이 만들게 하면서도 간도 못보게 한 것이었다. 음복(飮福)은 남자만 하게 되니 제사 음식에만 들어있던 독이 남자들만을 죽게 만든 것이었다. 한 집안의 어둡고 음침한 비밀, 그 속엔 무엇이 감춰져 있었던 걸까. 이 작품을 보면서 작품의 제목이 중의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특히 마지막에 덧붙여진 말레이시아 나무뒤쥐 원숭이의 이야기를 보면서 등골이 오싹해졌다.

<계체발생은 계통발생을 되풀이한다>는 외부 환경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한 소녀의 이야기이다. 육지동물은 바다에 살던 생물들이 육지로 올라와 진화해왔다. 그렇게 보자면 우리의 먼 조상은 바닷속에 살던 생명들일지도 모르겠다. 더 큰 범위로 보자면 물 속에 살았던 생물. 인간 역시 태아 상태일때는 엄마 자궁속 양수안에서 떠다니지 않았던가. 이 작품의 마지막에 소개된 헤켈의 주장을 떠나 생각해 봐도 우리 인간은 수많은 생명과 유기적인 관계를 맺으면서 산다는 것은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먹이연쇄>는 꽤나 충격을 받게 된 작품이었다. 먹이 사슬의 상위에 위치한 인간들은 다양한 것들을 먹으면서 살아가고 있다. 그중에 우리가 모르는 비밀이 있는 것이 얼마나 많을지 생각해 본 적이 있는가. 식물이나 대형 어류의 중금속 중독에 대해서는 많은 연구가 이루어졌지만, 죽임을 당하는 가축들의 스트레스 호르몬이 인체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는 아직은 제대로 밝혀진 것이 없다. 이 작품 내용과 그 스트레스 호르몬의 상관관계를 생각하는 순간 머리가 어질해지는 기분이었다.

<동기감응>은 여기에 실린 작품들 중 가장 슬프고 안타까운 작품이었다. 우리나라의 낙태 건수가 정확히 얼마나 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상당히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 혼전 임신이나, 남아선호때문에 아무도 모르게 죽어가고 버려진 아이들. 여성들은 몸과 마음에 모두 상처를 입게 되는데, 남자들은 어떨지.

<오페론의 유전자>는 동반자살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누군가 선동이 된 사람과 그에 말려든 사람들. 도대체 왜 그녀는 그런 일을 벌이고 있는 것일까.

<완전변태>는 읽으면서 문득 전에 봤던 자연다큐멘터리가 생각났다. 숙주의 몸안에서 부화할 수 밖에없는 기생충에 의해 뇌가 지배당한 생물이 기생충의 숙주가 될 동물에게 잡혀 먹기 위해 나무위로 올라가던가. 하여간 그런 느낌의 작품.

마지막 작품인 <Butterflies>는 생물들의 서로에 대한 모방을 소재로 해서 쌍둥이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마치 독이 있는 것처럼 위장하는 도마뱀이나 개구리, 그리고 나비. 이런 예는 자연계에서는 수도 없이 많다. 다른 종이나 같은 종을 모방함으로써 생존을 도모하는 것은 동물의 생존권 사수를 위한 노력이지만, 사람은 도대체 어떤 목적때문에 타인을 모방하는 것일까.

『기묘한 생물학』은 총 7편의 단편이 실린 작품집이다. 작가의 전공인 생물학에 대한 지식이 작가만의 독특한 발상과 결합해서 멋진 이야기를 만들어졌다. 생물학이란 단어가 들어가 있어서 동물들과 관련된 작품인줄 알았는데, 어라라? 인간과 관련된 이야기였다. 하긴 인간도 생물이니... 작가는 각 작품들의 제목이 된 생물학적 법칙을 인간 세상에 응용해서 그려내고 있다. 어쩌면 진짜 저렇게 될지도 몰라, 라는 생각이 들었달까. 왠지 지어낸 이야기같지가 않단 말이지. 이 한 권으로 끝내기엔 너무나도 아쉽다. 속편이 나와줬으면 좋겠는데... (간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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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츠키 2
타카야마 시노부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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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에도 말 순회전에서 리쿠고 토키도키는 야행(夜行)과 누에라는 요괴에게 공격당하는 순간 쿠치하란 소녀에게 구해진다. 정신을 차린 후 토키는 자신이 살고 있는 세상이 아닌 에도 시대에 자신이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그곳에서 만난 시노노메 콘은 토키의 동급생으로 같은 날 순회전에 왔지만 이미 그곳 시간으로 2년이란 시간이 흐른 뒤이다. 토키와 콘은 승려 샤몬의 도움을 받게 되는데, 자신들이 있는 곳이 요괴와 인간이 공존하던 에도 시대란 말을 듣는다. 그러나 자신들이 어떻게 본래의 세계로 돌아갈지는 아무도 모른다. 결국 토키는 그곳에서 이미 적응하고 있는 콘과 그쪽 세계에 적응해 가게 된다. 생존을 가장 우선 순위에 놓고 살아야 했던 에도 시대, 토키가 이쪽 세상으로 흘러가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그리고 토키의 앞에 나타난 본텐이란 존재는 토키에게 두가지 선택지를 내미는데...

토키는 막부의 관원 사사키의 요청에 따라 콘과 쿠치하와 함께 무녀가 있는 곳으로 향하게 된다. 그곳에서 만난 공주님(무녀)는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 요괴를 처치하는 존재이지만, 요괴의 저주로 인해 매일 죽고 다시 태어나는 것을 반복하고 있다. 처음엔 일본 인형에 혼을 실어 나타나지만, 나중에는 진짜 모습으로 나타나는데, 공주님이 남자였어? 흐음, 남자는 여장을 하고 여자는 남장을 한다는데, 아무리 봐도 남자 모습이구만... 게다가 공주님이란 호칭은 뭐야? 그럼 남자란 뜻 아닌가. 하여간에 저주로 지금은 완전한 무성(無性)이 되어 버린 공주님은 토키가 '백지(白紙)인 자'라고 하며 천망을 다시 짤 수 있는 능력을 가졌다고 한다. 좀 충격적인 이야기로는 콘역시 '백지인 자' 였다고. 그러나 1년이 지나면서 아마츠키가 그를 눈치챘고, 콘 역시 아마츠키의 천망에 운명이 기록되었단다. 마른 하늘에 날벼락도 유분수지, 엄한 세상에 건너가 운명이 결정지어지다니. 근데 사사키란 아저씨, 참 수상하단 말야. 찜찜해.

천망이란 사람과 세상의 운명을 말하는 것으로, 아마츠키에서는 테이텐(帝天)이 천망을 짜는 신이라고 한다. 테이텐 외에 텐이란 이름이 붙은 자들은 - 본텐(梵天), 코쿠텐(告天), 교텐(暁天) - 자신의 혼을 다른 그릇에 담을 수 있는 특별한 존재이다. 이중에 본텐과 공주님인 교텐이 대립적인 위치에 존재하고 있으며 본텐은 자신을 선택하여 아마츠키의 주인이 되든지, 교텐을 선택하여 아마츠키를 파괴하는 자가 되든지의 두 가지 선택을 하라고 한다. 뭐, 아직 토키는 어리둥절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해 한동안 선택하지 못할 듯 하지만...

참, 중요한 것. 이누가미가 붙은 혈통이라는 쿠치하의 이야기인데, 난 이누가미가 붙은 혈통이라 그래서 쿠치하 자체가 이누가미인줄 알았다. 근데 알고 보니 이누가미가 깃든 그릇이랄까. 본체는 따로 있었다. 이번에 불려 나오게 되었는데, 토키의 능력으로 구속당했다. 토키, 무서운 녀석. 그래서 '백지인 자'로구나.

이외에도 새로 등장한 인물로는 본텐의 날개 역할을 하는 우츠부시와 본텐쪽의 인물인 츠유쿠사가 있다. 공주님 진영에는 츠루우메가 주요 인물. 하여간 2권밖에 안되었는데 사람이... 너무 많다. 게다가 공주가 피안(彼岸)이라 부르는 곳에 있는 사람들도 있다. 이들은 센사이사(社)란 곳의 비밀을 파헤치고 있는 듯 한데, 이 센사이사(社)의 센사이 미도리가 나중에 중요 인물로 급부상할 듯.

보통 시리즈 만화는 2권쯤 되면 대충 파악이 되는데, 이건 여전히 파악이 안되고 있다. 그렇지만 확실히 말할 수 있는 하나는 재미있다는 것일까. 이건 억측이긴 하지만 표지를 보면 콘이 입에 물고 있고 손에 들고 있는 것은 컴퓨터 관련 부품이다. 왠지 난 이게 전부 게임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요괴와 사람이 공존하는 에도 시대는 가상 세계란 거지. 아마츠키는 존재할 수 없는 세상이라 했으니, 현실에는 존재하지 않는 세계가 아닐까. 가상에서만 존재할 수 있는 세계. 뭐, 그렇다고. 일단은 느긋하게 읽어 가면서 내용을 파악해 봐야겠다. 3권도 얼른 나와 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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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올 수 없는 죽음 수키 스택하우스 시리즈 6
샬레인 해리스 지음, 송경아 옮김 / 열린책들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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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오, 드디어 수키 스택하우스 시리즈 6권이 출간되었다. 5권과의 사이에 텀이 좀 길어서 요번엔 꽤 많이 기다렸는데, 너무 반갑다. 표지를 보닌 수키가 호랑이를 타고 있고, 뒤에 검은 머리 뱀파이어가 그 꼬리를 잡으려 한다. 대충 보니 알겠구먼. 호랑이는 변신능력자 퀸 - 5권에서 늑대 인간들 우두머리를 뽑는 자리에 등장했지 - 이고, 뒤에 있는 얼빠진 뱀파이어는 빌이로군. 수키는 뒤도 안돌아보는 걸로 봐서 이젠 빌에게서 완전히 마음을 돌린 듯 보인다. 뭐 첫사랑이니 미련은 좀 남겠지만...

시리즈 6권인『돌아올 수 없는 죽음』은 크게 두가지 이야기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첫번째는 변신능력자 퀸과 수키의 새로운 러브라인, 두번째는 뱀파이어 왕과 여왕의 전쟁. 일단 퀸과 수키의 러브라인을 보면 아주 달달하다. 솔직히 말해서 민머리의 퀸이 얼마나 멋있을지 상상은 잘 안가지만, 최대한 끼워 맞춰서 젊은 시절의 율 브린너를 연상해 봤다. 다른 민머리는... 내가 아는 사람이 없다. 하여간 이렇게 연상을 하지 않으면 그림이 잘 안그려진다니까. 어쨌거나 먼저 데이트 신청을 한 퀸은 호랑이로 변신가능한 변신능력자로, 큰 이벤트 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호랑이로 변신하는 남자이지만 무척 섬세하고 다정하달까.

감정 상한 전 남자 친구 몇 명 정도는 제가 다룰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러면 나랑 사귈래요? (41p)

후와아... 이 글을 보고 있는 나도 이토록 떨리는데, 이런 고백을 받는 수키의 마음은 어떨지 상상이 충분히 가고도 남는다. 이런 멋진 남자가 프러포즈를 해오는데 안넘어갈 재간이 있나? 물론 수키가 평범한 사람이라면 재고에 또 재고를 하겠지만, 수키도 텔레파시 능력자인지라 많이 망설이지는 않았다. 잘했어, 수키! 이렇듯 멋진 퀸과 데이트를 하게 되지만, 수키는 물린 늑대 인간들에게 공격을 받는다. 도대체 왜? 수키가 잘 되면 배 아픈 사람이라도 있나, 거참. 게다가 뱀파이어가 되어 죽은 사촌 해들리의 집에서는 새로 태어난 뱀파이어에게 물려 죽을 뻔 한다. 하나 더있다. 퀸과 함께 납치까지 당하는 수키. 이번에도 수키는 너덜너덜. 하지만 몸이 너덜너덜해지는 건 문제가 아니다. 이젠 정말 마음이 갈갈이 찢겼다고나 할까. 가여운 수키.

수키는 첫사랑인 빌의 배신, 마녀의 주술에 걸려 잠시 정신을 안드로메다로 보낸 에릭과의 연애, 늑대인간 알시드와의 연애도 모두 끝장났으니 이젠 새로운 남자를 만나도 되지 않나 싶다. 물론 난 에릭과 수키가 연결되기를 진짜진짜 바라는 사람이지만, 수키도 에릭도 서로를 대하는 입장이 아주 애매하다. 하긴 1,500년이나 살아온 에릭이 사랑이란 감정을 그사이에 다 잊어버렸으니 그걸 회복하는데 시간이 걸릴지도. 하여튼 어디선가 수키에게 무슨 일만 생기면 바로 달려오는 왕자님 (삑) 뱀파이어가 바로 에릭이잖아. 그런 걸 보면 에릭이 꼭 수키의 이용 가치만을 따지는 건 아닌듯 한데...

하긴 빌도 좀 미묘하긴 하지. 자신을 뱀파이어로 만든 뱀파이어 (미안하다, 이름이 기억안난다)를 만나 그녀에게 휘둘리고 - 결국 바람을 핀 거나 마찬가지 -. 지금은 다른 뱀파이어와 열애중이시다. 알시드 역시 데비 사건과 늑대인간 우두머리 선출 사건 이후 수키와 완전히 끝나버렸고, 알시드도 새로 연애중이시다. 그래도 미련이 남은 듯한 뱀파이어와 늑대인간. 아 표범 인간 캘빈도 구애을 했지. 수키가 완전하게 거절했지만.

수키는 왜 이렇게 초자연적인 존재들에게 인기가 많을까. 수키에겐 초자연적인 존재에게만 통하는 특별 페로몬이라도 있나? 있었다. 푸하. 깜짝 놀랐네. 요정 클로딘이 왜 수키의 대모 요정이 되었는지, 수키를 잘 챙겨주는지에 대한 비밀도 거기에 있었다. 오빠 제이슨은 반 표범인간이 되었고, 수키는.. 그랬단 말이지? 에릭은 그 사실을 알고 어떻게든 자신의 감정을 정당화 해보려는 것 같은데, 내가 보기엔 단순히 그 페로몬에 끌리는 것 말고도 당신에겐 뭔가 더 있다구. 에릭, 당신은 자각이 필요해!

수키를 노리는 자들은 한 둘이 아니다. 그래도 수키를 옆에서 지켜주는 누군가가 있어서 늘 다행이지만, 그래도 수키는 자신의 몸을 지킬 줄 아는 여자다. 지적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스스로 무엇을 해야 할지, 어떻게 처신해야할지 잘 알고 있다고 할까. 그래서 수키가 매력적인 것이다. 또한 자신의 감정이나 욕망에 대해서도 아주 솔직하다. 난 그런 수키가 정말 매력적으로 보인다. 물론 초자연적 존재들도 매력적이긴 하지만.

이번엔 난 빌에게 완전히 거부권을 행사한다! 빌어먹을 빌. 빌이 잘못한 것은 아주 많다. 그건 수키에게 너무나도 큰 상처를 주었다. 그리고 그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는 타이밍도 아주 나빴다. 물론 에릭이 좀 거들긴 했지만. 아니, 사랑이란 말을 꺼낸 타이밍이 아주 극적으로 나빴다. 나같아도 그런 때 그런말을 들으면 빌의 머리채를 휘어잡고 뜯고 싶어졌을 거다. 물론 안그러는게 신상에 좋겠지만. 대신 영원히 초대를 거부하길. 이번엔 진짜로 빌과의 인연을 끊고, 손톱만큼 남은 미련도 완전히 버렸으면 좋겠다. 아마 수키는 영리하니까 잘 알아서 하겠지만. 

어쩌다 보니 수키의 연애사쪽으로만 이야기가 흘러 갔군. 이번 이야기중 무척 흥미로운게 남아 있다. 그건 바로 결혼식을 올린 뱀파이어 왕 피터와 여왕 소피 - 앤 사이의 전쟁이다. 이 부분은 이정도로 언급하고 넘어가련다.

『돌아올 수 없는 죽음』에 새로운 초자연적 존재가 등장했다. 그것은 바로 악마다. 준악마와 반악마랄까. 악마까지 하수인으로 부리는 뱀파이어, 새삼 무서워지려고 하는군. 수키 스택하우스를 읽으면서 무척 즐거운 부분은 다음에 또 어떤 초자연적 존재가 등장할지 모른다는 것이다. 이러다가 벨제붑이나 발록도 나오는 거 아냐? 하긴, 여기에서는 고유명사처럼 취급되는 초자연적 존재는 등장하지 않으니, 다른 이름을 가진 누군가가 또 나오겠지? 그게 더 재미있는지도. 사실 인간의 이름을 가지고 인간들 사이에 섞여 있으면 누가 누군지 알 수 없다는 게 가장 흥미로운 부분이니까.

수키 스택하우스 시리즈는 짧은 시간 동안 여러 사건들이 동시다발적으로 터져나오기 때문에 일일이 언급하기는 힘들다. 그래서 대충 추려서 가장 중요한 것 몇 가지만 이야기하게 되는데, 이것이 모든 이야기가 아니라 더 많은 이야기들이 책 곳곳에 숨겨져 있다는 것만 잊지 말자. 근데, 수키, 정말 에릭은 안되겠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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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리 크리스마스 아프리카 - 꿈꾸는 사진가 오군의 아프리카 트럭 여행
오세영 글.사진 / 나무수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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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아프리카를 좋아한다. 수많은 야생동물과 파괴되지 않은 자연. 건기와 우기가 반복되는 자연의 사이클에 따라 순식간에 변하는 광경들. 그래서 그런지 아프리카에 관련한 티비 프로그램을 - 정확히 말하면 동물 다큐멘터리- 자주 보곤 한다. 인간의 눈으로 보기엔 잔인하고 잔혹한, 생존을 위한 투쟁을 하는 동물들의 모습에 난 경외심과 더불어 아름다움을 함께 느낀다. 이 책을 고를 때는 그런 생각을 하고 골랐다. 근데, 어라라. 의외로 동물들에 대한 이야기는 적은 편이고, 여행을 하면서 만난 사람들, 그곳에서 본 것들과 경험한 것들에 대한 내용이 대부분이었다. 내 생각과 달라 살짝 실망스런 마음이 들긴 했지만, 일단 컬러 화보가 많은 책이라 내가 모르는 아프리카의 모습을 볼 수 있다는 생각에 찬찬히 읽어가기 시작했다.

작가는 약 60일간 아프리카를 여행했다. 그가 들렀던 나라는 남아프리카 공화국, 나미비아, 보츠와나, 짐바브웨, 케냐, 그리고 이집트이다. 난 저자가 아프리카 여행을 하면서 왜 남아공을 처음으로 넣었는지, 아니 애초부터 남아공을 왜 넣었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남아공은 아프리카 대륙에 있지만 백인들이 득시글대는 곳이다. 아프리카의 참모습을 보기엔 남아공은 적당치 않다고 생각했는데, 역시 저자도 도착해서 그걸 느낀 모양이다. 백인과 원주민들의 빈부격차, 식민지 시대의 유산들. 남아공은 아프리카에 있지만 아프리카 대륙에서 제외하고 싶은 나라이다. (뭐 내 생각이지만) 게다가 이때는 남아공 월드컴하고는 상관이 없었지만, 월드컵때문에 원주민들이 얼마나 피해를 많이 보게 되었는지.... 그래서 남아공편은 그냥 슬쩍슬쩍 보고 넘겨버렸다.

나미비아부터 본격적인 아프리카 여행이라고 봐도 좋을 것이다. 사막과 사바나, 국립공원, 야생동물로 가득한 땅이기 때문이다. 특히 나미비아의 나미브 사막의 듄은 사진으로 보는 데도 상당히 장관이었다. 사막은 메말라 아무것도 살 수 없는 땅처럼 보여도 수많은 동식물이 살아간다. 그들 나름의 생존법을 가지고. 사막이 푸르른 목초지였다면 벌써 인간들에 의해 파괴되었을 테지만, 사막이기에 여전히 그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는 사실에 아이러니가 느껴진다.

보츠와나, 짐바브웨, 케냐는 야생동물의 천국이라고 할 수 있다. 보츠와나의 오카방고, 케냐의 마사이마라 지역은 내가 특히나 좋아하는 곳이다. 케냐의 세렝게티 국립공원과 나쿠루 국립공원은 빼놓을 수가 없는 곳인데, 작가 역시 들렀던 모양이다. 부시 워킹, 사파리 등을 즐겼던 모양인데, 무거운 카메라를 짊어지고 다니는 부시 워킹은 그 자체로 힘이 들었던 모양이다. 나 역시 내 체력으로는 부시 워킹을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꼭 경험해 보고 싶은 일이기도 하다.

이집트의 경우 워낙 유적이 많은 곳이라 볼 거리가 많았곘지만, 의외로 바가지를 씌우는 상인들이 많다는 이야기는 예전부터 많이 들었다. 사진 한 장을 찍어도 돈을 요구하는 그들. 누군가 처음 그런 것을 시작한 사람이 있었기에 그 사람들이 그렇게 변한 건 아닐까.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돈을 요구하는 일에 기분나빠하고 그들을 돈에 환장했다고 말하기 보다는 처음에 그들에게 돈 준 사람을 욕하는 게 더 좋을것 같은 느낌이다.

또한 아프리카의 곳곳의 여행하면서 만난 사람들이나 아이들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부분에서 난 무척 마음이 불편해졌다. 트럭을 타고 다니는 여행 - 트럭킹- 동반자들이 돈을 거둬서 그들에게 뭔가 선물을 하는 것에 거부감을 느꼈다고 하는 저자. 솔직히 말해서 난 그곳 사람들에게 당장의 지원도 필요하단 생각을 하고 있다. 그들에겐 오늘 끼니를 해결할 1달러가 필요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후원도 필요하고, 물고기 잡는 법을 가르쳐주는 것도 필요하지만 당장 먹을 것이 없어 쓰레기를 뒤지는 사람을 돕는 게 뭐가 나쁘지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들이 자신들이 사는 곳이 파괴되지 않아 도시로 나올 일이 없었다면 충분히 자급자족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지 못한 상황에서 나중의 후원이니 어떠니 하는 말은 내 눈에 곱게 보이지 않았달까. 또한 그런 말만 하는 대신 바람이 다 빠진 축구공을 차는 아이들에게 새 축구공을 선물하는 것도 값싼 동정과 적선에 불과한 일일까. 그래 놓고 15년 신은 헌 샌들을 물물교환할때나 100원짜리 볼펜을 받고 좋아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즐거울 수 있었나?

그리고 햇볕에 화상을 입은 타냐의 이야기에도 좀 화가 났다. 의약품도 없고 제대로 된 의사도 없는 곳에서 대도시 병원 수준의 치료를 원할 수 있나? 그곳에는 단돈 몇백원이 없어 죽어가는 아이도 있다. 햇볕때문에 입은 화상을 입은 타냐를 보면서 고작 한다는 말이 안아픈게 최고라고? 그들의 의료 시스템이 열악한 것은 나라가 가난하기 때문이다. 그런 면을 생각이라도 해봤는지 묻고 싶다. 

난 이 책을 읽으면서 점점 마음에 안들었다. 아프리카에 가는 일을 유럽 여행쯤으로 생각하고 갔나 싶어서. 아프리카에 다녀오고도 아프리카에 대해 잘 모르고 있군, 이란 생각이 들었달까. 최소한 아프리카 관련 다큐멘터리라도 좀 보면 좋지 않았을까. 트럭킹이나 여행정보 사이트만 본 게 여기저기서 티가 난다. 또한 야생동물 국립공원 둘레에 전기 철조망이 있는 것을 보고 동물이 불쌍하다느니 어쩌니 하는 말도 기가 찼다. 그렇게라도 경계를 마련해 둬야 인간들이 그 안으로 개간을 하지 않는다. 그리고 동물들이 인간의 마을로 들어와 사살되는 일이나 사자같은 육식동물이 인간을 해치는 일도 줄일 수 있다. 그건 인가와 국립공원이 가까워서 그런 것인데, 도대체 뭘 보고 있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아프리카를 만만하게 보고 아프리카의 야생동물이 근사하다는 생각만을 하고 간 건 아닌지. 난 솔직히 이 책에 대해 좋은 감정을 못느끼겠다. 자신에 대한 자괴감을 느끼는 말에서도 난 그들보다 우월하다는 내심이 깔려있다는 생각이 든다. 하여간, 내 생각과 맞지 않아 크게 실망이었고, 다음에 아프리카에 가려면 제대로 공부하고 가라고 이야기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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