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울크리크 다리에서 생긴 일 기담문학 고딕총서 9
앰브로스 비어스 지음, 정진영 옮김 / 생각의나무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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앰브로스 비어스란 작가의 이름을 처음 알게 된 것은 뭉크의 절규가 앞표지를 장식하고 있는『악마의 사전』을 통해서였다. 하지만 아직 읽지는 않고(집에 잘 모셔두고 있다) 이 책부터 읽었다. 책 페이지 수가 250페여 페이지에 17편의 단편이 실려 있어서 쉬엄쉬엄 읽다가 이제서야 다 읽게 되었는데, 여기에 수록된 작품들은, 뭐랄까, 참 기묘한 느낌을 주는 작품들이었다.

표제작이자 첫번째 작품인 <아울크리크 다리에서 생긴 일>은 미국의 남북전쟁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남부에 살고 있는 한 남자가 처형당하는 상황의 모습을 그리고 있는데, 이 남자는 군인은 아니다. 우연히 만난 북군병사에게 속아 저질렀던 일이 그의 목을 조이게 된 것이다. 하지만 운좋게도 교수형에 처해지는 순간 밧줄이 끊어지고 이 남자는 구사일생으로 살아난다. 다시 맛본 자유에 행복을 느끼는 것도 잠시. 무시무시한 현실이 반전처럼 기다리고 있었으니. 다른 작품을 읽으면서도 그랬지만 앰브로스 비어스는 마지막 순간의 반전을 기가 막히게 그려낸다. 남북전쟁을 다룬 또다른 작품인 <말 탄 자, 허공에 있었다> 역시 마찬가지로 무시무시한 반전을 가지고 있는 작품이었다. 자신이 옳다고 생각한 대로 행동하라는 아버지의 가르침을 고지식하게 옮긴 한 젊은이의 모습은 쓴 웃음을 자아내게 만든다. 이래서 냉소적 위트의 작가란 별칭이 붙었나.

<개기름>은 잘못된 판단이 불러온 가족의 파멸을 그리고 있는 작품으로 너무나도 순식간에 무너지고 붕괴되는 한 가정의 모습이 소름끼치게 다가오는 작품이다. 여기에 수록된 작품 중에는 가족의 붕괴를 그리고 있는 작품이 많은데, <덩굴>, <메커저 협곡의 비밀>, <내가 좋아하는 살인>, <오른발 가운뎃 발가락> 등은 가족을 살해한 사람이 등장한다. 이 작품 중 <내가 좋아하는 살인>을 제외한 작품들에는 죽은 자들이 산자에게 보내는 메세지가 등장한다. 시체 모양으로 얽힌 뿌리, 집이 보여준 환상, 죽은 자 앞에 남겨진 발자국 등이 바로 그 메세지라고 할 수 있다. 

<헬핀 프레이저의 죽음>은 가장 섬뜩하고 가장 강렬한 반전이 있는 작품이다. 이렇게 말하면 스포일러가 될테지만, 어쨌거나, 이 작품은 환생이란 것을 소재로 한 작품이다. 하지만 그 환생이 무시무시한 악연의 윤회였다니. 이런 신비주의적인 느낌을 주는 작품으로는 예지몽을 소재로 한 <심리적인 난파>도 있다.  

<시체를 지키는 사람>과 <인간과 뱀>은 인간의 두려움에서 파생된 착각이 불러온 무서운 결과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시체를 지키던 사람이 진짜 시체가 되고, 가짜 뱀에 홀려 심장마비로 사망하는 사람들을 보면 인간의 감각과 지각이 서로 충돌할 때 얼마나 무서운 결과가 나올지, 또 인간은 정신적으로 얼마나 무너지기 쉬운 존재인지를 느끼게 된다.

이외의 작품으로는 개척민의 고단한 삶이 가져온 비극을 그린 작품도 있고, 자신이 죽은지도 모르고 오랫동안 이승을 방황하는 남자의 이야기도 있고, 살인기계가 등장하는 조금은 SF적인 느낌이 나는 이야기도 있고, 눈에 보이지 않는 어떤 괴물에 죽임을 당하는 남자의 이야기 등 다양한 소재의 이야기들이 있다.

앰브로스 비어스의 소설은 장르상 호러라고는 하지만 눈에 보이는 유령이 등장하는 작품은 거의 없다. 오히려 인간이 인간에게 가장 무서운 존재라는 것을 암시하는 작품이 많으며, 남북전쟁이나 개척민의 이야기 등 당시 시대상황과 결부된 비극적인 이야기도 있는 것이 특징이다. 또한 짧지만 강렬한 반전의 결말을 제시해서 소름이 쫙 끼치게 만드는 이야기가 대부분이지만, 때론 어이없는 웃음이나 쓴 웃음이 나오게 하는 작품들도 있었다.

크툴루 신화를 바탕으로 한 공포소설을 써낸 러브크래프트와 마찬가지로 당대에는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한 비운의 작가이자, 그의 작품만큼이나 수수께끼같은 삶을 살다간 앰브로스 비어스. 그러나 그의 작품에서 표현되는 인간의 광기와 인간 내부의 공포는 시대를 초월한다. 결국 인간이란 겉모습만이 변했을 뿐, 달라진 건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느끼게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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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츠보라 1
나카무라 아스미코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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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나카무라 아스미코의 작품은 정발된 것은 모조리 다 읽었는데, 역시 순정쪽도 괜찮게 그리는 작가였어. 이 작가가 우리나라에 소개된 것은 BL물이 먼저이고, 그후에 나온 것이『이방인과 신부』그리고『우츠보라』인데『이방인과 신부』의 경우 원작자가 따로 있는 작품이라 순수 창작 작품은 아니었다. 그러나 이 『우츠보라』는 스토리도 작화도 모두 나카무라 아스미코가 담당한 작품이라 기대가 컸었는데, 일단 1권을 읽어보니 나름 만족스럽다.

한 여성이 옥상에서 투신 자살. 그러나 얼굴 훼손이 심해 신원파악이 어려운 상태다. 그녀가 가지고 있던 물건 중에 휴대전화가 유일한 단서이지만 휴대전화 전화번호 목록에 저장된 사람은 단 두명. 그중 한명이 작가 미조로기 슈운이고, 또 한명은 그녀의 쌍둥이 여동생 미키 사쿠라이다. 미조로기 슈운은 경찰의 전화을 받고 병원에 갔다가 죽은 아키와 똑같은 얼굴을 하고 있는 사쿠라를 보고 깜짝 놀란다.

사쿠라를 통해 아키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 미조로기. 그러나 미조로기는 아키에 대해 인간적인 관심보다는 그녀가 쓴 소설 우츠보라가 더 궁금했다. 그도 그럴 것이 미조로기가 근래에 발표해 화제를 불러 일으키고 있는 소설은 후지노 아키의 소설을 살짝 바꾼 것이기 때문이었다. 사쿠라는 아키의 소설에 대해서도, 미조로기가 아키의 소설을 도작하고 있다는 것도 다 알고 있는 눈치이다. 그런 것을 알면서 왜 사쿠라는 의도적으로 미조로기에게 접근하는 것일까. 한편 미조로기의 담당 편집자 츠지 역시 미조로기의 신작의 원작소설이 따로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인물이다. 그렇다면 미조로기가 몰래 빼돌린 후지노 아키의 소설이 왜 츠지에게도 있는 것일까.

후지노 아키 그리고 미키 사쿠라. 그녀들은 도대체 어디에서 생겨난 존재이지? 후지노 아키의 사인을 조사하면 할 수록 수수께끼만 더 깊어진다. 죽은 그녀는 정말 후지노 아키가 맞는 것일까. 그리고 휴대전화의 명의자인 아키야마 후지코는 어디로 사라진 것일까. 그렇게 된다면 미키 사쿠라는 후지노 아키의 쌍둥이가 맞는 것일까. 그리고 츠지는 후지노 아키의 소설 우츠보라를 어디에서 입수한 것일까.

신원미상의 사체와 한 편의 수수께끼같은 소설을 둘러싸고 벌어지는『우츠보라』1권은 수수께끼만 잔뜩 내놓았다. 어쩌면.. 이라는 가정을 내세울 수는 있겠지만 일단은 그냥 지켜보련다. 엄청나게 기기묘묘한 이야기가 될 것 같진 않은 생각이 들긴 하지만, 이제껏 읽어온 작가의 작품을 생각하면 절대 실망을 줄 작품같지는 않다는 게 지금 내 입장이니까. 

나카무라 아스미코가 그려내는 캐릭터들은 조금은 신경질적인 인상을 주는데, 이 작품과도 잘 맞아 떨어진다. 물론『이방인과 신부』처럼 귀여운 캐릭터도 잘 표현하지만 역시 난 이런 분위기가 더 좋다. 가느다란 선과 날카로운 눈빛이 잘 살아 있는 캐릭터는 이 작품과 상당히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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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지옥 이타카
유메노 큐사쿠 지음, 최고은 옮김 / 디앤씨미디어(주)(D&C미디어)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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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미스터리 3대 기서 중 하나인『도구라마구라』로 한국 독자에게 잘 알려진 유메노 큐사쿠의 소설집인『소녀지옥』은 소녀지옥 3연작과 3편의 단편이 실린 단편집이다. 아직까지『도구라마구라』는 읽지 못하고, 앤솔로지 추리단편집에 실린 <쇠망치>란 작품 단 하나를 접했던 나는 이 책의 출간 소식을 듣고『도구라마구라』는 이 책을 읽은 후에 읽어야지 하고 미뤄 둔 상태다. 그 이유를 들자면,『도구라마구라』는 장편이기 때문이기도 하고, 이 작품이 처음으로 국내에 발간된 작품이라 궁금하기도 했고, 내가 단편이란 것을 좋아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전에 읽었던 <쇠망치>도 짧지만 강렬한 단편이었기에, 유메노 큐사쿠 역시 단편도 잘 쓰는 작가라는 기대감이 있었기 때문이다. (장편을 안읽은지라 장편에 대해 가타부타 이야기할 주제는 못되지만...)

소녀지옥의 첫번째 작품인 <아무것도 아닌>은 허언증을 가진 히사구메 유리코란 간호사에 대한 이야기이다. 간호사로서의 능력도 출중하고, 환자를 배려하는 마음가짐도 좋아서 병원 사람들을 비롯해 환자들에게도 사랑받는 히메구사 유리코. 하지만 그녀의 허언증은 그녀를 점점 막다른 곳으로 몰고 간다. 처음에 그녀에 대해 아무 의심이 없었던 의사 우스키는 시간이 지나면서 그녀의 말에 묘한 위화감을 느끼게 된 후, 그녀에 대해 조사하기 시작한다. 이윽고 밝혀지는 그녀의 비밀.

간호사로서 좋은 자질을 가지고 있는 그녀는 왜 거짓말로 자신을 치장하지 않으면 안되었던 걸까. 가난한 집에서 태어나 힘겹게 살아온 히메구사 유리코의 거짓말은 누군가에게 인정받고 싶은 마음에서 비롯되었다. 1930년대의 일본은 남성중심의 사회에다, 신분에 대한 차별도 여전히 존재했기 때문에 그녀는 거짓말로 자신을 꾸밀 수 밖에 없었다. 그녀의 꿈은 간호사를 넘어 의사가 되는 것이었지만, 결국 그 꿈을 이루지 못하고 자살로 생을 마감한다. 

<살인 릴레이>는 연쇄살인범에게 살해당한 친구의 복수를 하려던 여성이 오히려 연쇄살인범에게 사랑을 느끼게 되지만, 자신의 목숨이 위험해지자 친구가 살해당한 방법을 이용해 그를 죽이고 자살한다는 내용의 이야기이다. 이 여성은 버스회사에 차장으로 근무했지만, 여성 운전수가 되고 싶다는 꿈을 가지고 있었다. 1930년대의 일본에서 여성운전수라니, 아마도 씨알도 안먹힐 이야기였을 것이다. 앞에 나온 히사구메 유리코와 마찬가지로 그녀 역시 남성중심의 사회의 벽앞에서 좌절했으리라. 

소녀지옥 3연작 마지막 작품인 <화성의 여자>는 앞부분은 신문 기사 형식이고 뒷부분은 편지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어느 여학교에서 일어난 수수께끼의 방화살인사건이란 것을 소재로 그 사건 뒤에 감춰진 한 여성의 상처에 대해 이야기한다. 남자처럼 큰 체격을 가지고 있어 늘 놀림감이 되어 왔지만, 사진기자의 꿈을 품고 있던 한 소녀는 믿고 있던 교장 선생에게 순결을 빼앗긴다. 가족마저 등을 돌려 더 큰 상처를 받게 된  소녀는 교장에 대한 복수극을 펼친 후 자살로 생을 마감한다. 이 작품은 교장선생과 학교직원의 비리를 고발함과 동시에 겉으로는 교육자의 탈을 쓰고 있엇지만, 속은 짐승이었던 남성들을 대한 고발하고 있기도 하다.
  
<소녀지옥>에 실린 세편의 작품 모두 1930년대 남성중심의 사회의 벽에 부딪혀 좌절하게 된 여성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여의사, 여성 운전수, 여성 사진기자. 이들이 꿈꾸었던 직업은 당시 여성들에게는 허락되지 않던 것이었다. 이런 사회적 벽앞에 이 여성들은 좌절했고 절망했다. 그런 이유로 유리코는 허언증으로 자신을 의도적으로 꾸며냈고, 도미코는 상대 남성을 살해했고, 화성의 여자는 자신을 그렇게 만든 교장 일당에게 복수하게 된 것인지도 모른다. 이는 당시 남성주의 사회에 대한 이들의 저항의 한 방법이었을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그녀들은 정말 죽은 것일까? 이는 끝까지 수수께끼로 남는다.

소녀지옥 3연작 다음에 실린 <동정>은 자신의 남편을 살해하고 재산을 가로챈 후 도주한 혐의를 받고 있는 루리코란 여성에 관한 이야기이다. 우연히 루리코의 도망을 돕게 된 한 남자의 루리코를 보는 시선의 변화가 무척이나 흥미로운 작품이다. 처음에는 천사처럼 보였던 루리코가 왜 결국엔 추한 마녀처럼 보이게 되었을까. 극단적인 남성의 시각을 잘 표현한 작품. 정말이지 남자들이란...

<여갱주>는 일본 공산당 간부를 파멸로 몰아간 한 여성의 이야기이다. 작가 후기를 참고 하자면 이 작품의 소재는 1932년 적색 갱 사건에서 따온 것이라 한다. 몰락해 가는 일본 공산당과 스스로 부르주아의 투사가 되어 제국주의에 편입해 가는 여성의 모습이 아주 대조적으로 묘사되는 작품이다.

마지막 수록 작품인 <연기가 피어 오르지 않는 굴뚝>은 정숙한 백작 부인의 이면에 감춰진 섬뜩한 진실에 관한 이야기이다. 남성들이나 저지를 것 같은 끔찍한 살해행각을 벌여온 후 가장 자신다운 방법으로 숨진 난도 백작부인의 이야기는 이 작품집에 나오는 여성들 중 가장 섬뜩한 캐릭터라고도 할 수 있다. 하지만 난도 백작이 이런 살해행각을 벌인 이유에는 남편의 가학적 학대란 것이 암시되어 있다. 결국 그녀는 살아생전의 남편이 자신에게 해온 끔찍한 일에 대한 복수를 다른 식으로 해왔던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소녀지옥』에 수록된 작품들을 살펴 보면 모든 사건의 중심에는 여성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여성들은 남성중시의 사회에서 억압받는 삶을 선택하는 대신 남성중심의 사회에 대해 저항하고 복수하는 삶을 선택했다. 그런 면면들은 이 여성들을 단순히 팜므파탈로 보이게 할 수 있지만, 그녀들의 내면을 들여다 보면 근대에서 현대로 넘어가는 역동적인 시기에 자신의 삶을 스스로 개척하고자 한 의지가 담겨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물론 그 방법이 극단적인 형태로 나타나긴 했지만, 이는 소설이란 장르가 표현할 수 있는 다양한 가능성을 보여준 것이라 생각한다. 환상성이 가미된 미스터리, 그리고 당대 사회의 모습을 구체적으로 표현하고 고발하는 있는 『소녀지옥』은 남성 작가가 여성 주인공을 내세워 그녀들의 삶의 고단함과 그녀들이 겪고 있는 사회적 차별을 묘사하고 있다는 점에서도 무척 흥미로운 작품집이라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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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덕길의 아폴론 2
코다마 유키 글.그림, 이정원 옮김 / 애니북스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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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0년대의 일본, 재즈를 매개로 하는 고교생들의 우정과 사랑 이야기 그 두번째.

요코스카에서 큐슈로 이사온 니시미 카오루는 아버지의 전근때문에 수도 없이 전학을 다닌 이력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그런지 공부도 잘하는 모범생이지만 다른 학교 생활에는 잘 적응하지 못한다. 신경질적인 면이 있달까. 이런 카오루가 같은 반의 센타로와 만나면서 조금씩 변해가게 된다. 센타로는 싸움 잘 하는 학교짱이지만 밝고 명랑한 성격을 가진 소년으로 재즈 드럼을 좋아해 소꿉친구인 리츠코네 가게 지하실에 있는 연습실에서 드럼 연습을 하고 있다. 카오루는 원래 클래식을 좋아했고 클래식 피아노를 치고 있었지만 우연히 보게 된 재즈 연습 장면을 보고 가슴이 뛰는 경험을 하게 된다.

모범생과 문제아, 클래식과 재즈라는 어떻게 보면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두 사람이 재즈란 것을 통해 우정을 쌓아가는 모습을 보여준 것이 1권의 내용이라면, 2권의 내용은 카오루와 센타로의 첫사랑에 관한 이야기이다. 여름방학때 해변에서 예쁜 소녀를 구해준 것이 계기가 되어 알게 된 유리카에게 한눈에 반하게 된 센타로. 카오루는 센타로의 마음을 눈치채고 센타로와 유리카를 엮어주려 한다. 왜냐하면 카오루는 센타로를 좋아하는 리츠코를 좋아하니까. 카오루 생각에는 센타로와 유리카가 사귀게 되면 자신도 리츠코와 사귀게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나 보다.

아이쿠야. 세상에 그게 말이나 될 법한 일인지. 사랑만큼, 사람의 마음만큼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게 또 있더냐. 하지만 카오루가 고교 1학년이란 걸 생각해 보면 왠지 납득이 간다. 이런 불순한(?) 마음을 가진 카오루는 넷이서 하는 더블 데이트를 제안한다. 그러나 더블 데이트를 하던 중, 카오루는 자신의 이기적인 마음이 리츠코에게 큰 상처를 입혔다는 것을 알게 된다. 자신이 좋아하는 여자의 마음을 지켜주기는 커녕 오히려 더 큰 상처를 주었다는 것은 카오루를 많이 힘들게 하고, 이런 마음때문에 카오루는 센타로를 불편하게 대하고 결국 둘은 싸우고 만다. 하지만 이들에겐 재즈란 것이 있다. 비록 지금은 다퉜을지라도 이들은 재즈 연주를 통해 마음을 풀어간다. 재즈는 이들의 우정을 싹트게 했을 뿐더러 서로를 이어주는 매개가 되어 가는 것이다.

『언덕길의 아폴론』2권은 센타로와 카오루의 우정 이야기에 이들의 짝사랑 이야기가 더해졌다. 센타로가 유리카를 좋아하는 것도 짝사랑, 카오루가 리츠코를 좋아하는 것도 짝사랑, 리츠코가 센타로를 좋아하는 것도 짝사랑. 근데, 이거 어쩌나. 센타로가 좋아하는 유리카는 도쿄에서 대학을 다니는 준에게 관심이 있는 듯, 그리고 준도 유리카가 마음에 드는 듯 한데 말이다. 하긴 사랑이란 게 그리 쉬운 게 아니지. 내 마음대로 되는 것도 아니고. 소년, 소녀여! 그대들은 아직 고교 1학년이잖아. 힘내라구!


 
 

 

이번엔 사랑 이야기가 많이 나오다 보니 재즈와 관련된 이야기가 좀 적긴 했지만, 적은 분량에도 전혀 부족함이 없었다. 센타로와 카오루가 화해하는 장면도 그렇고, 크리스마스에 바에서 연주회를 갖는 모습에서도 그렇고 보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지니까. 그림인데도 이들의 즐거움이 그대로 전해진다. 어쩌면 이렇게 즐거운 표정을 지을 수 있는 건지. 소리도 없고 색깔도 없지만 가만히 눈을 감고 귀를 귀울이면 이들이 연주하는 재즈 선율이 들려올 것만 같은 생각이 든다. 

음.. 그리고 2권에는 짧은 단편하나가 더 실려있다. 개인적으로 굉장히 마음에 든 작품인데 오래전 헤어진 연인이 죽었다는 소식을 들은 한 여성의 이야기이다. 결국 잊는 것보다 추억을 간직하기로 한 하루코의 이야기를 읽으며 가슴이 짠해졌다. 이 단편을 읽으니 이 작가의 다른 작품도 무척이나 궁금해졌다. 언젠가 꼭 읽어봐야지~~

사진 출처 : 책 본문 中 (168~189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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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낮에 뜬 달 : 바닷마을 다이어리 2 바닷마을 다이어리 2
요시다 아키미 지음, 이정원 옮김 / 애니북스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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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카마쿠라에서 평범한 삶을 살고 있는 코다家의 세자매는 오래전 집을 나간 아버지의 장례식에 가서 이복동생 스즈를 만나게 된다. 아버지마저 사망한 지금 스즈에게 남은 가족은 한 사람도 없어 코다 家 자매는 스즈를 카마쿠라로 데려오게 되게 된다. 그렇게 시작된 스즈와 세언니의 새로운 생활.  바닷마을 다이어리 그 두번째 이야기.

2권의 첫번째 이야기 <꽃아래 숨은 뱀>은 둘째언니 요시노와 사귀던 후지이 토모아키와 관련된 이야기이다. 유복한 가정이지만 부모의 싸움과 불륜을 보면서 성장한 토모아키의 이야기는 가장 소중한 사람이 가장 마음을 아프게 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를 보여준다. 사실 남보다 가족에게 받을 수 있는 상처가 더 크고 아프다.

<두 사람, 그리고...>와 <흩날리는 벚꽃아래>는 스즈가 속해있는 주니어 축구단인 옥토퍼스의 주장이었으나 종양으로 인해 다리를 절단하게 된 유야와 관련된 이야기이다. 최고의 선수였으나 병으로 인해 무릎 아래를 절단해야만 했던 유야의 재활과정과 그를 안타까운 시선으로 바라보는 이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사실 자신의 신체의 일부와 재능을 잃어버린다는 건 견딜수 없이 힘든 일일 것이다.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유야는 힘겨운 시간을 제법 잘 버텨내고 있다. 하지만 때로 지나친 걱정이 상대를 더 힘들게 할 수도 있다는 걸 깨닫게 되는 스즈. 유아에게는 자신의 상처를 스스로 극복해 낼 시간이 더 필요할지도 모르겠다. 

<한낮에 뜬 달>은 코다 家 세자매의 어머니와 관련한 이야기이다. 아버지가 집을 나간 후, 세자매를 두고 재혼한 어머니가 오랜만에 카마쿠라로 돌아온다. 하지만 첫째 사치는 여전히 어머니에 대해 불편한 감정을 숨길 수 없다. 하지만 사치는 요시노와 치카의 반응을 보면서 이제껏 너무 자신만의 감정을 앞세웠다는 걸 깨닫게 된다.  

바닷마을 다이어리 2『한낮에 뜬 달』은 언제나 그자리에 있지만 우리가 쉽게 눈치채지 못하는 것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그곳에 있는 건 알지만 그다지 신경쓰지 않았기 때문에 놓치고 사는 것들이랄까. 이런 것들은 내 입장에서만 상대를 바라보기 때문에 생기는 일이 많다. 때로는 다른 사람의 눈을 통해 이런 것을 깨닫게 되기도 한다. 첫째 언니 사치가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토모아키도 겉으로 보기엔 불량스러운 청년이었지만 알고 보니 나름대로의 아픈 사연이 많았고, 유야 역시 나름대로 잘 극복해오고 있는 것처럼 보여도 역시 힘들어 하고 있는 것처럼 말이다. 이런 것은 남들에게만 국한되지 않는다. 오히려 가족이기때문에 내가 다 안다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오히려 보이지 않는 것도 많다.

이 작품에 등장하는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과의 인연을 통해 자신의 아픔을 조금씩 치유해 나간다. 이복언니들과의 새로운 삶을 시작한 스즈도 아버지의 배신과 어머니의 재혼으로 힘들어한 스즈의 세언니도, 가족때문에 힘들어 한 토모아키도, 다리를 절단한 채 살아가야 하는 유야도 그들을 바라봐 주고 걱정해주는 마음 따뜻한 사람들 사이에서 자신들의 상처입은 마음을 조금씩 보듬어 간다. 이런 과정들은 천천히 진행되기 때문에 자연스러운 감동을 전해준다.

때로는 웃음을 던져주기도 하고, 때로는 곰곰히 우리네 삶에 대해 생각해 보게도 만들고, 때로는 사소한 일들로 감동을 전해주는 바닷마을 다이어리는 몇번을 읽어도 똑같은 장면에서 웃게 되고 똑같은 장면에서 찡해지는 느낌을 받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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