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는 죽음으로 끝나지 않는다 - 뉴 루비코믹스 1042
토지츠키 하지메 지음 / 현대지능개발사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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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은 묵직한 느낌을 주는 제목에 표지그림도 애매모호한 부분이 있어서 이 책을 읽을까 말까 했는데 읽기를 너무 잘한 것 같다. 올레! (요즘 올레! 남발이로군요) 근데 정말 괜찮은 작품이라서 외치지 않을 수 없었다. 작화는 뭐랄까, 소년만화 풍이지만 감성이 아주 풍부한 작품들이었다. 아, 단편집입니다. 이런이런.. (笑)

좋아한다는 게 뭘까에 대해 고민하게 만드는 <기도하는 말>은 순수한 한 청년과 섹스중독자 남자 사이의 이야기인데, 사실은 나도 좋아한다는 말의 의미를 정의하라는 말을 들으면 말끝을 흐려버릴 수 밖에 없을 것 같다. 좋아한다는 건 상대를 이해하고 싶은 마음이라고 말하는 타네와 자신은 좋아한다는 말의 의미를 모르겠다고 말하는 켄지. 내가 좋아하는 한 작가는 이해는 오해의 전부에 지나지 않는다고 했는데 그말도 공감이 간다. 하지만 상대를 이해하고 싶어하는 마음, 그것이 전해졌으면 하는 진심이 바로 좋아한다는 것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든다. 간절한 기도의 말처럼.

고등학교 시절의 친구인 나나쿠보와 하치야는 <나나하치>란 별명으로 불렸다. 나나쿠보에게 있어 하치야는 함께 있으면 즐겁고 늘 함께 하고픈 친구였다. 그러던 어느 날 하치는 나나에게 자신의 마음을 고백한 후 숨어 버렸다. 몇 년 후 동창회에서 만난 두 사람의 이야기는 오랫동안 유지되어 온 서로에 대한 마음을 확인하는 자리가 된다. 아, 이런 느낌 참 좋다. 사실 동성에게 고백받고 금세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껄렁껄렁해 보이는 나나의 마음이 얼마나 많은 고민을 거듭했을까를 가만히 생각하면 이 관계는 절대 무너지지 않을 것 같은 생각이 든다.

<눈 오는 산길의 오두막>에서는 제일 웃겼던 에피소드였다. 제자를 짝사랑하던 한 선생님이 눈오는 날 산에 올랐다가 산장에서 만난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던 장면이 무척 인상적이었는데, 솔직히 말해서 선생님 입장에선 처절한 고백이었겠지만, 난 웃겨 죽는 줄 알았다. 묘지의 키타로 같은 머리형하며... 서른이 넘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애같은 면 하며... 처음부터 끝까지 웃으며 봤던 작품. 

<슈거 프리>는 사랑이 시작되는 과정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작품이다. 끈적하지도 애절하지도 않은 슈거 프리 커피처럼 담백함이 좋았던 작품. 

표제작인 <이야기는 죽음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정말이지, 눈물이 나올 뻔 했다. 중간중간 유머코드에 웃기도 했지만 전체적으로는 정말 찡한 작품이었달까. 갑작스런 교통사고로 죽은 유키오가 자신의 친구가 살아가는 모습을 평생 지켜보는 설정인데, 이미 죽은 사람인지라 자신을 잊어달라고 기도하는 유키오와 평생 유키오를 마음에 담은 채 살아가는 신고를 보면서 울컥울컥했다. 정말.

마지막 작품인 <사이언스 오브 고스트의 로망>은 미묘한 시간축의 겹침으로 인한 인연의 시작을 담고 있는데, 이 또한 꽤나 독특한 작품. 

여섯편의 단편 모두 우열을 가리기 힘들 정도로 마음에 들었지만 역시 제일 마음에 든 건 표제작인 <이야기는 죽음으로 끝나지 않는다>였다. 어쩌면 이런 이야기를 상상할 수 있었을까. 정말이지 박수를 보내고 싶다. 여기에 실린 작품들은 어떻게 보면 굉장히 건조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굉장히 감성이 풍부한 작품들인데, 야마시타 토모코의 초기 작품을 보는 느낌도 들었달까. (요즘 이분은 순정쪽으로 돌아섰는지 예전 느낌이 별로 안나서..) 또 한가지 독특한 점은 대부분의 캐릭터가 힙합 캐릭터란 거. (여성이나 꼬맹이도 마찬가지) 그래서 혹시 남성 작가인가 하는 생각도 했는데 아직 확인이 안되고 있음.

이 작가. 진짜 마음에 든다. 다른 작품도 기대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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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4-10 15: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헉 야마시타 토모코님 초기 작품의 느낌입니까?!
위에서 쭉쭉 리뷰 읽는 것만으로도 굉장히 설렜는데 야마시타 토모코님의 이름까지!
방금 장바구니 비우고 왔는데 스즈야님 서재 들렀다가 비울 걸 그랬어요 ㅠ ㅠ
그런데 힙합 캐릭터라니.. 이거참 ㅋㅋ

스즈야 2011-04-11 01:23   좋아요 0 | URL
저는 개인적으로 그렇게 느꼈습니다. 다른 분은 콘노 케이코의 초기작같다고도 하지만요.. ^^ 이거 개인적으로 강추하고 싶은 작품이었습니다. 작화가 소년만화풍이긴 하지만.. 뭐 스토리가 받쳐줍니다. ^^
 
꽃은 피는가 2 - 코믹 라르고 Comic Largo
히다카 쇼코 지음 / 조은세상(북두)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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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십대 중반의 광고기획사 직원 사쿠라이 카즈아키는 어느 날 퇴근길에 한 남자와 부딪힌다. 그는 미대생으로 이름은 미나가와 요우이치, 불손하고 무뚝뚝하며 세상 모든 일에 관심이 없는 듯한 청년이다. 우연한 만남이었지만 이들의 만남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요우는 사쿠라이에게만은 관심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뭐 관심이라고 해도 불퉁하게 몇 마디 하는 게 고작이지만, 요우와 함께 살고 있는 사촌들인 쇼타와 타케는 요우의 그런 변화도 반가운 모양이다.

사실 요우는 그 나이또래 답지 않게 애늙은이 같다. 감정 표현도 거의 없고 말도 없으며 세상과는 눈도 마주치려 하지 않는다. 일찍 돌아가신 아버지에 대한 사람들의 기대가 컸던 탓인지, 요우는 아버지의 그늘, 어쩌면 아버지의 망령을 등에 업고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아버지의 지인이었던 카시와기나 하숙집 일을 돌봐주는 요시토미 역시 자신들이 요우의 세상을 너무 좁게 만들어 버린 게 아닌가 하고 걱정하고 있다.

사쿠라이는 요우에 대한 관심이 조금씩 커져만 간다. 그리고 그는 그런 자신에 대해 혼란스럽기만 하다. 왜 아니겠는가. 서른 중반이 넘도록 노말로 살아왔던 그가 자신보다 약 스무살은 어린 남자에게 끌리게 되었으니.『꽃은 피는가』2권은 요우에 대한 자신의 마음을 자각하기 시작하고 어쩔줄 몰라하는 사쿠라이와 스스로는 전혀 자각하고 있지 못했지만 다른 사람들의 말을 통해 사쿠라이에 대한 자신의 마음을 차츰 깨닫게 되는 요우의 심리 변화가 매우 흥미롭게 진행된다. 그리고 사쿠라이와 요우를 따스하게 바라봐 주는 쇼타나 타케, 그리고 주변 어른들의 모습도 마음을 따스하게 만들어 준다.

이 작품은 진행이 좀 느린 편인데, 이게 오히려 사쿠라이와 요우라는 캐릭터의 성격에 딱 부합한다고 생각한다. 메말랐던 마음, 주변에 담을 쌓고 살았던 나날들이 그리 쉽게 무너지겠는가. 또한 사쿠라이 역시 울컥 하는 성격은 있지만 몹시도 조심스러운 사람이라서 요우에게 다가가는 것을 많이 망설인다는 게 티가 난다. 마음가는대로 행동하지 못하는 것은 역시 요우가 아직 모든 면에 미숙하기 때문이기도 하겠지. 타인에 대해 관심을 갖는다는 것 자체가 처음이라고 해도 될 요우니까. 그래도 때때로 보이는 요우의 어린애같은 모습 - 정확히 말하면 그 나이또래의 모습 - 에 미소가 지어지긴 해도 역시 요우는 보는 사람 입장에서는 몹시 조심스럽게 대해야한다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음... 몹시도 소심한 사쿠라이와 요우 사이에 불청객이 하나 끼어들었다. 후지모토라는 청년으로 요우와 같은 과의 학생인데, 이 녀석은 방해꾼까지는 되지는 못할 운명인듯. 그도 그럴 것이 후지모토가 요우에게 관심을 갖지 않았으면, 요우에게 그런 말을 하지 않았더라면 사쿠라이나 요우나 자신의 마음속에서 한발짝도 더 앞으로 나가지 못했을 거니까. 허파에 바람이 약간 든 녀석이긴 해도 내가 보기엔 사쿠라이와 요우를 이어주는 끈이 될 것 같기도 하다. 이건 뭐 내 바람이기도 하지만...

약간의 진전이 있었지만, 아직은 메마른 땅에 봄비가 내리는 정도이다. 보슬보슬 내리는 봄비랄까. 하지만 보슬비는 자각하지 못하는 사이에 속까지 적신다. 두 사람의 관계가 그러하듯이. 작가 후기를 보니 3권에서는 좀더 진전이 있을 거라는 데, 그렇다면 3권으로 끝나는 것도 아니겠군요, 작가님. 이런 페이스의 작품도 느낌이 좋아서 괜찮지만, 1년에 한 권 씩이란 말에 좌절을 좀... 그래도 어쩌랴, 그렇게 된다니 그냥 기다릴 수 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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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쿠시지 료코의 괴기사건부 1 - 마천루(절판 예정)
다나카 요시키 지음, 김진수 옮김, 카키노우치 나루미 그림 / 대원씨아이(단행본) / 200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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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다나카 요시키의 노벨은『창룡전』을 읽은 후 무려 10년도 더 지나 읽게 되었구나. 사실 노벨류는 그다지 취향이 아니라서 멀리 했는데, 최근 다나카 요시키의 작품이 실린 미스터리 앤솔로지를 읽으면서 다시 읽고 싶어졌달까. 그래서 선택한 것이 바로 이 책이다. 장르 소설을 좋아해서 그쪽을 많이 읽는 편인데 가끔은 가벼운 느낌의 책도 읽고 싶달까. 그럴 때 읽으면 딱인 게 바로 이 책이다.

이 책에는 <마천루>라는 장편과 <여신을 건드리지 말라>는 단편이 수록되어 있다. <마천루>는 도쿄만에 위치한 '베이 시티 플라자'에서 일어난 괴사건에 관한 이야기이다. 경찰청 고위간부들이 잔뜩 모인 이곳에서 갑자기 수상한 일들이 벌어진다. 처음에는 기기오작동이라고만 생각했으나 돌아가는 분위기가 심상찮다. 희생자의 수는 점점 늘어가고, 사람들은 불안과 공포에 떨기 시작한다.

<마천루>는 대리석 속에 산다는 요충(妖蟲) 발레오로자키스에 관한 이야기이다. 이 발레오로 뭐시기란 요충은 돌 속에 살면서 기괴한 일을 일으키는데 포악하기 그지없는 일을 벌인다. 이 요충을 박멸(?)하기 위한 야쿠시지 료코의 고군분투가 매우 흥미로운 작품이다. 물론 더 고생하는 건 료코의 부하 직원인 이즈미다 준이치로이지만. 그래도 료코의 박식함이 없었더라면 범인(?)의 정체파악도 힘들었을 것 같으니 어쩌겠어, 그대가 참아야지. 

근데 궁금한 게 있다. 내가 대충 읽고 지나쳐서 잊어버렸는지도 모르겠지만, 빌딩 벽에 '미나고로시'를 쓴 건 누구지? 설마 발레오로 뭐시기? 그런 요충이 사람 말도 할 줄 아는 건 아니겠지. 결국 약간 찜찜함이 남아 버렸다.

<여신을 건드리지 말라>는 료코의 집안 이야기 - 정확히 말하자면 아버지 이야기 - 와 관련된 이야기지만 직접적인 연관은 없고 가느다랗게 연결되어 있는 이야기이다. 하여튼 이번엔 마법의 물감이라는 육식성 미생물이 등장한다. 역시 이 또한 료코의 박식함이 빛을 발휘하는 에피소드.  

예전같으면 - 지금보다 훨씬 어렸을 때 - 료코같은 캐릭터가 진짜 싫었을 것 같다. 뭐랄까, 질투랄까. 멋지고 잘난 남자는 좋은데 멋지고 잘난 여자는 눈꼴시다, 뭐 대충 이런 생각을 했을 거다. 여자의 적은 여자라고 내가 딱 그 짝이었겠지. 하지만 지금은 이런 여성 캐릭터가 아주 마음에 든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이겠지만 경찰조직이란 건 관료사회의 정형을 보여주잖아. 특히 굳어버린 머리의 영감들이 좌지우지하는 조직은 이런 급박한 상황에서도 회의에 또 회의다. 회의주의자들! 경찰이 그렇게 바글바글 모여 있으면서도 제대로 된 일을 수행할 인물은 별로 없다니. 일본 경찰들의 한심한 모습이 그대로 그려진달까. 이런 남성중심의 관료사회에 반기를 든 것이 바로 야쿠시지 료코란 인물이다. 물론 실제로는 이런 캐릭터가 없겠지만 상상만으로도 통쾌하달까.

캐리어와 일반 경찰로 나뉘는 일본 경찰 조직은 매우 흥미롭다. 내가 외국인이라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일본 경찰조직은 독특한 면이 많은 듯. 그래서 경찰 관련 이야기가 많은지도 모르겠지만, 하여튼 어떤 장르이든 장르 불문 경찰 이야기는 흥미로운 점이 많다. 이런 독특한 캐릭터가 등장하면 더 재미있고. 하여튼 안하무인이지만 뛰어난 머리와 상황판단능력으로 사건을 쾌속으로 해결하는 야쿠시지 료코를 보면서 통쾌했다. 물론 거기엔 일본 특유의 유머 감각도 빠지지 않는다. 예전엔 일본 특유의 유머랄까, 그런게 참 낯설었는데 이게 적응되면 의외로 아주 재미있단 말이지. 호홋.

오컬트 분위기의 괴사건과 더불어 전례없는 여성 캐릭터의 등장이 흥미로운 야쿠시지 료코의 괴기 사건부. 일단 입수되는 대로 주욱 읽을 계획. 이미 절판된 것도 많기는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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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투성이 남자들
사가와 미쿠 지음, 이주희 옮김 / 인디고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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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가와 미쿠는 처음 접하는 작가라 걱정이 좀 많았지만, 이거 의외로 내 타입인걸~~ 물론 책 소개나 책 표지를 보고 고르긴 해도 읽기 전까지는 자신의 취향에 맞는지 아닌지를 알 수 없지만, 그렇게 고른 책이 딱 자신의 취향이라면 기분이 좋아진다. 사실 책 내용은 비슷비슷한 게 많기 때문에 내용보다는 작화를 보고 고르는 편이긴 한데, 작화가 딱 내 타입이다. 뭔가 좀 거친 느낌이 팍팍 나잖아~~ 남자 느낌이 물씬~~ BL물 중에는 정말 여자 캐릭터도 울고 갈 정도로 곱게 생긴 캐릭터들이 많긴 한데, 난 이런 수컷 냄새가 풀풀 나는 캐릭터가 좋단 말이지. 그리고 딱 보기에도 공수 캐릭터의 체격 차이도 크지 않을 것 같고 말이지. (취향 다 드러나는구나~~)

『상처투성이 남자들』에는 표제작인 <상처투성이 남자>들을 포함 총 네편의 단편이 수록되어 있다. 책 설명을 보면 장편같지만 말이지. 어쨌거나 <상처투성이 남자들>은 딱 보기에도 야쿠자물이다. 그렇다면 야쿠자와 일반인이냐, 야쿠자들의 이야기냐가 관건인데, 이 작품은 야쿠자들의 이야기이다. 흐음, 아주 마음에 들었어. 나의 경우 실제로 조직폭력배를 좋아하는 건 아니고, 작품속에 등장하는 야쿠자들'만' 좋아한다. (다들 그렇겠지만)

턱에 수염난 녀석의 이름은 미시마 켄조. 간사이 조직에 몸담고 있었으나 쫓겨나 도쿄로 흘러들어 온 남자다. 그를 거두어 준 건 진보파의 부두목 세가와 에이지이다. 연인사이 비슷하지만 세가와의 마음을 확실히 몰라 불안한 미시마는 세가와와 의형제를 맺었다는 아카이게를 만난 후 더욱 불안해진다. 다른 조직과의 불화, 세가와에 대한 마음으로 뒤죽박죽이 되어 버린 미시마의 머릿속에는 어떻게든 세가와의 인정을 받고 싶다는 생각밖에 없다.

어떻게 보면 참 단순한 캐릭터인 미시마가 어떻게 세가와와 연결되는지 참 궁금하다. 뭐, 그건 세가와 마음이겠지만... 근데 이 남자 포커 페이스를 하고 있는 듯 해도 은근히 질투도 하고 미시마를 걱정하기도 하고, 의외로 귀엽다. 사실 미시마도 좀 귀엽긴 하지. 간사이 사투리를 쓰는 남자, 내 취향이거든. 물론 원서가 아니라 번역본인 관계로 간사이 사투리가 경상도 사투리가 되었지만 그래도 간사이벤을 상상하면... 좋구나. 근데 간사이벤은 왜 번역하면 모조리 경상도 사투리가 되어 버리는 거지? 난 경상도 사람이지만 경상도 사투리는 무뚝뚝하다고 생각하지 전혀 귀엽지 않은데.. 

하여튼 조직간에 벌어지는 일들과 더불어 남자들의 찐한 의리와 사랑 이야기가 믹스된 <상처투성이 남자들>, 딱 내 취향이다. 게다가 재미있게도 형님이 수다. 형님수. 형님은 보통 공인데, 이 작품은 그게 뒤바뀌었달까. 첨엔 그냥 무심코 넘겼는데, 작가 후기를 보다 빵 터져버린 거지.

<과묵한 커피와 겁쟁이 호두>는 커피 전문점 사장과 재택 컴퓨터 프로그래머의 이야기이다. 커피 전문점 사장은 말은 없지만 은근히 프로그래머를 마음에 두고 있는 눈치. 그러나 프로그래머는 대인기피증 비슷한 것이 있어 다른 사람과 눈도 안마주치는 사람이다. 말없는 사람과 다른 사람과 눈도 안마주치는 사람이 연결되는 과정을 보는 것도 쏠쏠한 재미. 근데 재택 프로그래머인 이 남자, 알고 보니 진보파 두목의 아들이더이다. (책 속표지에 진보파 관계도가 나옴)

<매의 포로>는 배경이 어디려나. 영국인가 싶은 생각이. 의사와 반왕당파 남작 사이의 이야기인데 딱히 내 취향이 아니라서. 그냥 패스.

<천일야화 광상곡>은 오랜만에 보는 아랍물. 이거 은근 내 취향이더이다. 도망간 여동생을 대신해 시집(?)을 가게 된 대상인의 셋째아들 이스하크와 거래처의 셋째아들 죠안의 이야기인데 이 둘 엄청 귀엽다. 성인 남자의 상징인 수염까지 깎이고 시집(?)을 가야 했던 건장한 이스하크에게 이 결혼은 비극으로 시작되었지만 자신을 이해해주고 사랑해주는 죠안 덕분에 행복해진다는 이야기인데, 수록작 중 제일 웃겼던 작품이다. 이스하크의 두 형이 첫날밤 찾아와 여동생 야스민을 찾지 못했다는 몸짓을 하는 장면이 왠지 테트리스의 춤추는 남자를 떠올리게 했거든. 푸핫, 하고 웃음이 터져 버렸다. 물론 스토리 자체도 재미있었고. 게다가, 이 작품도 크로스 캐릭터랄까. 신부가 공이야, 신부공! 

야쿠자 이야기, 극소심한 남자들 이야기, 귀족과 의사 이야기, 아랍물까지 다양한 작품이 다양한 재미를 선사하는『상처투성이 남자들』. 이 작가의 다른 작품도 기대해 볼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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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4-10 15: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 리뷰 보면서 웃었습니다.
야쿠자 이야기 좋죠. 저도 은근 이쪽 취향 타는지도 모릅니다. 노리카즈님 작품도 좋아했고. :)
저도 경상도 사람이지만, 경상도 사투리는 저도 귀엽다고는 생각한 적은 없는 것 같은데 대부분 간사이 사투리는 경상도가 되버리더군요. 개인적으로 전라도쪽 사투리도 한번 보고 싶은데, 이건 희망사항이 되려나요ㅎㅎ
요것도 일단 담아둬야 겠어요.

스즈야 2011-04-11 01:24   좋아요 0 | URL
ㅋㅋ 저도 현실에선 절대 마주치고 싶지 않는 부류가 야쿠자이지만 2차원에선 꽤 좋아합니다.

오오, 교님도 경상도! 이거 무지 반갑네요.. ㅎㅎ 그쵸 경상도 사투리를 다른 지방 사람들은 귀엽다고 느끼던데, 저는 그렇게 생각을 안해요. 근데 간사이벤을 전라도 사투리로 바꿔도 무지 웃길듯한... ㅋㅋㅋ
 
심판 받는 자
혼마 아키라 지음, 이주희 옮김 / 인디고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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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오, 이 책 표지 느무느무느무 멋지다. 모노크롬이라... 원래 화려한 것 보다는 이렇게 흑백이나 단색조로 그려진 그런 그림을 좋아하는데, 표지를 보고 확 반해버렸다. 게다가 인물 구도도 멋지잖아. 혼마 아키라의 작품 중 표지가 제일 멋진 듯. 그렇다면 내용은 어떠려나~~

『심판받는 자』는 표지에 등장하는 커플을 포함해 총 세 커플의 이야기가 나온다. 일단 <심판받는 자>의 토도 타츠키와 스기우라 쿄의 이야기부터. 현재 정치인으로 활약하는 타츠키와 현직 검사인 쿄는 어린 시절 시설에서 함께 자란 친구로 깊은 우정을 나눠왔다. 하지만 어느날 쿄의 어머니가 나타나 쿄를 데리고 가게 되고, 혼자 남겨진 타츠키는 쿄를 원망했다. 타츠키는 그후 어느 거물 정치가의 양자로 들어가게 되고 그의 뒤를 이어 정치가가 되었다.

어른이 되어도 여전히 쿄에 집착하는 타츠키. 그리고 그런 타츠키를 두려워하는 쿄. 사실 쿄의 감정을 보면 타츠키 자체에 대한 두려움보다는 자신의 마음에 대한 두려움이 더 컸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도망친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건 아니겠지. 만나야 하니까 다시 만났던 게 아닐까, 두 사람은. 어린 시절 함께 자라왔던 시설로 돌아가 그 시절의 악몽에서 완전히 빠져나온 두 사람에겐 이젠 거리낄 게 없다. 여동생도 용서해 줬잖아.

한편 타츠키를 짝사랑하던 비서 카스가는 타츠키에 대한 집착이 심해져 결국 그를 칼로 찔러 큰 상처를 입힌다. 교도소 수감 뒤 그를 맡은 검사 시노다는 카스가를 매일 찾아간다. 카스가는 그의 심중이 의심스러우면서도 자신에게 관심을 갖는 그가 싫지만은 않다. 거물 정치가의 비서답게 고위층의 비리를 꿰고 있는 카스가에 대한 두려움일까, 그를 노리는 마수가 카스가에게 뻗어온다. 시노다는 카스가를 구하기 위해 자신을 내던지는데...

사실 타츠키 X 쿄 커플보다 난 시노다 X 카스가 커플이 더 좋았다. 딱히 로맨틱한 장면이나 그런 건 없었지만 오히려 이쪽의 이야기가 더 흥미로웠으니까. 특히 중년의 시노다가 테루테루보즈처럼 생긴 인형으로 카스가와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행복해지고 싶다고 솔직히 말해 봐"라는 시노다의 말. 이 말은 정말 마법의 주문이 되었다. 카스가, 너도 이젠 행복해질 수 있단다.

마지막 이야기는 의사들의 이야기이다. 미모의 천재외과의사 스자키와 나사가 반쯤 풀린 듯한 마츠다의 이야기인데, 여기에서의 스자키 역시 과거의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인물이다. 이런 스자키를 이용하는 나쁜 놈 하나 등장해 주시고. 많이 볼 수 있는 설정이긴 한데, 나쁘지는 않았지만 딱히 끌리는 요소는 없었지 아마. 머리를 묶은 남자가 등장하는데도 왜 안끌렸을까. 그도 그럴게 마츠다 자체가 내 타입이 아니라서 그랬는지도. (푸핫)

심판받는 자를 보면 그림이 무척 옛날 그림같다. 원래 혼마 아키라의 작화가 고전적이긴 하지만 이건 더하다고 할까. 섬세한 면이 좀 떨어지는 점은 있는데, 그것도 뭐 나쁘지는 않더이다. 풋풋하고 좋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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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4-10 15: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진짜 표지 예쁘네요! 저도 이런 스타일 좋아합니다!
이야기야 많이 새로울 건 없지만, 테루테루보즈 인형으로 이야기 나누는 장면은 꼭 보고 싶은걸요. 사실 저도 뚜렷한 장면 없이 서로 묘하게 떠보는 듯한 그런 이야기를 더 좋아해서:)
도대체 묘하게 떠보는 건 어떤 건지 참 말로 하기 힘드네요 ㅎㅎ
혼마 아키라님 작품 오랜만인 것 같아요. 작화마저 잊어버릴 정도로 오랜만입니다 .

스즈야 2011-04-11 01:25   좋아요 0 | URL
그쵸... 표지가 가장 멋진 작품인듯 싶어요. 내용은 초창기 작품이라 좀 올드합니다. 뭐 원래 이 작가의 스토리가 올드한 면이 많긴 합니다만...

ㅎㅎ 테루테루보즈 인형을 가지고 이야기를 거는 검사, 중년이십니다. 푸힛.. 근데 은근 잘 어울리신다능... 꽤 멋진 캐릭이었어요.

2011-04-10 16: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리보기로 봤는데, 우와아아아아~ 이런 겁니다. 바로 장바구니를 클릭해버렸어요 ㅎㅎ

스즈야 2011-04-11 01:25   좋아요 0 | URL
ㅎㅎ 결국 지르셨군요. 혼마 아키라의 작품은 기본이 잘 다져져 있어 후회안하실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