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술맛은 안녕하세요? 1 - 막걸리 이야기
박기홍 지음, 최미르 그림, 박록담 감수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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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걸리를 처음 마셔본 것은... 고교 2학년때였던가? 그냥 호기심에 누가 주는 걸 마셔본 기억이 있다. 그때 마신 막걸리는 일명 막사(막걸리 + 사이다를 혼합한 것)라 불리는 것이었는데 달착지근하면서도 톡 쏘는 맛이 참으로 맛있었던 기억이 난다. 그후에 막걸리를 본격적(?)으로 마시기 시작한 것은 대학입학과 동시에 이루어졌다. 신입생 오리엔테이션부터 시작해서 4년동안 주야장천 마셨다고 해야하나. 물론 맥주나 소주를 먹기도 했지만 가난한 학생 신분에 막걸리만큼 싼 가격에 배부르게 먹을 수 있는 술은 없었기 때문이다. 동아리 공연이나 체육대회, 축제 때는 막걸리를 박스로 쌓아놓고 마시던 기억이 난다. 내가 다니던 학교는 대구에 있던 학교라 팔공산 불* 막걸리가 주종목이었달까. 거기에 고갈비(고등어에 양념을 해서 구운 것)만 있으면 더이상 바랄 게 없었더랬다. 물론 많이 마신 다음날은 머리가 깨질 듯한 고통을 감수해야 했었지만 말이다.  

막걸리를 제대로 마시기 시작한 것은 대학입학때부터였지만 막걸리와 처음 만나본 것은 그보다 훨씬 전이다. 시골에 계신 할머니가 누룩으로 막걸리를 만드셨는데 그 술은 젯상에도 오르고, 할아버지의 반주가 되기도 했다. 때로는 손주들 간식용으로 만드시는 찐빵을 발효시키는 역할도 했지. 그때의 기억이 확실하게 나는 건 아니지만 누룩을 보면서 딱딱하게 굳은 빵같다는 생각을 했었고, 기포가 뽀글뽀글 생기는 독안을 들여다 보며 신기해 했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아쉽게도 난 할머니가 만드신 막걸리를 먹어 본 기억은 없다. 그도 그럴 것이 내가 술을 공식적(?)으로 마실 나이가 되었을 때는 이미 할머니께선 막걸리를 만들지 않으셨기 때문이다.

이렇듯 막걸리란 술은 집집마다 만들어 먹을 정도로 흔하고 익숙한 술이었다. 특히 시골에서 농사를 짓는 분들은 새참으로 막걸리 한사발씩을 드시면서 일을 했으니.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막걸리는 싸구려 술, 돈 없는 사람이나 먹는 술 등으로 전락하기 시작해 한때는 막걸리를 전문적으로 생산하는 술도가들이 문을 닫기 시작했고 유명한 술도가나 그 명맥을 유지하는 정도까지 이르렀다. 언젠가 봤던 티비 프로그램에서도 그런 것들 볼 수 있었는데 요즘은 막걸리를 대량으로 주문하는 사람이 없어서 소량 주문이라도 지역을 가리지 않고 배달한다는 주인장의 모습에 가슴이 아파 왔다.

우리와 친근한 술, 집집마다 만들어 먹던 술이 왜 지금은 이렇게 천대를 받는 것일까. 막걸리 맛은 한마디로 정의하기 어렵다. 약간의 단맛, 알싸한 맛, 쏘는 맛, 텁텁한 맛 등 내가 기억하는 막걸리 맛만 해도 여러가지이다. 하지만 유일한 공통점은 막걸리는 뒤끝이 안좋다는 것. 즉 숙취가 심한 술이란 것이었다. 하지만 좋은 막걸리는 좋은 소주처럼 뒤끝이 없다. 안동 소주 45도짜리를 마셔본 사람은 안다. 마실 때는 목이 타는듯 뜨겁지만 의외로 다음날 가뿐하게 일어날 수 있다. (물론 떡이 되도록 마시면 이야기는 다르겠지만)

『오늘 술맛은 안녕하세요?』는 서른 살의 공무원 공희주를 중심으로 막걸리에 대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할머니가 만들던 막걸리, 할머니가 만든 막걸리를 좋아하던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는 우리 할머니를 생각나게 했다. 물론 우리 할머니가 만드신 막걸리는 유명인들의 입맛을 사로잡을 맛은 아니었을지라도 우리 집안의 조상님들을 위해 바치는 술이었기 때문이다. 어쨌거나 공희주는 할머니의 막걸리와 관련된 정보를 찾아 부산으로 떠난다. 부산에 있는 산성도가에서 듣게 되는 할머니 이야기. 어쩌면 공희주의 할머니는 우리 모두의 할머니 모습과 닮아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내게 있어 막걸리는 추억이 담긴 술이라고도 할 수 있다. 여기에서의 추억은 지나간 일에 대한 그리움, 지금은 우리 곁에 있지 않은 존재에 대한 그리움이란 의미다. 우리에게 잊혀진 것을 되새기게 해주는 그런 것이란 의미다.

공희주가 할머니의 자취를 더듬어 가는 이야기를 통해 우리는 우리의 막걸리가 어떤 술인지, 그리고 어떻게 만들어지는지를 볼 수 있다. 또한 희주의 친구가 차린 와인바와 막걸리 도가를 대조적으로 보여주면서 현재 우리 전통술이 어떤 취급을 받고 있는지를 다시금 깨닫게 만든다. 와인은 종류에 따라 가격도 천차만별이고 와인으로 재테크를 하는 사람이 있을 만큼 비싼 와인이나 희귀한 와인이 많다. 하지만 막걸리는 서민의 술, 마시면 뒤끝이 좋지 않은 술로 낙인 찍혀 쓸쓸히 사양길을 걸어 왔다. 이 책은 그런 막걸리의 전통을 끊이지 않게 하기 위해 노력을 아끼지 않는 사람들, 그리고 우리 전통술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고 배우려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 전통주에 대해 어떤 마음을 가져야 할지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 보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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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소의 축제 2 (양장)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52
마리오 바르가스 요사 지음, 송병선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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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년만에 도미니카를 찾아온 우라니아. 그녀는 14살에 미국으로 건너가 스스로의 힘으로 이제껏 자신의 삶을 일구었다. 아버지를 비롯한 친척들의 편지에도 절대 응하지 않았던 그녀가 수십년의 세월이 지나 자신의 조국을 찾아온 이유, 그녀가 고국인 도미니카로부터 등을 돌렸던 이유는 무엇이고 자신의 가족과도 연락을 끊었던 이유, 그리고 아버지를 증오하는 삶을 살 수 밖에 없었던 이유가 2권에서 밝혀진다.

2권의 구성은 초반부는 1권과 비슷하다. 우라니아, 트루히요, 그리고 암살자들의 시점에서 돌아가면서 스토리가 진행되지만 중반부로 들어서면서 트루히요의 죽음 이후 도미니카에 몰아닥친 정치 사회적 혼란과 서서히 안정을 찾아가는 도미니카의 상황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흥미로운 것은 암살에 가담한 대통령과 로만 장군의 상반되는 대처능력이다. 허수아비 대통령이지만 자신이 염소의 사망 이후 어떤 식으로 대처해야 살아남을 수 있으며, 어떻게 해야 도미니카 공화국에 민주주의의 씨앗이 싹을 틔워 튼튼한 뿌리를 가지고 성장할 수 있을지에 대해 능동적으로 대처하는 발라게르의 활약은 자못 흥미롭다. 하지만 역시 아쉬운 점은 미국의 도움을 받을 수 밖에 없다는 것이었달까. 

발라게르와 달리 로만은 염소의 죽음 이후에도 그의 지배력에서 빠져나오지 못했다. 그는 일종의 최면 상태에 빠져, 비록 총통이 몸은 죽었을지라도 그의 영혼이나 정신 같은 것이 계속해서 그를 지배하고 있다고 느꼈다. (226p) 그는 생전의 염소가 걸어 놓은 최면상태이자 마취상태에서 헤어나올 수 없었던 것이다. 결국 로만 장군은 이성을 잃고 혼란에 빠져 허우적대다가 파멸을 맞는다. 로만 장군을 비롯해 암살에 가담한 사람들과 그들의 가족과 친척들은 트루히요의 죽음으로 광기에 물든 아들 람피스에 의해 혹독한 고문을 당하고 숨을 거둔다.  트루히요의 유족들은 그들이 도미니카에서 떠나는 날까지 그들을 고문하고 살해했다. 그 고문 장면은 너무나도 생생하게 느껴져 소름이 끼친다는 것만으로는 표현이 되지 않을 정도이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트루히요의 집권 31년동안 이런 일은 비일비재했을 것이지만 집권을 정당성을 유지하기 위해 밖으로 드러나지 않았을 뿐이라고. 트루히요의 죽음 이후 그것이 밖으로 드러난 것뿐이라고.

이런 생각도 해본다. 물론 역사에서 있어서 가정은 금물이라지만... 만약 로만이 이성적으로 대처했더라면, 람피스가 돌아오기 전 군대를 장악했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그랬더라면 람피스와 트루히요의 형제들의 광기로 인해 희생되는 사람들의 숫자가 조금이라도 더 줄어들지 않았을까. 그랬더라면 미국의 개입 요소가 더 적어지지 않았을까. 하지만 그건 아무도 모를 일이다. 이미 역사는 그렇게 씌어져 버렸으니까.

그렇다면 우라니아의 이야기는 어떻게 끝이 날까. 우라니아는 도미니카로 돌아와 아버지를 만났다. 오래전에 일어났던 일을 추궁하지만 아버지는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 대답없는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는 것은 벽에 대고 이야기하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결국 우라니아는 아버지와의 사이에 생긴 골을 메꾸지 못할 것이다. 대신 우라니아는 고모와 사촌과 이야기를 나누며 자신의 상처를 드러내기 시작한다. 아버지에 대한 원망과 증오가 구체적으로 드러나는 것이다.

아버지는 나를 사랑해서 희생한 게 아니에요, 고모. 날 사려고 했던 거예요. 자기의 죄의식을 씻어버리고 싶었던 거예요. 그런 게 하등의 쓸모도 없으며, 무슨 일을 하더라도 자기가 비열하고 사악한 인간이라고 느끼면서 평생을 살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어요. (44p)

나는 아빠가 살아 있지만 죽은 몸으로 평생 고통 속에 살길 원해요. (138p)

위 두 문장은 우라니아가 아버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사실 1권의 내용으로 볼 때 우라니아를 미국으로 피신시킨 것은 우라니아의 아버지 카브랄로 보여졌다. 하지만 그것은 대통령 발라게르와 총통 트루히요의 대화에서 짐작할 수 있었던 것일 뿐 진실은 달랐다. 카브랄은 자신에 대한 총애를 거둔 트루히요의 생각을 두려워 했고, 결국 자신의 딸을 트루히요에게 제물로 선사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자신의 입지를 되찾기 위해 딸을 희생한 아버지를 우리니아는 절대 용서할 수 없었을 것이다. 이 트라우마는 남자에 대한 불신, 어른에 대한 불신이 되었다. 그래서 지금도 우라니아는 어떤 남자도 받아들일 수 없다.

어쩌면 우라니아는 자신을 강간한 트루히요보다 아버지에 대한 증오가 더 컸을지도 모른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자식을 자신의 목적을 위해 악마앞에 선뜻 내놓다니. 우라니아가 겪은 고통, 상처, 절망, 분노는 여전히 진행형이다.

이런 잔인하고 참혹한 말을 들려주는 건 바로 나 자신에게 도움이 되고 싶어서예요. 이제 이 이야기는 잊어버리도록 하세요. 이미 끝난 일이니까요. 이미 지난 일이고 그 누구도 어떻게 할 수 없는 일이니까요. 아마도 다른 여자였다면 그런 충격을 극복했을 거예요. 하지만 난 그러고 싶지도 않고 그럴 수도 없어요. (364p)

그녀는 미국에서 엘리트층에 속할 정도로 성공했지만 그녀의 일부분은 열네살의 소녀로 남아 있다. 그리고 그것은 영원히 치유되지 않는 상처로 남았다. 오랜 기간동안 그녀를 잠식했던 비밀. 그녀는 이 이야기를 털어 놓음으로써 자신이 그 일에서 해방되기를 원했다. 하지만 마지막 부분을 볼 때 우라니아가 그 일에서 완전히 해방되었다고 보기는 힘들다. 그렇다 하더라도 고국과의 인연을 아예 끊지 않겠다는 것을 보여주는 문장을 통해 그녀는 치유의 길을 향해 한 발을 내딛었다는 것은 짐작할 수 있다.

남성중심의 라틴아메리카 사회에서 고통받아 온 여성, 공포정치로 31년동안 장기 집권을 한 총통, 그리고 그를 죽이고 도미니카에 자유를 가져오려 했던 암살자들의 이야기로 대변되는 도미니카의 잔혹한 시절에 대한 이야기는 비단 도미니카에 국한된 이야기는 아니다. 오랜 기간 서구 열강의 식민지배를 받다 독립했지만 잇다른 독재정권의 집권으로 몸살을 앓아온 라틴아메리카 전체의 이야기이다. 그리고 자유의지를 빼앗긴 채 공포에 마비되어 살아온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공포는 사람의 감각을 마비시킨다. 트루히요같은 독재자가 오랜 기간 장기집권에 성공할 수 있는 것은 이런 마비 효과때문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영원히 마비상태로 남아있는 것도, 영원히 한자리에 머무르는 것도 없다. 다른 누구보다 앞서 그 감각에서 해방되는 사람이 있을 것이고, 그들의 희생으로 또다른 시대가 열리는 것이다.

하지만 모든 이에게 그런 환희가 찾아오는 것은 아니다. 트루히요 신봉자들이었던 이들에게 트루히요의 죽음 이후 달라진 정치 사회적 상황은 그들에게 지난 시절에 대한 향수만을 자극할 뿐이다. 아마 우리나라 사람들 중에 박통을 그리워하는 사람도 이런 부류일 것이라 생각한다. 트루히요 신봉자들이 공포정치는 잊었듯, 우리나라 사람들이 박통의 유신체제를 잊고 경제발전 같은 신화에만 집중하듯 말이다. 또한 시대가 변했어도 여전히 그 시대의 한가운데에 살고 있는 우라니아같은 사람도 있다. 앞으로는 부디 우라니아가 여전히 자신을 좀먹고 있는 음울하고 절망적인 염소의 시대에서 벗어나 밝은 빛속으로 걸어가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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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츠키 3
타카야마 시노부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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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호라, 3권 표지모델은 본텐이로군. 첨엔 누규? 라고 생각했지만 역시 본텐은 피어싱이 특징이니. 게다가 뒤에 살짝 보이는 날개도 있고. 하여튼 맘에 든다. 사실 공주님보다는 본텐 쪽이 매력있거든.

최첨단 컴퓨터 그래픽 시스템으로 에도시대의 저잣거리를 모의 체험할 수 있는 오에도 전시회에서 야행과 누에의 공격을 받아 에도 시대 비슷한 곳으로 흘러들어오게 된 토키도키. 토키는 그곳에서 먼저 그곳으로 들어온 콘을 만나 이세계에 적응해 나가기 시작한다. 요괴와 인간이 공존하는 세상, 그곳은 아마츠키라 불리는 곳이었다. 토키는 '백지인 자'로 테이텐이란 신만이 짤 수 있는 천망을 새로 짤 수 있는 사람이라 일컬어진다. 과연 토키는 아마츠키를 어떤 세상으로 바꾸게 될까. 

무녀 공주님이 있는 신사에 머무는 토키는 공주님의 사연을 듣고 그의 저주를 풀어줄 방법을 찾고자 한다. 하지만, 토키 일행이 나간 이후, 콘은 무언가 잘못되어 있음을 깨닫게 된다. 공주의 저주는 풀어서는 안될 것이었던 것이다. 어쨌거나 아무것도 모른채 니혼바시 거리를 다니며 정보를 수집하는 토키 일행의 이야기와 더불어 2권에서 이어지는 울고 있는 여우 이야기가 진행된다. 이나리인 이마요가 왜 인간을 공격하고 죽이게 되었는지에 대한 사연이 나오는데, 무척이나 가슴 아프다. 인간의 이기심은 옛날이나 지금이나 변치 않는 부분이랄까.

한편 본텐은 사라진 천좌 츠유쿠사의 행방을 좇는다. 그와중에 발견한 헤이하치. 이 사람은 왜 이렇게 순진하고 순박한 거야. 헤이하치라면 츠유쿠사와 이마요를 구해줄 수 있을까.   

뭐랄까. 무녀 공주님인 교텐은 볼 때마다 기분이 나쁘더니 역시랄까. 그래도 중요한 정보는 알려 줬다. 정체가 밝혀지지 않았던 코쿠텐이 바로 야행이었다는 것이며, 코쿠텐의 역할은 요괴든 사람이든 실성케 만드는 것이라 한다. 변화를 가능케 하는 힘이랄까. 물론 나쁜 쪽으로. 교텐은 아마츠키의 유지시키고, 본텐은 아마츠키의 파괴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는데 토키의 선택이 중요하다. 지금 돌아가는 것으로 봐서는 아마츠키는 파멸의 길을 걷고 있는 것이 분명해 보이는데 말이지.

그리고 피안의 세계에서는 센사이 코퍼레이션에 대한 조사가 진행중이다. 아무리 봐도 센사이 미도리가 큰 영향력을 가진 인물로 보이는데 슬쩍 보이기만 했지 제대로 모습을 보인 적도 없다. 이 녀석이 테이텐아냐? 라는 생각도 하고 있음. 즉, 아마츠키는 잘 만들어진 게임, 롤 플레잉 게임이 아닐까 하는 추측을... 물론 참가자들은 그 사실을 모른다는 전제하에..(쿨럭) 별 상상을 다하고 있음.

여튼간에 점점 이야기를 더해갈 수록 늘어나는 인물에 늘어나는 수수께끼는 좀 복잡하긴 하지만 무척 매력적이다. 다음편에는 헤이하치와 츠유쿠사의 이야기가 예고되어 있는데, 어느 하나도 상처받거나 잘못되는 일이 없으면 좋으련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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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형궁정악단 1
유키 카오리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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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와아, 표지 이쁘다!! 이런 단순한 이유로 구매한 유키 카오리의『인형궁정악단』제 1권. 딱히 이 작가에 대해서는 아는 것도 없고, 읽어본 작품도 없다. 뭐, 순정쪽은 잘 읽지 않는 버릇때문일지도 모르겠지만, 일본 만화계를 생각하건대 너무 많은 작가들이 있어 전부 접하는 일은 힘들기 때문이 더 우선적인 이유가 아닐까 싶다. 어쨌거나.

갈라테이란 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람은 인형(기뇰)이 되는 괴질이 만연한 절망적인 시대. 이 바이러스에 감염되는 경로는 다양하다. 기뇰이 된 사람에게 물리거나 피만 튀어도 감염이 되지만 치료법이나 왜 발병하는지조차 알려지지 않았다. 이런 이들을 구제하기 위해 방방곡곡을 돌아다니는 궁정악단 '그림자'의 멤버들은 모두 남자로 구성되어 있다. 여자로 오인할만큼 아름다운 외모의 소유자로 악단장이자 가수인 루틸, 인형의 존재를 느끼면 오른쪽 눈에 통증을 느끼는 바이올리니스트 코하쿠, 그리고 고슴도치를 키우는 첼리스트 귄델이 바로 그 멤버들이다.

이들이 처음으로 찾아간 곳은 투생이란 성이다. 그곳은 외부와 철저히 차단된 곳이지만 사람들 사이엔 묘한 기류가 흐른다. 영주와 그의 가족들을 적대시하는 듯한 마을 사람들. 도대체 그곳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났을까. <잠들지 못하는 인형을 위한 서곡>은 죽은 이에 대한 애도가 집착이 되어 버린 것에 대한 이야기이다. 우리는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을 가슴 아파하고, 그들을 늘 그리워한다. 특히 갑작스런 병으로 죽은 경우에는 더욱더 그러한 마음이 클 것이다. 하지만 애도와 집착은 분명 다르다. 죽은 이에 대한 지나친 집착이 불러온 비극에 가슴이 아프고, 어떻게든 자신의 아이를 지키기 위한 아버지의 노력과 희생은 가슴 찡해진다.
 
<사로잡힌 나이팅게일>은 과거의 트라우마로 인한 집착이 만든 비극에 관한 이야기랄까. 어린아이가 이해하지 못한 어른들의 세상. 그 아이는 어른이 되어서 자신만의 왕국을 만들고자 한다. 자신을 내쳤던 어른 여자들에 대한 집착이랄까. 이런 것을 보면 사람이란 집착의 동물이라고도 할 수 있을 듯 하다. 과거는 흘려 보내야 한다. 과거에만 매달리면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 과거에 매달려 만들어 낸 그의 왕국은 카드로 만든 집에 불과했으니.

괴질에 걸려 죽은 사람들은 기뇰이 된다. 어찌 보면 살아있는 시체들이랄까. 좀비와 비슷하지만 인형으로 바뀐다는 점이 독특하다. 그래서 그들이 파괴될 때는 금이 가면서 부서진달까. 좀비가 죽는 모습을 보든 기뇰이 죽는 모습을 보든 끔찍한 것은 매한가지이지만.

궁정악단 '그림자'는 기뇰이 발생한 마을로 가 음악을 연주한다. 그들의 음악은 기뇰이 된 사람들이 일시적으로 인간의 마음을 찾게 하기도 하고, 그들을 파괴하기도 한다. 아무리 괴질에 걸려 기뇰이 되었다곤 해도 살아생전 사람이었던 존재를 파괴하는 것은 그들에게 있어 일종의 벌이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든다. 또한 검은 찬송가라든지, 이런 것이 나오는 것을 보면 신을 부정하는 일도 하는 셈이니 이래저래 이들의 존재는 무거운 짐을 지고 있는 셈이다. 또한 묘한 것이 루틸과 코하쿠, 귄델은 일종의 계약을 맺고 있는 관계라는데 그것이 아직 무엇인지 정확히 나오지 않는다. 그리고 루틸의 후배라는 스피넬은 스스로를 '필로멜라'라고 하는데 그 정체도 아직 불분명하다. 이야기가 좀더 진행되면 확실히 알 수 있겠지.

음, 그리고 책 제목에 대한 한가지 생각. 인형궁정악단이란 명칭에서의 인형은 기놀이 아니라 마리오네트가 아닐까 싶다. 여왕의 손에 의해 조종된다는 의미랄까. 여왕은 루틸에 대해서도 집착을 보이는 인물일 듯 한데, 그 속사정이 뭔지도 궁금하군. 어쩄거나, 1권만을 읽은 것으로는 수수께끼도 인물들의 관계도도 정확히 파악하긴 힘들다. 다만 이들의 음악이 치유도 되고, 파괴도 된다는 것을 파악했음. 이들이 다음에 도착할 마을에는 어떤 일이 기다리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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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이화 역사 할아버지가 들려주는 도깨비 이야기 파랑새 풍속 여행 1
이이화 원작, 김진섭 지음, 곽재연 그림 / 파랑새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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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사람치고 어린시절 전래동화를 읽으면서 도깨비 이야기를 한 번도 접하지 못한 사람은 없을 듯 하다. 옛이야기뿐만 아니라 동요에도 도깨비가 나오는 것이 있다. 또한 내가 어렸을 때는 도깨비 집이란 이름이 붙은 고택도 많았다. 아흔아홉간 집이 바로 그것인데 백간을 채우기도 전에 닭이 울어 아흔아홉간 집이 되었다는 이야기 등. 그뿐만이랴. 요즘도 도깨비터에 대한 이야기도 종종 접한다. 그렇다면 우리와 이렇게 친숙한 도깨비에 대해 우리는 얼마나 알고 있을까.

우리가 생각하는 도깨비의 모습이 일본의 오니의 모습이란 것은 일찍부터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외의 것에 대해서는 얼마나 알고 있을까? 그저 친숙하게 느낄 뿐이지 실제 아는 것은 별로 없는 게 아닐까. 그런 우리에게 이 책은 도깨비가 어떤 모습을 하고 있는지, 도깨비의 성격은 어떤지, 도깨비의 능력은 어떤지에 대한 이야기와 더불어 옛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도깨비 이야기를 통해 도깨비와 인간의 관계는 어떠했는지에 대해 들려준다.
 
도깨비는 일본 오니와 많이 혼동되어 왔다. 머리에 뿔이 하나나 둘이 있고 풀로 엮은 옷을 걸치고 쇠몽둥이를 들고 있는 것은 전형적인 오니의 모습이다. 내가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놀랐던 부분은 역시 혹부리 영감 이야기일 것이다. 혹부리 영감 이야기가 우리 옛이야기가 아닌 일본의 전래동화였다니. 혹부리 영감에 나오는 도깨비는 일본 오니가 되는 것이다. 에휴, 평생 속아온 느낌이랄까. 이런 것만 봐도 우리가 우리의 도깨비에 대해 얼마나 모르고 있는지를 잘 알 수 있다.

오니의 모습은 정형화된 모습이라면 우리의 도깨비의 모습은 정형화되어 있지 않다. 크기도 색깔도 모습도 다양하다. 게다가 종류도 한가지가 아니라 이름만 붙이면 무슨무슨 도깨비가 될 정도로 다양한 도깨비들이 존재한다. 특이한 것은 도깨비로 변하는 물건들이다. 물론 도깨비가 자연에서 태어나는 경우도 많지만 사람의 손때가 묻은 오래된 물건들이 도깨비가 되는 경우도 많다. 이런 점은 일본의 요괴인 츠쿠모가미와 비슷한데, 츠쿠모가미는 백년이상 된 물건이 요괴로 바뀌는 것을 의미한다. 지역적으로 가까운 나라이다 보니 이외에도 도깨비와 비슷한 전설을 가진 요괴들이 꽤 많다. 중국의 이매망량이나 독가비, 일본의 오니나 텐구 등도 도깨비와 혼동되어 왔지만 도깨비와는 다른 존재이다. 

그렇다면 오래된 물건이 도깨비가 된다는 것은 어떤 것을 의미할까. 그것은 도깨비와 사람이 아주 가까운 관계였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사람과 가까운 곳에 존재했다는 것도 의미할 것이다. 다른 귀신과는 달리 원한을 품고 사람에게 해를 끼치는 존재가 아니라 때로는 사람을 돕기도 하고, 때로는 골탕을 먹이며 장난을 치기도 하는 존재가 바로 도깨비이다. 도깨비의 능력중 특이한 것은 미래를 보는 신통력을 가졌다는 것이다. 이런 것을 보면 단순한 요괴와는 차원이 다름을 알 수 있다.

도깨비의 기본 성품은 순박하여 잘 속아넘어간다는 것, 그리고 장난과 음주가무를 좋아한다는 것, 시끌벅적한 것을 좋아하지만 겁도 많다는 것이 대표적이다. 이런 성품은 한국인의 민족성과 닮아 있다. 도깨비는 기본적으로 인간을 해하는 존재가 아니다. 인간에게 장난을 치기 좋아하지만 돕기도 좋아한다. 겨우 메밀묵이나 돼지고기 등만 대접받지만 반대로 인간에게 돌려주는 것은 아주 많다. 그런 것을 보면 오히려 인간을 도와주고 싶어 안달난 것처럼 보인달까. 그만큼 인간과 가깝게 지내고 싶어 하며, 인간 가까이에 산다는 방증이 아닐까 싶다.

우리가 잘 모르고 있던 도깨비의 특징과 성품, 그리고 도깨비가 나오는 옛이야기를 통해 도깨비가 한국인에게 어떤 존재인지를 잘 보여주는『도깨비 이야기』는 어린 시절 할머니 할아버지로부터 도깨비 이야기를 듣고 자란 어른들이나, 도깨비를 잘 모르고 성장하는 아이들 모두에게 유익하며 즐거운 책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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