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쉬! - 뉴 루비코믹스 456
나츠메 이사쿠 지음 / 현대지능개발사 / 200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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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이란 장르에 속하는 하부 장르는 꽤 많은 편인데, 내가 좋아하는 건 시대물, 야쿠자물, 리맨물 같은 어른들이 등장하는 작품들이다. 어린애들이 나오는 학원물의 경우에는 거의 하위권에 놓을 정도로 좋아하지 않는데 그도 그럴 것이 머리에 피도 안마른 것들이 폼 잡고, 너무 능숙하게 구는 모습에 질린다고나 할까. 어려저서 저 모냥인데 크면 어찌 될지. 뭐 내가 걱정한다고 해서 달라질 것이 없다는 건 익히 알고 있지만, 아무래도 현실과는 너무나 동떨어진 이야기때문에 그럴지도 모르겠다. 물론 어른들이 나오는 작품이라고 해서 현실성이 강하다고 말할 순 없지만... 아이들은 아이들답게 순수한게 좋단 말이지.

그래서 이 작품도 나츠메 이사쿠의 작품(정발된 것들) 중 가장 늦게 손에 잡게 되었다. 딱 봐도 학원물삘이 느껴지잖아. 저게 교복이 아니라 느껴지면 시력 검사를 받아 보시는 것이...(쿨럭) 하여튼 좀 망설이다 택한 작품이라 신경이 좀 쓰였는데, 의외로 재밌다. 흐음, 이런 학원물이라면 내 언제든 받아주지. (음화하하하핫)

일단 표지를 장식한 고교생의 이야기부터 해볼까. (이 단행본 안에는 두 작품이 실려 있습니다) 왼쪽에 있는 밝은 색 머리의 녀석은 아키모토, 고 1, 오른쪽에 있는 검은 머리는 고 3, 이름은 사이토. 둘 다 유도부 학생이다. 아키모토는 어린 시절부터 해왔던 유도가 한때는 정말 싫었지만 시합에 나갔다가 고등부 시합 장면에서 사이토가 멋진 활약을 하는 모습에 반해 사이토가 있는 학교에 입학하게 되었다. 그래, 이때만 해도 동경이었지, 동경.

하지만 웬일인지 동경했던 선배 사이토가 예전 그모습을 전혀 보여주지 않는 거다. 알고 보니 그럴만한 사정이 있었서 얼굴은 늘 싱글벙글거리고 있지만 속으로는 아픔을 삼키고 있던 거다. 유도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재활훈련을 늘 하고 있고, 유도학과가 있는 학교에 들어가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지금 당장은 유도를 하지 못해도 언젠가 꼭 복귀하겠다는 꿈을 버리지 않은 것이다. 호오라, 아키모토 다시금 사이토에게 반해주시고~~~ 

언제부터였을까. 동경이란 감정이 좋아한다는 감정으로 스르르 넘어간 것이... 근데 나도 예전에 연애하던 생각을 해보면 상대를 언제부터 무슨 이유로 좋아하게 되었는지 잘 기억을 못한다. 틀림없이 무슨 계기가 있었을텐데도 말이다. 아키모토 역시 마찬가지겠지. 원래 누군가를 좋아한다는 게 그런 거란다. 그렇다면 아키모토를 꼬붕으로 삼고 있던 사이토의 마음은 언제 무슨 계기로 돌아서게 되었을까. 그또한 따지고 들자면 말하기 힘들걸~~ 이렇듯 선후배 사이에서 마음을 나누는 사이가 된 둘을 보니 참 귀엽고 귀엽도다. 특히 사이토, 엄청 귀엽더라. 이런 녀석이 내 눈앞에 나타나면.... 납치라도 하고 싶을 지경이다. (그러나 현실에선 범죄가 되므로 참겠습니다) (푸핫) (망상지수가 급상승!)

두번째 이야기는 어린시절 한 동네에서 살던 타카(형)와 요시로(동생)의 이야기이다. 어린 시절엔 두세살 정도는 소꿉친구 아닌가. 크면서 상하 서열이 생기긴 하지만...

어린 시절부터 요시로를 친동생처럼 아껴주던 타카는 자신의 집에 갑자기 나타난 요시로의 변한 모습에 당황한다. 게다가 요시로는 어린 시절의 천진난만 귀여운 모습은 다 없어지고 타카가 이해하고 받아들이기 어려운 모습이 되어버렸다. 한마디로 표현하라면, 소악마가 되어 나타났다!? 순진한 체육계 형 타카를 농락하는 마성의 동생 요시로의 알콩달콩 귀여운 사랑 이야기, 그 결말은? 

두 편 모두 재미있긴 했지만 개인적으로는 고교생 유도부 커플 쪽 이야기가 더 재미있었다. 너무 서두르지도 않고 (딱 한 번 서두르긴 했지만) 차근차근 관계를 쌓아가는 쪽의 이야기가 더욱 매력있기 때문이다. 자신의 꿈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도 좋았고, 적당히 순진하고, 적당히 밝히고(푸핫)... 뭐 이런 게 좋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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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5-08 19: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아! 저도 사이토 엄청 좋아요. 귀엽습니다 ㅠㅠ 너무 귀여워요 ㅠㅠ 전 눈 앞에 있다면 보쌈해가버릴겁니다! ㅎㅎㅎㅎ

스즈야 2011-05-08 22:00   좋아요 0 | URL
크하하핫. 교님도 역쉬! 전 납치를 생각헀습니다. 꽁꽁 숨겨놓고 나만 봐야지... 하고(쿨럭)

2011-05-10 17: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정말 공감가요. 납치든 보쌈이든 어느쪽이든 하고싶게 만드는 그런 매력이.. 절 범죄자로 만드는군요. ㅠㅠ

스즈야 2011-05-10 21:34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 전 납치를 하고픈 이가 왜일케 많은 건지.
만화를 보면서 눈만 높아져서 큰일이예요..
 
테르마이 로마이 1 테르마이 로마이 1
야마자키 마리 지음, 김완 옮김 / 애니북스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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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인들 하면 목욕을 엄청 좋아하고, 온천을 정말 사랑한다는 건 알고 있다. 근데, 고대 로마인들도 목욕을 엄청 좋아했구나. 고대 로마라고 하면 전쟁이나 검투사, 그리고 화산 폭발로 사라진 폼페이 등이 떠오르는 나로서는 무척이나 신기한 내용일 수 밖에.

표지의 인물은 루시우스란 남자로 고대 로마의 목욕탕 설계사(건축가)이다. 하지만 매너리즘에 빠져 좋은 설계를 하지 못하자 건축사무소에서 쫓겨나게 된다. 울컥하는 마음을 달래려 그는 공중목욕탕으로 향한다. 그러나 시끌벅적 시장판이 따로 없어 다시 울컥하는 기분이 든 루시우스는 탕속으로 잠수했다가 이상한 구멍으로 빨려들어가고 만다. 물밖으로 나온 그가 목격한 것은 상당히 문명이 발달한 평안족들이 사는 곳이었다. 즉 시공간 워프를 했단 말씀! 놀란 마음도 잠시 그곳의 목욕 문화에 금세 반하게 되는데....

첫번째 워프에서 루시우스가 건진 획기적인 아이템은 목욕탕 뒤에 그려진 그림, 옷담는 바구니, 공연물 포스터, 노렌, 그리고 과일맛 우유! 과일맛 우유맛에 푹 빠져 있던 그는 또다시 스르르 시공간 워프, 고대 로마로 돌아간다. 그리고 바로 새로운 아이템 적용! 두번째 워프에선 야외 욕탕과 온천달걀, 세번째 워프에선 개인용 욕탕과 때밀이 수건, 샴푸캡, 네번째 워프에선 해파리 수조, 다섯번째 워프에선 지열을 이용한 온돌방 아이템을 획득한다. 그것을 고대 로마에서 구할 수 있는 재료로 만드는 것이 또한 루시우스의 임무였으니.. 아이템이라고 하니 무슨 게임같구만. 근데 생각해 보면 이 사람이 시공간을 초월해서 현대 일본으로 다녀오는 것 자체가 게임같은 설정이라...  

그가 획득한 새로운 아이템은 대략 이런 것들. 그곳에서 루시우스가 색다른 목욕문화를 경험하면서 보이는 모습에 웃음이 빵빵 터졌다. 특히 유카타나 목욕가운을 걸친 모습이 어찌나 웃겼던지. 그걸 고대 로마인들이 옷입는 방식으로 걸친 걸 상상해보면 내가 왜 빵 터졌는지 이해할 수 있을 듯.

『테르마이 로마이』를 읽으면서 새삼 느꼈던 건 일본인들은 자신의 목욕문화만 가지고도 이렇게 다양한 에피소드를 만들어 낼 수 있구나 하는 것이었다. 물론 고대 로마의 목욕 문화에 대한 이야기도 있지만 작가가 일본인이란 걸 생각하면 자국의 목욕문화에 대한 자부심을 보여주는 것이라 생각한다. 근데 때밀이 수건은 한국이 원산지 아닌가요?? 온돌은 한국에서 건너온 문화라고 주석이 달려있던데...

시공간을 넘나들며 평안족의 목욕문화 아이템을 획득한 루시우스였지만, 황제 하드리아누스의 묘한 총애를 받고, 아내 리비아로부터는 이혼하자는 통고까지 받게 된다. 과연 루시우스는 이 총체적 난국을 어떻게 헤쳐 나가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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셜록 2
권교정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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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좋아하는 탐정 TOP3에 드는 셜록 홈즈의 만화판 두번째 이야기. 표지 모델은 왓슨 박사님이시구려. 어딘가 초췌한 모습이지만 요즘은 이런 초췌한 아저씨 삘에 몸둘바를 모르겠소. (혹시, 나 아저씨 패치가 되었나? 으햐)

『셜록』1권은 <귀족 독신남>편의 이야기였고, 2권은 홈즈와 왓슨의 첫만남 에피소드와 <보헤미아 왕실 스캔들> 전반부가 수록되어 있다. 일단 두 사람의 첫만남 에피소드부터 이야기해 볼까나. 아프가니스탄에서 돌아온 후 초췌함의 극치를 달리고 있던 왓슨은 하숙집을 구하다 룸메이트까지 함께 구하게 된다. 바로 그 룸메이트가 바로 셜록 홈즈. 주위 사람들에겐 완전 괴짜로 알려진 인물이지만, 왓슨은 그가 꽤 마음에 드는 모양이었다. 이야기를 해보니 의외로 말도 잘 통하고, 괴짜이긴 하지만 명민한 그의 매력을 알아봤던 것이겠지. 그렇게 두 사람은 한 집에서 살게 되었던 것이었다. 이때의 홈즈에 대한 느낌을 말해보라면 아주 경쾌하다. 혈액반응시약을 발견하고 그렇게 아이처럼 기뻐하는 모습의 홈즈라니, 새삼 반했소.

하지만 1887년 왓슨의 결혼으로 결국 6년만에 두 사람은 헤어지게 된다. 홈즈는 왓슨의 결혼이 꽤 충격이었던 듯 점점 더 초췌해지는... 게다가 리얼한 꿈까지. 외롭긴 외로운 모양이구려. 그런 꿈을 꾸는 홈즈를 보니 안타까운 마음만 더해가더이다. 혼자서 신혼의 달콤함을 만끽하던 왓슨은 몇달이 지나서야 홈즈를 찾아왔고, 그날 새로운 사건 의뢰에 대한 이야기를 듣게 된다. 이번에는 보헤미아 왕실과 관련된 사건 의뢰. 과연, 홈즈는 이 사건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전반부만 수록되어 있어 얼른 주석달린 홈즈를 꺼내서 줄거리를 확인했다. 아, 정말이지 요즘은 기억나지 않는 게 한두가지가 아니라서 사건 이름만 보고는 내용이 떠오르지 않는다. (심하게 좌절하고 있다) 어쨌거나 일단 스토리는 확인. 호오라, 이런 내용이었었군.

이 사건에서는 홈즈의 멋진(?) 변장 모습을 볼 수 있다. 물론 변장한 모습이 홈즈의 본모습보다 멋지다는 건 아니고, 변장술이 멋지달까. 완벽한 변장술. 왓슨마저도 처음엔 살짝 헷갈렸을 정도니까. 아이린 애들러에 대해 조사하러 나갔다가 의외의 수확을 한 홈즈가 호탕하게 웃던 모습에 또 한번 반했소이다. 왓슨은 내 눈에 보이지도 않을 만큼 말이지. (뭐, 이미 유부남이라서...)(汗)

홈즈를 만화로 만나는 건 정말 즐거운 일이다. 특히 시드니 패짓의 그림보다 훠얼씬 핸섬한 홈즈의 모습을 보는 것도 즐거웠고, 딱딱한 말투가 아니라 현대인들의 말투를 쓰는 홈즈나 왓슨을 보는 것도 또하나의 즐거움이다. 홈즈의 매력을 매번 새롭게 느끼게 된달까. (이러다 조만간 홈즈 시리즈 전부 꺼내놓고 차례차례 읽어가겠군) 그리고 다음엔 또 어떤 홈즈의 새로운 매력이 나타날지 기대하게 된다. 홈즈 시리즈의 모든 에피소드가 만화로 나왔으면 하는 바람을 가지게 하는 권교정쌤의『셜록』. 앞으로도 오랫동안 만날 수 있도록 해주세요. (간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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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강아지 김치
핫도그 글 그림 / 애니북스 / 200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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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부터 개나 고양이같은 동물을 좋아해서 언젠가는 꼭 키우고 말테다, 라는 결심을 했었다. 그래서 시골 할머니댁에 놀러 가면 동네개들 호구 조사하고 다니듯이 온동네 개들을 다 쫓아다녔다. 그때만 해도 작은 개는 별로 없었고 대부분 큰개들이었는데, 초등학생이었던 난 그 개들의 이름은 몰라도 도꾸야, 워리야 라고 부르면서 귀여워 했었다. (아마도 그 개들에겐 이름이 없었겠죠. 보통 1년정도면 사라지곤 했으니) 개들은 아마도 날 많이 참아줬던 것 같다. 초등학생이 주물럭거리는데 귀찮지 않을 개들이 어디 있으랴.

그후로도 언젠가는 내 개를 가지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살았는데, 드디어 1995년에 시장에서 만난 조그마한 강아지를 데리고 오게 되었다. 개를 키우는 것이 어떤 것인지는 눈꼽만치도 모르는 내가! 어떤 걸 먹여야 할지, 어떤게 필요할지, 아무것도 모른채 그냥 귀여워만 했었다. 이름은 튼튼하게 자라라고 바우(경상도 사투리로 바위)라고 지었지만, 너무 어린 나이에 어미젖을 뗀 녀석이라 결국 장염으로 무지개 다리를 건너고 말았다. 얼마나 울었던지. 결국 얼마 후 애견숍에 가서 말티즈 한마리를 데리고 오게 되었고, 그녀석이 올해 16살 된 보람이란 녀석이다. 보람이의 이름은 키우는 보람이 있어야 한다는 의미로..(쿨럭) 지어줬다. 그후로 총 5마리를 더 입양, 6마리의 개와 한 사람이라는 대가족을 이루었지만, 2년전 봄 가을이가 18살이란 나이로 무지개 다리를 건너 지금은 총 다섯마리의 개와 함께 지내고 있다.

바우의 죽음 이후, 난 개에 대해 미친듯이 공부했다. 물론 수의사가 될 생각은 없었지만 건강하게 잘 키워야 한다는 생각이 머릿속에 꽉 박혔기 때문이다. 견종도감에서 개를 잘 키우는 법까지 해서 수십권의 책들을 보고 또 보고. 다행히 보람이를 비롯해 다른 녀석들은 큰 질병없이 무난하게 늙어가고 있다. (보람이의 경우 자궁축농증 수술을 했지만 무사회복, 꼬맹이의 경우 간때문에 몇달 고생했지만 지금은 팔팔하다)

음... 책 이야기를 해야 하는데, 개 이야기만 나오면 우리 개들 이야기가 하고 싶어 입이 근질거리는 통에 이야기가 좀 길어졌다. 근데 개 키우는 사람들이면 누구나 다 자기 개들 자랑하고 싶어 못산다. 가족이기 때문이다. (그렇죠, 그렇게 생각하시죠??)

『나의 사랑 김치』에는 하재경씨(필명 핫도그)가 키우던 김치(말티즈)와 장군(시츄)에 관한 이야기이다. 개를 키워본 적도 없고, 개도 좋아하지 않던 필자가 얼떨결에 개를 입양한 후 함께 살면서 일어났던 에피소드들이 빼곡하게 담겨 있다. 특히 김치는 처음으로 입양한 강아지였기에 여러모로 애를 많이 먹었던 모양이다. 그도 그럴것이 그렇게 자주 아팠으니까. 이야기의 1/3은 김치와의 즐겁고 행복한(때로는 애먹었던) 추억에 관한 이야기이고, 2/3정도는 김치의 투병생활에 대한 이야기이다. 선천성 질병으로 희귀병을 앓던 김치를 살기기 위해 백방으로 애쓰던 필자의 모습을 떠올리면 가슴이 몹시 아려온다.

혹자들은 개들에게 뭔 돈을 그렇게 들이나 싶겠지만, 함께 살다보면 가족같아지는 것이 반려동물이다. 뭐라도 해주고 싶은게 또 반려인의 마음이고. 실제 사례를 보면 개를 분양받을 때 쓴 돈보다 병원비 지출이 더 커질 경우 사람들은 두가지 선택을 하게 된다. 첫번째로는 돈은 상관없으니 살리고 보자 라는 입장과 개값보다 병원비가 더 많이 나가니 안락사를 하든 버리자는 입장. 두번째 이유로 안락사 되거나 버리지는 개들이 정말 많다. 하지만 다행히 김치는 좋은 반려인을 많나 이런저런 치료를 많이 받게 되었지만 결국 대수술을 이기지 못하고 무지개 다리를 건너고 만다. 

아, 정말이지. 반려동물 관련 이야기 중에 제일 만나기 싫은 부분이 바로 이것이다. 특히 나처럼 개를 키우고 있는 사람들은 정말 남의 일 같지가 않기 때문이다. 우리 개들의 평균 연령은 10세 이상이다. 농담조로 우리집은 개들의 실버타운이라고 말하는데, 이렇다 보니 마음의 준비는 늘 하고 있을 수 밖에 없다. 원래 개의 수명이란 것이 사람보다 턱없이 짧은데다가, 보통 개들의 수명이 15년이라 봤을 때 우리 개들은 그 수명을 넘겼거나 몇 년 앞두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재작년 5월 가을이가 노환으로 무지개 다리를 건넜을 때의 아픔은 두 번 다시 겪고 싶지 않지만, 다섯마리가 더 있기 때문에 언제고 똑같은 크기의 아픔을 다섯번은 더 겪어야 한다는 셈이 된다. 하지만 그게 슬프다고 개를 키우고 싶지 않다거나 하는 마음은 전혀 없다.

필자 역시 김치를 그렇게 아프게 떠나 보냈지만, 그후로도 하루와 생강이란 이름의 강아지를 더 입양했고, 김치와 비슷한 시기에 입양했던 장군이를 포함해 개 세마리와 사람 세명(2004년, 지금은 더 늘었을지도 모르겠네요, 작가님)이 오순도순 살아가게 되었다고 한다. 

개를 키운다는 건, 생명을 보듬어 안는 일이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포기해야 할 때도 많고 때로는 감당하기 어려운 힘겨운 일들과 마주하게 될 때도 생긴다. 하지만 이런 걸 참지 못하고 개를 유기하거나 멀쩡한 개를 안락사시켜달라는 사람도 많다. 그런 걸 방지할 목적에서라도 개를 키우고 싶다는 마음이 생기면 모든 걸 다 고려해 봐야 한다. 진짜 개를 키울 마음의 준비가 되었는지에 대해서 말이다. 그렇지 않다면 개를 키우는 걸 포기하라고 하고 싶다. 하지만 진정한 마음으로 개를 받아들일 마음의 준비가 된 사람이라면 그들이 주는 무한한 사랑의 기쁨과 충만한 행복감을 느껴볼 수 있으리라. 언젠가 깊은 슬픔이 찾아오겠지만, 녀석들이 보여줬던 사랑의 크기에 감사할 날도 오게 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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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너의 사회과학 - 우리 삶과 세상을 읽기 위한 사회과학 방법론 강의
우석훈 지음 / 김영사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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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과학이란 무엇일까. 일단 혼자서 나름대로 내려본 결론은 다음과 같다. 인간의 사회에 대해 연구하는 학문. 그렇다면 왜 과학이란 단어가 붙어있는 것일까. 인간의 사회란 복잡한 시스템과 고도의 메커니즘을 갖추고 있는 유기체이니까. 그렇다면 그 시스템 속에는 어떤 것들이 포함될까. 내가 다녔던 대학교의 사회과학대학은 사회학과, 행정학과, 정치학과, 경제학과, 경영학과, 신문방송학과, 법학과 등이 있었던 걸로 기억한다. (아마 좀더 많은 학과가 있었겠지만, 기억이 잘 안난다) 어쨌거나 이들 학과를 보면 사회, 정치, 경제, 법 등을 다루는 학과란 것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사회과학은 이런 것만 다루고 있는 학문일까. 사회란 이렇게 몇가지로 정의되지 않는 부분이 많은데, 라는 의문이 생길 수 밖에 없다.

『나와 너의 사회과학』은 이런 의문에 대한 답을 주는 책이다. 그렇다고 고루하게 무슨무슨 이론을 들먹이고, 어려운 단어를 써가면서 잘난척하지 않는다. 보통 무슨 무슨 학이라고 붙은 책들은 대부분 언어의 장벽부터 높다는 생각이 들지만 이 책은 쉬운 단어로 사회과학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 장점이다. 그건 이 책이 개론서의 의미를 갖고 있기 때문이겠지만, 실제로 무슨무슨 개론이란 이름을 붙은 책을 보면 내 전공이 아닌 다른 학과의 전공서적같아서 딱 보기 싫은 경우가 많다. 알고 싶은 욕구에 앞서 좌절을 먼저 경험하게 된달까. 개론서는 쉬워야 한다는 게 내 생각이다. 물론 그건 네 생각이고~~라고 반박할 사람도 있겠지만, 쉽게 풀어갈 수 있는 이야기를 어렵게 풀어가는 책은 초보자들에겐 다가가기 힘든 그대일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겨우 설 수 있는 돌쟁이보고 어른과 함께 마라톤을 하라고 강요하는 것과 같달까. 첫걸음을 떼야 그다음엔 자신을 가지고 뛸 수 있는 것이다. 물론 이후에도 쉬운 책만 골라 읽으려고 한다면 더이상의 지식 축적은 불가능하겠지만, 그건 차후의 문제이고 일단은 관심을 갖게 하는 것이 먼저다. 이 책은 사회과학이란 학문에 대해 관심을 유도하고 앞으로 어떤 식으로 나아가야 할지를 보여주는 길라잡이 역할을 충분히 하는 책이라 말하고 싶다.

이 책을 읽으면서 흥미로웠던 점 중의 하나는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사회과학 대학에서 배우는 전공들의 범주를 넘은 학문에 대한 이야기가 많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인문대 전공에 속하는 철학이나 역사, 문학에 대한 이야기도 나오고, 자연대 전공에 속하는 생태학이나 수학에 대한 이야기도 나온다. 이 이야기만 보면 '뭐야, 그럼 이 책 어려운 책 아냐?!' 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앞서 내가 말했듯이 상당히 쉬운 단어로 풀어가고 있기 때문에 어렵게 느껴지지 않는다. 그렇다면 왜 저자는 일반적인 사회과학이란 학문의 범주에 인문학이나 자연과학의 범주에 속하는 학문에 대한 이야기도 집어 넣은 것일까. 사회란 인간이 모여서 만들어진 하나의 유기체이다. 따라서 당연히 인간에 대해 탐구하는 학문인 인문학이 들어가게 되는 것이고, 인간 사회와 자연의 시스템을 비교분석해 보기 위해서 생태학이란 자연과학 이야기가 나오게 되는 것이다. 수학 역시 마찬가지이다. 수학은 경제학과는 떼려야 뗄 수 없는 분야의 학문이기 때문이다. 이러면 자연스럽게 납득이 된다. 

그렇다면 사회과학의 범주가 너무 넓어져서 어느 것부터 손을 대야 하나, 하는 고민이 생길 수 밖에 없다. 또한 우리같은 일반인은 먹고 살기도 바빠서 대학시절 이후에는 자기 전공에 대한 공부도 하지 않는 경우가 수두룩한데 - 뿐만 아니라 전공과 상관없는 직장을 선택하는 경우도 많다 - 다시 공부를 하라고? 하는 반발심이 생길 수 밖에 없다. 저자는 이에 대해 이런 답을 보여준다. 학자나 전문가처럼 되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그들은 전문적인 연구를 하면 되고 우리들은 얕지만 넓고 다양한 분야를 조금씩 배워나가면 된다고 말한다. 우리가 지금 해야 할 일은 우리 사회 전체를 아우르는 시스템을 보는 눈을 키워야 하기 때문이다. 즉 우리 사회의 구조적 문제점을 파악하고 차츰 개선해 나가기 위해서는 넓은 시야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한데 그것의 기반이 되는 것이 사회과학이라 말한다. 

이 책의 두번째 흥미로운 점은 스스로 생각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초급자, 중급자, 고급자 레벨로 나누어 무슨 무슨 책을 읽으시오, 라는 말은 나오지 않는다. 본문 속에 다양한 학자들과 그들의 저서와 이론을 언급함으로써 자연스럽게 관심을 유도한다. 또한 각 장의 마지막에는 다음장에서 논의될 이야기에 대해 미리 생각하고 그것을 정리해서 글로 적어 보게끔 만든다. 단순히 머릿속에서 정리하는 것과 직접 글로 써서 정리하는 것은 여러면에서 다른 점이 많다. 자신의 생각을 보다 체계적인 정리를 통해 객관적인 입장에서 바라보게 만들기 때문이다. 여기에 등장하는 질문들은 난해하지는 않지만, 보통은 생각하지 않고 그냥 넘어가는 것들이 많다. 예를 들어 '내 삶을 크로키 기법으로 묘사하기'에 대해 글을 써보면 자신이 자신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느낄 수 있다. 사람들은 보통 남들이 자신을 어떻게 보는지에만 신경쓰지 자신이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해서는 잘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걸 쓰다 보니 웬지 이력서를 쓰는 듯한 느낌이 되어 버렸는데, 이는 평소 자기자신과 자신의 삶에 대해 그다지 많은 생각을 하고 있지 않았다는 방증일지도 모르겠다. 그외에도 '내 삶의 가장 중요한 결정과 그것을 만든 변수', '삶에서 되돌리고 싶은 결정은?', '내 행위와 돈과의 관계'등에 대한 쪽글을 쓰면서 자신의 삶을 되돌아 보게 만든다. 이런 쪽글은 12가지나 되기 때문에 다양한 면에서 자신을 바라볼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 준다. 

우리는 힘든 시기를 살고 있다. 불안정하고 위태위태한 삶을 살아가면서 불만이 쌓이지만 그걸 어떻게 해소해야 할지 몰라 스스로의 껍데기 안으로 숨어드는 사람도 많다. 정치가 문제야, 사회가 문제야, 라고 말은 하면서도 정작 문제의 본질이 어디에 있는 것인지도 모르는 사람도 많다. 그 문제의 본질을 파악하기 위해서 사회과학이 필요한 것이다. '아는 것이 힘이다'라는 말도 있듯이 문제에 대해 파악을 해야 그 다음에 나올 행동을 결정할 수 있다. 개개인의 힘은 미약하다. 하지만 그 개인들이 모여 시민이 되면 그 힘은 사회를 바꿀 수 있는 힘이 된다. 이 힘을 만들기 위해서는 개개인들이 사회의 구조적 문제점에 대해 파악을 해야겠지만, 그것을 넘어 자신과 뜻이 같은 사람들과 고통을 나누고 공감하고 이해하려는 소통이 필요하다.

유신시대나 5공화국 시대는 군부독재에 맞서 시민들이 힘을 모았다. 그러나 87년 서울의 봄이 찾아온 후 사회운동은 사회운동가들의 몫으로 남겨지고, 나머지 시민들은 평범한 사람들로 돌아갔다. 내가 대학을 다니던 시기는 문민정부시기로 학생운동이란 것이 하향곡선을 그리며 내려가던 시기였다. 386세대가 학교를 다니던 시기는 군부독재에 맞선다는 공론이 존재했지만, 민간인 대통령이 당선된 후에는 사회운동이나 학생운동의 대외적인 명분이 없어진 시기가 되어 버렸다. 그래서 학생운동에 대한 시민들의 시선은 차가워졌고, 대학 내부의 움직임 역시 학생의 본분은 공부라는 식으로 변해갔다. 이런 상황에서도 학생운동은 여전히 과격했다. '궐기'하고 '투쟁'해서 '타도'하자는 386세대의 운동방식이 그대로 적용되고 있었던 것이다. 한편 학생운동의 중심이 되던 축은 사분오열 갈라져 자주총학, 21세기학생회, 더 나아가서는 미래노동자연합까지 생겨났던 게 내 재학시절의 이야기이다. 개인적으로 3년이상 학생운동에 몸을 담고 있었지만 실망한 부분이 많아 대학 졸업후에는 사회운동에도 완전히 관심을 끄고 살게 되었는데, 내가 가장 실망한 부분은 이들에게 신념이나 이념은 있을지 몰라도 개념이 없다는 것이었다. 좀더 쉬운 말로 하자면 386선배들은 똑똑하긴 하나 이기적이다, 라고 표현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도 그럴 것이 밖에 나가서 대외적인 활동을 할 때는 멋지지만 인간적인 부분은 영 꽝이었던 것이다. 말로는 남녀평등, 민주주의를 외치면서도 총학활동에서 여학생들이 담당하는 부분들은 정책이나 대외적인 부분이 아니라 홍보 정도에 그쳤고, 때론 입에 담기 불편한 일들도 일어났었다. 이건 좀 다른 이야기이긴 하지만, 내가 '96년 연세대 범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서울에 갔을 때 지하철역에서 전경들에게 쫓기는 상황이 발생했는데, 남자 선배들은 먼저 도망가고 결국 잡힌건 나를 포함한 여학생들이었다. 나도 혼자서는 도망갈 수 있었겠지만, 96학번 후배가 어쩔줄 몰라하는 걸 보고 그 아이 손을 잡고 뛰다가 함께 잡히게 되었다. 그후에 연행되면서 두들겨 맞으면서 공포에 질렸지만 속으로는 남자선배들에 대해 이를 바드득 갈았다. 입으로는 동지라고 외치면서 여학생들을 두고 꽁지빠지게 도망친 꼴이라니. 물론 단적인 예일 수 있겠지만, 당시 운동권 내부 사정은 이랬다. 씁쓸한 기억중의 하나다.    

우리나라에서 진보세력 혹은 좌파라고 스스로를 칭하는 사람들은 예전의 386세대가 중심이 되어 있다. 하지만 그들을 보면 역시나 대학시절이나 별반 다를 게 없다. 여전히 사분오열 갈라져 서로를 씹기만 하지 공통된 목표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단결할 줄을 모른다. 100만학도 대동단결~~ 이런 구호는 다 잊으셨나? 더 나쁜 점은 이들 중 상당수가 좌측 깜빡이 넣고 우회전하는 인물이 되었다는 것이다.

이런 반면 2008년에 있었던 촛불집회는 이제까지의 남성중심적인 - 누군가 선봉이 되어 과격한 구호를 외치던 - 사회운동에서 벗어나  자발적인 사회운동이 시작되었음을 의미한다. 짱돌이나 화염병을 투척하는 것이 아닌 촛불을 켜고 조용하게 집회를 여는 모습은 하나의 감동으로 다가왔다. 이를 보고 2004년 월드컵을 응원하던 시민들의 의식이 촛불집회로 이어졌다는 말도 안되는 소리를 하는 사람도 나오는데, 이는 엄연하게 의미가 다르다. 2004년 월드컵 응원은 스포츠 쇼비니즘의 한 전형이기 때문이다. 어쨌거나 이렇듯 우리나라 사회운동은 예전과는 다른 양상으로 변해가고 있다. 이 흐름이 끊이지 않고 이어져야 한다. 개인적으로 나는 일본의 마츠모토 하지메 같은 명랑한 생활운동가가 우리나라에도 좀더 많이 등장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는 개개인들이 스스로 사회의 구조적 문제점을 파악하고 그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른 사람들과 소통하고 공감하고 이해하려는 노력을 하는 동안 이루어진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것들의 기반을 만들어 내는 것이 바로 사회과학의 몫일 것이다.

답이 보이지 않는 세상을 살아가면서 점점 위축되어 가는 우리들. 그렇다고 해서 사회의 높은 벽에 좌절하고, 정치인들의 헛바람에 날려갈 수만은 없다. 예전처럼 골방에 틀어 박혀 밀당하고 과격한 운동을 하던 시간들은 지났다. 이젠 보다 명랑하게 살아가야 할 때다. 사회과학도 미간에 주름잡고 어려운 단어로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명랑하게 이야기하고, 명랑한 행동으로 구현해야 할 때가 바로 지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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