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이 필요한 시간 - 강신주의 인문학 카운슬링
강신주 지음 / 사계절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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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사람이 그렇겠지만, 나 역시 철학의 철(哲)자만 나와도 고개가 설레설레, 시선은 먼 산이 되는 사람이다. 역사 전공이지만 서양철학사는 전공 필수 과목이었던지라 공부를 해야 했었지만, 도대체가 근본부터 이해하지 못하겠더이다. 수업시간에는 그저 교수님이 칠판 가득 필기해 놓은 걸 베껴쓰기에만 바빴다. 시험을 위한 철학 공부는 그저 주입식 교육에 불과했다. 솔직히 이런 말하기 참 힘들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그 분이 서양철학에 대해 얼마만큼 이해를 하고 있었을까 하는 그런 생각도 든다. 철학을 전공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한 명의 철학자에 대해 연구하는데, 내가 들었던 서양철학사는 말그대로 그리스 로마 시대부터 근대까지의 철학자들에 대해 수박 겉핥기식으로 배운 것이었기 때문이었다. 당연히 철학자의 이름과 그의 사상을 짝대기로 연결하는 듯한 그런 공부를 했었다.

그런 건 결국 머릿속에 하나도 남지 않았고, 여전히 난 철학 관련 서적을 보면 읽고 싶은 생각보다는 읽어야 하기 때문에 읽고 있다. 읽어야 하는 이유는 누군가의 강요때문도 아니고 내가 다시 철학을 공부해야겠다는 생각때문만도 아니다. 그저 독서의 폭을 넓히고 싶다는 단순한 이유에 불과하다. 그래서 난 철학자 한 사람의 책에 대한 책보다 다양한 사상가의 다양한 생각이 담긴 책을 좋아한다. 그런 책이 받이들이는 입장에서는 훨씬 편하기 때문이다. 음. 그렇게 생각한다면 내가 예전에 공부했던 서양철학사랑 다를 게 없을 것 같지만, 지금 이렇게 읽는 것에 훨씬 더 흥미를 느끼는 것은 단순한 지식을 머리에 집어 넣는 것이 아니라 철학자들의 삶과 사상을 통해 인간과 세상에 대한 지혜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 아닐까.

그런 의미에서 보자면『철학이 필요한 시간』은 나의 필요에 꼭 들어맞는 책이라 할 수 있었다. 책은 3부로 나뉜다. 첫번째 이야기는 개인에 관한 이야기이다. 정확히 말하자면 '나'에 대해 탐구하는 시간이다. 학창시절 한문시간에 '수신제가치국평천하(修身齊家治國平天下)'를 공부했던 기억이 있는 사람이라면 바로 이 파트가 '수신(修身)'에 대한 이야기란 걸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세상은 나를 중심으로 돌아가는 건 아니지만, 내가 어떤 식으로 중심을 잡느냐에 따라 나와 타인, 나와 세상의 중심이 정확하게 잡힌다. 요즘 사람들 중에는 '나도 나 자신을 잘 모르겠어'라고 좌절하고 절망하는 사람도 많은데, 그건 스스로의 중심을 잘못잡고 있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진정한 자신을 찾는 것, 페르소나를 벗어버린 자신의 진짜 얼굴을 찾는 것이 모든 것의 시작이다.

하지만 자신만을 들여다 보면 타인과의 관계에서 실패할 확률이 높아진다. 자신에 대해 정확히 파악하고 자신의 삶에 대한 성찰도 중요하지만 우리가 사는 세상은 인간 혼자서 살아갈 수 없는 사회이기 때문에 타인과의 관계도 바른 방향으로 만들어가야 한다. 두번째 파트가 바로 타인과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이다. 타인을 이해하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특히 타인의 고통이나 아픔을 공유하는 건 더욱 힘든 일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지레 포기할 수는 없다. 사회는 유기적인 존재이다. 나와 타인이 공존하는 곳이다. 그러하기에 노력이 필요한 것이다. 타인을 이해하려는 노력과 배려, 그리고 타인의 고통을 공감하는 것, 올바른 관계는 바로 그런 것에서 출발한다.

마지막 장은 나와 타인의 관계를 넘어 사회적인 맥락을 다루는 장이다. 자본주의 사회는 인간의 삶을 풍요롭게 만들었지만  정신적으로는 빈곤함을 발생시켰고, 시간이 흐를수록 빈자와 부자의 격차도 커져만 간다. 또한 민주주의의 원래 이념은 조금씩 무너져내려 올바른 민주주의 풍토가 제대로 정착된 곳을 찾기도 힘든 세상이 되었다. 특정한 누군가를 위해 존재하고, 특정한 누군가를 위해 변형된 자본주의와 민주주의는 소기의 목적을 상실한 채 방황하고 있을 뿐이다. 또한 지독한 개인주의성향은 이런 것에서 눈을 돌리게 만든다. 오히려 고통을 잊기 위해 올바르지 않은 방향으로 발걸음을 옮기게 만든다. 소비와 향락, 말초적인 즐거움은 잠시동안 고통을 잊게 하겠지만 결국 더 큰 고통을 가져올 뿐이다. 

정치와 사회는 특정한 누군가를 위해 존재하는 것도 아니요, 특정한 누군가가 지배하고 있는 것도 아니다. 지금은 그런 모습이 되어버렸지만. 지금이야말로 사회와 사회구성원간의 올바른 소통이 필요할 때다. 정부와 국민의 지속가능성한 소통이 필요할 때인 것이다. 요즘 우리나라 정부를 보면 국민들의 의견에 대해 귀를 막고 눈을 감고 있지만 정책적인 면에서는 독불장군처럼 수행한다. 국민들은 지금 처한 자신의 고통에 빠져 입을 다물고 더욱 자신 속으로만 파고들어 간다. 올바른 소통이 없다는 증거다. 국민없는 나라는 없다. 우리정부는 언제쯤 이걸 깨닫게 될까. 

자신을 똑바로 마주보고, 진정한 자신을 찾는 건 고통스러운 일이다. 타인을 이해하고 타인의 고통을 공감하는 것도 역시 어려운 일이다. 내가 살고 있는 이 세상과 소통하는 것 역시 어렵고 힘겨운 일이다. 하지만 포기할 수는 없다. 포기해 버리는 건 쉽지만, 그후의 미래는 없다. 그러기 위해서는 늘 고민해야 한다. 고민하는 힘, 이것이 바로 철학이 아닐까. 바꾸어 말하자면 인간과 세상에 대해 지속적으로 고민하는 시간이 바로 철학이 필요한 시간이라고도 할 수 있다. 철학자들은 인간과 세상에 대한 진리를 찾기 위해 끊임없이 고민해온 사람들이고, 그들의 사상은 그 고민 속에 탄생한 것이다. 인간 세상의 겉모습은 많이 바뀌었을지라도 그것을 구성하는 근본인 인간은 변하지 않았다. 그러하기에 우리는 그들이 고민해 온 것들을 통해 나와 타인과 세상과의 올바른 소통의 길을 찾을 힘을 얻을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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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말의 바보
이사카 고타로 원작, 시오즈카 마코토 글 그림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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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이사카 코타로는 개인적으로 참 좋아하는 작가라서 열 몇 권 정도의 책을 소장하고 있는데 - 그중 읽은 건 반도 안된다, 씁쓸 - 이 만화의 원작인 <종말의 바보>는 가지고 있지 않다. 안그래도 요즘 소설에 통 손이 안가서 미적미적하면서 만화책을 읽고 있는데, 잘 되었다 싶어서 질렀달까. 만화화한 소설의 경우 오리지널 스토리가 생기기도 하는데, 원작과는 어떤 점이 다를지.. 궁금하긴 하다.

종말의 바보 만화에는 총 6편의 단편이 실려있다. 연작단편인데, 마지막 단편에서 이 작품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이 다 나오더이다. 요런 게 연작의 재미겠지? 각설하고.

이 작품은 지구의 멸망을 앞둔 사람들의 이런저런 모습을 그리고 있다. 8년전 소행성의 충돌로 지구가 멸망한다는 보고가 있은 후 5년이 지났다. 앞으로 남은 3년을 사람들은 어떤 식으로 보내기를 원할까. 만약 실제로 이런 일이 생긴다면 난 어떻게 할까. 이 책을 읽으면서 먼저 들었던 생각이 바로 그것이었다. 소행성 충돌이란 건 단순한 SF적인 설정이 아니라 지구의 과거에도 소행성 충돌이 있었으니 언젠가 일어날 일일지도 모른다는 가정을 가지고 있다. 공룡을 멸종시켰던 소행성 충돌은 지구까지 파괴하지는 않았지만 이번에 오는 소행성은 지구를 아예 멸망시킬 정도의 위력을 가지고 있다면? 정말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아마도 처음으로 이 소식을 들은 날은 거짓말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겠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이것이 기정 사실화되면서 인간 세상은 극도의 혼란에 빠질 것이다. 이 작품 역시 범죄가 빈발하고 질서가 무너지고, 폭력이 난무하는 세상이 되었다는 설정을 가진다. 또한 지구 멸망의 날을 너무나도 두려워한 나머지 자살을 한 사람들도 속출했다.

첫번째 작품이자 표제작인 <종말의 바보>는 해체된 한 가정이 다시금 하나가 되어 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아이들에 대한 지독한 편애로 가득했던 가장과 집을 나간 딸의 화해가 이루어지는 것이다. 열 손가락 깨물어서 안 아픈 손가락은 없다지만, 여기에 등장하는 아버지는 딸은 성공작, 아들은 실패작이라 생각했다. 결국 아들은 자살하고, 딸은 집을 나가버리고. 가족은 분열되고 말았다. 3년이란 시간이 남은 지금, 자식과 부모는 화해를 하고 남편은 아내에게 사과를 한다. 아직 3년이란 시간이 남아 있기에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칩거의 맥주>는 선정적 보도만을 일삼던 한 방송인과 그에 복수하려는 형제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피해자에 대한 지나친 관심은 피해자를 벼랑끝으로 몰아넣었고 피해자를 비롯 어머니마저 자살한다. 당연히 이들의 남은 가족에겐 복수심만이 남을 수 밖에. 소행성에 죽기 전 내가 죽이겠다고 선언한 형제의 선택은?

<동면의 소녀>는 부모가 동반자살하고 혼자 남은 소녀의 이야기이다. 나름대로 그날에 대비하면서 살아 오던 그녀가 마지막을 함께 할 수 있는 사람을 찾기로 마음먹는다. 그녀는 과연 그런 사람을 찾을 수 있었을까.

<강철의 킥복서>는 지구멸망 소식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똑같은 삶을 살아가는 사람의 이야기이다. 세상이 갑자기 끝난다고 해서 습관처럼 늘 해오던 일을 그만둘 수는 없다. 그런 게 바로 치열함이 아닐까.

<천체의 밤>은 오랜만에 재회한 대학 동기간의 이야기이다. 야베와 치즈루의 궤도를 살짝 바꿔준 니노미야. 그는 별에만 미쳐있는 사람이 아니었다. 모든 것을 꿰뚫어 보고 있는 사람이랄까. 난 니노미야의 "소행성 충돌 따윈… 너무 앞지른 과대 발표에 불과했다고…. 하지만 모두가 그걸 진짜로 받아들이고 말았지…. 그래서… 떨어지는 거야…."라는 말을 듣고 멍해졌다. 이런 예를 들기는 좀 우습지만, 수능시험날이 유독 추운 이유는 사람들의 간절한 바람이 하나의 에너지로 형상화되었기 때문이라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사람들의 생각이 가진 힘이랄까. 니노미야는 바로 그런 것을 이야기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심해의 망루>는 종말론이 퍼지자 선택받은 자들이 되고자 하는 사람들이 모인 신흥종교단체와 비교적 종말을 담담하게 받아들이는 한 가정의 이야기가 대비된다. 믿으면 선택받는 자가 될 수 있다. 그 대신 믿지 않으면 멸망뿐이다, 라는 이분론적인 이야기는 내가 가장 싫어하는 이야기이다. 인간의 나약함이 그대로 표현되니까. 마냥 죽는 날을 기다리는 것도 싫지만 선택받기만을 기다린다니. 삶이란 건 살기 위해 사는 거지, 죽는 날을 위해 살아가는 건 아니다. 여기에 등장하는 아버지의 말처럼 "인간이란 죽어라 발버둥을 쳐서라도 필사적으로 살아야 하는 법이다"라는 것처럼.

비록 자신이 죽을 날이 언제인지 알더라도 필사적으로 살아야 한다.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 삶에 대한 예의다. 자신이 죽을 날이 언제인지 아는 것과 아무것도 모른채 죽음이 닥치는 것, 어느 쪽이 더 나은 삶일까. 난 그에 대한 답은 하지 못하겠다. 하지만 중요한 건 살아가는 동안은 필사적으로, 치열하게 살아야 한다는 것이다.

만화는 오리지널 스토리도 있고, 책 내용을 다 수록하지 못했다고 하니 언젠가는 기필코, 소설을 읽어 봐야겠다. 소설이 원작인 만화의 경우 원작보다 못하다는 평을 듣는 작품도 많지만, 의외로 괜찮은 스토리를 이끌어 나가는 것도 있는데,『종말의 바보』는 후자가 아닐까 싶다. 만화만이 표현해 낼 수 있는 그런 매력이 담뿍 묻어나는 작품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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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녀자 취급설명서
고토 부키야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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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녀자(腐女子). 한자를 풀이하면 썩을 부, 계집 녀, 아들 자로 썩은 여자라는 단순한 의미를 도출해 내기 쉽지만 후죠시라는 일본어 신조어로는 여자 오타쿠를 뜻하는 말이예요. 이제껏 오타쿠는 미소녀 게임, 미소녀 애니, 미소녀 피규어를 사랑하는 남자들을 일컫는 말이었지요. (물론 이외에도 다양한 오타쿠가 존재합니다. 철도 마니아라든지.. 뭐) 부녀자의 경우 원래는 남자 동성애물에 깊은 조예가 있는 사람들을 일컫는 말이었으나 이제는 여자 오타쿠를 통칭하는 말이 되었습니다. 오타쿠라고 하면, 그리고 남자 동성애물을 그린 BL이나 야오이를 좋아한다고 하면 일단은 편견을 가진 눈으로 상대를 보게 되는 것 같긴 해요. 그래서 저도 밖에 나가서는 동인녀라든지 부녀자라든지 이런 말은 안씁니다. 어차피 공유하지도 못하는 사람들과는 이야기조차 안되니까요.

그렇지만 블로그 활동을 통해 BL 만화나 노벨, 게임, 드라마 CD에 대한 감상을 적고 공개함으로써 예기치않게 나의 그런 기사를 보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일단 그런 경우에 대비해 BL물이란 걸 강조해 놓는 편입니다. 취향이 아니면 보지 말라고. (모든 블로그에는 적용을 못하고 개인 블로그에만 그런 말을 덧붙여 두었지요) 어쨌거나, 순수하게 즐기는 취미로서의 존중이 아니라 변태나 퀴어 취급을 받는 게 싫어서 그렇겠죠. 그런데 다행히 요즘은 개인성향들이 많아서 그런지 이런 것에 태클을 거는 사람은 별로 없어요. 물론 회원이 아니면 덧글을 못달도록 하거나, 후승인을 받도록 해둔 장치도 있지만요.

제가 처음으로 BL을 접한건 5년전쯤 될겁니다. 경력으로 따지면 그리 오래되지는 않았죠. 처음에 봤던 건 소프트 BL물로 스기우라 시호의『얼음요괴 이야기』였어요. 그때도 별 이상한 느낌없이 재미있다고만 느꼈는데, 어쩌면 난 나도 모르게 부녀자가 될 소질을 갖고 있었던 것인지도 모르겠네요. 그후로 불이 붙기 시작한 건, 시미즈 유키의 러브 모드 원서를 읽게 되면서였다. 이 책은 원래 제 여동생의 책인데 말이죠 - 이녀석도 부녀자 소질이 있었습니다 -  읽기 시작하자 마자 푹 빠졌죠. 시미즈 유키의 책은 생각외로 수위가 좀 됩니다. 두번째로 접한 게 약간 수위가 높은 작품 부녀자들 말로 모에했죠. 그후로는 BL애니, 만화, 동인지, 게임 등을 두루 섭렵하기 시작했습니다.  

지금도 마구 보고 싶어지다가 싫증내다가를 반복하면서 여전히 부녀자로 살고 있는 접니다. 그런 제가『부녀자 취급 설명서』라는 책에 눈길이 간 건 당연하겠죠. 읽으면서 키득키득 웃었습니다. 아, 나도 그런 망상을 해 본적이 있어라든지 난 이런 소재나 캐릭터에 끌려라든지, 공감할 이야기가 한가득 있었죠. 책 내용은 직접 언급하지 않겠습니다. 궁금하시면 직접 책을 보시면 됩니다. 그대신 제 이야기를 좀 들려드리죠. 아, 궁금하지 않으시다면 읽지 않으셔도 됩니다. (무슨 자신감!)(긁적긁적)


 

이건 책 표지입니다. 부녀자의 망상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그림인데요. 전 저 부녀자와는 좀 다른 망상을 펼쳤습니다. 전 미소년으로 태어나기 보다는 미청년 혹은 꽃중년으로 태어나 미소년들을 사랑해주고 살고 싶다는 거죠. 물론 망상일 뿐입니다. 실제로 그럴 일은 없으니까. 일종의 제 판타지랍니다.

이렇듯 일상에서도 가끔 망상을 즐기긴 하지만 역시 상대가 있어야 재미있죠. 저와 비슷한 취향을 가진 동생과의 이야기를 잠시 옮겨 보겠습니다.

사례 1> 성우 오덕질 1
이번에 나온 CD 들어봤어? (여기서 말하는 건 BL 드라마 CD입니다. 물론 일본판입니다) 로 시작하는 대화는 곧 성우 이야기로 이어지죠. 오노디가 어쩌구 저쩌구, 미도링이 어쩌구 저쩌구, 스즈켄… 노지켄… 이토켄… 토리밍…카밍… 모리링… 미야켄… 윳찌… 다이사쿠 … 사쿠뽕…(모두 성우 애칭입니다) 등 일반인들이 들으면 암호같은 이야기를 합니다. 그리고 누가 우케였고, 누가 세메였고, 누군 쿨뷰티고, 누군 여왕수, 누군 연하공, 누군 중년수, 누군 귀축 메가네, 츤데레, 헤타레, 데레데레... 등등등(여기에 나오는 용어는 캐릭터 성격입니다) 그리고 새로 나온 애니 성우진은? 이라든지, 새로 나온 캐릭터송은 어쩌구저쩌구 하면서 성우 오덕질을 즐깁니다. 이건 직접 만나서 대화할 때 가능하지요.

사례 2> 성우 오덕질 2
띠리리리링(전화왔숑) ☎ (친한 여동생의 전화입니다) 언니, 들었어요? 요번에 성우 이벵한다는 거. 어? 정말? 누가 와? 미도링이랑.. 등등등.. 글쿤. 근데 미도링은 별로 안땡긴다. 오노D가 와주면 갈텐데, 왜 안오는 거야? 그래도 언니, 이 성우들이 소속된 소속사엔 노지켄도 있어요. 오, 노지켄 좋다. 근데 역시 미도링은... (실제 전화이야깁니다)

사례 3> 웹게임을 하며 만난 일본 친구들과의 채팅
부녀자들이 모이면 망상 폭주 사태가 벌어집니다. 제가 즐겨했던 웹게임에서 만난 일본 친구들 중 귀축안경이란 BL게임을 함께 즐긴 친구들과 망상 수다를 떨지요. 물론 이럴 경우 공개 채팅이 아니라 비밀 채팅방에서 만나든지 아니면 친구끼리만 볼 수 있도록 하지요. 이런 건 우리가 망상하는 것이 부끄러워서 그런게 아니라 부녀자가 아닌 사람을 위한 배려라고 보면 됩니다. 제가 즐겨했던 웹게임은 가상의 남친을 만드는 게임으로 남자들이 즐기는 미연시(미소녀 연애 시뮬레이션)과 비슷한 게임입니다. 이 가상의 남자친구들은 부녀자들에게 있어 좋은 소재가 됩니다. 학생 회장과 센세 커플링, 센세와 남동생 커플링 등 망상 수다를 떨다 보면 시간 가는줄을 몰랐죠. 특히 센세의 학창 시절을 상상하며 수영부였다든지, 스모부였다든지 부녀자스러운 망상을 하지요. 좀더 덧붙이자면 쿄다이동도 만들기도 하지만... 그러면서 덧붙입니다. 모에! 변태같다구요? 그저 상상일 뿐 입니다. 다른 사람에겐 피해를 주지 않아요. 현실에서는 존재하지 않는 망상입니다. 모두 2차원적 망상 판타지이지요.

그래요. 전 부녀자입니다. 하지만 밖으로 드러나지 않는 부녀자이지요. BL관련 책을 읽고 리뷰를 쓰기도 하지만 제 정체는 제 닉넴과 게임 캐릭터의 얼굴로 감춰져 있죠. 밖에 나갈 땐 지극히 평범한 모습으로 다닙니다. 뭐랄까, 일코(일반인 코스프레)를 한달까요. 굳이 드러낼 필요가 없으니 드러내지 않지만 마음이 통하는 친구와는 암호같은 이야기를 주고 받으며 수다를 떱니다. 먼저 혹시 동인녀?라는 질문도 하지 않고, 일반인을 동인녀로 끌어들일 생각도 하지 않아요. 그저 혼자 즐기거나 마음맞는 친구들과 즐길 뿐.

그런데도 우리같은 부녀자를 변태취급하거나 머리 텅빈 여자쯤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많은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전 이런 방법을 쓰지요. 제가 여러분에게 보일 수 있는 모습은 블로그 한정이니까, 다양한 책을 읽음으로써 부녀자에 대한 편견을 조금이나마 없애고자 하는 노력을 합니다. 무턱대고 부녀자를 색안경 낀 눈으로 보지 마세요, 이런 항의는 할 생각도 없어요. 그저 BL을 좋아하고 판타지를 좋아하며 망상을 즐기긴 해도 평범한 사람이란 걸 말하고 싶은 생각이지요. 물론 저의 다른 모습을 모르고 그저 남자동성애물을 즐기는 이상한 여자라 취급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그건 그 사람의 자유니까 저로서는 할 말이 없습니다.

이해해달란 말은 안합니다. 나도 어쩌면 그쪽이 숨기고 있는 취미에 대해 이해하지 못할 수 있으니까요. 다만 그 사람에 대해 알지도 못하고 블로그에서 보이는 약간의 모습만 보고 그 사람에 대해 편견은 안가졌으면 좋겠어요. 부녀자의 올바른 취급 방법은 바로 그런 게 아닐까요.

이 책은 부녀자들의 다양한 생태에 대한 책이고 부녀자들이 공감할 수 있는 내용입니다. 마이너한 취미를 가진 사람들의 일상속 망상과 애환에 관한 내용이지요. 그런 면에서 저도 공감을 많이 했답니다. 일본은 아무래도 우리나라 보다 이런 면에서 좀더 자율적이라 좀 부럽기도 합니다. 특히 코미케가 젤로 부러워요. 우리나라의 경우 동인녀들은 꽁꽁 숨어서 활동을 하는 게 대부분이거든요. 언젠가 이 또한 하나의 문화로서 받아 들여질 날이 오길 바라봅니다. 

 

사진 출처 : 책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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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jy 2011-03-31 10: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넵, 저도 부녀자! 그렇습니다*^^* 책꽂이에 잘보이게 러브모드 애장판이 있구요~ 러쉬노벨책들이랑 '인간의증명'이 나란히 있습니다~
구찮아서 절대 표지제목-귀축안경,광견의 사랑하는 법등등'을 감싸지 않아요~ 가끔 집에 온 친척 남자들이 깜놀이랍니다ㅋㅋ;

스즈야 2011-03-31 23:44   좋아요 0 | URL
오오. 그러시군요. 여기에서 동지를 만나다니, 반갑습니다.

음.. 전 뭐 혼자 살아서 그냥 BL책꽂이가 따로 있어요. 책장 하나를 가볍게 넘는 수량이랄까요. 만화책이 몇백권은 되는데 그 중에서 반이상이 BL일지도?? 그리고 핸드폰 화면이 귀축안경 화면이예요. 알게 모르게 부녀자 활동을 하고 있는 것이지요..

딱히 밖에 나가서 티는 안내는데 안보이는 곳에 틀림없이 부녀자 관련 물품이 있는 1人입니다.. ^^;

2011-04-10 16: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인체 모형의 밤
나카지마 라모 지음, 한희선 옮김 / 북스피어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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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카지마 라모는 예전부터 찜해 두었던 작가인데 이제서야 시작하게 되었다. 우리나라에 몇 권의 소설이 번역되어 나와있지만 그중 가장 끌렸던 『인체모형의 밤』. 웬지 제목만으로도 이 작품의 분위기가 연상된다. 인체모형은 학교 과학실에서 처음으로 본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분명히 공장에서 만들어지긴 했지만, 쳐다보거나 한 공간에 있기가 꺼려지는 건 사람의 모습을 하고 있기 때문이리라. 내가 예전에 봤던 인체의 신비라는 전시회는 진짜 사람을 표본으로 한 것이었지만, 워낙 사람들이 많아서 별로 무섭지 않았지만 만약 어두운 곳에서 그런 표본과 마주한다면 소름이 쫘악하고 끼쳤을지도 모르겠다. 이렇듯 인간을 닮았다는 그 이유 하나만으로 극히 꺼려지는 인체모형. 이제 인체모형이 들려주는 밤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일명 목저택이라 불리는 으스스한 집. 그 집을 자신만의 비밀 공간으로 삼고 있던 한 소년이 저택 철거 소식을 듣고 마지막으로 찾아가기로 한다. 저택을 둘러보다 지하실을 발견한 소년은 그곳에 있는 기묘한 인체모형을 마주하게 된다. 인체모형이 소년에게 들려준 이야기는 총 열두가지. 모두 사람의 신체기관과 관련된 이야기였다. 

<사안(邪眼)>은 스리랑카에서 살고 있는 한 일본인 부부의 이야기이다. 스리랑카 전설에서 야카라는 이름의 악마와 부인의 이름인 사야카를 결합해 기묘한 이야기가 탄생한다. 아이를 받아준 스리랑카 여인은 뭐가 그렇게 두려웠던 것일까. 어쩌면, 그 아이의 눈이 어떻게 생겼을지 이미 알고 있었던 건 아닐까. 오컬트 분위기가 퐁퐁 풍겼는데 결말에서 쓴웃음을 짓고 말았던 작품. 허허, 정말 사안(邪眼)이었군. <세르피네의 피>는 천국이라 여겨졌던 섬이 실제로는 끔찍한 비밀을 가지고 있었다는 설정의 작품이다. 남성이 여성의 반도 안되는 불균형한 성비. 그 이유는 깊은 바닷속에 있었다. <싸늘해진 코>는 조향사로 일하는 한 여성이 새로 이사한 집에서 겪는 기묘한 이야기이다. 매물로 나온 집이 주변 시세에 비해 너무 싸다면 한 번쯤 의심해 봐야 했는데. 그녀가 들었던 소리와 그녀가 맡았던 냄새의 비밀에는 충격적인 진실이 감춰져 있었다. <굶주린 귀>는 도시전설 분위기가 팍팍 나는 작품이었다. 도청의 재미에 빠져 18번이나 이사를 다니던 남자가 맞딱뜨린 무서운 현장. 근데 그후에 그 남자는 어떻게 되었을까.

다리와 관련된 작품인 <건각 - 국도 43호선의 수수께끼>는 무서운 이야기는 아니다. 제목만 보자면 도로에서 죽은 지박령이라도 나올 법한 이야기지만, 결말부는 아주 따스한 느낌을 주는 작품이었다. <무릎>은 괴기만화가 이토 준지의 만화가 문득 떠올랐던 작품이다. 이토 준지의 만화 중 소용돌이란 작품을 보면 머리 중앙에 생긴 소용돌이에 몸을 먹히는 사람의 이야기가 나오는데, 그런 부분에서 비슷한 점을 느꼈달까. 이 작품의 경우 무릎에 생긴 인면이 사람의 몸을 삼켰지만. 이토 준지의 만화를 떠올려서 그런지 자신의 무릎에 있는 안면에게 먹히는 사람의 모습이 적나라하게 상상되고 말았다. 이런 건 상상이 안되어도 좋은데...(汗)

,피라미드의 배꼽>은 배꼽이란 신체기관이 제목에 들어가 있지만, 실제로는 피라미드와 관련된 이야기이다. 정확히 말하자면 피라미드의 신비랄까. 나도 예전에 티비에서 본 기억이 나는데, 그건, 정확하게 만든 미니 피라미드 모형안에서도 피라미드의 신비한 힘이 작용한다는 내용이었다. 음식의 부패를 더디게 하고 날붙이의 날을 날카롭게 벼린다던가. 하여튼 이런 피라미드의 힘을 이용하여 자신의 장인을 없애고 장인의 회사를 꿀꺽한 사위의 이야기는 뭐랄까, 쓴웃음만 나왔달까.  

<EIGHT ARMS TO HOLD YOU>는 비틀즈의 미발표곡과 관련한 호러물이다. 이 곡과 관련된 사람은 모두 기묘한 죽음을 당한다는 설정인데, 이 곡을 샀던 가수 역시 기묘한 죽음을 맞는다. 여덟개의 팔에 의해서. <뼈 먹는 가락>은 결말부가 비극인데도 불구하고 웃음이 나와 버렸달까. 돈만 밝히던 묘지사업자의 최후치곤 꽤 그럴싸 했으니.

<다카코의 위주머니>는 육식이란 것에 대해 다시금 생각을 해주게 만든 작품이었다. 나 역시 육식을 아주 즐기는데, 사실 이게 다른 동물의 고통과 죽음의 댓가인 것은 분명하다. 다카코가 육식논쟁을 부모와 벌이다가 결국에는 거식증까지 발전하고, 부모를 악마로 생각하게 된다는 이야기인데, 비약된 부분은 좀 있지만 영 납득이 안되는 이야기는 아니었다. 우리가 먹는 건 결국 동물이든 식물이든 원래는 살아있는 것이니 말이다. 

<유방>은 강령회를 사기라고 생각한 한 남자가 실제 강령회에서 끔찍한 일을 겪었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그 뒤에 숨겨져 있는 비극적인 사실이 난 더 신경쓰였다. 양계장에서 사용하는 촉란을 위한 호르몬첨가제가 든 닭고기를 먹고 남성이지만 여성호르몬이 분비되어 여성형 유방이 생겨난 남자가 자살했다는 이야기는 우리 시대의 어두운 뒷모습이기도 하니까. <날개와 성기>는 여기에 실린 작품중 가장 환상성이 높은 작품이다. 제 3의 눈과 산양의 모습을 하고 있는 악마가 등장하니까. 그러고 보면 여기에 등장하는 각각의 신체부위는 기묘한 인체모형을 구성하고 있는 것이었네. 끝까지 섬뜩하게 만드는군.

열두편의 이야기는 오컬트적 요소나 환상성을 많이 포함하고 있지만, 결국은 인간과 인간세상에 관한 이야기이다. 인간의 마음 속에 깃든 어두운 부분이 각각의 신체기관으로 표현되어 있는 것이다. 기발한 상상력이 만들어낸 기묘한 이야기. 솔직히 말해서 피가 얼어붙을 정도로의 공포는 주지 않지만, 곰곰히 생각해 보면 인간이란 참 기묘한 생물이다, 라는 생각이 들 수 밖에 없는 작품들이다. 에둘러서 인간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이랄까. 우리나라 작가의 호러소설 중에서도 인간의 신체를 부위별로 나누어 묘사하고 있는 작품이 있는데, 그 작품은 전형적인 호러소설이었다면, 이 작품은 호러를 빙자한 인간과 인간세상에 대한 풍자소설이라고 할 수 있을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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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4-10 16: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거 2월달인가 사놓고 아직도 안 읽고 있습니다. 언제 읽을련지..ㅎㅎ

스즈야 2011-04-11 01:30   좋아요 0 | URL
전 가다라의 돼지를 읽기 전에 읽으려고 읽어버렸어요. 나머지 한 권도 읽은 후 읽어야죠.
 
지하철의 개
쿠사마 사카에 지음 / 삼양출판사(만화)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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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이 작가 작품을 오랜만에 읽긴 했나 보다. 쿠니에다 사이카와 헷갈렸으니. 표지 그림을 언뜻 보고는 쿠니에다 사이카라고 착각을 했던 거다. 근데 책을 받아 보니 쿠사마 사카에. 호오라, 이거 횡재한 기분이었달까.『꿈꾸는 성좌』나『육식 동물의 테이블 매너』를 보면서 푹 빠진 작가였는데, 너무 오랜만이어서 잠시 헷갈린 것 뿐. 어쨌거나, 반가워요. 작가님!

제목에 '개'라는 표현이 있어서, 혹시나 성격이 개차반인 캐릭터가 등장하는가 하고 살짝 긴장했는데, 의외로 무척 따스한 느낌이었달까. 아흐.. 이러니 내가 BL을 못끊어. (물론 끊을 생각은 전혀 없다. 기복이 좀 심할 뿐) 중년의 샐러리맨 아저씨와 골동품 가게를 하는 총각의 이야기가 아주 포근포근했다.

목차를 보면 단편집인가 싶지만 장편이다. 중년의 샐러리맨(이혼했음) 아저씨인 시노다와 담배가게 겸 골동품 가게를 운영하는 아사쿠라의 첫만남은 조금 기묘했다. 어쩌면 그날 시노다가 안경을 착용한 채로 길을 걸었더라면 둘은 절대로 만나지 못했을 것 같다. 시노다 우연히 걸어 들어간 골목 끝에 있던 골동품 가게는 그날 이후 맨정신에는 찾기 힘들었으니까. 이런 것도 인연이지요.
 
우연한 만남으로 시작했지만, 시노다는 아사쿠라의 가게의 편안함에 끌리고 서로 대화를 나누다 보니 마음도 잘 맞아 시노다는 아사쿠라의 가게에 빈번히 들리게 된다. 때로는 도시락도 싸오는 등 참으로 다정한 사람이랄까. 하지만 이런 다정함과 깊은 배려가 대학시절의 이별과 지금의 이혼이란 상황을 만들었으니 어찌 보면 참 아이러니한 일이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런 일이 없었더라면 아사쿠사 역시 못만나게 되었을테니, 조금은 멀리 돌아오는 길이지만 진짜 인연을 만나기 위한 과정이었을지도 모르지.

하지만 원래 노말인 시노다가 게이인 아사쿠라의 마음을 눈치챈 후, 두 사람 사이에 거리감이 생겨버린다. 만약 시노다가 그런 눈치를 채지 못했더라면 아슬아슬한 균형을 잡은 채로 두 사람의 관계는 계속 흘러갔겠지. 그렇다는 건 언제든 깨질 수 있다는 것이고. 어차피 두 사람 사이에 그런 차이가 처음부터 존재했으니 한 번은 겪어야만 할 일이었겠지. 하지만 이런 상황이 이 두사람에게 있어 커다란 갈등은 낳지 못한다. 오히려 잔잔하고 편안하게 이 일을 풀어나간달까. 그렇게 사랑이 시작되어 간다.

공수 모두 안경캐릭터. 우와아.. 이거 참... 좋다. 난 안경캐릭터 오덕은 아니지만, 이 작품은 둘 다 안경캐릭터인 게 참 잘 어울렸달까. 그래도 좀 불편하시겠어요, 두 분 다. 작가 후기를 보면 공이 소녀풍의 좀 짜증나는 이미지일지도 모른다고 씌어 있는데, 절대 아니. 난 이 캐릭터 참 마음에 들었다. 조심스럽고 다정다감하며 귀여운 이미지도 있지만, 자기 의사 표현은 확실한 걸. 아, 그렇다고 선을 넘는다거나 그런 건 아니고 상대를 배려하면서도 의사 표현은 확실하다랄까. 특히 지하철에서 여러 사람들을 만날 때, 그리고 옛 연인을 만났을 때 그런 모습이 보였었지. 이런 남자라면 든든할 것 같아.

음. 그리고 시노다씨도 정말 마음에 들었다. 마음의 상처를 갖고 있긴 한 상태였지만 그것 때문에 다른 사람을 힘들게 하거나 억지를 부리거나 하지 않으니까. 오히려 조심스럽게 마음을 문을 열고 다가간달까, 그런 느낌이 팍팍 들어서 한 눈에 반했소이다. 게다가, 요리를 잘 하는 남자라니. 난 요리 잘 하는 남자도 좋아해서... (아, 이건 사적인 건데.. 참내)

조심스럽게 한 걸음, 또다시 한 걸음. 우연한 만남에서 사랑이란 감정으로 변해가는 두 사람의 모습을 보면서, 연인으로서 행복해진 모습을 보면서 나 또한 마음이 따스해지고 충만해져가는 느낌이었다. 요즘 꽃샘추위로 많이 추웠는데, 이 작품 하나로 포근포근한 느낌이 가득이다. 따스한 작품을 원하는 사람에게 강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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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4-10 16: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 저도 쿠니에다 사이카랑 헤깔려요. 저는 그냥 이름이 이상하게 헷갈린다고 해야하나요.:)
요건 앞서 봤던 성냥팔이와는 또 다른 매력이 있다는 그 작품이군요. 따스한 이야기도 좋아하는데.. 이번에 쿠사마 사카에님 작품 잔뜩 사게 될지도 모르겠네요.ㅎㅎ

스즈야 2011-04-11 01:30   좋아요 0 | URL
오오, 교님도?? ㅎㅎㅎ
이건 엄청 따스해요. 공이 좀 소녀공인데... ㅋㅋ 그게 또 나름 귀엽다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