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크에어 1
박민서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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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변하게 마련이다. 그것은 인간들에 의해서 변하기도 하고, 자연의 힘 때문에 변하기도 하지만 어쨌거나 세상은 늘 변하고 있다는 것이 옳을 것이다. 그러나 때로는 그 변화가 갑작스러워서 새로운 균형을 찾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기도 한다.

마법의 원천인 블루에어가 사라지고 다크에어의 시대로 들어선 페이니아 왕국. 이곳은 지금까지 마법사들의 보호를 받았던 나라이지만 다크에어의 시대가 되면서 그 상황은 갑작스레 변화한다. 모든 마법사들이 마법의 원천을 잃어 버렸지만, 빈센트 자파라는 마법사는 여전히 가공할 마력을 가진 존재로 페이니아 왕국의 실질 권력자로 등극하게 된다.
 
다크에어의 시대로 접어든 3년 후, 세상은 여전히 균형을 찾지 못해 혼란스럽다. 음유시인 머스테인과 멜로즈는 자신들의 여정을 도울 동반자를 찾고 있다. 그 상대는 여성 검투사인 셰난도. 그녀는 다른 용병들과 달리 팀을 이루지 않고 혼자 일하는 존재이다. 일단 눈치를 보건대 페이니아 왕국의 여왕의 동생으로 짐작된다. 대검과 장검 두 가지를 사용하는 셰난도는 보통의 검투사들은 대적하기 힘들 정도로 우수한 인재이다. 셰난도는 머스테인 일행과 동료가 되길 꺼렸지만 멜로즈의 사정을 듣고 그들의 동료가 되기로 마음먹는다. 동료가 되자마자 멜로즈를 노리는 팀들이 공격을 시작하는데...

머스테인의 경우 아직 뚜렷하게 밝혀진 바는 없지만 가공할 전투력을 가진 인물이다. 오펜스 버퍼와 디펜스 버퍼를 동시에 사용할 수 있는 인물로 전자기타가 그의 무기. 그의 연주는 아군의 전투 능력을 높혀준다. 멜로즈의 경우 어린 시절 자파에게 마법을 배운 적이 있다. 하지만 왠일인지 자파에게 공격받아 부모님은 돌아가시고 혼자 살아남았다. 마법 능력과 기억은 여전히 오락가락하는 데다가 전투능력이라곤 눈꼽만치도 없어 보이지만 실제로 꽤 강력한 마법을 구사할 줄 아는 것으로 보인다. 왜 자파가 자신을 노렸는지, 그리고 지금도 자신을 노리는지에 대해서는 알 수 없지만, 그의 도전에서 도망칠 생각은 전혀 없다. 외유내강형 인물.

용병팀에는 벌써 상당히 여러 팀들이 존재하는 것으로 드러난다. 그중 두 팀과 결투가 벌어졌는데 첫번째 팀은 TEAM 쵸퍼스. 괴팍한 노인네들의 용병팀으로 공룡 비스무리한 라이노도 데리고 있다. 물론 가볍게 승리. 두번째 도전팀은 TEAM노르만. 남녀 혼성팀이다. 노르만과 대결할 때 머스테인의 뮤지션으로서의 다양한 능력을 볼 수 있다. 아윽.. 넘 멋있잖아!!!!

그리고 그외에도 이들을 쫓는 팀에는 TEAM 메탈 마울, TEAM 소닉 붐, 팀 무사 등이 존재한다. 그중 TEAM 소닉 붐에는 숲의 종족인 미스티 벨이 함께 한다. 숲의 종족은 인간의 동향을 관찰하는 관찰자적 존재로 이족 보행을 하지만 동물의 모습을 하고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미스티 벨의 경우 린덴바움, 그리고 머스테인 일행과 함께 할 ** (아직 이름이 안나왔다, 재규어같음)은 바오밥 일족이라 한다. 숲의 종족도 꽤 다양한 모양이다. 중요한 것은 이들 용병팀 모두가 멜로즈를 쫓는 다는 것이다. 물론 그 배후에 자파가 있다는 건 말하지 않아도 척!

참, 이걸 빠뜨리면 안되겠구나. 셰난도의 언니인 여왕이란 캐릭터를 빠뜨릴 수가 없다. 머스테인은 욕쟁이 언니라고 하던데, 정말 입이 걸긴 걸구만. 근데 그게 참 재미있다. 예쁜 얼굴에 우아한 몸매를 하고 있는 여왕님이 입만 떼면.. 푸하하하핫.... 앞으로 쭉 지켜보겠지만 무척 흥미로운 인물 중 하나임에 틀림없다.

이들의 여정은 자파를 무너뜨리고 세상의 균형을 바로 잡는 것에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 그 여정 동안 얼마나 많은 전투를 치뤄야 할지 잘 모르겠지만, 세상에 쉬운 일이 어디 있더냐. 일단은 멜로즈가 기억을 모조리 되찾고 마법을 제대로 구현하는 것이 먼저이겠지만, 닥치면 한다고 나중에 멜로즈가 자파와의 대결에서는 큰 전투력이 될 것임에는 틀림없다. 멋진 중년의 뮤지션 머스테인, 강인한 여성 검투사 셰난도(섹시하기까지 하다, 난 이런 언니 참 좋아~~), 강력한 마법을 구현하게 될 멜로즈, 그리고 아직은 수수께끼투성이의 숲의 종족까지 나오는 캐릭터마다 어쩌면 이렇게 매력덩어리들이신지...

특히 머스테인의 캐릭터는 내가 너무너무너무너무 좋아하는 슬레시 메탈 그룹인 메가데스의 데이브 머스테인에서 따왔단다. 아흑.. 다음엔 어떤 유명 인물이 나올까. 드럼이라면 메탈리카의 라스 울리히, 기타라면 속주로 유명한 잉베이 맘스틴이나 임펠리테리도 좋고. 외모로 따지자면 스키드 로의 세바스찬 바하도 좋은뎅, 만약 세바스찬이 나온다면 그 피어싱은 꼭 달아 줘야해. 암마, 그렇고 말고. (헉, 너무 앞서나간 모양이다. 그냥 메탈 그룹 이야기만 나오면 여전히 흥분되는 1人) 

다음 권도 완전 기대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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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이 미야베 월드 2막
미야베 미유키 지음, 김소연 옮김 / 북스피어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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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때 제일 무섭다고 느꼈던 것은 밤의 어둠이었다. 지금이야 어딜가도 가로등이 환해서 구석진 곳이나 어두울 뿐 예전처럼 어둡지는 않지만, 어릴때 시골 할머니댁에 가면 정말 캄캄했었다. 가로등도 없고 인가도 띄엄띄엄 있는 곳이었던지라 밤외출을 나가려면 - 화장실이 재래식으로 밖에 있었다 - 플래시를 이용해야 했는데, 방밖으로 나가는 게 너무나도 무서웠다. 게다가 화장실에 가면 빨간 휴지, 파란 휴지 귀신 이야기가 떠오르고, 밑은 뻥 뚫려 있어 뭐가 튀어 나오지 않으면 내가 빠질까 두려웠다.

지금은 어둠 자체를 그다지 무서워하지는 않는다. 물론 혼자 밤길을 걸으면 무섭긴 하지만 그건 어둡기 때문에 무서운 것이 아니라 누군가가 불쑥 나타날까 무서운 것이다. 그 누군가는 귀신도 요괴도 아닌 사람이다. 요즘처럼 사람이 무서운 세상이 또 있을까. 그래서 밤 늦게 엘리베이터를 타야 할 상황이 오면 반드시 혼자 탄다. 그게 낯선 사람과 함께 엘리베이터를 타는 것 보다 덜 무섭기 때문이다.

현대는 이렇다 치고, 그럼 에도 시대는 어땠을까. 그 시대는 지금처럼 과학도 발달하지 못한 때인데다가, 사람의 상식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많았고, 엄격한 신분제 사회인지라 그것을 거슬러 목숨을 잃는 일도 다반사였던 시대였다. 그래서 사람들은 자신이 이해할 수 없는 일은 요괴의 탓으로 돌리기도 했을 것이다.

<꿈속의 자살>은 오쿠로야라는 솜 도매상에서 일어난 괴이한 이야기이다. 젊은 주인 부부의 외아들이 정혼을 할 때에 이르러 오쿠로야의 하녀인 오하루가 그의 아이를 가졌다고 고백한다. 주인 아들과 하녀가 당연히 맺어질리 없고, 결국 그 하녀는 다른 곳으로 보내지게 된다. 오쿠로야에서 고용살이를 하는 긴지는 도련님의 심부름으로 오하루의 집에 가게 되는 긴지는 그곳에서 깜빡 잠이 들었다가 묘한 꿈을 꾸게 된다. 너무나도 생생한 꿈인지라 긴지는 그날 이후 오쿠로야를 그만두게 되는데, 그후 오쿠로야는 완전히 망하게 된다. 도련님과 어떤 여자가 동반자살을 하는 꿈을 꾼 긴지. 이 꿈은 미래의 일을 보여준 것일까.

주인집 도련님은 하녀를 농락해도 되지만, 하녀는 도련님에게 진심으로 반해서는 안된다. 왜냐하면 도련님이 하녀에게 진심으로 반할리가 없으니까. 이는 당시 사회가 얼마나 철저한 신분사회였는지를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어린 시절부터 고용살이를 해야 하는 사람과 어린 시절부터 온실의 화초처럼 자라는 사람. 흥미로운 것은 이들은 이러한 신분제 사회에 대해 크게 반감이 없다는 것이다. 너무 오랫동안 그것에 길들여져서 그런건 아닌지.

<그림자 감옥>은 납 도매상 오카다야에서 벌어진 기이한 사건에 대한 것으로 그곳 대행수였던 마쓰고로가 이소베라는 오캇피키에게 그곳에서 일어난 일을 이야기해주는 식으로 전개된다. 천륜을 저버린 자식의 이야기는 예나 지금이나 변한게 없다. 마누라의 치맛폭에 휩싸여 자신을 낳고 길러준 어머니를 그렇게 만들다니. 오카다야에서 일어난 일들은 원념으로 죽어간 큰마닌 오타즈의 저주였을까, 아니면...

<이불방>은 똑같은 곳에서 고용살이를 하게된 자매의 이야기이다. 술집 가네코야에서 고용살이를 하던 오사토는 어느날 급사하게 된다. 그후 오사토의 동생 오유가 그곳으로 보내지게 된다. 오유는 그곳에서 일을 하던 중 하녀의 우두머리 오미쓰의 부름을 받고 이불방에서 하룻밤을 보내게 된다. 이불방에서 자면서 꾼 꿈에는 언니 오사토가 나오는데...

한 집안에 걸린 저주와 그것에 씌인 사람, 그리고 죽어서도 동생을 지켜주려 했던 언니의 이야기가 무척 인상적이었던 단편.

<매화 비가 내리다>는 오엔과 미노키치라는 남매의 이야기이다. 남매 사이가 보통 그러하듯 미노키치는 누이 오엔이 못마땅하다. 그러던 어느 날 신사에서 오엔이 대흉이 나온 점괘를 매화나무에 걸면서 뭔가를 중얼거리는 것을 보게 된 미노키치. 그후 얼마 지나지 않아 오엔은 수건을 얼굴에 덮어쓰고 세상과담을 쌓고 살게 되는데...

교고쿠 나츠히코의 교고쿠도 시리즈를 보면 교고쿠도가 "남에게 저주를 걸면 자신의 몸에 구멍이 두 개 생긴다"라고 말을 하는 장면이 나온다. 실제로 저주를 걸 능력이 있어 저주를 거는 것이 아닐지라도 다른 사람이 잘못되도록 기원을 하는 것 자체가 저주가 될 수도 있다. 이 작품에 나오는 오엔은 자신의 바람이 다른 누군가에게 큰 상처가 된 것을 보고 후회를 하지만 이미 늦어버린 경우이다. 그래서 오엔은 세상과 담을 쌓고 스스로를 벌주면서 평생을 살아갔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미워하는 사람을 향해 악담을 퍼붓고 나면 오히려 자신이 불편해지는 경험을 한 것에 대해. 나쁜 바람은 함부로 품지 않는게 좋다. 

<아다치가의 도깨비>는 도깨비가 등장하지만 마음이 푸근해지는 작품이었다. 앞에 수록된 작품들이 음울했다면 처음으로 미소를 지을 수 있는 작품이었달까. 사람들의 나쁜 기운이 모이고 모여 형성된 모습인 도깨비는 그것을 바라보는 사람의 마음을 비추는 거울과 같다. 도깨비가 어떤 모습으로 비치느냐에 따라 그 사람의 마음이 어떤지 알 수 있달까. 이 작품은 뒤에 나오는 <가을비 도깨비>와 비슷한 느낌을 주는데, <가을비 도깨비>는 음험한 인간의 마음을 보여주는 것이기에 어두운 작품이지만 도깨비란 소재를 끌어 온 것이라는 면에서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작품에서의 도깨비는 인간의 얼굴을 하고 있지만 마음은 어둠으로 가득한 사람을 의미한다. 장대비에 비치는 모습은 사람의 모습일까, 도깨비의 모습일까. 

<여자의 머리>는 죽은 후에도 성불하지 못하고 원념으로 가득차 떠돌아 다니는 한 여자의 영혼이야기이다. 주인집 아들을 혼자 좋아했지만, 그 마음을 보답받지 못하고 원한을 가졌던 여자가 죽어서도 그 원념을 버리지 못해 다시 찾아온다. 이렇게 보면 사람은 얼마나 미련이 많은 존재이며, 그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존재인지. 

<재티>는 괴이쩍은 화로와 관련한 이야기이다. 겨울이라 그 집에서 고용살이를 하는 하녀가 중고 화로를 사다 숯을 피웠는데, 그 이후 그 하녀가 이상한 행동을 하다 덜컥 죽어 버린다. 이 이야기를 읽으면서 퍼뜩 떠오른건 오래된 물건이 요괴가 된 쓰쿠모가미였다. 이 화로가 쓰쿠모가미였는지 뭔지는 확실히 나오지 않지만, 사실 중고 물품에 어떤 사연이 깃들어 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어쩌면 끔찍한 일이 벌어질 때 그 화로가 그 근처에 있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마지막 작품인 <바지락 무덤>은 가장 소름끼치는 이야기였다고 할까. 직업소개소를 운영하는 요네스케가 자신의 돌아가신 아버지와 바둑친구였던 마쓰베에에게 들은 기이한 이야기인데, 수십년을 주기로 똑같은 얼굴이지만 이름과 출신지는 다른 사람이 찾아 오면 모른 체하라는 것이었다. 그 사람의 혈육일수도 있겠지만 완벽히 똑같은 얼굴과 그때의 나이와 똑같은 사람이라. 이는 더 생각해 보지 않아도 살아 있는 사람이 아니란 것을 잘 알 수 있다. 그들은 모른 척만 하면 아무 탈없이 일을 하다 사라지고 또 수십년이 지난 후 다시 나타나 일자리를 구한다고 한다. 이것은 그들이 사는 법. 그것을 참견한다면 그 비밀을 지키기 위해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아무도 모를 일이다. 세상에는 모른 척 하는 것이 더 좋은 일도 있는 법이다. 
 
예지몽, 원귀, 도깨비, 저주. 어떻게 생각하면 수상쩍고 괴이쩍은 일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요모조모 뜯어 보면 이는 모두 사람에게서 기인한 일이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든다. 사람의 마음속에 깃든 어둡고 사악한 기운이 만들어 낸 일. 우리가 상대를 볼 때 우리 눈에 보이는 것은 겉가죽뿐이다. 그 속에 무엇이 깃들어 있을지는 짐작키 힘들다. 설령 그게 도깨비라 해도 하등 이상할 것이 없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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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 신을 죽일 때
혼마 아키라 지음, 이주희 옮김 / 인디고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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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하게 되면 당사자에게 어느 정도의 변화가 일어나는 것은 분명하다. 좋은 방향이든 나쁜 방향이든 간에. 하지만 자신의 모든 걸 내던질 수 있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난 그런 사랑을 보면서 조금은 부럽기도 하고 조금은 이해가 되지 않기도 했다. 자신의 신념, 가치관, 그리고 자신을 둘러싼 환경을 버리면서까지 사랑을 지키고 싶은 것은 분명히 멋져 보인다. 하지만, 그 사람은 영원히 그에 대해 후회를 하지 않을 자신이 있을까. 내가 정말로 궁금한 것은 그런 것이지만 대부분의 이야기는 '사랑이 이루어졌습니다'로 끝나버리기 일쑤다. 그러나 현실이 그렇지 못하니 책이나 드라마, 영화를 보면서 대리 만족을 느끼고 싶을 때는 확실히 그런 결론이 편하긴 하다.

뉴욕 여행을 떠난 타케루는 도착하자마자 날치기를 당해 다운타운에서 헤매다 위험에 처하게 된다. 그때 눈에 띄인 한 남자에게 타케루는 도움을 처하게 된다. 그의 이름은 레이. 훌륭한 외모와 차림새를 보아서는 성공한 사업가처럼 보이지만, 그는 실제로는 뒷세계와 관련이 있는 인물이다. 타케루는 아무것도 모른채 레이에게 푹 빠져들게 된다. 그 이유는 자신조차 몰랐다.

마피아 간부인 레이는 타케루를 보면서 예전 보스의 여자를 떠올린다. 그녀는 레이가 짝사랑했던 인물로 아이를 가진 후 보스의 곁을 떠나 지금은 어떻게 사는지조차 알 수 없다. 총기 사건으로 중태에 빠진 보스, 흔들리는 레이의 조직. 게다가 타케루가 레이의 정체까지 알게 되어 상황은 걷잡을 수 없는 국면으로 흘러가게 되는데...

마피아 X 순수 청년이라. 일단 이런 커플링을 두고 생각하자면 스토리는 뻔해진다. 순수 청년쪽이 마피아를 밀어내고 거절하다고 튕기다가 결국 순정을 받아주다는 이야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마피아를 야쿠자로 놓고 생각해도 마찬가지) 그치만 역시 혼마 아키라랄까. 오히려 순수 청년쪽이 마피아인 레이에게 끌리고, 먼저 다가선다. 레이의 경우 첫사랑 그녀와 닮은 타케루를 보면서 어떤 생각을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스토리를 놓고 보자면 레이는 이미 그녀에 대한 마음을 접은 상태이다. 아, 깔끔해. 옛날의 그녀란 것은 로맨스에서 빠지지 않는 설정이지만, 이 작품은 그 부분을 깔끔하게 정리해 두었다.
 
게다가 자신들의 정체를 알아버린 타케루를 처리하는 장면. 이 작품 전체를 통틀어 가장 압권이 아닐까 싶다. 또한 조연 역시 멋지구려, 라는 감탄이 나왔는데.. 체스터, 정말 멋진 캐릭터이다. 레이와 타케루가 가진 비밀을 모두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만약 그 사실이 조직에서 들통이 나면 체스터 역시 죽을 목숨이 되겠지만, 그 모든 걸 걸고 레이를 지켜준다는 느낌이 강했다. 물론 체스터에게 있어 레이의 존재는 남다른 존재이겠지만, 그부분 역시 질질 끌거나 찌질한 부분이 전혀 없다. 너무 깔끔한 스토리랄까. 그래서 그런지 긴장감은 별로 없다는 게 약간의 흠?

타케루는... 살짝 찌질할 뻔 했다. 레이가 하지 말란 것은 하지 않았으면 좋았을 걸, 하는 생각도 들지만 그렇게 된다면 레이는 영원히 마피아로 남아 있었을 것이고, 타케루는 또다른 운명에 처해졌을 거란 생각이 든다. 어쩌면 이들의 이야기에 있어서는 빠져서는 안될 부분이지도.

뒤에 수록된 편애의 의학은 단편인데, 앞에 나온 사랑이 신을 죽일 때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였다. 어린 시절의 두 친구 이야기인데, 좀 빤한 이야기랄까. 아츠시나 슈이치나 어릴 때나 지금이나 전혀 변함없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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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부메의 여름 백귀야행(교고쿠도) 시리즈
쿄고쿠 나츠히코 지음 / 손안의책 / 200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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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고쿠도 시리즈를 좋아한다고 하면서도 시리즈 첫번째 책인『우부메의 여름』은 이제서야 읽게 되었다. 몇년전 영화로 봤을 때는 교고쿠 나츠히코의 작품이란 것도, 교고쿠 나츠히코란 작가도 몰랐었다. 그후 항설백물어나 망량의 상자는 애니메이션으로 봤고, 책은『광골의 꿈』으로 처음 접했다. (항설백물어가 먼저였나?) 하여간에 책보다는 다른 장르로 먼저 접했던 셈인데, 책을 읽고 나니 역시 책이 제일 좋다라는 생각이 든다. 사실 우부메의 여름 영화 내용은 간단하게만 기억이 난달까. 아마도 러닝타임이란 게 있으니 많이 축약되었을 거란 생각을 한다. 그래서 영화를 봤음에도 불구하고 처음 접하는 작품처럼 신선했다.

1950년대의 일본 도쿄. 유서깊은 산부인과 의원인 구온지 의원의 사위가 밀실에서 사라지고, 그 딸은 20개월째 임신중이다. 흉흉한 소문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구온지 의원의 또다른 딸인 료코가 이 사건을 에노키즈의 탐정사무소에 의뢰하게 된다. 세키구치는 에노키즈와 함께 구온지 의원을 찾지만, 에노키즈는 이 사건은 경찰에 넘기면 된다는 수수께끼같은 말만 하고 사라진다. 료코에게 기묘한 감정을 느끼는 세키구치는 고집을 부려 스스로 수사하겠다고 마음먹는다. 그러나 조사를 할수록 더욱 수수께끼 같은 상황과 마주치게 되는 세키구치는 결국 자신이 스스로 봉인해두었던 과거와도 마주치게 되는데... 과연 구온지 의원에서 벌어진 기이한 사건의 진실은 어디에 있는 것일까?

우부메의 여름은 구온지家라는 특수한 가문이 가진 엄청난 비밀을 그 중심으로 하는 소설이다. 산부인과를 운영하기전 그들이 해왔던 일과 구온지 가문 대대로 내려오는 비극이 현재의 참극을 만들어 내게 된다. 가계의 특수한 유전이 만들어낸 비극이랄까. 어쩌면 그 상황에 무지했기에 비극을 끊어낼 수 없었던 것일지도 모른다. 저주가 걸린 집안이라는 특수한 상황은 태어나는 아이에 대한 두려움을 가져 왔을 것이고 그것은 과거의 망령처럼 이 집안을 따라 다녔다. 또한 소녀에게 가해진 끔찍한 일들은 소녀가 응당 믿고 의지해야할 어른에 대한 불신과 두려움으로 이어졌고, 그것이 소녀를 크게 바꾸어 놓은 계기가 되었다. 또한 데릴 사위로 들어온 마키오 역시 그 참극의 방아쇠를 당긴 인물이었다. 십몇년 전의 사소한 실수가 그토록 큰 영향을 미치게 될 줄은 그도 몰랐을 것이다. 게다가 전쟁에 참가했다 큰 부상을 당한 후 그가 겪었을 좌절감은 그의 사고방식을 위험할 정도로 바꿔 놓았다. 교코와의 결혼 생활이 엉망이었던 것도 그것에 연유한다.

모든 일들은 따로따로 일어난 일이 아니었다. 모든 사건은 아주 오래 전에 시작된 비극으로 시작했으며, 그 비극을 끊어내지 못하고 질질 끌어온 자들 모두에게 그 책임이 있다고 할 수 있다. 료코가 했던 일은 분명 비도덕적인 일임에 분명하지만 그녀가 그렇게 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은 그녀 자신의 의지가 아니었다. 그렇다고 모든 책임을 그녀의 다른 인격에 책임을 전가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스로를 지키기 위해 그렇게 해야만 했던 료코의 행동 뒤에는 가장 가까운 사람들로부터 받게 된 아픔과 절망이 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또한 교코 역시 남편에 대한 애증으로 인해 그렇게 변해 버려 너무나도 안타까운 인물이었다. 얼마나 간절히 바랐으면 그런 상태에 이르렀을까를 생각하면 가슴이 먹먹해져 온다. 이런 진실을 꿰뚫고 있던 교고쿠도가 처음에는 미온적인 태도를 취할 수 없었던 것이 충분히 이해된다. 어차피 언젠가는 모든 비밀이 햇빛속에서 드러나게 되었을지라도, 이런 비극으로 끝나게 되길 원하지는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고서점 주인이자 신관인 추젠지 아키히코(통칭 교고쿠도), 소설가 세키구치 다츠미, 탐정 에노키즈, 형사 기바 슈타로는 교고쿠도 시리즈를 이끌어가는 중심적인 인물이다. 그외에도 형사 아오키라든가 검시관이라든가 하는 사람도 종종 등장하지만 일단은 이 사람들이 중심이 되어 수수께끼같은 사건을 해결해 나가는 것이 교고쿠도 시리즈이다. 따지고 들자면 결정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인물은 교고쿠도이지만.
 
이들은 상당히 강한 개성의 소유자들인데도 불구하고 서로의 단점을 보완하는 존재들이라 할 수 있다. 작품은 세키구치 다츠미의 입장에서 서술되는데, 세키구치는 이들 중 가장 평범한 사람이라 할 수 있다. 어쩌면 독자와 같은 입장일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교고쿠도의 장광설은 세키구치를 위한 것이란 (혹은 독자들을 위한 것이라는) 생각이 강하게 든다. 에노키즈의 경우 자신이 듣고 싶어하는 것만 듣는 사람인데다, 다른 사람의 기억을 읽어내는 능력이 있다 보니 교고쿠도가 굳이 자세한 설명을 하지 않아도 모든 진상을 꿰뚫어 볼 줄 알기 때문이다. 기바의 경우 지극히 현실적인 인물이고 자기 나름의 이론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 세키구치가 들을 장광설이 필요 없는 경우로 보인다. 그래서 교고쿠도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머리가 어질어질해지는 경우도 종종 생긴다. 그렇지만 교고쿠도가 그렇게 설명을 해주지 않으면 세키구치의 의문이 해소가 되지 않으므로(그건 나도 마찬가지) 장광설이 나올 수 밖에 없다. 교고쿠도의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내가 모르는 세상을 들여다 보는 그런 느낌이 들기도 한다. 그건 아마도 세키구치도 마찬가지겠지만, 이야기를 듣다 보면 그의 이야기에 푹 빠져 들게 된다. 그게 교고쿠도의 첫번째 매력이다.

그렇다면 내가 느끼는 교고쿠도의 두번째 매력이란 사람을 생각하는 마음이다. 교고쿠도는 세상일에 대해 무심한 듯한 태도를 취하고 있지만, 학창 시절 세키구치를 울증의 늪에서 건져 올린 사연만 봐도 그게 아니란 것을 알 수 있다. 물론 세키구치가 친구이기 때문일지도 모르지만, 친구가 되기 전 먼저 다가온 쪽이 교고쿠도란 것을 생각해 본다면 교고쿠도는 마음이 따스한 사람이라는 걸 느끼게 된다. 말로는 세키구치를 무시하는 듯 해도 자세한 설명을 해준다거나 속으로 세키구치의 마음이 다칠까 걱정하는 것을 보면 잘 알 수 있달까. 이러한 부분은 이 작품이 교고쿠도 시리즈 1권이기 때문에 자세히 드러난다.

이렇듯 인간적인 매력과 풍부한 지식, 제령사로서의 출중한 능력을 골고루 갖춘 교고쿠도와 세속의 소용돌이에 자주 휩쓸리는 평범한 사람 세키구치, 다른 별에서 오지 않았을까 하는 착각을 들게 할 정도로 별난 에노키즈, 무뚝뚝하지만 우직한 형사 기바의 이야기에 기묘하고 기이한 수수께끼를 풀어가는 미스터리의 절묘한 조화는 작가의 데뷔작이라 믿기지 않을 정도로 흡입력이 뛰어난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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젤리발바닥 일가 1
타지마 타지코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0년 12월
평점 :
절판


보통 사람들은 젤리라고 생각하면 디저트나 간식으로 먹는 젤리를 생각한다. (쁘*첼같은 것. 나의 경우에는 제*뽀 세대다. (푸하)) 그러나 고양이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젤리란 말을 들으면! 그렇지, 육구를 생각한다. 그렇다면 육구(肉球)란 무엇이냐. 개나 고양이의 발바닥의 볼록한 부분을 말한다. 즉, 말랑하고 볼록한 고양이 발바닥 부분을 젤리라는 애칭으로 부르는데, 분홍색 발바닥은 딸기 젤리, 검정색 발바닥은 포도 젤리라고 부른다. 참고로 우리 티거는 포도 젤리, 우리 보리는 딸기 젤리와 포도 젤리가 적절하게 섞여 있다.

『젤리발바닥 일가』는 네코지마家의 가족들의 일상을 그린 만화로 아빠 니케, 엄마 타마, 딸 치로, 집 나갔다 돌아온 오빠 곤이 이 가족의 구성원이다. (곤은 뒷부분에 등장하기 시작) 이들은 사람들처럼 산다. 그러나, 사람은 전혀 나오지 않는 만화이며, 등장하는 고양이와 개들은 사람처럼 회사에 가고, 학교에 가고, 시장을 보고 문화 생활을 하지만, 하는 행동 하나하나는 고양이의 행동을 그대로 묘사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이를테면 그루밍이나, 꾹꾹이를 비롯해 상자만 보면 들어가고 싶은 욕구를 감추지 못한다거나, 움직이는 물체를 보면 잡고 싶어 안달하는 행위들, 고타츠만 보면 들어가고 싶은 욕구에 시달리는 것들. 그러한 것들이 이 고양이가족의 생활 속 곳곳에 등장한다.

작품은 초겨울무렵부터 시작해 네코지마家와 그 주변 개와 고양이들의 1년간의 다사다난한 모습을 보여준다. 일본 특유의 명절로는 히나마츠리, 칠석, 설날 등의 풍경이 묘사되어 있고, 그외의 행사로는 발렌타인데이, 화이트데이, 크리스마스, 타마의 친구의 결혼식 등의 풍경이 묘사되어 있다. 치로의 학교 생활편으로는 운동회를 비롯해 소풍이야기도 있고, 이 가족들의 문화 생활로는 도예 교실, 뜨개질 교실 이야기도 있다.


이 장면은 히나마츠리 에피소드의 마지막 장면이다. 치로를 위해 치로의 할아버지가 마련해 주신 무려 7단짜리 히나제단. 할아버지의 급방문에 당황한 엄마가 히나 제단을 차리다가 그만 히나 인형의 목을 부러트리게 되었고, 그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 엄마는 히나 네코로 변신한다나 뭐라나. 이 장면을 보면서 어찌나 웃기던지. 이렇듯 다양한 에피소드들이 끊임없이 쏟아져 나오는 것이 이 책의 재미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아빠의 고달픈 사회(및 가족) 생활이나 엄마의 주부로서의 이야기 등의 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다. 특히 엄마도 여자이다 보니 자신의 통통한 몸매에 대해 느끼는 점이라든지, 식사 준비에 있어서의 고단함이라든지는 고양이 가족을 넘어 사람 가족의 이야기도 떠올리게 만든다. 또한 다양한 고양이 및 개들의 등장도 즐길거리 중의 하나이다. 특히 견종마다의 특유한 모습을 잘 표현한 개들의 모습은 잔재미를 더해준다. 그러고 보니 고양이들은.... 그냥 고양이들이구나. 하여간 그렇다.


이렇듯 고양이 특유의 행동을 묘사한 부분과 사람들의 이야기와 비슷한 그들의 삶을 보면 미소가 절로 지어지고, 우리 고양이들을 생각하면서 큰 웃음을 터뜨리게 만드는『젤리발바닥 일가』. 2권도 얼른 나와줬으면 좋겠다. 기다리고 있겠다냥!

사진 출처 : 책 본문 106p, 책 뒷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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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1-18 13: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하. 저도 지금 이거 읽고 있는데요. 깨알같은 일상 에피소드들이 너무 웃긴겁니다. 정말 고양이만 잔뜩! 이렇게 고양이에 의한, 고양이만을 위한 이야기는 처음이예요. :)

스즈야 2011-01-22 01:23   좋아요 0 | URL
그쵸.... 짤막한 이야기 속에 얼마나 다양한 이야기를 담아내는지... 게다가 엄마 고양이 정말 재미있지 않아요? 여자의 마음에서 빵 터졌다능...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