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오파드 백서 2 - 뉴 루비코믹스 1014
오우기 유즈하 지음 / 현대지능개발사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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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을 알 수 없는 재벌 후계자 신교지와 어릴 때 부모에게 버림받아 돈에만 집착을 보이는 오드 아이의 호스트 아야의 이야기로 후끈 달아오르게 했던 레오파드 백서 1권. 2권은 1권에서 중간중간 등장했던 고교생 호스트 린카의 이야기이다. 아야와는 달리 상대를 별로 가리지 않고 호스트 일에 전념해왔던 린카는 열아홉살이란 나이에 호스트일에 물려 버린다. 고교 졸업 문제도 있고 하여 시간이나 죽일 겸 나갔던 보충 수업에서 토끼처럼 순해 보이는 교사 야쿠시지가 남자 애인과 통화를 하는 것을 듣게 된다. 한번 놀려볼까 하는 생각에 야쿠시지를 도발하는 린카, 그러나 린카의 예상과는 다른 반응이 돌아오게 된다.

고교생 호스트와 학교 교사 커플링은 솔직히 말하자면 그다지 좋은 커플링은 아니다. 차라리 꼬맹이 둘이 낫지. 어른과 아이는 아무래도 좀 그렇긴 하지만, 린카가 순진한 학생도 아니고 유급으로 인해 이미 졸업했을 나이인지라 조금은 너그럽게 봐주기로 했다. (내 맘이지!)

남자 애인과 통화할 때는 매달려서 울고 불고 하던 야쿠시지가 린카의 도발에는 주먹이 앞선다. 오호라, 이거 토끼탈을 쓴 맹수였구만. 린카도 집안이 격투기를 하는 집안이라 주먹에는 일가견이 있다. 결국 손이 나가고 발이 나가고, 쌈질로 시작하는 둘의 관계. 에휴, 다 큰 것들이 쌈질이야 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남자란 원래 다 커도 애가 아니던가. 푸핫.

근데 이 야쿠시지란 캐릭터가 참 흥미롭다. 대학원 시절의 교수를 연정의 상대로 품고 있는데, 아무래도 그의 손바닥 위에서 놀림을 받는 분위기란 말이지. 호스트로서 남녀관계를 비롯 남남관계에도 빠삭한 린카가 보기에 야쿠시지는 그에게 일방적으로 매달리고 있을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관계에 연연하는 야쿠시지를 보면 화도 나고 가지고 싶기도 했겠지.

둘 다 연애나 사랑에는 꼴통이고, 퍼뜩하면 주먹이나 발이 먼저 나가 서로에게 상처를 입히지만, 또 이 두사람에겐 그게 서로에게 다가가는 법이란다. 폭력과 강요와 꼴통을 싫어하는 나지만, 뭐 그닥 나쁘지는 않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 작가 그림, 왜 이렇게 느끼해졌냐. 코가 점점 얇아져서 종잇장이라도 베겠소. 게다가 턱이 길고 뾰족해져서 더 그런 느낌이 든다. 아무래도 1권 그림보다는 그림이 충실하지 못하달까. 하여간 작화도 스토리도 캐릭터도 그다지 내 타입은 아니지만 객관적으로 말해서 나쁘지는 않았다. 3권도 나올 예정이라는데, 3권은 린카와 야쿠시지의 연애편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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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
박범신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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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기 인류에게 있어 가장 중요시된 부분은 생존이란 것이었다. 척박한 자연환경과 자신을 둘러싼 주변 환경에서 살아남는 것이 가장 중요했던 시기가 지나면서 사회는 계급 사회가 되어가고 신분제 사회의 상층에 존재하는 사람들을 제외한 사람들은 밥이라도 실컷 먹어 보는 것이 소원인 시대가 한동안 지속되었다. 물론 그외의 욕구도 조금씩 상승했다. 그런 시대를 지나 현대 사회가 되면서 신분제는 없어지고 한때의 급속한 경제발전으로 인해 가난이란 것은 사람들의 머릿속에서 점점 잊혀져갔다.

하지만 그것은 겉모습일 뿐, 속사정은 거의 변하지 않았다. 왕족과 귀족으로 나뉘는 신분제 사회는 무너졌지만, 지금은 새로운 귀족들이 생겨나고 있다. 자본주의 사회가 양산해낸 신귀족들이다. 이들은 새로운 계층을 형성하고 있으며 그들의 부는 평범한 사람들로서 헤아리기조차 힘들다. 한국이 자본주의란 것을 도입하고 몇십년간은 놀라운 성장속도를 보였지만, 1990년대 말부터 대한민국 경제는 무너져내리기 시작했고, 자본주의 시스템에 희생되어 가는 사람들은 극히 일부의 빈민층이 아니라 이제는 평범한 서민가정들마저 빈민층으로 추락시키기 시작했다. 또한 재개발 아파트등의 부동산투기등의 여파로 인해 중산층마저 빈민층으로 추락해가고 있다.

『비즈니스』의 주인공 '나'는 겉으로 보기엔 평범한 30대 후반의 가정주부이다. 연애결혼을 했고 지금은 슬하에 중학생 아이를 하나 두고 있다. 남편은 10년간 고시를 준비했지만 결국 포기하고 지금은 말라버린 고목처럼 살아간다. '나'는 아들의 과외비를 벌기 위해 몸을 팔고 있다. 현재의 대한민국 사회에서 자신들처럼 평범한 집안의 아이는 공부를 못하면 출세길도 완전히 막혀버린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남편의 월급은 고작 100만원 남짓. 이 돈은 세식구 생활비로도 모자랄 정도이다. 그렇다 보니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나'는 이것을 '비즈니스'라 생각하고 있다. 

'나'가 살고 있는 곳은 서해안에 인접한 도시. 그곳은 신시가지와 구시가지로 나뉘어져 있다. 시장은 스스로를 '비즈니스맨'이라 칭하며 신도시 개발에 모든 것을 쏟아 부었다. 당연히 구시가지는 외면되고, 신도시의 폐기물 처리장으로 변해버렸다. 구시가지는 개발 뒷편에 밀려 잊혀진 곳이 되었다. 또한 해안도로때문에 갯벌은 망가져 횟집들은 모두 망해버렸고, 구시가지 주민들은 돈을 벌기 위해서는 신도시로 가서 파출부나 용역일꾼등이 되어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나'는 비즈니스 상대로 만난 한 남자와 가까워지게 된다. 그는 해안가에서 횟집을 하던 사람으로 지금은 경매에 넘어간 횟집 건물에서 자폐아 아들과 함께 살아가고 있다. 그가 구시가지에 와서 횟집을 할 때만 해도 이렇지 않았다. 신도시 개발이 이루어지면서 바닷길은 막히고 그의 생활줄도 막혀버린 것이다. 아내는 급사했고, 아들은 자폐증. 그는 세상이 원망스럽고 저주스러울 뿐이다. 

'나'에게는 주리란 친구가 있다. 그녀는 어린시절의 가난이 죽도록 싫어서 사랑도 비즈니스라 생각하며 살아온 여자이다. 그래서 결혼도 그렇게 했다. 현재는 돈도 풍족하고 젊은 애인도 두며 자유롭게 살아가지만 시댁에서의 그녀는 여전히 하류계급이다. 그런 것이 지긋지긋한 그녀는 젊은 애인과 결혼하기 위해 이혼을 하려 한다. 첫사랑일까. 사랑도 비즈니스라던 여자가 진짜 사랑을 하다 보니 신중하지 못했다. 결국 시집의 계략과 젊은 애인의 배신이 그녀에게 큰 상처를 남긴다. 어쩌면 첫사랑의 배신이 가장 큰 상처가 되었으리라.

이에 비하면 '나'는 사랑해서 결혼한 케이스다. 그렇다고 주리보다 행복할까. 주리보다 가난하지만 주리보다 행복하지도 않다. 이 무슨 아이러니인가. 그런 '나'에게 변화를 가져온 것은 횟집을 하던 남자와 그의 아들 여름이었다. 오전에는 자신의 집안일을 하고 오후에는 여름이네 집에 가서 지내는 두집 살림을 하던 '나'는 문득문득 행복을 느끼게 된다. 사랑해서 결혼한 남자와 생활은 이젠 결코 행복하달 수 없었고, 아들을 위해서는 몸을 팔아서 과외비를 마련해야했던 '나'는 여자로서의 행복도 엄마로서의 행복도 모조리 빼앗긴채 살고 있었던 것을 깨달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런 날들이 지속될리가 없다.

횟집 남자는 시장을 납치했다가 중태에 빠뜨리게 되고 그간 저질러 왔던 범죄도 들통난다. 이 남자의 범죄는 부유한 사람들을 노린 것이었다. 하지만 이 사람의 행동이 사회 전체를 상대로 한다고 보긴 힘들다. 그가 도둑질을 한 이유는 단지 자신의 집을 경매에서 낙찰받기 위함이었으니까. 시장을 납치했던 이유 역시 마찬가지이다. 그는 단지 시장의 사과가 필요했을 뿐이다. 그럴 수 밖에 없었던 것은 지금 처지가 너무 힘들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그래서 사회운동이나 사회적 관심을 끌어올 여력이 없었던 건 아닐까. 모두에게 잊혀진 포구 마을, 신도시의 쓰레기 하치장이나 마찬가지가 되어 버린 구도시는 사람들의 관심밖이었으니까.

'나' 역시 그것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횟집 남자가 바다에서 사라진 후 '나'는 남편과 헤어지고 아들까지 잃게 된 후 결국 여름이와 함께 살게 된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나'는 행복해질 수 있을까. 언제까지 행복할 수 있을까. 피붙이도 아닌 남인데다 자폐증까지 앓고 있는 아이를 언제까지 돌볼 수 있을까. 하지만 '나'에게 있어 그런 미래의 일은 상상할수 조차 없는 꿈같은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당장 먹고 살기 힘든데, 미래가 어디 있고, 꿈이 어디 있을까. 그래서 그녀는 말한다. "지금 …… 참 좋아." 라고. 지금이란 단어가 눈에 아프게 박히는 것은 '나'의 처지를 알기 때문이다. 

자본주의 사회가 고도화될 수록 사람들의 욕망은 점점 더 커져간다. 하지만 부는 항상 상위를 점하는 몇 퍼센트에 편중되게 된다. 돈이 돈을 벌어들이는 것이다. 그렇다 보니 점점 비대해져가는 자본주의 사회의 시스템을 따라잡을 수 없는 사람들이 생겨나는 것은 어떤 면에서는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은 그 자본주의 시스템에 희생되어 가는 사람들의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예전같으면 평범하게 생활할 수 있었을 가정도 이제는 점점 그 시스템 아래에서 짜부라져 간다.

달걀을 한 바구니에 담지 않는 것이 투자의 원칙이라고 했지만, 우리나라 정부는 현재 토목건설에 집중 투자하고 있다. 4대강 사업, 각종 댐 건설을 비롯해 미분양 아파트가 차고 넘치는데도 신규 아파트를 짓고 있고, 재개발 사업이랍시고 원주민들을 도시빈민으로 만들어 간다. 평범한 중산층은 간신히 버티고 있는 중이지만 언제 발판이 무너질지 모르는 위험한 지경에 몰려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재개발 아파트니 뭐니 해서 은행빚을 얻어 부동산 투기 끝물 시장에 합세했다가 은행빚에 몰려 시름이 끊이지 않는 집도 너무나 많다.

아이들 교육문제도 마찬가지이다. 어린 시절부터 학원 몇개씩 다니는 것으로 시작해 중학생만 되면 입시학원과 과외를 받기 위해 밤늦도록 공부를 하지만 그 아이들에게 미래는 얼마나 보장되어 있을까. 대학만 가면 끝일줄 알았는데 등록금은 하늘 높은 줄을 모르고 대학을 무사히 졸업했다 해도 취업은 보장되지 않는다. 부유한 집 아이들은 이미 초등학교시절부터 유학을 떠나니 경쟁이 될 수도 없다.

대한민국은 겉으로 보기엔 그냥 자본주의 사회일지는 몰라도 이미 오래전부터 새로운 계급 사회가 형성되어 버린 나라다. 우리의 미래와 행복은 이미 자본에 저당잡혀 버렸다. 이제 우리는 모든 것을 비즈니스적 삶으로 생각하지 않으면 이 자본주의 사회에서 더이상 발 붙일 곳도 숨쉴 수도 없는 것 아닐까. 우리에게 행복한 내일은 영원히 존재하지 않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문득 든다. 이게 지금 우리의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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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의 초보자 미스터리 야! 6
가이도 다케루 지음, 지세현 옮김 / 들녘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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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는 의학 드라마란 것을 참 좋아했다. 지금도 물론 좋아하긴 한다. 하지만 대부분이 응급실에서의 피말리는 상황에 대한 의사들의 대처 모습이나 멋지고 잘생기고 능력은 좋지만 성격은 나쁜 남자 의사와 예쁘고 순진하고 순수하지만 눈물 많은 여의사들의 로맨스를 그린 작품들이 다수였다. 물론 그 중간에는 의사들의 암투를 그린 드라마도 있었지만, 내가 기억하는 대부분의 의학 드라마는 숨가쁜 의료 현장에서 벌어지는 의사들의 활약이었다. 즉 외과의사들을 중심으로 하는 드라마가 많았다. 하긴 드라마이다 보니 시각적인 면을 자극해야 하는데, 그럴러면 수술을 많이 하는 외과의사들의 이야기가 많아야 하는 건 당연할지도 모르겠다. 그렇다 보니 비슷비슷한 느낌의 의학드라마가 한동안 유행하더니 요새는 의사가 전문직으로서 높은 대접을 못받는지 요즘은 다른 전문직에 관한 드라마가 많은 듯 하다.
 
의학 소설로는 로빈 쿡의 소설을 미친듯이 탐독했던 때가 있다. 고교시절에 그랬는데, 그후로는 다른 책들을 읽다 보니 자연히 멀리 하게 되었다. 그로부터 무수한 세월이 흐른 후, 가이도 다케루란 작가를 만나게 되었다. 사실 가이도 다케루의 소설은『바티스타 수술팀의 영광』과 이 책밖에 읽지 않았지만... 로빈 쿡과 가이도 다케루는 모두 의사 출신 작가이다. 그래서 그런지 의료행위에 대한 - 수술같은 것- 에 대한 묘사가 아주 뛰어났다. 정말 전문가로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달까. 어쨌거나『바티스타 수술팀의 영광』을 읽으면서 의료계의 현실과 수술 장면에 대한 세세한 묘사, 그리고 심료내과의사가 바티스타 수술팀과 관련된 의료사고의 수수께끼를 밝혀가는 부분은 정말 짜릿할 정도로 흥분되었다. 그렇다면『의학의 초보자』는 어떨까.

소네카와 카오루는 14살의 중학생으로, 카오루의 부모님은 이혼했으며, 아버지는 게임이론의 권위자로서 미국에서 연구중이다. 카오루는 일본의 모든 중학생들이 응시한 잠재능력시험에서 1등을 하게 된다. 사실 카오루는 평범한 학생이다. 그런 카오루가 어떻게 1등을... 뭐 당연한 의문이다. 사실 그 시험의 출제자가 카오루의 아버지였기에 카오루는 미리 그 문제를 풀었고 당연히 좋은 점수를 받게 된 것. 그렇다고 카오루의 아버지가 나쁜 사람이라서 일부러 문제유출을 한 것은 아니다.

시험에 1등한 카오루는 단숨에 천재소년이란 별칭을 얻고 도조 대학 의학부에서 연구할 자격을 받게 된다. 의학이란 건 꿈도 꾸지 않았고, 생각도 하지 않았던 소년이 의대에서 연구라니. 처음에는 망설이지만 금세 다른 사람들의 칭찬에 기분이 급상승, 그 제안을 받아들이게 된다. 그리고 일주일에 두 번 도조 대학 의학부로 나가게 된다.

공부라곤 하위권에 속하는 카오루는 의학부에 적응하기 위해 친구들의 도움을 받게 된다. 어찌어찌해서 차츰 그곳에서 적응을 해나가는 카오루지만, 의학부와 어른들의 세계가 어떤 것인지 조금씩 실감하게 된다. 카오루를 도조 대학으로 데리고 온 후지타 교수는 명예욕이 대단한 사람으로 연구보다는 연구비 지원이나 의료계에서 이름을 날릴 일만 생각하는 인물로 비서를 보고 약국 아줌마라 하고 모모쿠라를 모구라(두더지)란 별명으로 부르는 것만 봐도 그 인간성이 드러난다. 이 사람의 추태는 날이 갈수로 심해지는데, 그 추태가 차마 눈뜨고 봐주기 힘들 정도이다.  

카오루는 처음엔 심장이 벌렁벌렁 식은땀 줄줄의 상태였지만 후지타 교수와 함께 하다 보니 어느새 후지타 교수를 조금씩 닮아간다. 게다가 실험을 하다 엄청난 발견을 하게 되고 그 논문을 세계적 권위의 잡지에 싣네 마네 하는 일로 카오루 역시 어깨가 으쓱해지는데...

열네살 카오루가 평범한 소년에서 천재소년이 되어 의학부에서 좌충우돌 활약상을 펼치는 이야기는 무척 흥미롭다. 여기에 흥미를 더하는 것이 의학의 세계와 어른들의 세계의 어두운 뒷부분이다. 그 축은 물론 후지타 교수, 후지타 교수의 이야기를 보면 논문에 이름 올려주기, 잡지에 논문을 실어 자신의 이름 알리기, 의학분야의 발전을 위해서라기 보다는 자신의 잇속 챙기기와 명예 획득하기에 주력하는 인물임을 파악할 수 있다. 또한 라이벌 관계인 실험실은 깔보면서도 자신의 조교를 그쪽 조교와 비교해 무참히 깔아뭉개고 결국 실험에 있어서의 실패도 카오루와 그에게 떠넘긴다. 어른이라면서 책임감도 없고 다른 사람에 대한 배려는 눈곱만치도 없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카오루가 실험한 논문 내용에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이 나타나고, 결국 그 일은 겉잡을 수 없을 지경이 된다. 여기에 덧붙여 후지타 교수는 모든 것을 카오루의 탓으로 돌리려 한다. 카오루는 결국 사과 성명을 발표하기로 하게 된다. 그렇다고 모든 책임이 카오루의 것은 아니니, 결국 카오루는 아버지의 도움을 받아 반격에 나서기로 한다.

카오루가 아버지의 도움없이 어른들의 세계를 반격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그러하기에 카오루가 아버지의 도움을 받는 것에 전혀 껄끄러움이 없다. 오히려 아버지의 도움이 이 책에 있어서 가장 큰 재미를 준다. 먼 곳에 있으면서도 자신의 아들을 응원하는 아버지와 자신의 안에 있던 용기를 발산하는 카오루. 아버지의 도움이 컸다 해도 결국 이 모든 것은 카오루의 용기가 뒷받침되어 있어야 가능했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이 소설은 미스터리라기 보다는 성장소설에 가깝게 느껴진다. 역사 만점, 영어 빵점에 만화책을 끌어안고 살던 평범한 소년이 의학의 세계와 어른들의 세계를 접하면서 성장해 나가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그저 흥미로 이 일을 수락했지만, 진짜 의학이란 것을 배우게 되었다는 것도 두말하면 잔소리. 미스터리적 요소는 카오루보다 먼저 도조대학 의학부에 오게 된 고교생 사사키에게 있었다. 작은 미스터리이긴 하지만 충분히 감동적이다.

카오루는 의학의 세계와 어른의 세계의 어두운 면을 일찍 알아버리기도 했지만, 진정한 의학이 무엇인지, 진정한 어른의 태도란 것이 무엇인지 충분히 잘 배운듯 하다. 평범한 소년에서 이제는 진심으로 의학을 연구하는 소년이 된 카오루. 자신의 눈앞에 펼쳐진 길을 더욱 갈고 닦아 훌륭한 사람으로 성장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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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객, 팔도를 간다 : 경기편 - 방방곡곡을 누비며 신토불이 산해진미를 찾아 그린 대한민국 맛 지도! 식객 팔도를 간다
허영만 글.그림 / 김영사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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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직장을 다닐 때 경기도에서 6년 정도를 살았다. 근데 지금 생각해보면 딱히 경기도 음식이라고 먹어본 일이 별로 없는 듯 하다. 굳이 찾아가서 먹을 필요도 못느꼈거니와 서울 경기 음식은 내 입맛에 좀 맞지 않았기 때문이다. 특히 된장찌게에 양파를 넣어 먹는 게 참 이상해보였다. 된장찌게에서 단맛이 나!! 내가 제일 싫어하는 거다. 난 경상도 사람인데, 사람들은 경상도 사람들이 맵고 짠 음식을 좋아할거라 생각하지만 난 맵고, 짜고, 단 음식은 아주 질색한다. 난 담백한 음식을 좋아하는 편이며 그렇다보니 김치도 젓갈이 거의 안들어간 시원한 김치를 좋아한다.

근데 이 책을 보니 어쩌면 내가 경기도 음식에 대해 편견을 가지고 있었을지도 모른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제대로 된 경기도 음식도 먹어 보지 않고 그저 내 입맛에는 맞지 않을 거라 생각하다니. 맛있는 음식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아쉽다, 아쉬워. 그래도 몇가지 정도는 먹어 봤으니 그것으로 위안 삼아야 하려나? 지금은 경기도와 멀리 떨어진 경상도로 다시 내려온지라 굳이 경기도 음식을 먹으러 다시 그곳까지는 갈 수 없으니 말이다.

『식객, 팔도를 가다 : 경기편』은 만화 + 음식 에세이이다. 책 첫머리는 경기도에 대한 설명으로 시작된다. 지형적 특성이라든지 경기도를 상징하는 것들과 경기도를 특징짓는 음식들에 관한 설명이 컬러 사진과 함께 수록되어 있다. 그리고 식객 본편에 수록된 에피소드 5가지와 그와 관련한 취재 뒷 이야기를 비롯해 에피소드에 수록된 요리 만드는 법과 다양한 경기도 음식 요리법이 따로 더 수록되어 있다. 재료와 조리법이 수록된 레시피가 있으니 음식 만들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직접 만들어 봐도 좋을 듯 하다.

첫번째 에피소드는 부대찌개와 관련한 것이다. 나도 부대찌개는 좋아하는 편이지만 먹고 나면 더부룩한
것이 개운한 맛이 없었다. 으레 햄이나 고기가 많이 들어가서 그런가 싶은 생각이 들었지만, 너무 많이 변형된 부대찌개를 먹었던 것이 그 원인이었다니. 그랬군. 부대찌개에 담긴 우리 민족의 아픈 역사도 다시 돌아볼 수 있었던 에피소드. 

두번쨰 에피소드는 빙어 이야기인데, 빙어는 내가 사는 곳에서도 잘 잡힌다. 주로 댐에서 잡아 오는데, 이곳은 얼음 낚시를 즐길 만한 곳은 아니다. 그렇다 보니 대부분 매운탕집에서 도리뱅뱅이란 요리로 만들어진다. 도리뱅뱅이는 금강 근처에서도 맛볼 수 있는 요리인데, 난 경상도가 원조라고 우기고 싶다. 하여간 바싹 튀긴 빙어에 매콤한 양념을 해서 매콤달콤하게 먹을 수 있는 도리뱅뱅이는 남녀노소 다 즐길 수 있는 요리지만, 살아있는 빙어를 먹는 건... 역시 난 거절한다. (본인의 취향일 뿐) 이 에피소드에서 재미있는 것은 진수와 성찬이 화해하는 장면이다. 두사람, 빙어를 낚은 게 아니라 사랑을 낚아 올리셨구려. 

세번째 에피소드는 복어 이야기이다. 음, 난 복어는 왠만하면 안먹는다. 사실 먹고 싶은 생각도 안든다. 왜냐구? 난 소중하니까요. 일부러 독이 있는 복어를 먹을 이유가 없는 것이다. 이 세상엔 맛있는 게 널리고 널렸는데. (이것도 물론 본인의 취향일 뿐) 이 에피소드에는 황복을 먹으러 온 일본인 손님과 중국인 손님의 설전이 무척 흥미로웠다. 안타까운 것은 남획과 댐과 보등으로 인해 황복의 숫자가 급격히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사람에겐 득일지 몰라도 회귀어종에게는 너무나도 큰 장애물들. 우리 인간은 과연 어디까지 어리석은 짓을 하게 될까. 

네번째 에피소드는 오미자 화채 이야기인데, 이건 요리라고 하긴 좀 그렇다. 음료수이다 보니. 이 오미자 화채와 관련해 부부의 오해와 화해가 무척 재미있었던 에피소드. 오미자씨가 그 오미자씨였군요. 

다섯번째 에피소드는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좋아하는 자장면 이야기이다. 그러고 보니 난 인천에 있는 차이나타운에도 한 번 못 가봤구나. 자장면의 변천사와 화교들의 아픈 과거가 어우러져 무척 흥미롭게 읽었던 에피소드이다. 그러고 보니 내가 사는 곳에도 화교가 운영하는 중국집이 있다. 그집 주 메뉴는 고기만두. 주먹만한 만두안에 고기가 가득하다. 사실 그집 자장면은 내 입맛에 안맞았는데, 이 에피소드를 보고 그 이유를 알게 되었다. 그집 자장면은 아주 오래전의 전통을 그대로 이어온 맛이었기 때문이다. 

레시피로만 소개되는 음식중에 눈에 띄는 음식이 있다. 그건 바로 꿩고기를 이용한 음식인데, 꿩고기를 이용한 것은 북한 음식인줄로만 알았는데, 하긴 지금 남북이 나뉘어서 그렇지 이 또한 경기 음식이었구나 싶은 생각이 든다. 근데 쑥버무리와 증편도 경기도 음식이었나? 여기도 봄이면 쑥버무리를 해먹기 때문에 의외이다. 경기도 음식이 경상도로 내려온 건가. 또한 증편은 내가 정말 좋아하는 떡이라 흐뭇하게 읽었다. 이외에도 많은 음식들이 더 소개되어 있으니 그건 책으로 직접 확인하시길....

난 식객 만화를 아직 읽지 못했다. 권수가 많아서 그렇기도 하고, 실제로는 게을러서 일지도. 그래서 이렇게 이 책으로 식객 에피소드를 읽으며 식객 맛보기도 하고 다양한 음식과 그와 관련된 이야기도 읽으면서 무척 즐거웠다. 다음엔 어디 음식이 소개되려나~~~ 기대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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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누가미 일족 긴다이치 코스케 시리즈
요코미조 세이시 지음, 정명원 옮김 / 시공사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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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례식에 가보면 고인이 생전에 어떤 인물이었는지 알 수 있다고 한다. 또한 장례식의 분위기를 보면 그 집안이 어떤지도 알 수 있다고 한다. 그만큼 사람들의 속마음이 적나라하게 나타나는 곳이 장례식장이다. 평범한 집안의 경우 애도의 분위기가 넘쳐 나지만, 큰 유산으로 갈등을 겪는 집안의 경우 긴장감이 팽배하다. 물론 모든 경우가 그러한 것은 아니지만, 때로 사람들이 상상할 수 없을 규모의 유산은 한 집안의 비극을 불러 오기도 한다.

『이누가미 일족』은 신슈의 나스란 곳에 터전을 잡고 있는 재벌가 이누가미 일족에서 벌어지는 음울하고 잔혹한 사건에 관한 이야기이다. 지금은 고인이 된 사헤 옹이 남긴 유언장은 피로 피를 씻는 갈등을 불러 올 요소로 가득했다. 사헤 옹은 젊은 시절의 은인 노노미야 다이니에 대한 은혜를 갚기 위해 다이니의 손녀딸인 다마요가 자신의 세 손자중 한사람을 선택해 결혼하면 모든 유산을 물려주겠다는 유언장을 남긴다. 그런데 묘한 것은 세명의 손자 중 누구라도 다마요와 결혼을 하지 못하면 유산은 한푼도 받을 수 없게 된다는 것과 아오누마 시누마란 사람이 세 손자보다 더 많은 유산을 받도록 되어 있다는 것이다. 물론 그 관계가 복잡해서 여기에서는 일일이 언급할 수 없지만, 핵심만을 말하자면 다마요 〉아오누마 시누마 〉세 손자의 순서대로 유산이 돌아가도록 되어 있다. 그렇다 보니 이 유언장 문제로 집안이 시끌벅적해질 수 밖에 없다. 그러나 문제는 이것뿐만이 아니었다. 전쟁에서 얼굴에 커다란 상처를 입고 돌아온 첫째 손자 스케키요가 진짜 스케키요인지 누구도 확신할 수 없다는 것이다. 스케키요의 모친인 마츠코는 자신의 아들이라 극구 주장하고 있지만, 각기 다른 첩에서 태어난 자매이다 보니 다른 자매들은 첫째 마츠코에 대해 불만을 감추지 않는다.

책을 읽다 보면 다마요란 인물에 자꾸만 시선이 가게 된다. 은인의 손녀란 이유만으로 엄청난 혜택을 누리는 아름다운 여성인 다마요. 그녀는 스케타케, 스케토모의 사건 현장에 그 직전까지 있었던 인물이기도 하다. 게다가 명민한 두뇌를 가진 그녀는 가면을 쓰고 나타난 스케키요의 정체를 밝히기 위해 다른 사람을 조용히 선동하는 모습도 보인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다마요가 혹시.... 라는 생각을 떨쳐낼 수가 없지만, 미리부터 의심할 수는 없는 일. 게다가 다마요의 알리바이는 확실한데다, 누군가 다마요를 노리고 있는 듯한 정황이 몇 번이나 포착된다. 단지 은인의 손녀란 이유만으로 엄청난 대접을 받고 있는 것같아 보여도 이누가미 일족 사람들에게 있어서 다마요는 눈엣가시이자 구명선이기도 한 존재이다. 그러하기에 그녀를 둘러싼 가족들의 분위기는 증오하면서도 밀어낼 수 없는 애매한 분위기라고 할 수 있다. 
 
후루다테 법률 사무소의 와카바야시 도요이치로는 이 유언장때문에 벌어질 참극을 두려워해 긴다이치 코스케를 나스로 불렀지만, 긴다이치 코스케와 만나기전 독살당하는 일을 시작으로 둘째 손자 스케타케는 목이 잘린 시체로 발견되고, 셋째 손자 스케토모는 교살당한 채 발견된다. 그리고 첫째 손자 스케키요마저 괴상한 상태의 사체로 발견되는데... 도대체 범인은 무엇을 노리고 이 참혹한 범죄를 저지른 것일까.

『이누가미 일족』은 다른 긴다이치 코스케 시리즈와 다른 공간적 배경을 가진다. 다른 시리즈는 섬이나 산 속 같은 닫힌 공간이며, 등장하는 구가(舊家)의 경우 다른 사람들이 경원시하는 존재이다. 그러나 이 작품의 이누가미 가의 경우 사헤 옹이 만든 가문인지라 그 역사가 짧고 그 지역 사람들에게 있어 존경을 받는 가문이기도 하다. 다만 이 사건으로 인해 사람들은 이누가미가를 두려워하게 되긴 하지만. 또 하나 다른 점은 다른 시리즈의 경우, 대부분 일족이 멸족하는 지경까지 이르지만 이 작품은 나름대로 해피엔드란 것이다. 그렇게 될 수 밖에 없는 이유는 중심이 되는 두 인물이 선량한 존재이기 때문이지만... 그래서 참혹한 일가 참살 사건에도 불구하고 가슴을 쓸어내릴 수 있었달까. 

하지만 결말을 제외하고는 그 분위기가 시종일관 무겁고 음울하다. 사헤 옹의 잘못된 처신과 판단은 각기 다른 첩에게서 태어난 세 딸인 마츠코, 다케코, 우메코가 서로를 미워하게 만들었을 뿐만 아니라 사헤 옹이 처음으로 사랑한 여인과 그 여인에게서 태어난 아이마저 불행의 늪으로 빠뜨리게 만들었다. 다마요 역시 유언장 공개 이후 더욱 험난한 운명을 짊어지게 되었으니 더 말해서 무엇하리오. 세 딸은 가해자이면서 피해자이다. 아버지의 사랑을 받고 싶었을텐데, 사랑은 커녕 미움만 받게 되었으니 그 분풀이를 아오누마 모자에게 할 수 밖에 없었으리라. 물론 그 방법이 너무나도 잔혹해 비극을 키우게 되었으니 동정만은 할 수 없는 입장이라고 할 밖에. 그러나 그런 이들이라고 해도 자신의 아들이 죽어 나가는 걸 보면서 그 마음이 갈갈이 찢겼을 것이란 건 더이상 말하지 않아도 좋을 것이다. 게다가 그 살해 수법이 가문의 세 가보를 의미하는 것이었으니, 과거의 망령이 되살아나는 듯한 마음에 두려움이 더욱 커졌을 것이다. 하지만 이 작품에서 가장 안타까운 인물은 역시 사요코이다. 사촌오빠인 스케토모를 사랑하고 그의 아이를 가졌으나 유언장 발표 이후 스케토모는 사요코를 버리고 다마요의 눈에 들기 위해 용을 쓰고, 다마요 겁탈 미수사건까지 일으키고 죽었으니.

이누가미 일가의 비극은 오래전부터 차곡차곡 준비되고 있었다. 그것이 유언장이란 것을 통해 터져나왔을 뿐. 사람의 욕심은 끝이 없고, 사랑도 지나치면 독이 된다. 이누가미 일족을 읽으면서 해피엔드로 끝날지언정 개운한 느낌을 가질 수 없는 것은 이 사건의 뒤에 감춰져 있던 진실이 너무도 잔혹하고 암울하기 때문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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