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폴로의 눈 바벨의 도서관 8
길버트 키스 체스터턴 지음, 최재경 옮김,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기획 / 바다출판사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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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벨의 도서관 시리즈 여덟번째 책은 길버트 키스 체스터턴의 작품집이다. 길버트 키스 체스터턴이라는 풀네임을 읽으며 내가 아는 작가던가, 라는 생각을 잠시 했었는데 작가 소개  부분을 읽으면서 누군지 확실히 알게 되었다. 그렇다. 체스터턴은 사제이자 탐정으로 유명한 브라운 신부를 창조해낸 작가이다. 나도 브라운 신부가 등장하는 소설은 앤솔로지에서 읽었던 게 전부지만 - 그러고 보면 독서량이 참 빈약하다, 나도 - 매우 인상적인 탐정이었기 때문이다. 내가 전에 읽었던 브라운 신부 등장 작품은 <푸른 십자가>라는 작품이었다. 이 작품집 역시 브라운 신부가 등장하는 단편이 네편이나 되지만 다행히 내가 읽어본 작품은 하나도 없다. (이걸 정말 다행이라 생각해야 할지...)

첫번째 작품인 <계시록의 세 기병>은 이 작품집에 수록된 작품 중 최고의 작품이라 칭하고 싶다. 실제로 줄거리를 요약하면 별 것 아닌 것처럼 보여도 그 속에 숨겨진 미스터리와 반전은 기가 막혔달까. 만약 책이 아닌 공연이었다면 기립 박수를 보냈을 것이다. 군인들의 충성심, 그리고 미묘하게 틀어지는 상황. 군인은 로봇이 아닌 인간이다. 그러하기에 이런 틈이 생겼고, 그것이 변수가 되어 결과를 비틀어 놓았다.

이 작품에 관한 보르헤스의 해설 중에 백색의 기다란 길, 흰색 군복의 기병과 백마, 체스 게임등으로 멋지게 장식한 작품이라는 말이 나온다. 어두운 밤길, 백마를 타고 흰색 군복을 입고 달려가는 병사를 체스 판에 비유한 것은 정말 멋지다고 생각한다. 체스 게임을 염두에 두고 보자면 이 기병들은 폰이다. 그리고 시인은 킹이겠지. 하지만 미묘한 어긋남이 체크메이트를 외치지 못하게 한다. 아, 이 얼마나 멋진 작품인가. 

나머지 네편은 브라운 신부의 추리 수첩이라고 해도 될 것 같다. 모두 브라운 신부가 등장하는 작품인데, 각 작품의 느낌은 조금씩 다르다. <이상한 발소리>는 문밖으로 들리는 발소리로 추측하는 사건의 진상에 관한 이야기이다. 솔직히 브라운 신부의 능력에 대해 놀랐달까. 무슨 소머즈 귀도 아니고 각기 다른 발소리가 나는데도 그것이 한 사람의 발소리였으며, 또한 그 발소리가 달라지는 것으로 사건의 진상을 밝혀내다니. 하지만 더 흥미로웠던 것은 범인이 그런 발소리를 낼 수 밖에 없었던 이유였다. 범인의 기지가 한 몫한 작품이랄까. 또한 스스로를 특별취급하는 부자들에 대한 비판도 엿볼 수 있는 작품이었다. 

<이스라엘 가우의 명예>는 스코틀랜드의 고성을 배경으로 하는 작품이다. 고성은 고딕 미스터리의 장치를 소화하기에 훌륭한 장소이다. 그곳에서 벌어진 기괴한 사건의 진실은 한 귀족 가문의 가치관을 담고 있었다. <아폴로의 눈>은 고대 신앙과 결부된 미스터리이다. 요즘 추리 소설의 경향으로 보자면 알리바이 트릭을 바탕으로 하는 작품이라 할 수 있겠다. 똑같은 목적을 가지고 있지만, 서로가 적인 범인 두 명. 그들의 두뇌 싸움도 매우 흥미롭다. 마지막 작품인 <이르슈 박사의 결투>는 서로를 부인하는 존재, 서로를 상쇄하는 존재에 관한 미스터리이다. 왜 그들은 절대 만날 수 없게 된 것일까. 알고 읽으면 별 것 아니야, 라는 생각이 들지 몰라도 그 구성이 매우 치밀한 것에 감탄을 느낄수 밖에 없는 작품이다.
 
미스터리와 신비주의가 결합된 사건의 진실, 사제이자 탐정인 브라운 신부의 추리 능력은 요즘 이 책을 읽어도 오래된 작품을 읽는다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을 정도로 구성이 촘촘하다. 특히 에둘러서 이야기하는 브라운 신부의 말투는 사람 애간장을 타게 하는 면도 있지만, 그게 브라운 신부의 매력일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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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누구도 아닌 너에게 - 제142회 나오키상 수상작
시라이시 가즈후미 지음, 김해용 옮김 / 레드박스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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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를 사랑하게 되면 누구나 이런 생각을 하게 된다. 이 사람이 내 운명의 상대일까, 하는.
요즘 같은 세상에 운명의 상대고 나발이고가 어디 있어? 그냥 적절한 상대와 만나는 것이지, 라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운명의 상대? 꿈 같은 이야기야. 아이처럼 아직도 그런 걸 믿어? 라고 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런 사람들 중에는 사랑때문에 힘든 일을 겪었거나 헤어나올 수 없을 만큼 큰 상처를 받은 사람도 있을 것이고 누군가를 만나 연애는 하긴 하는데 있는 족족 다 깨지고 마는 사람들이 있을지도 모른다.

내 경우에는... 어떨까. 이제껏 남들만큼 연애도 하고 사랑도 했고 이별도 했던 나지만, 여전히 운명의 상대는 있을 것이라 믿는다. 아직 못만난 것 뿐이지, 없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몇번의 연애에서 혹시, 하는 생각을 가지기도 했지만 아직도 혼자인 걸 봐서는 못만났다고 하는 게 옳다. 난 전생도 믿고 내세도 믿는 사람인지라 지금이 아니면 언젠가는 만나지겠지, 라는 생각도 해본다. 아마도 서른도 훨씬 넘은 나이라서 그런 생각을 하게 된 것인지도 모르겠지만. 아마 지금이 20대였다면 운명의 짝을 만난 사람들을 보면서 저주라도 걸고 싶은 생각이 들었겠지만, 서른이 넘은 지금은 착한 맘씨로 공덕을 쌓아야..(쿨럭) 나도 내 짝을 만날지도 모른다는 빈곤한 생각에 쩔어..(음) 하여간 그렇다.

이십대에는 제짝을 만나 서로 아끼며 사랑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부러워하기도 했다. 물론 나도 연애를 하고 있었지만 상대와 어딘가 미묘하게 어긋나는 부분이 많아 적잖이 실망도 많이 했다.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저렇게 연애를 잘하는 것일까. 도대체 어떤 시기가 되면 결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것일까. 여전히 난 그 해답을 모른다.

내 친구들 중에는 벌써 오래전에 결혼해서 아들딸 낳고 잘 사는 친구들도 있고, 여전히 나처럼 혼자 사는 친구들도 있다. 내 친구 중에는 십년을 연애하면서 수십번도 더 헤어진다고 하던 친구도 있었지만 지금은 어찌나 잘 사는지. 또한 정말 이 부부는 서로의 운명의 짝인게야, 라고 생각하게 만드는 친구 커플도 있다. 그들의 외모는 무척 비슷하다. 사랑하면 닮는다지만 그런 것과는 좀 다르다. 두 사람은 턱이 약간 튀어나온 일명 주걱턱인데, 내친구도 내친구의 남편도 턱이 똑닮았다. 이런 걸 보면 정말 두 사람은 운명의 상대가 맞긴 맞나보다 하는 생각이 든다. 저 턱이 증거야, 라는 생각을 하게 된달까. 

하지만 첫눈에 딱 보고 그 사람을 운명의 상대라고 눈치챌 수 있을까. 물론 첫눈에 반했다라는 이야기를 자랑거리로 들고 나오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보통 첫눈에 반한다는 것은 그 사람의 외모에 끌린다는 이야기이다. 자신이 평소 생각하던 이상적인 타입이랄까. 겉모습에 반하고, 만나면서 속마음에 반한다면 더욱 이상적이겠지만, 실제로 그런 이상적인 만남은 많지 않다. 오히려 만나다 보니 좋아졌다, 라는 사람들이 더 많을 것이다. 

<다른 누구도 아닌 너에게>의 주인공 아키오는 재벌집의 후계자로 훌륭한 부모님과 훌륭한 형을 두고 있지만, 스스로가 못났다고 생각하는 면이 있다. 그래서 자신의 입장이 늘 부담스러워했다. 그런 그가 한 여자를 만나 결혼을 한다. 나즈사라는 평범한 여성이다. 아키오는 나즈사와 결혼하면 늘 행복할 거라 생각했지만, 그들의 결혼 생활은 2년만에 깨지고 만다. 나즈사가 예전에 사귀던 신이치란 남자가 이혼했다는 소리를 듣고 마음이 크게 흔들려 버리게 된 것이다. 아키오는 나즈사의 마음이 일시적으로 흔들린 것이라 생각하지만 나즈사의 마음은 이미 신이치에게로 기울어져버렸다.

사람의 마음만큼 간사한 것이 있을까. 죽을 때까지 사랑할 것이라 생각했는데 그건 너무나도 쉽게 깨져버리고 만다. 아키오는 나즈사의 마음이 정리될 때까지 기다리려 하지만 이미 둘 사이는 너무나도 많이 벌어져 버렸다는 것을 깨닫는다. 한편 나즈사의 일로 개인적 상담을 하던 미치코와 가까워진 아키오는 직장 선배로서 의지했던 그녀가 새삼스럽게 여자로 보이기 시작한다.

그녀에게서만 나는 자신만이 맡을 수 있는 향기. 그것은 아키오가 가장 좋은 상대를 발견했다는 증거였을지도 모른다. 미치코는 향수는 일체 쓰지 않았다고 하니까. 하지만 아키오가 그것을 깨달았을 때는 너무 늦은 뒤였다. 잠시동안이지만 행복했던 미치코와의 결혼 생활이 그를 위로해줄테지만, 이제 더이상 자신의 운명의 상대가 자신의 곁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생각에 절망하고 슬퍼할 것이다. 왜 우리들은 항상 너무 늦게 그 사실을 깨닫게 되는 것일까. 

이 작품에서 눈길이 가는 것은 아키오 - 미치코, 나즈사 - 신이치 뿐만이 아니다. 제일 안타까운 건 역시 나기사이다. 아키오의 정혼상대로 정해졌지만 아키오의 형 야스오를 좋아하는 나기사. 하지만 야스오는 형수 마리를 좋아한다. 자신을 바라보지 않는 사람을 늘 바라보던 나기사의 운명은 갑작스런 사고로 비극적인 결말을 맞이한다.

서로 마주 봐야 할 두 사람이 제대로 마주 보고 있다는 지극히 당연한 일이 이 세상에는 흔하지 않다. (151p)

이 세상 사람들 각각에게 단 한명의 운명의 상대만 존재한다면, 그 사람만을 사랑하도록 되어 있다면 세상에 슬픈 사랑이란 없을텐데. 하지만 그런 행운은 모두에게 주어지지는 않는다. 오히려 극소수의 사람들에게만 해당되는 것 같다. 이들 역시 그랬다. 그리고 현실의 우리도 그렇다. 어쩌면 그런 슬픔들이 있기에 운명적인 사랑이 운명으로 여겨지는지도 모르겠지만.  
 
<둘도 없이 소중한 너에게>는 엘리트 약혼자를 둔 미하루가 결혼을 앞두고 옛날 애인과 다시 만나면서 무언가를 깨달아가는 이야기이다. 분명히 결혼 상대자를 두고 누군가를 - 그것도 옛 연인- 을 만난다는 것은 옳지 못한 행동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미하루와 약혼자 세이지의 사이는 조건에 맞추어 결정된 사이라 보는 쪽이 맞을 것이다. 그래서 미하루의 마음이 더 끌리는 것은 옛 연인 구사키일지도 모른다. 결혼이란 것에 대해 비관적 입장을 가진 미하루, 그리고 그녀에게 얼핏 자신의 감정을 내보이지만 도통 그 속을 알 수 없는 구사키. 미하루는 결혼식 전날 마지막 운을 걸고 한가지 일을 행동으로 옮기지만 그녀를 기다리는 것은 텅 빈 공간뿐이었다. 

이 세상엔 반드시 있어야 하는데 없는 게 두 가지 있다. 그중 하나는 정의, 다른 하나는 바로 드라마이다. (224p)

결말부를 보면서 새삼 이 문장이 떠올랐다. 현실에 드라마는 없다. 드라마처럼 보여도 드라마는 아니다. 이 책 역시 가상의 사람들의 사랑 이야기를 담고 있지만 드라마틱한 연출은 전혀 없다. 오히려 너무 현실적이라 운명적인 사랑의 드라마틱함을 생각했던 나를 머쓱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오히려 그게 더 좋은 결말이라 생각한다. 사랑에는 때가 있다. 미하루는 그 적절한 시기를 놓쳐버린 것이다. 미하루는 그 사랑을 잡을 수 있는 기회가 많았지만 스스로 외면해 버렸다. 그런 그녀에게 남은 것은 공허함 뿐일 것이다. 미하루는 어쩌면 자신의 운명의 상대였을지도 모르는 사람을 눈앞에서 놓쳐버렸으니까.

운명의 상대에 대한 이야기인데 두 편 모두 새드엔딩이다. 아키오는 미치코가 자신의 운명의 상대였다는 것을 너무 늦게 깨달아버렸고, 미하루는 운명의 상대일지도 모르는 사람을 그냥 보내버렸으니까. 어쩌면 우리 인생도 그런 게 아닐까. 너무 늦게 깨닫거나 미처 깨닫지 못하고 놓쳐버리거나. 그래서 더욱 공감가는 이야기일수 밖에 없다. 

역자 후기를 읽으면서 '사랑은 디테일이다'라는 말에 공감이 간다. 사랑은 수많은 것들로 이루어진다. 겉모습 뿐만 아니라 내면, 그 사람의 행동 하나하나까지 세부화된다. 나같은 경우 이 말에 공감을 하는 이유가 나도 디테일적인 부분에 집착하는 편이기 때문이다. 보조개가 있는 남자면 좋겠다, 손가락이 길고 예쁘면 좋겠다, 쌍꺼풀은 진하지 않지만 눈이 좀 큰 편이면 좋겠다 등등. 물론 그외의 조건 - 학력, 집안, 키 - 등은 여느 사람과 다르지 않다.

하지만 내가 더 많이 신경쓰는 부분은 행동이나 버릇이다. 아무리 좋은 점이 많을지라도 내가 싫어하는 행동이나 버릇을 가진 사람이면 외면하게 된다. 난 묘하게도 사소한 일에 감동받는 일보다는 사소한 일에 실망하는 일이 많기 때문이다. 행동이나 버릇은 절대 못고친다고 생각하는 사람중의 하나이기에 아흔아홉가지 장점을 가지고 있어도 단 한가지 단점이 내가 절대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라면 난 그사람을 받아들이지 못한다. 이래서 사랑을 못하는가. (씁쓸)

어쨌거나 사랑이란 것은 그런 것이다. 너무나도 많은 부분이 존재하기에 단 한번에 깨닫지 못하는 것이며, 사소한 것들이 하나하나 영향을 주는 것이기에 운명이란 것을 깨닫는 데에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것이다. 하지만 야속하게도 때로는 그것들이 사랑을 이루지 못하게 하는 수도 있다. 사랑은 드라마에 나오는 것처럼 인내심이 많은 것이 아니니까. 운명은 드라마에 나오는 것처럼 늘 내 편을 들어주는 것은 아니니까. 

그러니까 사람의 인생은, 죽기 직전 마지막 하루라도 좋으니까, 그런 가장 좋은 상대를 발견하면 성공한 거야. 말하고 보니 보물찾기랑 비슷하네. (153p)

앞으로의 인생에서 만날 운명의 상대를 너무 늦게 깨닫거나, 미처 깨닫지 못하는 일이 없으면 좋으련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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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헤도로 Dorohedoro 5
하야시다 규 지음, 서현아 옮김 / 시공사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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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사들때문에 판타스틱하게 음울한 도시 홀. 그곳에는 마법사의 마법에 걸려 기억은 몽땅 날아가고 머리는 도마뱀이 된 사나이 카이만이 있다. 그리고 카이만의 베프이자 상당한 능력을 가진 마법사 겸 만두가게집 아가씨 니카이도는  그가 기억을 되찾을 수 있도록, 그가 원래 모습을 찾을 수 있도록 돕고 있다. 하지만 그 일은 좀처럼 진전을 보이지 않고, 결국 카이만은 혼자서 마법사의 세계로 잠입한다.

원래 방독면을 쓴데다가 방독면을 벗어도 도마뱀 얼굴이라 딱히 마법사들도 카이만의 존재에 별 신경을 쓰지 않는 듯 하다. 하지만 어딜 가나 돈이 문제. 일단 카이만은 마법사의 세계에서 살기 위해서 숙식제공 알바자리를 얻게 된다. 그곳은 니카이도의 만두가게와 비슷한 탄바의 고기파이 가게. 하여간 카이만은 먹을 복은 있나 보다. 카이만은 그곳에서 일하며 행동개시 시점을 기다리고 있다.

마법사의 세계는 지금 축제 분위기. 4년마다 돌아오는 파트너 갱신기간이기 때문이다. 일명 블루 나이트. 엔 패밀리는 블루 나이트를 위해 새옷을 맞추는등 분주하기만 하다. 여기서 주목할 것. 노이와 신의 첫만남과 두 사람이 어떻게 파트너가 되었는지의 이야기는 무척 신선한(?) 모습의 신과 노이를 보여준다. 그도 그럴 것이 앳된 모습의 두 사람이 등장하기 때문이다. 노이는, 어릴적 진짜 귀여운 소녀였구나. 게다가 악마 수행을 했었다니. 오, 놀라워라. 이 에피소드를 보면 그들의 인연이 꽤나 깊다는 걸 알 수 있다. 하지만 신과 노이를 각각 파트너로 삼고자 하는 야쿠와 바쿠는 또다시 음모를 꾸미는데... 어떤 방법을 취한든 상관없이 두 사람의 서명만 있으면 되는 파트너 갱신. 신과 노이는 서로의 파트너로 남을 수 있을까?

한편 엔은 마법연기상 살해사건을 조사하다 니카이도가 '시간을 다루는 마법사'라는 것을 알게 되고 홀에 있는 니카이도에 마수를 뻗친다. 그바람에 니카이도 일행은 몽땅 마법사의 세계로 떨어지고 만다. 이들의 운명은?

『도로헤도로』5권을 읽으면서 새롭게 알게 된 것. 엔과 노이는 사촌이었다. 헉, 그랬군. 그래서 노이의 무지 쎈 발언에도 불구하고 엔이 노이를 버섯으로 만들지 않았군. 기억을 찾은 에비스는 과시욕이 상당하고 공짜를 무지 밝히는 아이였다. 아, 왠지 예전의 나사 하나 빠진 에비스가 그립다. 참, 리스는 우연히 노이의 회복 마법의 은총을 받아 제 몸을 되찾았다. 리스는 도대체 어떤 놈이지? 여전히 알 수 없는 녀석.

그러고 보니 5권은 그나마 차분하게 진행된 편이랄까. 1~4권까지는 동시다발적으로 하도 많은 사건사고들이 터져나와 정신이 없었다면 5권은 주로 마법세계와 관련된 이야기라 그다지 복잡한 사건은 없었다. 그러나 마지막 장면으로 보건대 6권은 꽤나 복잡한 일이 많이 터질듯한 예감이다.  


5권 부록인 캐릭터 팝업은 귀여운 얼굴에 섹시한 바디를 전투복 속에 감춘 노이다. 노이는 뭘 먹고 컸길래 이렇게 잘 자란거지? 내가 보기엔 왠만한 남자들보다 키도 더 크고 근육질에 전투능력도 굉장하다. 니카이도도 좋지만 노이도 무척 마음에 드는 캐릭터. 근데 이렇게 봐서는 그냥 남자같잖아! (푸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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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바위 얼굴 바벨의 도서관 7
너다니엘 호손 지음, 고정아 옮김,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기획 / 바다출판사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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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벨의 도서관 시리즈 일곱번째 책에는 우리에게『주홍글씨』로 잘 알려진 너새니얼 호손의 단편 다섯편이 수록되어 있다. 그러고 보니 난『주홍글씨』를 읽었던 적이 있었던가. 영화를 본 기억은 나는데. 책은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대신 앤솔로지에 실린 단편 <세 언덕 사이의 분지>란 작품과 교과서에 수록된 <큰바위 얼굴>을 읽은 적이 있다. 그외의 작품은 거의 접해보지 못한 내게 있어 이 단편집은 너무나도 근사한 경험을 안겨 주었다.

첫 작품인 <대지의 번제>는 인간들이 이제껏 쌓아온 문명에 관한 것을 모두 불태우는 이야기이다. 인간이 만들어낸 문명은 인간을 구속했다. 그래서 인간들은 혁명을 꾀했다. 그것은 태초의 인간으로 돌아가자는 의미를 가지고 있었다. 모든 것이 화염속에서 사라졌다. 하지만 이것이 정말 태초의 인간으로 돌아가는 길일까. 인간이 만들어낸 것을 없앤다고 해서 인간의 정신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모든 것을 무로 돌리는 순간, 인간들은 이제껏 자신들이 쌓아왔던 것을 다시 기억하고 다시 만들어낼 것이다. 바로 '인간의 심장'이 그 역할을 수행할 것이다.   

저들이 그 음험한 동굴을 정화할 방법을 못 찾는다면, 이렇게 엄청난 수고를 다해 태운 모든 잘못과 불행이 그 동굴에서 다시 나올 거야. 예전과 똑같거나 더 나쁜 형태로. (46p)

그렇다. 인간이란 존재자체가, 인간의 정신자체가 말살되지 않는 이상, 인간은 똑같은 과오를 되풀이할 것이다. 그것이 바로 인간이란 존재이다. 인간의 역사는 겉으로 보기엔 시대에 따라 달라진 양상을 보이겠지만 그것은 겉모습일 뿐이다. 결국 속은 그대로인 것이다.

<히긴보텀 씨의 참사>는 제목과는 달리 꽤 유쾌한 작품이다. 도미니커스 파이크란 젊은 행상이 히긴보텀씨가 살해당한 이야기를 어디선가 듣고 소문을 퍼뜨리게 된다. 그러나 이 소문이란 것이 지역에 따라 조금씩 달리 퍼져있고, 또한 히긴보텀씨는 아직 건재하다는 이야기가 나와 도미니커스가 가져온 이야기를 반박하기를 거듭한다. 도대체 히긴보텀씨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이 이야기는 어떻게 '미래의 일'이 '과거에 그림자를 드리웠는지'를 보여주는 이야기이다. 돌고 도는 소문 속에 숨겨진 미스터리. 때로는 과거가 미래를 앞서 미래의 일을 새롭게 재편할 수도 있다. 

<목사의 검은 베일>은 섬뜩한 느낌을 주는 단편이다. 하지만 섬뜩한 것은 겉모습일 뿐. 목사의 검은 베일이 뜻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깨닫는 순간, 소름이 오소소 돋는다. 우리는 흔히 자신만의 마스크를 쓰고 상대를 대한다고 말한다. 자신의 솔직한 모습을 보이는 것이 두렵기 때문이다. 아무리 솔직한 사람이라고 해도 자신의 본모습을 그대로 드러낼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사람들은 어느날 갑자기 두겹의 검은 베일을 두르고 나타난 목사의 기행을 두려워했다. 그러나 검은 베일은 그저 검은 베일일 뿐이다. 사람들은 검은 베일이 뜻하는 것을 무심결에 깨달았기에 그것을 두려워 했을 것이다. 그렇다. 목사의 검은 베일은 우리가 늘 얼굴 위에 쓰고 있는 마스크를 형상화한 것이다. 난 절대 마스크같은 것은 쓰고 있지 않아, 라고 당당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이 있는가. 그렇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은 마스크가 자기 자신의 얼굴이라고 착각하고 있기 때문인 것은 아닐까. 
 
<웨이크필드>는 한순간의 객기로 일으킨 장난으로 인해 한 남자가 집으로 돌아가는 길을 스스로 아주 멀게 만든 이야기이다. 처음에는 일주일을 생각했지만, 그것이 이십년이란 세월이 되었다. 우리는 때로 스스로가 만든 함정에 빠져 허우적대기도 한다. 그런 순간 순식간에 우리는 미아가 되어버릴 수도 있다.  

<큰바위 얼굴>은 교과서에도 수록된 작품이라 모르는 사람이 없을 듯 싶다. 나도 언제, 어느 교과서였는지는 모르겠지만 교과서에서 읽은 적이 있다. 작은 산골마을에 사는 어니스트는 어릴적 어머니로부터 마을 뒷산에 있는 바위에 새겨진 얼굴과 똑같은 사람이 나타나 마을 사람들을 훌륭하게 이끌 것이란 이야기를 듣는다. 어니스트는 매일매일 큰바위 얼굴을 보며 조용한 삶을 살았다. 때때로 큰바위 얼굴을 닮았다는 사람이 나타나기도 했다. 부자, 군인, 정치가 등이 차례차례 나타났지만 그들에게는 무엇인가가 결핍되어 있었다. 모든 사람들이 그들을 큰바위 얼굴과 같다고 생각해도 어니스트에겐 그렇게 보이지 않았다.

어느날 찾아온 시인은 어니스트와 이야기를 나누다가 어니스트가 가진 장점들을 꿰뚫어 보게 된다. 시인은 마을 사람들에게 외친다. 어니스트야 말로 큰바위 얼굴을 닮은 사람이라고. 하지만 어니스트는 그말을 믿지 않고 큰바위 얼굴을 하고 있는 현자가 나타나기를 기다린다.

어니스트가 찾는 큰바위 얼굴을 닮은 사람은 '이상적인 인간상'을 가진 인물이었다. 부자, 군인, 정치가에게서는 무엇인가가 빠져있었다. 원래부터 사람들은 완벽한 존재가 아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사람들은 이상적인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하면서 산다. 시인이 어니스트를 보면서 느낀 점은 바로 그런 것이 아닐까. 꾸준한 자기 성찰과 부단한 노력, 이런 것이야 말로 이상적인 인간상을 만들어가는 주요한 요소일테니까. '이 소박한 사람이 살아있어 세상은 매일 조금씩 좋아졌다'는 본문의 글처럼 말이다.  

다섯편의 이야기는 철학적인 질문을 우리에게 던지기도 하고, 코믹한 미스터리로 유쾌함을 전해주기도 하며, 인간의 본성과 인간이 보이는 모습에 대해 진지한 생각을 하게도 한다. 또한 자신이 파놓은 함정때문에 미아가 되어버리는 사람의 이야기도 꺼내고, 진정으로 이상적인 인간상이란 어떤 것인가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이야기를 담고 있다고 해서 무겁거나 딱딱한 이야기로만 구성된 것은 아니다. 알레고리를 이용한 작품의 경우 순간적으로는 그의 이야기의 저변에 숨겨져 있는 의미에 대한 파악이 힘들지도 모르겠지만, 결말부에 등장하는 명쾌한 결론은 이야기의 핵심을 꿰뚫고 있기에 그렇게 어렵게 느껴지지는 않는다. 오히려 알레고리의 의미를 찾아내는 지적 탐험의 즐거움에 탐닉할 수도 있게 만드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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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면 세계 바벨의 도서관 6
찰스 하워드 힌턴 지음, 이한음 옮김,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기획 / 바다출판사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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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과 물리학을 씨실과 날실로 엮어 만들어낸 새로운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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