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바케 4 - 더부살이 아이 샤바케 4
하타케나카 메구미 지음, 김규은 옮김 / 손안의책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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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천살 먹은 대요괴의 손자이지만 요괴를 볼 수 있는 능력밖에 없고, 아침에 눈을 뜨면 밤새 무사했다면서 주변에서 기뻐하고, 이불에서 일어나면 병이 아니라고 사람들이 안도할 정도로 병약한 도련님 이치타로는 에도에서도 알아주는 운송업 겸 약재상 나가사키야의 후계자이다. 약재상의 주인으로 등록이 되어 있긴 하지만 워낙 허약한 탓에 늘 별채에서 조용히 요괴들에 둘러싸여 지내는 도련님이 안뜰을 향한 툇마루에서 볕이라도 쬐는 날이면 '오늘도 건강하다'고 부모님이 안심하실 정도이니 도련님의 약골체질은 알아줄만 하다. 이런 도련님이지만 늘 집에서 책이나 보면서 지내는 건 아니다. 비상한 머리로 수수께끼 같은 사건을 해결하는 이른바 에도시대 이부자리 탐정인 것이다.

올해 열여덟살이 된 도련님은 최근 자주 열이 나고 아프다. 그래서 외출은 꿈도 못꾸고 집에서 자리보전하는 신세. 그래도 과자집 후계자 에이키치가 종종 들러 뭐라고 딱히 평가를 내릴 수 없는 만주를 선물로 주고 가지만 늘 집에만 있는 도련님 신세로는 유일무이한 친구가 에이키치이기도 하다. 그런 에이키치와 도련님이 사소한 일로 다투었다. 사과를 해야지 하면서도 서로 고집을 부리는 와중에 시간은 자꾸만 흘러간다.

그러던 어느날, 도련님의 귀가 번쩍 뜨일 만한 소식이 들려왔다. 바로 '고와이'란 요괴가 텐구에게 얻었다는 영험한 약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직인에게 궁극의 기술을 전해준다는 신비의 비약. 에이키치에게 선물하면 좋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도련님은 '고와이'와 거래를 하려 하지만, 이상하게도 다른 요괴들이 모두 '고와이'는 피하는 게 좋다고 하는데...

불행의 씨앗이라고 하는「고와이」는 늘 혼자 지내는 요괴이다. 태어날 때부터 그 존재를 부정당하고 거부당한 '고와이'. 그래서 그런지 '고와이'는 누군가의 곁에 있고 싶어 하면서도 의심부터 하고 마는 음울한 성격을 지녔다. 곁에 두면 연쇄적으로 해가 닥친다는 말에도 '고와이'를 보듬어 주고 싶어한 도련님의 마음도 몰라줄 만큼. 참 외롭게 살지만, 스스로 외롭게 살아가는, 스스로를 고립시키는 '고와이'. 그의 처지에 동정하다가도 그의 말본새와 행동에 등을 돌려버리게 된달까. 스스로의 문제가 뭔지 알면 좋을텐데, '고와이'는 그저 남탓만 한다. 사람들 중에서도 이런 사람 참 많지...

두번째 이야기인「분접지」에는 3권에 있는 에피소드에 등장했던 두꺼운 화장녀 오히나가 또 나온다. 이번에는 오히나 자신의 이야기인데, 그녀가 화장을 점점 두껍게 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를 알게 되면서 참 가슴이 아팠달까. 이런 오히나가 우연히 병풍요괴와 말을 나누면서 서서히 자신의 마음을 치유시켜 나간다. 차도남 스타일의 병풍요괴가 이번에는 치유계 요괴가 되었구나. 다시 봤어, 병풍요괴!

시리즈 앞 권에는 도련님 이치타로의 할머니 할아버지에 관한 이야기, 하쿠타구인 니키치와 이누가미 사스케의 과거지사가 나왔다면 이번에는 도련님의 어린 시절 이야기이다. 다섯살 무렵, 아직 요괴들과는 말을 트고 지내지 않던 시기의 도련님이 풀어 가는 기묘한 사건 이야기인데, 어릴 때나 지금이나 변한 건 몸의 크기 뿐? 그도 그럴 것이 어릴 때도 지금과 마찬가지로 병약해서 아이들에게 이름보다는 '약골'로 기억되고 있지만, 비상한 머리를 이용해 기묘한 사건을 해결하는 모습이 꽤 의젓하기 때문이다. 현재는 요괴들에게 단서에 관한 조사를 시키지만, 어린 시절에는 또래 친구들에게 부탁을 하는 면이 다를 뿐이랄까. 어른들에게는 보이지 않고 아이들 눈에만 보이는 가게온나(그림자 요괴) 대추적극인「움직이는 그림자」는 도련님의 귀여운 어린 시절 모습을 볼 수 있어 더욱 흥미로웠다.

3권을 보면 도련님이 슬슬 사랑을 할 나이가 아닌가 싶었는데, 4권에서는 드디어 결실이 맺어진 것일까? 도련님이 난데없이 요시와라의 아가씨와 도망을 치겠다는데, 이거 뭔일이죠? 요시와라는 에도시대 유곽이 밀집한 곳으로 이곳에 있는 아가씨라면 결국 유녀가 될 운명의 아가씨인 것이다. 헉, 도련님이 유곽에 드나든단 말이야? 도련님의 순수한 이미지가 와르르르르.... 무너질 걱정은 안해도 된다. 다 그럴 만한 사정이 있으니까.

오이란의 딸로 유곽에서 태어나 유녀가 될 운명을 타고 난 아가씨의 이야기는 역시 마음 아픈 소재이지만, 다행히 유곽 주인이 좋은 사람이라 아가씨를 몰래 요시와라밖으로 빼낼 계획을 세운다. 이 계획에 동원된 것이 도련님 이치타로인 것이다. 아린스코쿠라고도 불린 요시와라의 이야기와 그곳에 사는 유녀들의 이야기를 그린「아린스코쿠」는 평생을 유녀로 살아갈 수 밖에 없는 아가씨들의 슬픈 운명에 가슴이 짠해진다.

표제작인「더부살이 아이」란 제목을 봤을 때는, 혹시 나카사키야에 더부살이 아이가 들어왔나 하는 생각을 했는데, 어라라 그게 아니네. 아이는 아이가 맞는데 사람의 아이가 아니라 아이 요괴, 즉 야나리 이야기였다. 그림상으로 보자면 야나리는 몸집은 아이처럼 작지만 얼굴은 영 아이같지 않지만, 뭐.. 그렇다고 치자.

도련님의 사랑과 귀여움을 받는 야나리 중 한 녀석이 미아가 되었다. 미아가 된 야나리가 다시 도련님을 만나기까지의 모험은 웃기기도 하고 안쓰럽기도 하고. 자신의 집에 있는 야나리의 목소리를 구별할 줄 아는 도련님의 능력에 감탄하기도 하고. 혹시 도련님 귀는 소머즈 귀? 는 농담이고, 수많은 야나리 중 미아가 된 야나리의 목소리를 구별하는 도련님은 정말 정이 많은 것 같아. 

4권의 이야기는 소외받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많이 다루고 있다고 할까. 존재 자체를 부정당하며 살아가는 요괴 '고와이'도 그렇고, 두꺼운 화장으로 자신의 마음 속 아픔을 숨기고 사는 '오히나'도 그렇고, 요시와라에서 유녀로 평생을 살아 가야 할 짐을 진 소녀들의 이야기도 그렇고. 그래서 시리즈의 다른 이야기들이 사건 위주였다면 4권은 등장인물들의 마음을 담아낸 에피소드가 많다고 할 수 있다. 도련님의 어린 시절 이야기 역시 몸이 너무 약해 다른 아이처럼 지내지 못하는 도련님의 외로움과 또래 친구들과 만나 '가게온나' 사건을 해결하면서 행복해하는 도련님의 모습을 보면서 가슴이 짠해지니까.
 
이렇듯 세상에는 슬픔과 아픔을 가진 사람들이 많지만, 이들의 마음을 보듬어 주고 어루만져주는 존재들이 있어 세상은 슬픔과 아픔, 외로움과 절망쪽으로만 기울어져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나름대로 균형이 잘 맞아 돌아가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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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는 안질려 1
유메지 코우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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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가하면 연상되는 동물은, 단연코 고양이이다. 동물 만화 중에 고양이 만화가 차지하는 비율이 많은 것도 그 이유이지만, 대부분의 고양이 만화는 작가가 직접 기르고 있는 고양이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만화가들이 고양이를 많이 기르는 이유는 뭘까. 고양이는 보통 한살 정도가 되어 성묘가 되면 놀랄만큼 조용하고 차분해진다. 그래서 늘 집에서 일을 하고 밤샘 작업이나 마감일에 미친듯이 몰아서 일하는 만화가들에게는 늘 발랄한 개들보다는 차분한 고양이가 있는 쪽이 더 낫지 않아서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본다.

물론 그렇지 않은 고양이들도 있긴 하지만... 우리 고양이 중 티거는 아홉살이 되었는데도 여전히 아기 고양이처럼 굴고, 우리 보리처럼 사람이 안보는 곳에 가서 저지래를 하는 고양이가 있기도 하다. 하지만 그래도 일단은 개보다 사고도 덜치고, 야옹하고 울어도 개가 짖는 소리보다는 소리가 작으니 작업하는데도 신경이 덜 쓰이고, 매일매일 산책을 시켜야 하는 개에 비해 고양이는 산책을 시키지 않아서 될지도 모르니 그런게 아닐까 싶기도... (아니면 어쩌지?) 말이 좀 길어지긴 했지만, 동물 만화 중에서도 유난히 고양이 만화가 많다는 걸 생각하다 보니 이렇게...

각설하고. 본 이야기로 들어가 보자. 표지에 두리뭉실하게 생긴 녀석은 로즈라는 수컷 고양이로 작가가 길에서 업어온 아이이다. 원래는 키울 생각은 하지도 않았지만 - 이미 키우고 있는 고양이가 있었기때문 - 누군가(?)의 간절한 바람으로 데리고 오게 된 것이다. 뭐, 그런 것도 인연이라면 인연일테지. 인연의 무서운 점이라면 무서운 점일수도 있고. (쿨럭)

처음에는 오래 키울 생각이 없어 - 다른데로 입양보낼 생각이었음 - 장장 석달 동안 이름도 붙여 주지 않았지만 결국 로즈란 이름을 붙여주고 같이 살게 되었단다. 수컷과 로즈란 이름은 잘 안어울리는 것 같긴 하지만, 중성화 수술을 했으니 나름 어울리는 것 같기도. (혼자 열심히 납득 중) 로즈는 알레르기 체질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작가는 수많은 건사료와 습식사료(통조림)을 바꿔 먹이고 그것마저 안되니 직접 고양이 밥을 만들기도 하고 부스럼이 많이 생길 때는 앞다리를 보호하는 보호대를 만들어 입히거나 엘리자베스 칼라도 직접 제작해서 씌운다. 이런 모습을 보면 참으로 로즈를 많이 아끼고 사랑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 수 밖에 없다.

그도 그럴 것이 자기가 직접 펫샵에 가서 입양한 반려동물이 병에 걸리면 돈이 많이 든다는 이유로 버리는 사람이 허다하기 때문이다. 길에서 맺어진 인연으로 처음에는 기를 생각도 없었지만, 돌봐 줘야 할 때는 확실히 돌봐 주는 작가의 모습을 보면 진정 로즈의 반려인이 될 인연이 아니었을까 싶다.

『고양이는 안질려』1권 역시 다른 고양이 만화와 마찬가지로 깨알같은 에피소드들로 구성되어 있다. 로즈와의 첫만남에서 시작해 로즈와의 일상들이 빼곡하게 들어차 있는데, 그중에서 가장 기억에 많이 남는 건 역시 앵무새 모모와 고양이 로즈와의 동거 이야기가 아닐까 싶다. 지인의 부탁으로 몇 달 동안 앵무새를 돌봐 주게 된 작가. 보통 고양이라면 새를 사냥감으로 인식할테지만, 로즈는 처음에 새를 공격하면 안된다는 교육을 받은 후로는 모모와 애매모호하게 사이좋게 지낸다. 앵무새도 꽤 간이 큰 게 아닌가 싶기도. 이상한 새와 이상한 고양이? (→ 작가의 말에 따르면)

그리고 뒷마당에 밥 먹으러 오는 고양이와 그 고양이가 남긴 선물 이야기, 로즈의 벌레 사냥 이야기, 새로 입양한 중고양이 스우쉬와 로즈의 만남에서 절친이 되기까지의 과정 등 로즈와 관련한 다양한 이야기들이 펼쳐진다. 애교쟁이지만 궁극의 마마캣이자, 새와도 사이좋게 지내고 새로 온 고양이에게 꼼짝도 못하는 로즈의 공사다망한 나날들. 2권에서는 또 어떤 이야기들이 기다리고 있을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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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키리크스 - 마침내 드러나는 위험한 진실
다니엘 돔샤이트-베르크 지음, 배명자 옮김 / 지식갤러리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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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랄까. 이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 끊임없이 드는 의문은 원래 내가 사려고 했던 책이 맞는가 하는 것이었다. 비슷한 시기에 두 권의 책이 위키리크스라는 제목을 달고 나왔기 때문에 - 부제는 다르지만 - 혹시 헷갈렸나 싶은 생각도 들었지만 일단 끝까지 읽어 나갔다. 읽는 내내 내가 원하던 책이 아니란 생각은 들었지만, 나름대로 위키리크스를 운영하는 사람들의 내부적인 문제와 그들이 다루던 폭로 문건에 대한 이야기로 위키리크스의 겉모습뿐만 아니라 내면도 들여다본 느낌이랄까.

일단 내부적인 면을 보자면 폭로 사이트 위키리크스의 설립자 줄리언 어산지와 이 책의 저자 다니엘 돔샤이트 - 베르크의 첫만남에서 두명이 이 사이트를 운영해 가던 시절, 그리고 후원자들의 증가와 다른 멤버의 유입 등 위키리크스의 발전 과정과 더불어 줄리언과 다니엘이 어떤 식으로 엇갈리게 되고 결국 서로에게 등을 돌리게 되었는지의 과정도 모두 포함되어 있다.

그리고 이들이 폭로한 문서에 관한 이야기로는 스위스 은행인 율리우스베어 은행 케이먼 지점의 부정, 사이비 종교단체 사이언톨로지와 관련한 이야기, 이라크 전쟁, 아프가니스탄 전쟁과 관련한 이야기 등 위키리스크에서 폭로한 다양한 문건에 대한 이야기며, 언론사와의 정보 공유 등 다양한 외적 활동에 대한 이야기 등도 나온다.

하지만 읽으면서 좀 찜찜했던 부분은 저자가 위키리크스 사이트와 너무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인물인데다가 줄리언 어산지와 결국 등을 돌리게 된 사람이란 것을 생각하면 이야기 자체가 아무래도 주관적으로 흐르게 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즉, 본인은 아무리 객관적 입장을 견지하려 해도 그것이 힘들다는 것이다. 그래서 결국은 줄리언 어산지가 중후반부에 들어서면서 편집증 환자에 권력과 재력에 맛을 들여 위키리크스의 처음 설립 이념과는 전혀 다른 길을 걸어간 인물이라는 생각만 들게 된다. 물론 줄리언이란 인물 자체가 문제가 있는 것은 확실해 보이지만, 한쪽만의 입장으로 씌어진 책이기에 위키리크스 내부 문제를 완벽하게 보여주지는 못한다는 아쉬움이 남을 수 밖에 없다. 

처음에 난 위키리크스가 위키피디아와 관련있는 어떤 것이 아닐까 라는 생각을 했을 만큼 위키리크스 자체에 대해서는 잘 몰랐다. 그런 면에 있어 이 책이 위키리크스가 어떤 목적으로 만들어졌고 어떻게 운영되었으며 어떤 일을 했는지에 대해서 많은 대답을 들려줬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줄리언과 다니엘 사이에서 벌어지는 어떤 인간 관계에 대한 이야기가 너무 많은 비중을 차지 하고 있다는 점이 아쉽다. 결국 위키리크스에 정보를 제공하는 익명의 제보자들이 내부고발을 한 것처럼, 다니엘 역시 위키리크스의 내부고발자가 된 것이다. 그렇게 보자면 이 책은 위키리크스 내부 폭로 이야기라 봐도 무관하지 않나 싶은 생각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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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 개의 고양이 눈 - 2011년 제44회 한국일보문학상 수상작
최제훈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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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제훈 작가의 전작이자 데뷔작인『퀴르발 남작의 성』을 읽으면서 느꼈던 재미와 흥분이 배가되어 찾아왔다. 이번에 나온『일곱 개의 고양이 눈』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작품이었달까. 일단 목차를 보면 4개의 소제목이 보여서 이번에도 단편인가 했는데 장편이다. 근데 장편이라고 단정하기도 좀 뭣하다. 그도 그럴 것이 이야기가 얽히고 설킨 구조가 남다르기 때문이다. 아무 생각없이 읽다가는 이야기에 갇혀 버리게 된다. 그만큼 구조가 복잡하고 어디와 어디가 이어질지, 어디에서 어디로 튈지 모르는 이야기들로 구성되어 있다.

'실버 해머'라는 이름의 연쇄살인범 관련 사이트의 회원인 '불면증', '유혈낭자', '폐쇄미로', '전신마취', '왕두더지', '한니발'은 운영자 '악마'의 초대로 깊은 산에 위치한 산장에서 정모를 가지게 된다. 이들은 '악마'를 기다리며 연쇄살인범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지만, 시간이 지나도 '악마'는 나타나지 않는다. 결국 6개의 방에 한 명씩 들어가 잠을 청하게 되지만, 그 다음날 경악할만한 사건이 발생한다. 닉네임 '한니발'이 살해된 채로 발견된 것이다.

폭설이 쏟아지는 산장에 갇힌 사람들은 두려움에 떨게 된다. 연쇄살인범의 이야기를 즐기던 그들이었지만 실제로 사람이 살해된 현장을 보면서 죽음의 두려움에 사로잡히게 된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차례차례 한사람씩 죽어간다. 유일한 단서는 꿈에 나타난 악마. 이들 중 범인은 과연 누구?

<여섯번째 꿈>은 연쇄살인범을 광적으로 좋아하는 이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연쇄살인극에 관한 이야기이다. 꿈에 나타난 악마가 사람들을 죽인다는 설정인데, 이 모든 것이 정말 꿈에서 벌어진 일일까. 영화 <나이트메어>의 경우 잠들면 죽는다. 꿈을 꾸면 죽는다. 하지만 이 작품의 포인트는 이와 반대라는 설정이 재미있다. 누군가를 죽이기 위해 꿈을 꿔야 한다, 랄까. 그리고 다른 사람들의 죽음이나 연쇄살인범에 대해서는 일종의 로망을 가지고 있던 이들이 자신 앞에 다가온 죽음의 그림자에 극한의 공포를 느낀다는 것도 무척 흥미롭다. 인간은 죽음을 동경하지만, 그것이 자신의 일이 된다면 더이상 그것은 동경이 될 수 없다.

<복수의 공식>은 1~5까지 나뉘어진 이야기인데, 1~4까지의 이야기는 서로 쌍을 이루고 마지막 5가 붙은 이야기는 이 모든 이야기를 아우른다. 처음에는 한 편씩 완결성을 가지는 이야기가 아닌가 했는데, 어디선가 접점이 생겨난다. 이는 이 작품 안에서 만이 아니라 앞에 나온 <여섯번째 꿈>의 이야기와도 접점을 가진다. 그런 접점은 교묘하게 변형되어 숨어 있는데 그것을 찾는 것도 무척 쏠쏠한 재미를 준다. 어떻게 보면 평행우주에서 벌어지는 일 같기도 한 이야기랄까. 내게 가장 짜릿짜릿한 느낌을 준 것이 바로 이 <복수의 공식>이었다.  

<π>는 M이란 번역작가와 그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는 한 여인의 이야기이다. 이야기속에 이야기가 들어가 있고, 그 이야기가 또다른 이야기와 연결되는 기묘한 구조랄까. 또한 M이란 번역작가는 <여섯번째 꿈>에 나온 '폐쇄미로'의 또다른 모습으로 등장한다. 여성이 남성이 되고, 스페인어 번역이 영어 번역이 되는 등 물론 변형과 변화가 존재한다. 아주 약간의 겹침이 있고 나머지는 또 새로운 이야기로 진행된달까. 또한 M이 번역한 작품은 <여섯번째 꿈>이고 이야기를 들려주는 그녀는 일곱개의 고양이 눈이라는 노래를 부른다. 얼추 눈에 잘 띄는 것 몇 개만 이야기하고 있지만 사실 이보다 더 많은 것들이 얽혀 있다. 그것은 책을 읽는 독자가 직접 연결시켜야 하는 숙제다.

마지막에 등장하는 <일곱 개의 고양이 눈>은 삼류 연극 배우와 그녀를 집요하게 쫓는 스토커의 이야기이다. 어라라? 완전히 다른 이야기가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지만 천만의 말씀, 만만의 콩떡. 여기에 나오는 수많은 이야기는 서로 보일듯 말듯 한 거미줄로 연결되어 있다. 투명하지만 아주 강한. 솔직히 말하자면 어디와 어디가 연결되어 있고 무슨 변형이 있었나를 일일이 기억할 수 없을 정도로 촘촘하고 느슨하게 연결된 고리와 고리들. 작품을 읽다보면 마치 이야기가 살아서 스스로 분열하고 변형되어 가는 과정을 지켜보는 느낌을 가지게 된다. 도대체 작가의 능력은 어디까지일까, 싶은 생각도 든다.

수많은 변형과 변주. 이야기 속의 이야기, 영원히 끝나지 않을 것 같은 이야기, 스스로 재창조되고 증식해가는 이야기.『일곱 개의 고양이 눈』은 내게 있어 바로 그런 소설이었다. 이 소설은 읽어봐야 그 맛을 확실하게 느낄 수 있는 이야기이다. 그것도 처음부터 끝까지 긴장의 끈을 놓지 말고, 중간중간 끊어 읽지도 말고, 차분하게 읽어야 하는 이야기이다. 그렇게 읽는다면 이 이야기들이 생명을 가지고 꿈틀꿈틀 대는 것을 만끽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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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메나시 면사무소 산업과 겸 관광담당 3
이와모토 나오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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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고향 마을인 아메나시로 돌아온 긴이치로는 면사무소 직원으로 취직한다. 그가 담당하게 된 것은 산업과 겸 관광이지만, 관광쪽으로는 딱히 내세울 게 없는 것이 바로 아메나시. 긴이치로는 마을 뒷산에 있는 멋진 벚나무를 대상으로 한 축제를 기획한다. 다행히 마을 사람들 모두 협조적인 분위기. 마을 사람들과 긴이치로는 벚꽃 축제를 멋지게 성공시키기 위해 음식 준비 등 축제 준비에 바쁜 나날을 보낸다.

드디어 축제의 날이 밝았다. 인기 배우가 된 스미오 덕에 아메나시 벚꽃 축제장은 북새통을 이루지만,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올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던 마을 사람들은 당황스러움 속에서도 기쁨을 감추지 못한다. 메구미가 만든 떡도 잘 팔리고, 사누키 우동을 만드는 밀가루로 만든 우동도 잘 팔린다. 여기에 스미오의 미소가 더해지니 금상첨화랄까.

축제는 성공적으로 개최중이지만, 스미오와 긴이치로 사이에는 풀어야 할 숙제가 있다. 메구미를 좋아하는 긴이치로, 긴이치로를 좋아하는 스미오, 스미오를 좋아하는 메구미, 라는 삼각관계랄까. 이 작품이 무척 마음에 들었던 이유는 이런 관계도 무리하지 않고 잘 풀어나간다는 점이다. 사실 모태 노말인 긴이치로가 스미오의 고백에 당황한 건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스미오를 배척하거나 경멸하는 태도는 전혀 없다. 어색해 하지만 그 마음을 받아 주지 못하는 걸 미안해 할 뿐이다. 또한 스미오를 좋아하는 메구미의 마음을 알고 있는 만큼 메구미의 마음을 달래주고 어루만져 주는 것도 역시 긴이치로의 몫이다. 이런 면에서도 꽤 멋진 청년이지 않나. 물론 메구미도 징징대거나 매달리지 않고 자신의 감정을 잘 수습하는 멋진 아가씨이고, 스미오 역시 자신의 감정과 긴이치로의 감정이 이어지지 않는다고 해서 절망하고 무너지지는 않는다. 오히려 도쿄에 있는 동안 자신의 마음을 상당히 많이 정리해서 온 느낌이랄까. 그래도 혼자 몰래 마을을 떠나는 스미오의 등을 바라보는 건 좀 마음이 아팠지만...

특산물도 딱히 관광상품도 없던 마을이 새로운 이벤트를 기획하고, 이벤트 준비에 착수하면서 마을 사람들의 유대감은 더욱더 끈끈해졌고, 더욱 자신의 마을에 대해 자랑스러워하는 마음을 가지게 된다. 벚나무가 있는 언덕까지의 길을 제대로 보수, 정비하고, 맛있는 우동을 만들기 위해 열심히 반죽하는 아저씨들의 모습을 보는 건 꽤 흐뭇했다. 왜냐면 이 아저씨들은 밤에는 늘 술판을 벌였던 전적이 있었거든.

결말부를 말하자면.... 시간은 몇년을 건너 뛰고 여전히 축제는 성공적으로 개최, 게다가 다른 마을 축제와 연동 시스템을 갖춘 랠리 축제로 거듭난다. 첫해에는 스미오의 후광이 플러스 요인이었지만, 그 다음해부터는 마을 사람들 모두의 노력 덕분이라고 할 수 있다. 가슴이 뭉클했달까. 희망적으로 끝나는 결말부를 보면서 우리 농촌 마을도 이렇게 변해갔으면 하는 바람이 생긴다.

아메나시 3권 뒷부분에도 단편이 수록되어 있다. 남녀 고교생이 주인공이 되는데, 그 여자 * 그 남자의 이야기라고 할까. 하나는 여학생 입장, 하나는 남학생 입장에서 이야기가 진행되는데, 참 귀여운 이야기이다. 어린시절부터 무람없이 지낸 미이나와 츠카사가 사랑에 눈떠가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는데 정말 풋풋하고 싱그럽다. 특히 츠카사의 경우 늘 곁에 있었던 미이나가 늘 아이처럼 보였지만 어느 순간 한여자로 보게 되는데, 그 과정에 등장하는 설정이 참으로 재미있었달까. 학원물도 재미있게 그리는 작가구나 하는 생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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